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범죄자 만들뻔했던 법 손질..벌금형 대신 과태료로 바꾼다

[정품 꽃소금]

尹정부 규제혁신 전략회의
형벌만능주의 탈피
기업 발목잡는 공정거래법 손질
계열사 자료 단순 신고 누락땐
벌금형에서 행정제재로 완화
음식점 호객행위도 처벌 낮춰
尹 "경영활동 위축 되지 않고
자리 창출 나서게 할 것"

◆ 규제혁신 전략회의 ◆

대구 달서구 성서공단 내 로봇 전문기업 아진엑스텍에서 26일 열린 제1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 참석한 주호영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과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왼쪽부터)이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이승환 기자]

김범수 전 카카오 의장(현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2016년 카카오가 상호출자제한기업으로 지정되면서 공정거래위원회에 그룹 계열사 5개를 누락해 허위 신고한 혐의로 벌금 1억원에 약식 기소됐다.

김 전 의장은 이에 2018년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2021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2심 재판부도 무죄를 선고했으며 대법원도 하급심 판단을 유지했다. 김 전 의장이 형사 재판까지 받은 것은 지주회사의 설립·전환과 사업 내용, 주식 소유, 채무보증 현황 등을 신고하지 않거나 허위로 신고하면 1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규정한 공정거래법 때문이다.

앞으로 기업과 기업인이 행정상 단순 위반 행위나 실수로 형사 처벌을 받는 일이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는 26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경제 형벌 규정 개선 추진 계획 및 1차 개선 과제'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정부는 공정거래위원회 산업통상자원부 등 10개 부처 소관 17개 법률 내 32개 형벌 조항에 대해 비범죄화·합리화하는 방안을 이날 마련했다.

정부는 기존 법률에 규정된 행정 제재로 충분히 입법 목적 달성이 가능하다면 형벌 조항을 삭제하거나 형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번 1차 과제에서는 공사 시행인가 또는 변경인가를 받지 않고 물류터미널 건설공사를 시행한 자에 대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는 물류시설법 형벌 규정이 과도하다고 보고 이 같은 형벌을 삭제한 뒤 같은 법의 사업정지로 제재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또한 식품위생법에는 식품접객업자 등 영업자가 손님을 꾀어서 끌어들이는 행위에 대해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영업점 호객 행위는 경우에 따라 징역형까지 받을 수 있는 조항인데, 정부는 이를 형벌 부과 대상에서 제외하고 영업 취소나 영업 정지 등으로 개선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신고·변경 등 행정상 경미한 의무 위반으로 분류되는 11개 규정에 관해서는 형벌을 과태료로 전환한다. 김 전 의장을 범죄자로 만들 뻔했던 공정거래법 조항은 1억원 이하 벌금에서 과태료(총수 1억원·임직원 1000만원 이하)로 바꾼다.

법 위반 기업에 행정 제재를 우선 가한 뒤 불이행하면 형벌을 부과하는 합리화도 추진한다. 하도급법은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구매확인서를 발급하지 않으면 하도급 대금의 2배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데, 이에 앞서 과징금과 시정명령 처분을 내리는 것이다.

정부가 과도한 경제 형벌 개선에 첫발을 내디뎠지만 실제 기업 활동에 긍정적 영향을 주려면 갈 길이 멀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16개 경제부처가 소관하는 법률 중 형사 처벌 항목은 6568개에 달한다.

일례로 현재는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해 기업이 수시로 공정위에 제출해야 하는 친족 등 특수관계인과 주식 소유 현황 자료 등이 사실과 다르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정부는 이번 1차 과제를 대상으로 올해 법률 개정을 신속히 추진하고 추가 의견 수렴을 통해 2차 과제도 마련할 예정이다. 다만 대부분 법 개정 사안인 점을 감안하면 여소야대 정국에서 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라는 주문이 많다.

최근 규제심판제도 첫 안건으로 오른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 철폐가 늦춰진 것을 연결시켜 '자영업자·소상공인을 의식해 규제 완화에 주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자 윤 대통령은 현 정부 들어 새롭게 도입된 규제심판제도를 잘 활용하자는 취지로 발언하면서 "지금 대형마트 영업시간 규제와 관련된 사항을 논의 중에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경운 기자 / 박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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