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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달호 편의점주·에세이스트
입력 2023.05.06. 03:00
일러스트=김영석
딩동―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휴대폰 알람이 울렸다. 출판사 대표 Y다. 약속해놓고 마감을 넘긴 원고가 있다. 뜨끔했다. 재촉하는 문자로구나. 그런데 웬걸. 뜬금없이 빵집에 빵이 쌓인 풍경을 보내왔다. “통밀빵을 보니 작가님 생각이 나서요.” 내용이 이어졌다. “댁에도 좀 보내드렸어요. 건강 챙기면서 일하세요. 파이팅!” 이 얼마나 다정한 압박인가. 생각지 못한 선물을 받는 경우가 있다. 어느 기업에서 사보(社報) 편집을 담당하는...
클레오파트라가 흑인이라는 다큐에… “오바마는 백인, 북극곰은 흑곰?”
이옥진 기자
입력 2023.04.29. 03:00
왼쪽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퀸 클레오파트라’의 공식 포스터, 오른쪽은 오바마 전 미 대통령의 가상 전기 영화 포스터에 백인 배우가 등장하는 합성 사진이다. 오른쪽 사진은 이른바 '블랙워싱' 현상을 비꼬는 밈(meme)으로, 소셜미디어 등에서 확산했다. /넷플릭스·트위터
“클레오파트라 여왕이 흑인이라고요? 그럼 오바마 대통령을 백인이라고 해도 됩니까?” 5월 10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역사 다큐멘터리 ‘퀸 클레오파트라’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예고편에서 흑인 여성주의 학자인 셸리 헤일리 미 해밀턴대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제 할머니 말씀이 아직도 기억나요. ‘학교에서 뭐라고 하든 난 신경 안 쓴다. 클레오파트라는 흑인이었어’.” ‘퀸 클레오파트라’에서 클레오파트라 7세를 맡은 이는 흑인 배우...
김황식 전 국무총리
입력 2023.04.29. 03:00
일러스트=김영석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통합을 이룰 수 있는 수단이 소통입니다. 그러나 지금 다양한 언론 매체에 더하여 SNS 등 소통 수단이 넘치지만, 사회는 서로 연결되지 않는 섬처럼 떨어져 있습니다. 소통은 끼리끼리에 그치고 때론 편 가르기 수단이 되었습니다. 만남과 토론이 이루어져도 각자 애당초의 주장을 끝까지 고집할 뿐 주장을 바꾸거나 타협하는 것을 보기 힘듭니다. 소통의 기본은 듣는 것, 곧 경청입니다. 경청은...
전봉관 KAIST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교수
입력 2023.04.29. 03:00
1945년 9월 8일 촬영된 일본 히로시마 시가지. 한때 관공서였다는 건물의 뼈대와 폐허만 보인다. 미군이 세계 최초의 원자폭탄을 투하하고 약 한 달 뒤에 촬영된 사진이다. /AP연합뉴스
“6일 오전 8시경 적(敵) B-29 몇 대가 히로시마시에 내습(來襲)하여 소수의 신형 폭탄을 투하하였다. 이로 인하여 시내의 많은 가옥은 무너지고 시내 각처에는 화재가 발생하는 등 상당한 피해가 있었다. () 적은 이 신형 폭탄을 사용하여 우리 무고한 민중을 살상하려는 미국민의 잔학성을 스스로 세계에 나타낸 것이다. () 이에 의하여 적 미(米)는 미래 영구히 ‘인류 정의의 파괴자’요 ‘사회 정의의 반역자’라는 낙인이 찍...
美 ‘스마트 총’ 판매 소식에… 韓 전세 사기를 생각했다
신순규 시각장애인·BBH 시니어 애널리스트
입력 2023.04.29. 03:00
일러스트=한상엽
지난주 토요일이었다. 아들이 다니고 있는 크리스천 학교에서 이메일이 왔다. 고등학교 캠퍼스처럼, 초등학교와 중학교에도 이번 주부터 무장 경찰관이 근무하게 됐다는 소식이었다. 이 조용하고, 경치 아름답고, 살기 좋은 북뉴저지 타운에 자리 잡고 있는 크리스천 학교에서 학생과 교직원, 그리고 방문하는 학부모 등을 보호하기 위해 무장 경찰관들을 고용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지난 3월 27일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에서 일어난 총기 사건 이...
