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 시험에도 안 나오는 과거의 쪼가리들

[27사]

왜 시험에 나오지도 않는 것들은 잘도 생각날까?

별 재미도 없는 과거의 것들을 공항, 부두, 사무실 할 것 없이 뒤죽박죽 섞어서...

◇ 황당무계

한가한 시간대 청사 밖에서 담배를 피우는데 웬 초로가 뭘 물어본다.

‘여기 2층 올라가려면 어디로 가야 되오?’

사뭇 따지는 듯 한 말투다.

‘저 문 통해 대합실로 들어가시면 에스컬레이터나 엘레베이터, 계단 다 있습니다.’ (골라잡아 한 곡조 꽝!)

‘그러면 안내판이라도 붙였어야지!’ (무식이 탄로나면 뭐 뀐 놈 성낸다는 식으로 핏대 올리는 인간들이 종종 있다)

‘그걸 왜 관계없는 우리한테 거품 무십니까?’

넨장 여의도 63빌딩 꼭대기층 올라가려면 계단이 용산 삼각지로타리쯤에서 시작되겠다.

건물 밖에 계단 딸린 건축물은 원두막이나 방갈로 외에 딱 한 종류.

반지하실 있는 건물. 없으면 1.5층 출입 때마다 매번 턱걸이나 로프타기.

우리 잇빨기행여단 대원들께서는 향후 공항에 가시면 2, 3층 올라간다고 건물 바깥에서 계단 찾아 헤매지 마시고 필히 안으로 들어가 에스컬레이터나 엘레베이터 또는 계단을 이용하시기를 엎드려 권고합니다.

                           <2층 이상 올라가실 분은 암벽등반을 하십시오

                             바깥에는 계단이 없습니다>

◇ 웃어넘기기엔...

외국인 여행자에게, ‘Put your baggage on the counter.'.

그 친구 가방 든 채 검사대로 걸어 올라와 우뚝 섰다.

흡사 할배 회초리 맞기 위해 목침 위에 올라간 손자 꼴.

녀석, 앞에 사람 하는 것도 컨닝 못 하니?

그러다 외국인 여성이면 Lie on the counter 되겠다.

그런 경우가 가끔 있었다.

가난한 제3세계 출신이라 생판 처음 보는 으리으리한(?) 대한민국 공항 시설에 주눅 든 탓인가.

어렵던 옛 시절, 우리도 외국 가서 그러지 않았으리라는 보장도 없으니 마냥 웃을 수도 없는 일이라...

중국교포 남자, ‘나가는 문이 어딥네까?’.

‘저기 숫자하고 출구라고 씌어 있는 문으로 나가십시오.’

그 친구 나가지는 않고 문 앞에서 천장만 계속 쳐다본다.

출입문에 직진표시를 홀로그램으로 만들어 붙일 수도 없는 터라 상방향화살표(↑)를 붙였으니 시선도 그거 따라 자동으로 천장으로 ↑.

... 야 이거 어떻게 올라간다? ...

한 발짝만 더 내디디면 그냥 자동 Open인데 왜 굳이 2층으로 올라가려고 그러시나...@#$%^&*

◇ 0.1초면 상황 끝 - 공항 내 들치기

사장으로 보이는 노인과 젊은 사원이 사무실로 들어왔다.

일본 출장길에 수주 받은 제재소용 원형톱을 만들 특수강판 통관 차.

다 마치고 밖에 나가자마자 갑자기 터져 나오는 노인의 고함소리 & 육두문자 집합.

젊은 친구가 샘플 원형톱과 도면, 기타 서류가 들어있는 가방 모두 카트에 실은 채 밖에 놔두었던 모양이다. (아마 위스키도 있었던 듯)

그걸 언놈(들치기)이 뭔지도 모른 채 일단 뚱쳐 간 거다.

사무실로 밀고 들어와야 하는 걸 그 순진한 친구가 생각 없이 밖에 놔 둔 탓이라.

그 불쌍한 친구가 사장한테 당한 수모는 너무도 처참하여 언급 생략.

공항면세점에서 장기간 팔리지 않은 MP3를 시내 본점으로 반송하기 위해 인벤토리 중 잠시 고개 돌린 사이 30개가 통째로 사라졌단다.

‘아니 잠깐 고개 돌렸을 뿐인데...’

‘허허 이 사람아. 0.1초면 상황 끝나.’

