고승·이승전설(高僧、异僧传说)
집필자 김용덕(金容德)
정의
도력이 높고 훌륭한 업적(業績)을 남기거나 이적(異蹟)을 행한 스님의 이야기.
내용
역사적으로 이름이 있는 큰 스님들에게는 한두 가지의 영험담이 전하고 있다.
또, 구체적으로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스님이라 하더라도 전설이나 민담 가운데 등장하여
기이한 행적을 보이는 이적담이 전하기도 한다.
이러한 영험담은 불교설화 가운데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영험담은 불교뿐 아니라 모든 종교에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한국의 불교설화 가운데 고승(高僧)의 영험담을 가장 앞서 집약시켜 놓은 것은 『삼국유사(三國遺事)』이다.
「감통」 편에 <광덕엄장>이나 <월명사도솔가>, <융천사혜성가>, 「신주」 편에 <혜통항룡>,
「흥법」 편에 <원종흥법염촉멸신(이차돈순교)>처럼
이적담으로 분류할 수 있는 많은 이야기를 주제에 따라 분류하여 싣고 있다.
『삼국유사』의 편제는 중국의 『당고승전』, 『송고승전』, 『신승전』 같은 고승전의 편제를 따랐음을 알 수 있다.
고승·이승담(異僧談)을 분류하는 기준은 이야기가 담고 있는 주제를 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우리나라도 『해동고승전(海東高僧傳)』, 『동사열전(東師列傳)』 같은 고승전이 전하고 있으나
이 고승전들의 편찬자는 영험과 이적보다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 기술 태도를 보이고 있으므로
영험담이나 이적담이 많이 소개되어 있지는 않다.
고승들의 영험담은 오히려 민간 설화집에서 많이 발견된다.
불교설화를 모아서 펴낸 설화집에 소개되고 있는 설화들도 대부분 불교의 영험담이 주류를 이룬다.
이들 불교설화집류에서 소개한 고승·이승들의 이야기는 높은 도력을 발휘하거나
‘현신성불(現身成佛)’, ‘신통자재(神通自在)’, ‘생사자재(生死自在)’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신성불담은 살아서 높은 수행을 하여 부처가 되는 이야기이다.
『삼국유사』의 <남백월이성 노힐부득달달박박>과 신라 왕자(김교각)가 중국 구화산에 가서
지장보살이 되었다는 김지장보살담이 있다.
불교에서 부처가 되었다는 말은 곧 깨달음을 이루었다는 말이다.
설화에서 깨달음을 이루는 나이는 대개 5세이다.
설악산 오세암은 5세 동자가 깨달아 ‘오세암’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오세암설화>에서 5세 동자는 특정한 스님으로 드러나지 않으나
실명으로 존재하는 스님 가운데 5세에 깨달았다는 영원조사 이야기가 있다.
영원조사는 신라 말에서 고려 초의 스님이며,
이 경우는 전생에 스님이었던 영원조사가 다시 스님으로 환생하여 일찍 깨달았다는 내용이다.
‘생사자재’는 말 그대로 나고 죽음을 마음대로 한다는 뜻인데,
태어나는 일보다 죽음을 미리 예고하고 입적한 고승들의 일화는 수없이 많다.
최근세의 효봉선사 같은 고승은 입적할 날과 시간까지 시자(侍者)들에게 말하고
병으로 누워 있다가 일어나 목욕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은 후 입적에 들었다.
죽을 날을 두 번이나 연장한 지리산 벽송암 서룡화상 이야기도 있다.
스님은 1890년 12월 27일에 문도들을 모아 놓고 “오늘 내가 갈 곳으로 가야겠다.”라고 임종을 알렸다.
시자가 모레가 설이라 과세 준비를 하고 있으니 명을 늘일 수 없겠느냐고 묻자,
“그럼 과세불공 준비를 하라.”라고 일렀다.
설을 지내고 초이튿날 스님이 “이제 가도 되겠느냐?”라고 물었다.
제자들이 “내일이 초사흘이라서 많은 신도들이 불공을 드리러 오는데
돌아가시면 부정 탄다며 불공을 오지 못합니다.”라고 하자 “그럼, 하루 더 묵지.” 하고는 하루를 더 살았다.
초나흗날 다시 “오늘은 괜찮겠지?”라고 묻고, 제자들을 다 불러 모아 설법을 마친 뒤 앉은 채로 입적에 들었다.
고승·이승담에는 대개 ‘신통자재’를 보인 스님들의 이야기가 많다.
이 경우는 대개 스님이 도술을 부리는 도승으로 알려져 있다.
임진왜란 때 일본에 건너가 신통자재한 도술을 보여 생불로 추앙받고
포로 3천 명을 구해 온 사명대사 이야기는 널리 알려져 있다.
고구려 보장왕 때 보덕화상이 고구려에 오두미교(도교)가 들어오자
불교가 쇠퇴할 것임을 알고 절을 공중으로 띄워서 전주 고달사로 옮긴 이야기,
석장이 혼자 돌아다니며 시주를 받아 온 양지스님의 석장 이야기,
마곡사에서 도둑들을 항복시킨 자장율사 이야기,
천성산 내원사에서 천 명의 목숨을 구한 원효대사 이야기,
모래를 선단으로 만든 청병산 보문암 혜안대사 이야기,
유발승으로 효도하며 수도하여 득도한 부안 월명암 부설거사 이야기,
신륵사에서 백성들을 괴롭히는 용마를 순하게 만든 나옹대사 이야기,
나옹대사의 제자로 이성계에게 한양 도읍터를 잡아 준 무학대사 이야기,
산적들이 권하는 고기찌개를 먹은 후 토해 살아나게 한 진표율사 이야기 등은
고승들의 높은 도력을 바탕으로 행한 이적과 영험담이다.
의의
고승담은 높은 도력으로 사람들을 교화시킨 고승에게서 감화를 받은 신도들이
종교적 초월성을 드러내려고 지어낸 이야기이다.
또는 고승에게 기대하는 신도들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이다.
훌륭한 스님들에 대한 믿음이 종교적으로 승화하여 설화 형성의 동인이 되었을 것이다.
이처럼 고승이 영험이나 이적을 행한 설화는 종교적 감동을 크게 하고 신도들에게 신심을 두텁게 하는 방편이 된다.
고승·이승담에는 구체적으로 이름이 드러나지 않고
막연히 이적을 행하는 도승의 이미지를 가진 스님이 등장하는 민담도 많다.
<장자못전설>에 등장하는 도승이나 착한 자손에게 명당 터를 잡아 주고 사라지는 이승은
구체적으로 이름이 드러나지 않는 고승·이승담이다.
이런 이적담은 처음에는 이름이 함께 전하다가 전승 과정에서 이름이 탈락된 경우이거나
막연히 고승(이승)들의 행적으로부터 형성된 이미지만 남아서
포교를 위한 목적이나 서민들의 애환을 달래는 기능으로 변이를 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
참고문헌
三國遺事, 海東高僧傳, 김교수가 들려주는 불교이야기1·2(김용덕, 부름이, 2004),
불교영험설화(한정섭, 법륜사, 1975), 불교이야기1·2(김용덕, 창작과 비평사, 1985),
속편불교영험설화(한정섭, 법륜사, 1985), 영험설화전설집(서병재, 삼영출판사, 1986),
한국불교전설99(최정희, 우리출판사, 1986).
출처 - 한국민속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