안형준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 팀장
입력 2023.04.29. 03:00
지난 20일 미 텍사스 보카치카에서 스페이스X의 우주 로켓 ‘스타십’이 발사되는 모습. 발사 4분 만에 폭발해 실패로 끝났지만 일론 머스크는 “실패로 많이 배웠다”고 했다. /로이터 연합뉴스
지난 20일, 세계의 이목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미국 우주탐사 업체 스페이스X에 쏠렸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로켓인 ‘스타십’의 첫 비행 시험 발사가 시작됐다. 높이만 120m에 이르는 스타십에는 약 5000톤의 액체 산소와 메탄 추진제가 실렸다. 로켓 점화 이후 육중한 몸을 일으켜 지상 발사대를 벗어나는 데 10여 초가 걸렸다. 스타십은 지구 위 235km의 준궤도 고도까지 비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로켓은 발사 4분 만...
이석기·이정희 안 보인다고 OK?… 통진당 후신의 국회 입성
김아진 기자
입력 2023.04.22. 03:00
4·5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당선된 진보당 강성희 의원과 윤희숙 상임대표 등 진보당 대표단이 지난 10일 국회 본청 앞 계단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진보당은 부인하고 있지만, 과거 내란 음모 혐의로 해산된 통진당의 후신이다. /연합뉴스
최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대로변에는 ‘정치를 새롭게, 국민을 이롭게’라고 적힌 현수막이 걸렸다. 진보당이 4월 전북 전주을 국회의원 재선거 당선을 자축하면서 내년 총선에서 더 많은 국회의원을 당선시키겠다는 뜻을 담아 내건 것이다. 근처를 지나던 한 행인은 “진보당이란 정당을 아느냐”고 묻자 “진보당? 정의당이 이름을 바꿨느냐”라고 되물었다. 진보당은 종북 논란이 일었던 통합진보당의 내란선동 사건 10년 만에 간판을 새로 갈...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입력 2023.04.22. 03:00
일러스트=유현호
“현재 윤석열 정권이 자행하고 있는 언론 탄압의 정도가 선을 넘어서고 있다.” 민주당 고민정 의원이 지난 3월 29일 열린 민주당 언론자유특별위원회에서 한 말이다. 그녀는 왜 화가 났을까? 검찰이 한상혁 방통위원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기 때문이란다. 고민정은 이것이 ‘언론을 자기 입맛에 맞게 바꾸려는 윤 정권의 음모’라며, 준엄하게 말한다. “언론 자유가 왜 중요한지, 전 세계 언론인이 왜 대한민국 언론이 탄압받고 있다고 ...
“존재감 없어, 어떤 총리로 남고 싶나”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
입력 2023.04.22. 03:00
일러스트=김영석
“이 비 그치면/ 내 마음 강나루 긴 언덕에/ 서러운 풀빛이 짙어 오것다./ 푸르른 보리밭 길/ 맑은 하늘에/ 종달새만 무어라고 지껄이것다./ 이 비 그치면/ 시새워 벙그러질 고운 꽃밭 속/ 처녀애들 짝하여 새로이 서고/ 임 앞에 타오르는/ 향연(香煙)과 같이/ 땅에선 또 아지랑이 타오르것다.” 이수복 시인의 시 ‘봄비’입니다. 만물이 죽은 듯한 겨울을 보내고 새 생명의 봄을 맞는 어름에 봄비가 내립니다. 봄비는 봄을 재촉하는...
소문난 집돌이·집순이, 결혼 10년 만에 캠핑족 된 사연
서효인·시인
입력 2023.04.22. 03:00
일러스트=한상엽
강물에 부딪친 햇빛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이런 걸 윤슬이라 하던가. 눈이 부셔 손을 이마에 가져가 그늘을 만들었다. 그늘 사이로 다시 홍천강을 보았다. 본래부터 거기에 있던 것은 사람에게 경외감을 준다. 그것을 경치라 불러도 좋고, 뷰라 불러도 좋다. 그저 가만히 앉아 자연의 일부가 된다. 도시의 시끄러움과 일상의 번잡함을 잠시 놓아두면 이윽고 진짜 나를 찾는 시간이 올… 리가 없지. 둘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린다. “아빠! ...
‘편의점 원조’ 일본도 놀라는 “천하제일 한국 도시락”
봉달호 편의점주·에세이스트
입력 2023.04.22. 03:00
일러스트=김영석
“현미밥에 계란 프라이, 참나물, 볶음김치, 오징어볶음, 감자볶음. 카, 이 ‘혜자로운’ 구성 좀 봐. 엄마의 마음이 느껴지지 않니?” 내가 우리 편의점 도시락을 자랑하면 다른 브랜드 편의점을 운영하는 친구는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꾸하곤 했다. “음식 하면 역시 우리 ‘백 대표’ 아니겠어? 백 대표가 레시피까지 조율하며 자기 명예를 걸고 내놓은 도시락이야. 편의점에 들여오기 바쁘게 팔려나간다니까.” 그럴 때마다 늘 조용하...