궁핍하던 60년대 서울로 와서 종종 접한 네다바이, 들치기사건들.

그런 걸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세상을 너무 믿는다.

내 손과 시야를 떠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내 것이 아니다.

공항 내 각종 카운터에는 어른 평균 허리 높이쯤에 선반이 하나씩 달려있다. 핸드백이나 귀중품이 들은 손가방을 거기에 올려놓고 용무를 보라는 것인데, 기존 공항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은 것이다.

◇ 대머리와 빡빡머리

                       <여성이 대머리가 돼도 남자가 뿅가는 날,

                         그때 진정한 남녀평등의 시대가 도래하리니...>

푹푹 찌는 한여름 오후.

당시 근무체제는 새벽부터 오후 1시, 다음날은 오후 1시부터 마지막 심야 막비행기까지.

퇴근 후 뒷산에서 하체 단련, 한 시간 땀 빼고 오니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는 마나님의 전언이다.

즉시 해당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

‘도대체 뭔 일이야?’

오전 11시경 입항한 LH편 승객이 지갑을 분실하였는데 검사대에 놔두고 간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는 것. 즉시 출두하라는 전갈.

‘쓰벌 살다살다 이젠 도둑놈 취급까지 받네.’

버스 타고 가자니 시간 걸리고 거금 들여 택시를 탔다. 인천에서 시계를 건너뛰므로 요금이 적지 않다.

잔뜩 열 올라 씩씩대며 사무실로 들어가니 담당 계장, 조용히 하라는 눈치를 준다.

같이 근무한 직원도 이미 와 있다.

잠시 후 안쪽 사무실에서 젊은 남녀 부부가 나왔다.

계장이 한참 그 둘에게 말을 걸더니 이윽고,

‘여기 두 사람 본 적 있습니까?’

고개를 강하게 설레설레.

한 명은 훌러덩 까진 대머리, 불초는 짧게 빡빡 깎은 스포츠스타일.

우리 몰골을 한 번이라도 본 사람은 다 기억한다. 심지어 장님조차도.

그리고, 기실 우리는 승객 구경도 못 했다.

그 시간대 팀 단위로 교대로 점심식사 하러 갔으니.

넨장할 아까운 택시비만 날렸다! 우리 아새끼들 빵을 사줘도 한 보따리 사주겠구만...

◇ 태아 유기사건

재래식화장실에서 애를 낳아 투하하질 않나 PC방 화장실에 낳아서 버리는 인간이 있지를 않나...

17년 전 스토리.

이틀 전 야간근무일 입국장 서편 화장실(현 김포공항 1층 OUTLET 자리)에 태아가 유기되었다는 쇼킹뉴스.

위생을 담당하는 여사님께서 마지막 마무리로 화장실을 둘러보다 발견했단다.

막판에 나와 후다닥 낳고 얼른 튄 거다. 암탉도 그보단 느릴 거다.

범인은 그쪽으로 내려온 마지막 입항 항공기 승객 중에 있는 게 분명하나 당시는 공항 내 CCTV 카메라가 거의 설치되어 있지 않았던 터라 누구인지 특정조차 못하고 유기사건은 종결되었다.

◇ 실시간 안내

문의전화는 끝자리가 1번인 내 자리로 주로 걸려왔다.

사무실이 청사 대합실 끝 쪽에 있어 사람들이 잘 못 찾는다.

‘거기 가려면 어떻게 찾아가야 하나요?’

실시간안내 시작.

‘현재 위치 어딥니까?’

‘잘 모르겠는데요. 하여간 여객청사라고 하는뎁쇼.’

‘청사건물 전면에 커다란 숫자 보입니까?’

‘예, 2가 보이는데요.’

‘그러면 X번 승차장에서 여객청사행 또는 화물청사행 셔틀버스를 타십시오. 그리고 제1여객청사에서 내리십시오. 요금은 공짜입니다.’

......

‘내렸습니다.’

‘청사 대합실로 들어오십쇼.’

‘들어 왔습니다.’

‘즉시 좌향앞으로 갓 하시고 무조건 직진하십쇼.’

‘직진하고 있습니다.’

‘앞 쪽에 문 열린 사무실 보입니까?’

‘보입니다.’

‘안쪽에 빡빡 깎은 뒤통수 보이지요? 그게 제 대가리올시다.’

이상 교신 끝.

