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검은 말벌. 독성 꿀벌의 125배
◀ 앵커 ▶
추석 연휴 벌초나 성묘하실 때 벌떼 때문에 걱정되시죠.
요즘 같은 9월이 제일 활동이 왕성한 시기라고 합니다.
특히 '등검은말벌'이라는 이 외래종의 공격을 더욱 주의해야 합니다.
꿀벌보다 독이 100배 이상 강해 이 벌에 쏘여서 숨지는 사고가
최근 잇따르고 있습니다.
생명뿐만 아니라 한반도 생태계 전반을 위협하고 있는
등검은말벌의 실태를 뉴스플러스에서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김윤미 기자가 시작합니다.
◀ 리포트 ▶
주택 처마에 달린 벌집을 화염으로 태우고 가로수 꼭대기
벌집은 소방호스 물대포로 제거합니다.
이렇게 119가 출동해 제거하는 벌집만 하루 천 개가 넘습니다.
주로 말벌 집인데 야산에 서식하는 다른 말벌과 달리,
최근 영남 지방을 중심으로 도심 주택가까지 활개치는
말벌의 8,90%는 외래종 '등검은말벌'입니다.
몸길이 2센티미터가량인 이 벌은 농구공보다 큰 집을
짓고 사람들을 위협합니다.
[신은영/경북대 학생]
"무섭죠. 뉴스에서 사람도 죽었다고 하니까,
저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일이고."
이름처럼 등이 검을 뿐만 아니라, 다리가 노랗고 배에
주황색 선이 있는 게 특징입니다.
이 말벌의 침 끝에서 독을 빼 봤습니다.
그 양이 꿀벌의 125배에 달합니다.
독성 성분은 아직 다 밝혀지지 않았지만, 충분히 치명적입니다.
[고영호/한림대 교수]
"등검은말벌의 독액에는 아주 다양한 물질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알레르기를 일으키거나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물질들은 아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웬만한 말벌엔 다 쏘여본 적 있다는 양봉업자도 이 벌은
두렵다고 합니다.
[김상순/양봉업자]
"저희가 말벌에 쏘여서 병원에 가는 일은 잘 없는데 제가
등검은말벌에 쏘여서 올해 두 번 병원을 갔어요…
훨씬 더 강하게 오는 거 같아요."
야산은 물론 도심까지 확산되고 있는데다, 떼로 덤비는
공격성 때문에 더욱 위험합니다.
[최문보/경북대 연구교수]
"벌집 크기도 크고, 개체 수도 토종말벌에 비해 2,3배 많기
때문에 위험도가 훨씬 더 높다고 볼 수 있죠."
이번 달 들어, 등검은말벌에 쏘여 숨진 사람은 확인된 경우만
3명에 이릅니다.
◀ 기자 ▶
등검은말벌은 지난 2003년 중국 상하이에서 부산으로 처음
유입됐습니다.
원래는 동남아 아열대 종이어서, 처음엔 '서식 환경이 달라 곧
죽겠거니' 했는데, 10여 년이 지난 지금 전국으로 확산됐습니다.
특히 열섬현상으로 상대적으로 덥고, 집 짓기 좋은 높은
건물이나 가로수가 많은 도심에서 잘 적응했습니다.
프랑스나, 최근엔 일본도, 이 등검은말벌의 유입으로
비상이 걸렸습니다.
인간만 위협하는 게 아니라, 생태계까지 크게 교란시키기
때문입니다.
정진욱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경북의 한 양봉장.
벌통 주변을 등검은말벌이 휘젓고 다니더니, 앉아 있는
꿀벌을 낚아챕니다.
날고 있는 꿀벌까지 닥치는 대로 죽입니다.
주변엔, 등검은말벌이 속살만 파먹고 버린 꿀벌 사체
껍데기가 곳곳에 널려 있습니다.
요즘 꿀벌에 가장 큰 위협입니다.
[김상순/양봉업자]
"이게 이틀 동안 (등검은말벌을) 잡은 거에요. 이게 숫자가
안헤아려지죠. 엄청나잖아요."
또 다른 양봉장.
등검은말벌의 극성에 올해 벌꿀 생산량이 30% 급감했습니다.
잠자리채로는 급증하는 등검은말벌 떼를 감당할 수 없어
포획틀은 물론 그물까지 설치했습니다.
[이록희/양봉업자]
"작년보다 배 넘게 등검은말벌이 많아요. 갈수록 위로,
윗지방으로 올라가고 있어요."
조사결과, 등검은말벌 떼는 1주일 만에 5만 마리의 꿀벌을
죽여 벌통 10개를 쑥대밭으로 만들었습니다.
꿀벌만 아니라, 다른 토종 말벌까지 씨를 말리고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부산 말벌의 25%를 차지했던
털보말벌이 10여 년 만에 5%로 줄고, 대신 등검은말벌이
우점종 지위를 차지했습니다.
이 때문에, 재작년 환경과학원의 생태 위해성 조사에서
등검은말벌은 큰입배스, 황소개구리와 같은 1급을 받았습니다.
[정철의 교수/안동대]
"개체군 밀도가 늘어난다면 외래 위협종인 배스나
황소개구리만한 환경적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매년 12km씩 영역을 넓혀가며 인간과 한반도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은 거지만, 정작 법정 생태교란
동물로는 지정되지 않아, 국가적인 퇴치 활동이나 감시
체계는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MBC뉴스 정진욱입니다.
등검은 말벌의 특징구분
등검은 말벌입니다.
1. 등이 검은색이다. 가장 뚜렷한 구분.
2. 꼬리에 주황색 선명한 띠가 있다. ^^
3. 다리 6개 모두 끝부분이 노란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