김은경 기자
입력 2023.04.15. 03:00
요리는 역시 ‘장비발’인가. 넷플릭스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에서 요리사 가브리엘(오른쪽)이 에밀리에게 무쇠 주물 프라이팬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 /넷플릭스
넷플릭스 드라마 ‘에밀리, 파리에 가다’엔 이런 장면이 나온다. 이제 막 파리에 온 미국인 에밀리에게 이웃집 셰프 가브리엘이 오믈렛을 요리해준다. “평생 먹은 오믈렛 중에 최고”라며 맛있게 먹은 에밀리가 뒷정리를 하려고 프라이팬과 주방 세제를 집어드는 순간, 가브리엘이 막아선다. “안 돼요. 그러면 프라이팬이 망가져요.”(가브리엘) “이거 세제인데요.”(에밀리) “설거지하지 않고, 기름을 먹이는 거예요. 그게 오믈렛 맛의 비결...
김황식 전 국무총리
입력 2023.04.15. 03:00
일러스트=김영석
40여 년 공직 생활을 마치고 은퇴하니 서운하기도 하지만 좋은 일도 많습니다. 지금까지 한 공부는 공직 생활에 필요한 것 위주였다면 이후로는 그런 굴레를 벗어나 제가 좋아하는 것 중심이니 좋습니다. 지금까지는 좋은 책을 읽으며 행복감을 느꼈지만 이제 책을 쓰면서 또 다른 행복감을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좋아서 하는 공부가 자연스레 책 쓰기로 연결되니 더욱 좋습니다. 코로나로 칩거가 강요되는 시간을 활용하여 2022년과 202...
대한민국 敵 누구인가? 더글로리 복수성공과 한강기적의 공통점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ㆍ철학
입력 2023.04.15. 03:00
일러스트=유현호
문동은(아역 정지소)은 온몸이 가려웠다. 박연진(아역 신예은) 패거리가 고데기와 다리미로 지져놓은 화상 흉터로 얼룩져 있었다. 그러던 어느 겨울, 학교를 자퇴하고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나가던 동은은 연진이 자신의 몸을 지져대던 그곳, 텅 빈 강당으로 돌아갔다. 연진 일당은 제 발로 나타난 동은을 보며 당황했고, 그 틈을 놓치지 않은 동은이 대화의 주도권을 잡았다. “너 꿈 말이야. 싸이월드에 써 있는 현모양처, 그거 진짜야?...
일본의 집단적 상처 어루만진 ‘스즈메’… 화해는 공감에서 비롯된다
장부승 일본 관서외국어대 국제관계학 교수
입력 2023.04.15. 03:00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에서 주인공 스즈메는 폐허가 된 산속 마을에서 문을 발견한다. 문 손잡이를 돌려 열면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쇼박스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이하 스즈메)’이 400만 관객을 돌파했다. 놀라운 일이다. 사실 ‘스즈메’를 보고, 잘 만들긴 했지만 과연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스즈메’는 일본인들의 집단 체험을 일본적 문화 코드에 담아 일본적 배경 속에 그려내기 때문이다. 이토록 ‘일본적’인 영화가 한국 관객들에게 어필할까? 쉽지 않다고 봤다. 하지만 내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스즈메’는 2011년 3월 동일본...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
입력 2023.04.15. 03:00
섬진강 상류에 위치한 전북 임실군 천담마을. 이렇게 오염 시설이 없고 한가운데 개울물이 흐르는 한계마을 속 좋은 터를 귀촌타운으로 활용해야 한다. /김두규 교수 제공
‘한계마을.’ 아사다 지로의 ‘어머니가 기다리는 고향(母の待つ里)’을 읽다가 접한 용어이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50%를 넘어서는 마을을 말한다. 주민들이 농사를 지을 힘이 없을뿐더러 관혼상제 등 사회 공동체가 유지될 수 없다. 작가는 ‘저주스러운’으로 이 한계마을을 표현한다. 왜 ‘저주스러운’이라고 했을까? 작가의 의도가 무엇일까? 멀리 일본의 한계마을을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필자의 주소지 순창 ‘가라울’ 마을은 한계...