◇ 인샬라! 알라의 뜻! - 개박살난 승용차

회사 일로 중동지역에서 5년 거주 후 귀국한 사람.

거기서 사용하던 승용차를 반입했는데, 컨테이너를 열어 보니 완전 난장판. 하역작업 및 운송 도중 컨테이너 내부에서 차가 자유롭게 상하전후좌우, 좌충우돌한 탓에 완전 폐차상태였다.

거기 작업한 아랍놈들이 차를 전혀 고정결박하지 않은 것이다.

그 먼 중동까지 비싼 비행기 요금 들여 따지러 갈 수도 없고, 가봤자 오리발, 아니면 인샬라! 머리꼭지만 더 돌아버릴 뿐...@#$%^&*

거기 생활한 분들 말 듣자니 머리꼭지 돌 일이 항다반사라던데.

귀국 시 아예 차를 팔아치우거나 아니면 철저히 사전 확인하시기를...

◇ 名不虛傳 Italia - 텅 빈 40feet 컨테이너

아니 컨테이너는 꽉 차 있었다. 대부분 빈 박스로.

예술의 고장 이탈리아에서 몇 년간 연수하고 귀국한 아가씨.

이삿짐 통관하러 와 보니 사용하던 가전제품 기타 돈 좀 될만한 것들은 몽땅 이탈리아에서 예술적으로 털어먹고 빈 박스에 테이프만 곱게 붙여 넣어 보낸 것.

그런 사례가 그 뒤로도 몇 건 더.

이탈리아에서 생활하실 분들은 필요최소한도만 구입, 사용하시고 귀국 시에는 다 버리고 가급적 트렁크 한 두 개만 직접 들고 오는 게 정신건강에 큰 도움 된다.

◇ 근무 중 이상 무!

‘아 나 누군데, 오늘 거기 초소장 누굽니까?’

‘저 올습니다만...’

‘근무 제대로 서는 겁니까?’ (갑자기 웬 시비?)

‘다들 근무 잘 서고 있는뎁쇼. 근무 중 이상 무!’

‘이상 무? 그러면서 좀 전 長님 차 통과하는 것도 몰랐단 말입니까?’

‘외람되옵게도 저희가 어찌 감히 長님 차를 검문합니까?’

‘나와서 경례도 안 하더라는데?’

‘그럴리가요? 원체 빨리 지나갔기에 못 봤을 겁니다.’

‘... @#$%^&* 으드드득 ...’

하긴 했지. 차 꽁무니에다 대고...

당시 부두 환경은 상당히 열악했다.

차에 하루만 커버 안 씌우면 유리창까지 먼지로 층이 질 정도.

먼지구덩이에 여름철 냉방도 안 되고, 겨울에는 삭풍이 몰아치는 전형적인 3D 업장.

그러니 출차 없는 시간대에는 안에 들어와 있다가 차가 다가오면 밖으로 나간다.

문제는 長님 차라고 속도도 안 줄이고 질주해 온다는 것. (원래 모든 차는 서행하고 정지하게 되어 있다)

물론 운전수는 하이빔으로 몇 차례 신호를 보내는데, 그쪽으로 대가리 돌리고 있지 않는 한 대낮에 그게 보이나?

시야에 포착된 순간 이미 통과.

그 뒤 한 번 더 그랬더니 아예 전화도 안 왔다. 질렸다 이거지.

넨장 군대 같으면 영창 보낸다고 개난리 쳤겠다.

◇ 즉석 짜고 치는 고스톱

부두에는 웬만한 사람 연봉을 한 달에 버는 고액직종이 딱 하나 존재.

그런 부류들이 흔히 그렇듯 그들도 저임금 계층 알기를 우습게 안다.

새벽, 밖에서 뭔가 옥신각신.

불초 : (지극히 겸허한 자세로) ‘직원이 혹 무슨 결례라도...’

고액 : (기세등등) ‘그 직원 상당히 불친절합니다.’

불초 : (더욱 낮은 자세로) ‘아 기분 나쁘셨다면 이해하십시오. (직원한테) 야 너 어디어디 봤어?’

직원 : ‘트렁크만 봤는데요.’

불초 : (언성 높여) ‘너 그 따위 개판으로 근무할래? 마 여기여기 제대로 다 봐야 할 거 아녀?’

고액 : (버~ㅇ)......

안으로 들어와 마주보고 씨~익 쪼갠다.

