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를 참나무통에서 숙성시킬 때 자연적인 증발로 일정량이 감소하게 되는 데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이를 천사가 마신다고 생각하여 천사의 몫(Angel's Share)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자연적으로 감소하는 양은 조건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매년 2~3%정도 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위스키 숙성 기간은 술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위스키와 브랜디는 8년쯤이면 숙성도가 최고 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따라서 적정 숙성 기간인 8년을 기준으로 하면 자연적으로 증발하는 천사의 몫은 약 16~24% 정도가 된다. 이렇게 천사들의 몫으로 증발되는 위스키는 참나무통과 함께 최고의 맛과 향으로 숙성되어 재탄생하게 된다.
이런 천사의 몫(Angel's Share)을 우리들의 삶에서도 실천해 보면 어떨까? 즉, 매년 소득의 2~3%를 천사의 몫으로 돌려서 어려운 이웃에게 나누는 것은 어떨까? 조금 더 큰 마음을 먹고 5~10%정도를 천사의 몫으로 가난한 이웃과 나눈다면 천사들이 매년 2~3%의 몫을 가져가는 대신 최고의 맛과 향을 지닌 위스키를 빚어 주듯이 인간의 삶도 향기나고 행복한 삶으로 빚어 주지 않을까?
위스키의 제조과정에서 생기는 천사의 몫(Angel's Share)이 그저 날려버리는 허무한 손실이 아니듯이 인간사회에서 발생하는 천사의 몫도 그저 날려버리는 허무한 손실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기부하는 사람들을 두고 기부 천사라고 부르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기부 천사들의 말에 의하면 받아서 행복한 사람들보다 주는 자기들이 더 행복하다고 한다.
그런 천사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희망브리지”의 발표에 의하면 기부천사로 이름난 가수 아이유가 4일 경북 울진에서 시작돼 강원도 삼척까지 번진 대형 산불과 관련하여 피해자들을 돕는데 써달라며 1억원을 성금으로 냈다고 한다. “희망브릿지”는 갑작스런 재난과 재해로 힘들어하는 이웃을 돕기 위해 1961년 설립된 재난 구호모금 전문기관 “전국재해구호협회”의 또 다른 이름이라고 한다.
아이유 측은 극심한 산불 피해 소식을 접한 뒤 가장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 검토해 기부금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기부금은 산불로 주택이 전소돼 거처가 없는 피해 주민들의 임시조립주택 지원에 사용될 예정이다. 김정희 희망브리지 사무총장은 “갑작스런 산불 발생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많은 피해자들이 어려운 고통과 걱정에 빠져있는 상황”이라며 “아이유의 따뜻한 도움으로 이재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때까지 필요한 모든 것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말했다.
아이유는 2008년 데뷔 이후 연말이 되면 어려운 이웃이나 코로나19, 홍수 등으로 인한 사회적 재난 상황과 저소득층 등을 위해 꾸준히 기부를 실천해왔다고 한다. 그 결과 누적 기부액이 40여억 원을 넘는 등, 연예계의 대표적인 기부천사로 통한다.
또 다른 기부천사들의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2007년 12월 설립한 1억 원 이상 고액기부자 클럽으로서 일시에 1억원 이상을 기부하거나 또는 5년 이내에 1억원 이상을 기부하기로 약정한 사람들을 회원으로하는 기부단체이다. 이 아너소사이어티 회원은 해마다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우리 사회가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회원들이 많기 때문에 그래도 살맛나는 세상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말로 살 맛나는 사회는 역설적으로 기부천사가 없는 사회인지도 모른다. 기부천사가 없다는 말은 그만큼 불행한 사람들이 없다는 말이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은근히 기부를 강요하는 곳이 많다는 비판까지 있다. 카카오를 창업한 김범수는 5조원을 기부했고 배달의 민족을 창업한 김봉진은 5,500억원을 기부했다. 그렇게 고액을 기부했다면 그만큼 기업이 잘되어야 한다. 그런데도 시총 20대 기업의 매출은 매년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빈손으로 시작해 자수성가한 창업주들이 해야할 진짜 통 큰 기부는 통 큰 투자를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더욱 많이 만들어내 젊은이들에게 일할 기회를 부여하는 것일 것이다.
기부의 강요는 사유재산권 침해와도 같다. 한국의 부자들은 상속세라는 항목으로 재산의 50%를 강제로 기부하게 된다는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기부천사는 분명 천사같은 사람들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기부할 필요가 없는 사회를 만드는 것은 더욱 자랑스런 나라를 만드는 길임이 틀림없다. 국가가 책임져야 할 국민복지를 개인과 기업에게 떠맡기는 일은 없을수록 좋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만들어야할 진짜 나라는 모두가 자기 벌어 자기 먹는 당당하고 떳떳한 나라일 것이다. 그런 나라는 기부천사가 없어도 모두가 행복한 나라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