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팀 3명을 보내고 홀로 남은 오투...
어젯밤 한강둔치에서 낭만을 갖고서 부부와 맥주 한잔씩을 비웠다..
늦은 아침...나는 일찍 잠을 깨었는데 밤새 둘은 무얼 했는지 늦게서야 일어난다..
7호선 지하철을 타고 수락산역으로 간다..
도봉산과는 달리 산입구가 시골장터처럼 북적거리지는 않지만 여기도 많은 사람들이 산을 오른다..
북한산 도봉산 수락산은 거의 붙어 있음에도 수락산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지는 않았다..
산세는 오히려 북한 도봉보다 낫다고 하는데...
화장실이며 벤치며 매점이며 모든 편의시설이 국립공원에 부럽지 않을 만큼 잘 갖추어져 있는 거 같다..
비싼 김밥과 비싼 사과...전기구이 닭한마리를 배낭에 메고서 산에 오른다..
그저 평범한 길을 오른다...가끔가다 보이는 매점이 굶주린 배를 아프게 한다..
제법 깊은 계곡들이 우리의 발길과 함께 한다...다리를 건너고 또 건너고..
마지막 매점에서 우리 발길을 잡는다...그리고선 사발면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막걸리로 힘을 돋아본다..
맛깔스럽게 익은 열무김치가 막걸리 맛을 걸쭉하게 돋구어준다...
두어잔 마시니 머리가 핑도는 것이 이제 힘이 날 듯도 하다..
임신 4개월이라는 산마녀..
두사람 분의 힘을 실어주어야 하기에 힘이 드는지 자꾸 뒤로 쳐진다..
원래 이내 부부가 사는 법이 그렇단다..쳐지는 사람과 상관없이 오른다고 한다..
같이 가기 보다는 먼저 앞서서 기다린다고 한다...
임신을 하고부터는 산에 오르지 않았다는데 산마녀가 아니라 집마녀가 다 되었나부다...
4개월 전 여기 수락산을 오르기 전인가 오르고 난 후인가? 그때부터 임신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깔딱고개...갓바위 만큼이나 가파른 돌계단..
그 힘겨운 계단을 올라 능선 삼거리에 앉아 잠시 휴식을 가지고 이제부터 암벽을 타기 시작한다...사람들이 많아 다른 사람들이 가는 길을 피하여 바위를 타고 오른다..
바위를 하나하나 오를 때마다 느끼는 쾌감...
구름 잔뜩 낀 하늘 아래 펼쳐진 눈앞의 풍경들...정상을 향한 조심스럽고 힘찬 발걸음..
우리는 설벽의 리더 아래 암벽을 타면 주위 사람들 신기해하며 쳐다보기만 할 뿐이다..
동경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웬지 어깨가 으쓱해진다..
정상을 향하여 천천히 밟아오르는 우리는 어제 내린 비에 젖은 이끼 때문에 돌아서기도 한다..
위험하기도 하고 물끼에 등산화가 젖을까 살펴가면서 바위를 밟아오른다..
임신한 몸으로 오르기란 쉽지 않을 것인데 든든한 가이드가 있기에 산마녀는 안심이다..
능선에 도착을 하니 맥주랑 여러가지를 팔고 있다..
왼쪽으로 꺽어 또 바위를 타고 올라 우리가 머물면서 점심을 먹을 자릴 찾는다..
남들이 쉬이 오르기도 힘들고 탐내지 않는 바위 위에 자릴 잡고 사들고 온 음식을 차려놓는다..
살얼음이 낀 보리음료는 갈증을 해소하기에 두말 할 것 없이 좋고 매점에서 얻은 쌉싸름한 율무김치와 함께 먹는 김밥, 그리고 전기구이로 기름끼 좍 뺀 통닭을 뜯는 맛은 기가 막힌다..
몇발치 못가 정상 아래 다다른다...첨 가는 사람들은 어떻게 올라가는지도 모를 만하다..
어디에 손을 잡고 올라야 할 지 알 수 없을 거 같다...
정상에 올라 펄럭이는 태극기를 붙잡고 정상 정복의 환희를 사진으로 남긴다..
잔뜩 흐린 하늘 아래 정상에서 휘둘러보니 온세상이 내 세상이다...
이 맛에 산에 오른다는 거 아니겠나싶다....!!