자식들이 누가 지들한테 술이라도 사 달랬어?

◇ 영어 한 마디 못하는 국영기업체 직원

미국에서 2년 파견근무하고 귀국한 모 공사 직원.

우리나라에서 수출한 대형 국산승용차(차대번호가 K로 시작)를 반입하였다.

외국에서 1년 이상 거주한 우리나라 국민이 반입하는 수출국산승용차는 현지에서 구입, 등록하여 3개월만 경과하면(운행했든 고이 모셔뒀든) 세금 한 푼도 안 낸다. 게다가 자동차관리법에 의한 제반검사 모두 면제다.

서류를 보니 요건기간에 1달이나 미달. 요건미비로 일반수입화물로 처리되고, 위의 특전은 모두 사라진다.

그러자 운송업체 직원과 그 친구 둘이서 기다렸다는 듯,

미국 자동차등록기관에서 업무실수를 하여 그렇게 된 것이고 자기들의 실수를 자인하고 사과하는 공문까지 받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정할 여지가 생긴다.

공문을 보니...

apologize, regret 비스무레한 단어는 하나도 안 보인다.

순전히 제출서류 반려하겠다는 내용이라.

주행거리계의 누적주행거리가 최소한 구입했을 때와 같거나 그보다 커야 하는데 오히려 적게 되어 있다. 고로 신청을 기각, 반려하니 사유를 명확히 규명한 후 다시 신청하라는 취지.

즉 주행거리계에 손을 댄 거다.

‘이게 어디를 봐서 사과하는 내용이오?’

맞다고 극구 우긴다. 사람 꼭지 돌게 하는 수법도 가지가지다.

(보자보자 하니 아주 듀엣으로 개구라 푼다)

‘선생, 도대체 미국 파견근무 2년씩이나 했으면서 영어도 못 합니까?’

‘이건 중학생 애들도 금방 알아먹는 초보적인 문장 아니오?’

그러기에 주행거리계는 왜 손 대나? 아주 새 차인 것처럼 위장하여 최대한 받고 팔아치울 심산이었던 모양.

1주일 뒤 또 찾아왔다.

이번에는 미국 등록기관의 담당자로부터 사과하는 내용의 E-Mail을 받았단다. 그놈의 사과 무진장 좋아하는구만.

아이디가 누구인지 공증된 것도 아니고, 더욱 기가 찬 것은, 발신 명의는 자기 아이디고 수신명의는 미국인(이라고 주장하는 상대방)의 아이디.

즉 자기가 보내는 메일을 만들고 그걸 인쇄한 거라. 다 좋은데 발수신이 반대로 되었다. 구라를 쳐도 좀 모양새를 갖춰야지.

‘이런 식으로 장난질 계속하면 소속회사에 정식으로 통보합니다!’

◇ 심야 질주 음주운전차량

한겨울 밤 12시.

승용차 한 대가 쏜살같이 청경초소를 통과하여 부두 안쪽으로 질주했다.

호르라기 불어대고 완전 생난리.

그런데 그 차가 100m 쯤 떨어진 곳에서 턴을 한다. 라이트를 보니 질주하는 방향이 우리 초소.

‘야 빨리 철문 닫고 차 세워!’

육중한 철문 급히 닫다가 한 직원은 정강이에 조인트 까였다.

정지신호에 차는 용케도 정지선에 섰다.

괜히 덩달아 약 오른 직원들, 운전석 쪽으로 가더니 운전자의 멱살을 잡고 그냥 끌어내려고 했다.

‘야 우리 검문검색에 불응한 것도 아닌데 그냥 놔둬라.’

시동 건 채로 하차시켜 초소로 데려가고 차는 뒤쪽 공간으로 뺐다.

잔뜩 독 오른 청경들, 우리 초소로 건너왔다.

녀석한테서는 술냄새가 진동했다. 옆자리에는 한 아가씨.

우리가 터치할 사항이 아니라서 그쪽에 인계했다.

근처 파출소에 신고, 음주측정한 결과 검찰까지 갈 중대사안.

아마도 만취하여 단속을 피해 간다는 게 부두를 캄캄한 길거리로 착각하고 들어온 듯.

다음날 아침 관할 Police Station 근무하는 그 친척이 뒤늦게 알고 왔건만 사태는 이미 물 건너 가버렸으니...

◇ 동남아 모 국 대사

올림픽 시즌.

