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시설' 건립 막힌 동물화장장...버려지는 반려견들 10061018 중앙일보

[HyunKy]

대구,충남 등 주민 반대 갈등 빚어

반려동물 인구 1000만명 넘었지만

동물 장묘업체는 전국에 70곳뿐

'기존 화장장에 종물화로 추가 검토'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전국 곳곳에서 동물화장장 건립을 두고 갈등을 빚고 있다.

동물화장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관련 시설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5일 대구 군위군에 따르면 부계면 창평리에 들어설 계획인 동물화장장을 주민들이 결사반대하고 있다.

A업체 측은 행정소송을 냈다.

2022년 6월 1심에서 군위군이 승소했으나 항소심에서 패소했다.

이후 지난 2월 9월 법무부가 상소를 포기를 지휘해 패소가 확정됐다.

판결문에서는 '동물화장장을 지어도 환경오염 발생 우려가 적고 장묘시설은 혐오시설로 보기 어렵다'며

'단순히 주민 집단 반대를 이유로 동물화장장 건립을 거부할 수 없다'고 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 착공에 들어간 동물화장장은 내년 1월 준공 예정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반대대책위원회를 결성하고 업체 측이 자진 철수할 때까지 '결사 반대' 추쟁을 계속할 방침이다.

주민 600여 명이 서명한 탄원서도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했다.

반대위 측은 '미을과 직선거리 15m도 되지 않는 곳에 동물화장장이 들어선다'며

'여기서 발생하는 폐수와 악취, 먼지 속에서는 살 수 없다'고 했다.

충남 서천군 비인면에서는 한 장례문화원측이 최근 반려동물 소각용 화로가 포함된 장례식장으로 용도변경을 신청했다.

이에 시민들은 서천군청에 몰려가 연일 반대 시위를 했다.

주민 유배근씨는 '지역에 이미 쓰레기 처리장이 있는 마당에 동물화장장까지 만들려고 한다'라며

'이렇게 되면 비인면은 혐오시설 집합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설 동물화장장 조성이 주민 반대로 사실상 무산된 곳도 있다.

대구 지역 최초로 동물화장장이 포함된 '반려동물 테마파크 조성'을 추진하던 달성군은

지난 8월 테마파크 시설에서 동물화장장을 제외했다.

지난 4월 달성군 현풍읍 행정복지센터에서 열린 사업설명회조차 주민 항의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불법적으로 동물화장장을 운영하다 적발되기도 한다.

제주시는 지난 5월 허가 없이 이동식 반려동물 화장.장례영업을 한 혐의로 70대 남성을 경찰에 고발했다.

이 남성은 화장시설을 갖춘 차를 몰고 다니며 반려동물 화장장례 서비스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기 파주시는 2021년 광탄면에서 수년간 벌금만 내는 식으로 운영한 동물화장장을 폐쇄 조치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602만 가구(1306만명)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10년 전인 2012년 (364만 가구)보다 65.4% 늘었다.

국민 4명 중 1명(25.4%)이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셈이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명 시대를 앞두고 있지만, 동물 장묘시설은 그리 많지 않다.

5일 기준 동물보호관리시스템에 등록된 동물 장묘업체는 전국적으로 70곳이다.

이와 관련, 동물보호단체는 정부나 자치단체가 주민과 적극적으로 동물화장장 건립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반려동물을 화장하지 않으면 쓰레기로 처리한다'며 '동물은 화로 규모가 작으니 기존 화장장 한편에 반려동물 전용 화로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백경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