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득구는 1982년 이영미와 약혼했다. 그가 죽은지 몇 달 후인 1983년에 유복자 김지완이 출생했다. 아들 김지완은 치과의사로 일하고 있다.
김득구가 세상을 떠난 뒤 김득구의 모친은 우울해하다가 3개월 뒤 유서에 "내가 가난해서 아들이 복싱을 시작했다. 결국 내가 아들을 죽인것이다"라 쓴 채 농약을 마시고 아들의 뒤를 따랐다. 새아버지는 맨시니가 보상금으로 뭘 준다는 사기전화에 걸려 당시로서는 꽤 큰 돈인 3백만원을 피해보았다고 한다.
경기 심판 리처드 그린은 선수가 위험한 상태임에도 계속 시합을 강행시킨 끝에 김득구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7개월 뒤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고 상대방이었던 레이 맨시니는 김득구의 장례식에 참석했고, 이후 깊은 우울증에 빠졌다. 1984년까지 WBA 라이트급 타이틀을 두 번 더 지켰으나, 1984년 6월 1일 리빙스턴 브램블에게 타이틀을 상실했다. 1985년 2월 복수전에 실패한 뒤 잠정 은퇴했다가 다시복귀해 1989년 헥터 카마초와 WBO 라이트웰터급 챔피언 결정전, 1992년 그렉 호건과 NABF 라이트웰터급 챔피언 결정전을 치뤘으나 모두 패한 뒤 최종 은퇴했다. 복싱 선수에서 은퇴한 이후에는 자기가 원하던 영화배우로 데뷔했다.
물론 김득구의 사망으로 그의 복싱 커리어에 금이 간 것은 틀림없었다. 맨시니는 김득구와의 시합 이후로 자책감에 빠져 시합간의 공백기가 길었으며 그 후에는 이전만한 패기있는 복싱 스타일을 구사하지 못하고 치고 빠지는 히트 & 런 전법의 조심스러운 복싱으로 스타일이 변했다. 맨시니에 대해서 다룬 다큐에서는 불행했던 시합이 한 복서의 아까운 생명과 전도유망한 천재 복서의 커리어를 일찍 마감하게 했다고 말할 만큼 그의 복싱에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다. 맨시니 자신의 입으로도 "그 시합 이후로는 복싱이 싫어져서 복싱을 하는 것이 괴로웠다"고 술회할만큼 트라우마로 남게 되었다. 레이 맨시니는 평생 김득구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김득구를 소재로 한 영화 '챔피언'이 개봉할 당시 한국을 찾았던 레이 맨시니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김득구를 '강인한 전사'라고 칭찬하면서, 그의 죽음 때문에 자신의 인생이 바뀌고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려왔다고 말했다. 만약 하늘에서 김득구와 만나게 되면 무슨 말을 해줄 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레이 맨시니는 눈물을 글썽이며 "아무말 없이 끌어안아 주겠다"는 말로 주위를 숙연하게 만들었다. 또한 '살인 복서'로 낙인찍힌 자신을 오히려 위로해 준 한국인들의 따뜻한 마음에 감사함을 표하기도 하였다.
2012년이 되어서 맨시니는 김득구의 유족과 만남을 가졌는데, 진심으로 용서를 비는 맨시니와 한평생 죄책감에 시달려온 맨시니를 용서하고 위로하는 김득구의 아들에게 이제야 오랜 세월동안 가졌던 마음속의 죄책감을 조금이나마 내려놓을수 있겠다고 한 맨시니의 말은 많은 올드 복싱팬의 심금을 울렸다. 맨시니는 매년 복서를 꿈꾸다 세상을 떠난 형의 기일과 김득구의 기일에는 빼놓지 않고 조의를 표한다고 한다.
김득구의 죽음은 세계 복싱계와 스포츠계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복서의 안전을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미국 하원에서는 복싱의 안전을 위하여 청문회까지 열렸으며, 종합격투기를 포함한 모든 격투기 대회에도 영향을 끼쳤다. 그래서 생긴 룰이 바로 다름아닌 '닥터스톱'으로 각 선수들마다 할당된 주치의의 판단으로 심판 판정과는 상관없이 경기를 종료시킬 수 있게 된 것이다.
세계권투평의회(WBC)에서는 김득구의 사망 사건을 계기로 15라운드 경기를 12라운드로 줄였다. 라운드 사이의 휴식시간도 60초에서 90초로 늘렸고, 스탠딩 다운제를 도입했다. 김득구가 사고를 당한 복싱기구인 세계권투협회(WBA)에서도 1988년에 그 뒤를 따랐으며, IBF 역시 1989년에 변경을 시행했다.
패한다면 절대 걸어서 링에서 내려오지 않겠다며 관까지 준비해놨던 김득구 선수, 그는 한국복싱의 용기 그 자체였습니다.
시간이 오래 흘렀지만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첫댓글 슬퍼서 댓글이 없는듯. 저도 못 보겠네요 생방으로 봤는데 그 엄청난 투지...ㅜ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명복을 빕니다~~
훌륭한 선수
지금 살아 계신다면
얼마나 좋을 까요
뵙고 싶습니다..
명복을 빌어 올립니다..
라운드당 휴식은 90초로 늘린게 아니네요..
맨시니 엄청난 강펀치였는데 그런 펀치를 맞으면서 14라운드까지 버텼으니...
2002년에 비디오로 사서 봤지요.
1라운드부터 14라운드까지 쉬지 않고 주먹이 나갑니다..
엄청난 시합이었습니다..
아까운분 글도 멋있게 쓰시고
불운의 천재복서...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