자기네 국적기 입항하면 탑승교(Boarding Bridge)에 항공기 접현하자마자 안으로 마중 차 들어가시던 모 국 대사님.

브릿지는 접현하면 그 이후 뗄 때까지 항공기의 일부로 간주, 그 누구도 허가나 동행 없이는 못 들어간다.

자기 집 안방이라도 되는 줄 아나?

그냥 묵인하면 질서가 개판될 수도 있다.

심도 있는 대화가 필요한지라 영어가 유창한 전직 투어가이드 출신 직원을 대동했다.

‘Sir, 잠깐 좀 나오실까요?’

툴툴거리며 따라 나온다.

이하 통역내용.

외교관면책특권은 비엔나협약 및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 부여되는 소극적권리일 뿐, 적극적으로 없던 권리를 새로이 부여하는 건 결코 아니다.

즉 사전허가나 동행 없이 들어갈 수 있는 권리가 창설되는 게 아니며, 임의로 들어간 행위는 처벌대상이되 다만 면제될 뿐이다...

할 말 있으십니까? 묵묵부답 유구무언.

그 후부터 얌전하게 브릿지 밖에서 대기.

◇ 베트남 신부

베트남 여자와 결혼했다는 어떤 친구, 자기 마누라 입국할 때 CUSTOMS에서 위험한 물건이라고 손톱깎이 두 개를 뺏었다며 절대 그냥 놔두지 않겠다고 거품 & 기염을 토했다.

이런 싸가지 없는 화상이 있나?

전후사정 알아보지도 않고 일단 거품부터 무는 인간들이 문제라.

공항에 CUSTOMS만 있는 줄 아는지 툭하면 우리를 물고 늘어진다.

(그럴 때마다 우리도 열부터 받고 본다)

실제 착륙시각부터 법무부 입국사열대를 통과한 시각에 2시간 이상 차이나는 것을 확인.

그렇다면 어디 엉뚱한 곳에서 한참을 헤매다 겨우 제 자리 찾아온 게 확실하다.

입국 시 착용한 옷차림을 물어본 후 그 시각 이후 녹화기록을 확인한바, 검사 없이 곧바로 통과시키는 장면이 잡혔다. (검사대로 보냈더라면 쌩으로 뒤집어쓸 뻔 했다)

추정컨대 그 여자가 구조를 잘 몰라 일부 환승객(통과여객)을 뒤따라 환승구역으로 갔을 것이다. 거기에서도 출국보안검색을 실시, 날카로운 물건은 따로 보관했다가 목적지에서 반환한다.

결국 엉뚱한 데서 실컷 헤매다 물건만 영치한 채 한참만에 제 코스 찾아 나온 것.

그것까지 우리가 나서서 확인해 줄 하등의 이유가 없으므로 그 사실만 알려주고 열만 잔뜩 받은 채 종결.

에라이 손톱깎이만도 못한...

◇ 황당한 번역

파손된 바닥 타일을 교체하면 굳을 때까지 밟지 말라고 판대기에 안내문을 붙여 덮어놓는데, 통상 ‘양생중’이라 써놓는다.

한 번은 보니까 ヤンセンジュン. 이거이 뭔 소리여? 아주 카타카나로 썼네.

아마도 일본애들 알아보라고 좀 안다는 누군가가 써놓은 것 같다.

워낙이 눈치코치 없는 애들이라 그런 거 같은데, 갸들이 그걸 어떻게 알아먹어? ‘얀센중’을.

ようじょうちゅう(養生中, 요오죠오츄우)로 하든지 커다랗게 빨간 X자를 그려놓든지.

간단한 영어도 못 읽어 HANA BANK 놔두고 꼭 바로 옆 내 자리에 와서 ‘하나깅꼬오와 도꼬데스까?’ 하는 인종들인데.

들어가지 마시오!(KEEP OUT) → DUROGAJI MASIO! 이러면 미국인들이 알아먹을까?

◇ 쓰레기 주운 것도 죄

모 공항에는 활주로가 보이는 식당들이 있고 일반인들이 자유롭게 출입할 수 있다.

연결통로는 3층 출국장 위 구름다리.

초창기, 어떤 미개인이 거기서 3층에 쓰레기(신문지뭉치 꾸긴 것)를 투기했다.

그리고 한 문명인이 그걸 즉시 수거했다.

그래서 잡혔다.

왜?