수락산(水落山)의 유래는 바위가 많아 물이 땅에 스며들지 않고 그냥 떨어진다고 하여
불리워진다고 한다..
하산하는 길..능선이 모두 바위로 이뤄져 있다...
우회길도 있건만 우린 싱겁게 가고싶지는 않아 꼭 바위를 타면서 간다..
어느 한 바위...내 눈으로 보아서는 별루 힘들어보이지는 않아보이는데 먼저 바위에 오른 설벽은 이제껏 한번도 사용치 않은 자일을 펼쳐 내려놓는다...
마녀가 허리에 매고 서서히 당기는 설벽의 동작에 같이 움직여 준다..
나도 바로 뒤따랐는데 자일없이 그냥 오르기를 시도했다..
왼쪽 손을 뻗어 바위를 잡았는데 다른 때처럼 꽉 잡히지 않는다..
미끄러질 것 같다는 생각이 퍼뜩 든다..아래를 쳐다보니 잘못 오르다가 떨어졌다간 한없이
구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그것이 현실이 되어버릴 줄이야...ㅠㅠ
왼쪽 발판을 자릴 잡고 조금 멀리 떨어진 오른쪽 발판을 향해 몸을 날리는 순간 몸이 휘청거리면서 몸의 균형이 깨진다...바위에 바짝 밀착하면서 바위를 안고 떨어진다..
다행히 바로 아래 바위 틈에 다리가 끼었는데 금방이라도 빠질 것 같다..
아래를 쳐다보니 암담하다...어떻게 이 순간을 벗어난지도 잘 모르겠다..
몸을 휙 틀어 겨우 땅에 안착을 하였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설벽이가 내려준 자일을 허리에 감고 올라가 상태를 살펴본다..
팔이 바위벽에 다 할퀴었다...팔에 손수건을 감았는데 다리에서 뜨거운 것이 느껴진다..
바지를 걷어올리는 순간...허걱...팔은 아무 것도 아니다..
살점이 조금 떨어져나간 것 같고 피가 흥건히 맺어내린다..
속으로는 놀랐으면서 태연한 척 물로 세척을 하고 수건으로 붕대삼아 감는다..
설벽이 왈 5초만 기다릴 것이지..머하러 급하게 올라오냐고 한다..
올라오는 줄도 모르고 기다리는 줄 알았다고 한다..
이곳에 난이도 때문에 손잡이에 홈을 덜 팠다고 하고 여기서 사고가 많이 난다고 한다..
진작에 말을 할 것이지...ㅠㅠ..사람 목숨 갖고 장난치는 것두 아니고 홈을 덜 파고 말여...ㅠㅠ
항상 산에서는 오만과 자만심을 버려야 하거늘...자연에 순응하는 것이 가장 기본적인 것을 간과했다...우습게 보고 덤빈 것이 화를 자초하였다...
셜벽이는 이정도 상처는 약과라고 한다..설벽이 머리에 난 상처들..팔다리의 상쳐들..
거의가 릿지를 타다가 입은 영광의 상처들이라고 한다..
조금 후 멋진 릿지코스가 나타났는데 설벽이가 이걸 타게 해주고 싶었다고 한다..
근디 부상상태로 지금은 타면 안 될 거 같다고 한다...설벽이 혼자만 타고 넘는다..
몇 차례 오를 기회도 나의 부상 때문에 무산되어 버리고...
삼거리에 도착을 했다...목욜날 개봉할 영화 "웰컴투 동막골" 의 현장이 여기 이정표에 적혀있다..
동막골 3Km 라고 적혀 있다..원래는 능선을 따라서 계속 가려했는데 여기서 하산을 하게 된다..
내려가다가 계곡에서 사과를 안주 삼아 남은 맥주를 모두 비운다..
절터 약수터에서 또 한차례 물 받아 먹으면서 쉼을 가지고 다시 조금 내려가다가 이제 거의다 왔다싶어 계곡으로 내려가 발을 담그면서 피로를 풀어본다..
설벽이 폰에 찍힌 사진을 보여주고 배낭 옆에 폰을 놓고 사과를 꺼낸다..
그 찰나에 폰이 미끄러지면서 물 속으로 쓸려들어가고 설벽이 간극의 차로 놓쳐버린다..
아찔한 순간이다..그걸 잡았더라면 어쩌면 중심을 잃고 앞으로 꼬꾸라질 지도 모를 일이다..
