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완전정복] Ep.1) 월드컵의 탄생, 쥘 리메의 꿈

[존예보스최아린]

Ep.1) 월드컵의 탄생, 쥘 리메의 꿈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 (욥기 8:7

월드컵의 태동

아주 머나먼 과거,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축구의 위상은 지금과 확연히 달랐다. 당시 유럽은 제1차 세계대전의 영향으로 인해 매우 혼란스러웠다. 먹고 살기도 어려운데 스포츠에 신경 쓸 겨를이 있을 리 없었다.

FIFA 제3대 회장 쥘 리메 (출처: 영문위키)

국제축구연맹(이하 ‘FIFA’) 역시 마찬가지였다. 1904년 창설되었으나 이후 발발한 세계대전으로 인해 탈퇴하는 국가가 점점 늘어났다. FIFA는 국가대항전 대회 개최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으나 전쟁 등 외부적인 상황으로 인해 번번이 무산되는 상태였다. 이런 위기에서 축구뿐만 아니라 세계의 역사를 바꾼 인물이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바로 쥘 리메(Jules Rimet), 프랑스 군인 출신이었으며 프랑스 축구 협회장을 거친 FIFA의 세 번째 회장이었다. 쥘 리메 회장은 축구가 큰 힘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1차 세계대전 때 ‘크리스마스 휴전(*서부전선에서 장병들이 만들어낸 암묵적인 정전)’ 당시 영국군과 독일군이 총을 내려놓고 공을 차는 모습을 보며, 축구가 전 세계를 하나로 만들 수 있다고 믿기 시작한 것이다.

FIFA vs IOC

월드컵 출범 이전, 당시 최고의 국제 축구 대회는 하계올림픽이었다. FIFA는 국제올림픽위원회(이하 ‘IOC’)와 협력하며 대회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한다. IOC에는 ‘아마추어리즘’이라는 규정이 있었다. 이는 돈을 받지 않는 아마추어 선수만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다는 조항이었다. 반면, FIFA는 축구 선수들이 돈을 받고 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했다. 즉, 프로 제도를 도입하려 했다.

1920년대는 FIFA의 주도 아래 돈을 받고 경기를 뛰는 프로 제도가 시작되고 있는 시기였다. 최고의 축구대회인 하계올림픽을 두고 두 단체는 대립할 수밖에 없었다. IOC는 아마추어리즘을 내세우며 프로 선수들의 대회 참가가 절대 불가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되자 FIFA는 ‘최고의 선수들이 없는 대회가 과연 최고의 대회라고 말할 수 있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심지어 1932년에 열리는 LA 올림픽의 개최지인 미국에서는 축구의 인기가 높지 않기 때문에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매우 희박했다. 이에 쥘 리메와 FIFA는 다가오는 1930년, 독자적인 국제축구대회 창설을 결심한다.

현 시점에서 봤을 때, 월드컵을 창설한 FIFA는 모든 스포츠 종목을 망라하는 IOC보다 더 위상이 높다.

*사진은 내용과 관계 없이 2021년에 발표한 가장 매력적인 고용주 설문 순위 (출처: iworkinsport.com)

첫 출발의 땅, 우루과이

FIFA는 1924년과 1928년 하계 올림픽 대회를 모두 제패한 우루과이를 대회 개최국으로 선정했다. 마침 1930년은 우루과이가 독립 및 건국 100주년을 맞이한 해였다. 우루과이 역시 개최 의지가 상당했다. 국가 홍보와 국민 통합 차원에서 대회를 열고자 한 것이다. 심지어 참가국의 모든 참가비용을 부담하기로 했다. FIFA 입장에서는 상당히 고마운 제안이었다.

하지만, 유럽 국가에서 거세게 반발했다.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겠지만, 당시에는 비행기가 없어 보름이나 걸리는 배를 이용해 남미까지 가야 했다. 비용은 둘째 치더라도 긴 항해를 하면 선수들의 컨디션 관리가 제대로 될 리 없었다. 자존심 센 유럽 국가들은 자칫 남미 국가에게 패해 당할 ‘망신’을 염려했을지도 모른다.

쥘 리메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자신의 지갑을 열어 유럽 주요 국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그는 영국을 먼저 찾아갔다. 1924, 1928 올림픽을 연이어 불참한 잉글랜드의 대답은 뻔했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는 “그런 대회 따위 없어도 자신들이 세계 최고인데 굳이 참가해야 하나?”라는 말과 함께 자존심을 앞세우며 참가를 거절했다. 하지만 쥘 리메는 여기서 포기하지 않았다. 유럽 전역을 바쁘게 돌아다닌 결과, 자신의 조국인 프랑스, 구 유고슬라비아, 벨기에, 루마니아의 참가를 이끌어냈다.

2002 한일월드컵 당시 대한민국은 축구를 통해 유래없는 국민 대통합을 이루어 냈다.

쥘 리메가 원했던 그림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출처: 한겨레 영자신문)

쥘 리메, 왜 월드컵에 인생을 걸었나?

스포츠는 당시 귀족들의 전유물이었다. 가난한 식료품상의 아들로 태어난 쥘 리메에게 스포츠는 그야말로 그림의 떡이었다. 아마추어리즘 역시 이런 시대적 배경을 통해 등장한 것이다. 지금이야 아마추어를 들으면 온라인 게임 <피파온라인4>의 하위 등급과 운동을 좋아하는 일반인들을 떠올릴 테지만 당시는 정반대였다. 돈에 연연하지 않고 스포츠를 즐기는 상류층을 바로 아마추어라 칭했다. 반면, 프로는 아마추어의 눈치를 보며 돈을 버는 하류층을 뜻했다.

쥘 리메가 IOC에 대항하면서 아마추어리즘을 깨고자 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모든 계층이 동등한 입장에서 스포츠를 즐기기 원했던 것이다. 쥘 리메는 그 수단으로 축구를 택했다. 두 다리와 둥근 공, 땅만 있으면 가능한 축구야말로 모든 계층을 상징할 수 있다고 믿었다.

현 시점에서 봤을 때, 쥘 리메의 염원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모든 세계인이 화합하여 즐기는 아주 창대한 축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축구 역사를 아니, 지구촌 역사를 바꾼 세계 최고 축제의 시작은 바로 쥘 리메, 개인의 미약한 꿈으로부터 시작한 것이었다. 모든 축구인의 가슴을 불태운 마성의 단어 월드컵은 쥘 리메의 각고의 노력 끝에 마침내 1930년 우루과이에서 출발했다.

출처 - https://www.fmkorea.com/best/5041131223

목차

[월드컵 완전정복] Ep.0 프롤로그 '아는 만큼 보인다' : https://www.fmkorea.com/5037043213

블로그 원문 : https://blog.naver.com/football1229/222881752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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