쓰레기 수거했다고.

쓰레기 주운 것도 죄가 되나?

문제는 쓰레기에서 몇 만달러가 나왔다는 것.

결론은 두 녀석이 짜고 친 고스톱.

미개인 : (이거 버릴 데가 없네? 에이 아래층에나 던지자)

문명인 : (어떤 싸가지 없는 새끼가 여기다 쓰레기를 버려? 에이!)

사실 거기는 진작부터 허술한 곳으로 지적됐었다.

그 즉시 천장까지 아크릴판 보강 완료.

◇ 유실물, 습득물

인수한 습득물(지갑)을 보니 서남쪽지방에 거주하는 아가씨.

용모도 괜찮게 생겼다. 내용물은 현금과 카드 기타.

연락처가 있기에 직원한테 시켰다.

‘전화 한 번 걸어봐. 가까이 있으면 갖다 주겠다고 하고.’

현재 위치 김포공항.

어느새 거기까지 갔나. 문제는 항공권 살 돈과 카드 몽땅 지갑 속에 있었다는 것. 도저히 여기까지 올 수 없단다. 차비가 한 푼도 없어서.

‘야 총각, 네가 거기까지 갖다 줘라. 그것도 국민에 대한 봉사라. 괜찮게 생겼는데 혹 인연 될 수도 있지 않겠니?’

... 인연은 개뿔. 녀석은 나 때문에 왕복차비만 날렸다.

‘저 잃어버린 물건 찾으러 왔는데요.’

‘언제 무슨 편으로 입국하셨나요?’

‘예? 저 외국 갔다 온 일 없는데요.’

‘그럼 어디서 잃어버리셨습니까?’

‘XX동에서요.’

‘그럼 시내 경찰서에 가셔야죠? 번지수 잘 못 짚었어요.’

‘안내 아가씨가 이리로 가라고 해서 왔는데요?’

아니 시내에서 잃어버린 걸 아무 상관없는 공항까지 일부러 찾으러 올 생각을 다 하나?

그놈의 아가씨들은 누누이 강조해도 유실물 어쩌고 하면 확인도 않고 무조건 우리한테 보내고 본다.

그런 경우 진실로 짜증난다.

이지적으로 생긴 괜찮은 용모의 40대 중반녀.

입국일자 전후까지 최대한 여기저기 확인해본바, 그런 것 접수된 게 없단다.

‘그럼 어떻게 해요?’

‘어떻게 하긴요? 잊어버리셔야죠.’

‘말도 안 돼.’

그럼 내가 물어줘야 하나? 어째 맘보는 생긴 모습과 영 딴판이여?

최근 몇 년 사이 주로 분실하는 물건 중 TOP이 핸드폰.

입국하면서 신고서 따위 작성하실 때에는 핸드폰은 필히 주머니나 손가방에 넣으십시오.

여자분들은 핸드백에 넣고 얌전하게 메고 있으십시오.

특히 여자분들, 지갑과 핸드폰 모두 얌전하게 작성대에 놔두고 가는 분들이 아주 많습니다. (옷에 주머니가 별로 없어 손에 들고 다니는 탓. 핸드백 속에? 핸드백도 놔두고 갑니다)

뭐 화물로 부친 커다란 가방을 놔두고 가는 사람들도 종종 있을 정도니...

[gopark59]

공항에서 볼 수 있는 다양한 군상들의 다양한 이야기 .. 재미있게 잘 보고 있습니다.
날이 마이 추워졌습니다. 건강 조심하십시오.

[돌포]

ㅋㅋ "질렸다 이거지" 에서 웃었습니다. 역시 일반적인 지역이 아니라서 재미난 에피소드가 많네요..잘 봤습니다..

[빤스지기]

밥먹어야 하는데 끝까징 읽었습니다 ㅋㅋ

[이동인]

흥미진진합니다. 선배님은 영어, 일어 다 능통하시군요..존경합니다^^

[27사]

둘 다 초보입니다. 실제로 현장에서 언놈 붙잡아놓고 심오하게 철학적대화 나눌 시간이 없습니다. 그랬다간 거품 뭅니다. 다만, 저런 스텐레스철밥통이 'I am a boy.' 가 '나는 소녀다.'가 맞다고 계속 구라를 쳐대니 꼭지 확 돌아버릴 뻔한 거지요. 그렇다고 상욕을 할 수도 없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