5미터쯤 미끄러져 폭포수 아래로 떨어져 내렸지만 아래에서 놀던 학생들이 건져 준다..
아무렇지 않은 척 하산을 한다..
가면서 삼성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해 위치를 알아보고 수락산역에도 센터가 있음을 알고 찾아갔지만 핸펀은 삼성 꺼가 아니다...ㅠㅠ..전철을 타고 건대입구 까지는 왔는데 갈아타는 시간에
강변역까지 가기는 10여분이 모자랄 것 같아 내일 맡기기로 한다..
샤워를 하고 설벽이가 손수 상처를 치유하고 붕대를 감아준다..
밖에서 저녁을 먹으려다가 마녀가 꼭 자기가 하겠다고 하여 간단하게 장을 보고 집에서 손수 저녁을 차린다..
매꼼한 오징어볶음으로 소주 일잔씩을 비우며 하루해가 짧음을 아쉬워한다..
담날 .. 마녀가 한번도 가보지 못한 테크노마트에 들러 핸펀수리를 맡기고 "친절한 금자씨"를 본다..
그리고 점심시간에 12년지기 인연인 아가씨를 구의역에서 만나 점심을 먹는다..
한 여인네의 파란만장한 인생파노라마를 듣고나니 나 자신이 초라해짐을 느끼며 부끄러워진다..
점심을 먹는 동안 내내 소나기성 비가 내려 3시간 가량 식당에서 개기면서 얘길 나눈다..
인연이란 것이 묘한 것 같다... 서울에 와서 친구집을 전전할 때 두번째로 간 곳이 건대입구쪽인데 그곳이 설벽과 산마녀가 사는 곳이요..
직장을 새로 다니고 방을 새로 얻어 살았던 곳이 구의역인데 그곳에 아는 아가씨가 살고 있다..
마이 나와바리임에 진배 없는 곳에 아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저녁에는 부부와 같이 신천역까지 같이가 여기서 이별을 하고 ..
나는 친구와 친구의 친구들과 어울려 소주잔을 기울인다..
부부는 석촌호수에 갔다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빠져나와 닭갈비(?)를 먹었다고 한다..
12시가 되기 전 모두와 이별을 하고 강남고속터미널에서 12시 30분 우등버스를 타고 대구로 향한다..
예전 같으면 4시간이 걸렸을 시간이 중부내륙고속도로가 뚫려 3시간 10분만에 도착을 한다..
첫지하철을 타볼까 싶어 벤치에 누워 노숙자 신세가 되어 아침을 기다리며 모기를 쫓으며 지하철 시간을 기다린다..
지하철 역내 샷다 올리는 것과 동시에 역내로 들어가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횐님 중에서도 서울에 있는 산이 보고잡은데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생각하지 마시고..
주저하지 말고 새벽기차를 타고 상경하여 함 부딪혀 보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산에 갔다가 새벽기차나 버스를 타고 대구에 내려오면 조금 피곤하겠지만 좋은 추억으로 남을 겁니다..
나흘동안의 서울 생활..시간만 더 있다면 불암산도 돌아보고 싶었는데..
북한 도봉 관악 수락을 올랐으니 이제 몇 개 남지 않았는데 또 언제 이런 시간이 날런지..
수락산 산행도 능선을 쭈욱 타고 가야하는데 부상 때문에 아쉽게도 완주를 하지 못했다..
언젠가는 다시 도전하여 완주하고야 말 것이다..
여름휴가를 늘 북적대던 동해안해수욕장에서 보내다가 모두들 휴가가고 조금은 한산한 서울바닥...그 서울의 산중에서 자연을 벗삼아 휴가를 보냈음에 만족을 한다..
살아있음에 감사함이요...여러분을 다시 볼 수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첫댓글 후기 잼있네요 다음 나도 가고싶다 .........
갈딱 고개 저도 갔었어요~~거기서 주말마다 산에 와서 노래 부르는 사람 있는데...그리고 그 아래 진짜 멋진 주막집 아줌마 생각나네요~~수락산은 넘 아기자기하고 벤치가 많아요~~^^
나두...............가고푸다..........고생혔다.....상처 빨리 아물기를.....^^
나도...가고파~~~ㅋㅋㅋ동막골~~~도 가고프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