2030 여성 지지자 안 보이는데… 민주당이 ‘개딸’ 표현 못 버리는 이유
김아진 기자
입력 2023.04.08. 03:00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지자인 ‘개딸’들이 지난달 3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개딸이 2030 여성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날 현장에는 50대 이상이 더 많이 보였다. /뉴시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달 14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연 당원존 행사에는 자칭 ‘개딸’인 지지자들이 대거 모였다. 개딸은 ‘개혁의 딸’의 줄인말. 이 대표의 2030 여성 지지자란 뜻에서 시작했다. 최근엔 극렬, 강성 지지자를 통칭한다. 작년 3월 이 대표의 대선 패배 직후 2030 여성 지지자들이 인터넷 팬카페 ‘재명이네 마을’을 열고 스스로를 개딸, 이 대표를 ‘개아빠’로 부르면서 만든 신조어다. 이 대표도 당시 ...
김황식 전 국무총리
입력 2023.04.08. 03:00
일러스트=김영석
가난이나 병고에 시달린 세 모녀가 주위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합니다. 아파트 경비원이 관리소장이나 주민들의 갑질에 시달려 극단적 선택을 합니다. 아이들이 계모 등에게 학대받고 세상을 뜹니다. 우리가 요즈음 흔히 접하는 안타까운 소식들입니다. 사람 사는 세상에 이런 일이 없을 수 없다 하더라도, 너무 많습니다. 우리 사회 공동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면 과장일까요? 지난달 급한 돈이 필요한 취약 계층에게 최고 10...
서민 단국대 기생충학과 교수
입력 2023.04.08. 03:00
일러스트= 유현호
1989년 10월 13일, 건국대에 다니던 스물네 살 청년 정청래는 준비한 승용차를 주한 미국 대사관 옆에 세운 뒤, 차 지붕을 밟고 3m나 되는 담장을 넘어 대사관에 들어간다. 이 난동에 참여한 이는 모두 여섯 명. “공안 통치 배후인 미국의 내정 간섭 중단”이 요구 사항이었다. 그들은 직접 제작한 사제 폭탄을 대사관에 던지는데, 워낙 엉망으로 만든 탓에 폭탄이 터지지 않자 플랜 B에 들어간다. 대사관 거실에 시너를 뿌리고 ...
새벽 응급 수술하러 구급차 잡아 탔던… 아련한 通禁의 기억
김동규 서울대 신경외과학 명예교수
입력 2023.04.08. 03:00
일러스트=한상엽
원로 연예인의 회고담을 전하는 방송에서 우연히 야간 통행금지(이하 통금)에 얽힌 일화를 들었다. 초대 손님은 심야 음악 프로 진행자였는데 일을 마치면 통금 때문에 허가받은 방송국 차를 얻어 타고 집에 가곤 했다는 내용이었다. 지나가는 말이었지만 유사한 경험이 있던 터라 머릿속에 또렷하게 남았다. 예전 우리나라에 통금 제도가 있었다. 자정이면 매일같이 사방으로 사이렌이 울리면서 집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통금은 새벽 4시에 또...
[봉달호의 오늘도, 편의점] 정영일, 스필버그...우리의 시네마천국
봉달호 편의점주·에세이스트
입력 2023.04.08. 03:00
일러스트=김영석
한때 우리 집은 분식집이었다. 분식집 아들로서 좋았던 점은, 떡볶이와 어묵을 실컷 먹을 수 있다는 특권이 아니라, 영화를 남들보다 많이 볼 수 있다는 영광이었다. 당시에는 전봇대나 담벼락에 각종 홍보물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분식집, 만화방, 오락실, 다방 내외부는 광고에 제격인 장소였다. 벽면에 영화 포스터 부착을 허락하는 점포에 극장 측에서는 초대권 몇 장을 대가로 줬다. 사시사철 우리 집엔 초대권이 풍년이었다. 단골손님...
돈 없지만 당당한 게 최선은 아직 아냐… 빈부 초월해야 비로소 자유롭다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입력 2023.04.08. 03:00
산수화 거장 청전 이상범(1897~1972)의 1959년 작 ‘산가춘색’. 안빈낙도의 아름다움이 드러난다. /갤러리현대
자공이 말했다. “가난해도 아첨하지 않고, 부유해도 교만하지 않으면, 어떻습니까?”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럭저럭 괜찮지. 그런데 가난해도 즐거움을 잃지 않고, 부유해도 예를 좋아하는 경우만은 못하다.” 자공이 말했다. “‘시’에서 ‘끊어내듯이, 잘라내듯이, 쪼듯이, 갈듯이’라고 한 말은 아마 이것을 이르는 거겠죠?”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사(賜)야. 비로소 더불어 시를 논할 만하구나. 한마디 말해주니, 다음에 올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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