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는 지금의 ‘애국가’에도 등장하지만 옛날 고구려와 고려시대부터 나라를 상징 하는 나무로 여길만큼 우리 민족과 관계가 깊다. 물론 요즘 야산에 널려 있는 검정빛 깔의 리기다소나무가 아니라 위풍도 당당한 토종 소나무를 말한다. 빛깔이 붉어 적 송, 육송이라고도 한다.
적송 뿌리에서 채취한 백봉령(솔뿌리혹)은 한방의 고급처방에 빠지지 않는 약제이며, 그 씨앗은 심혈관계 질환과 스트레스 해소에 특효인 불로장수식품으로 쓰였고, 송화가 루는 강정식품으로 애용됐다. 가장 쉽게 얻을 수 있는 솔잎은 민간약재로 널리 사용되 었고, ‘초근목피’로 연명해야 하던 시절에는 가장 안전한 구휼식품으로 쓰였다.
<동의보감>에 정리돼 있는 솔잎 응용처방들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1. 허리아플 때(요통)
솔잎을 볶아 보드랍게 가루 낸 것을 한번에 4~6g씩 하루 3번 먹는다. 솔잎 200~250g 을 술 11잔에 넣고 10~15일간 담가두었다가 한번에 한잔씩 먹는다. 오래 전부터 이 방 법은 요통과 신경통 류머티스성관절염 등에 민간요법으로 쓰여왔다.
2. 피부질환 치료
솔잎 성분에 있는 생체활성 물질이 소염과 항생작용을 활발하게 해 피부치료에 탁월 한 효과가 있다. 이러한 부분을 반증하는 신기한 예로 상처입은 산짐승이나 야생동물들은 자구책으로 소나무에 몸을 기대고 상처부위를 소나무에서 나오는 진액에 문질러 스스로 방책을 찾 는다고 한다.
3. 멀 미
솔잎을 씹거나 물고 있으면 심하지 않은 멀미에는 효과가 있다.
4. 설사(이질)
솔잎 2㎏을 씨를 뺀 대추 300g, 입쌀가루 300g과 잘 섞고 시루에 쪄서 햇볕에 말려 곱 게 가루 낸다. 이를 물엿에 반죽하여 하나의 무게가 10g 정도 되도록 과자를 만들어두 고 한번에 서너 개씩 끼니 뒤에 바로 먹는다. 설사가 심하면 솔잎의 양을 두배로 늘린 다.
5.중풍(뇌졸중 죄출혈)
중풍으로 입과 눈이 비뚤어진 데 쓴다. 깨끗한 푸른 솔잎 100g을 짓찧어 즙을 내 술 500㎖에 넣고 하룻밤 더운 곳에 놓아두었다가 한번에 50㎖씩 하루 3번 빈속에 먹고 약 간 땀을 낸다.
6.찜질효과
이 밖에 뼈에 타박이 되었거나 인대가 늘어나는 등 힘줄이 상한 곳에 솔잎 태운 재를 덥게 하여 환부에 붙여 찜질한다.
소나무는 전기를 대전하는 대전성 식물로 벼락을 맞는 일이 없다고 한다. 옛날 궁궐이 나 사찰 등 대형 건물을 짓는 데에 우람한 육송을 통째로 베어내 기둥으로 삼은 데에 는 이러한 통찰이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이러한 이유로 천연 생리활성물질로서의 개발 이 기대를 모으고 있기도 하다.
뿌리부터 줄기 잎, 그리고 수술에서 흩날리는 꽃가루(송화)와 솔방울 씨앗까지 모두 약이요 식품으로 이용되었다. 껍질이나 줄기 잎을 태운 재와 숯은 특별한 처방들로 이 용되었다. 중국의 고대 의서들에도 소나무와 관련한 처방들은 나오지 않는 곳이 없 다. 소나무를 태워 얻은 검댕(적송상)은 젖먹이 아기의 오줌과 함께 귀중한 궁중약재 로 사용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또 소나무의 밑둥에서는 송이가 자라고 뿌리에서는 복 령이 자라 귀한 건강식품으로 쓰이고 있으니 그 용도가 무한하다.
쌀가루 모밀가루와 함께 북쪽으로 나 있는 겨울 솔잎을 채취해 밑둥 흰 부분만 듬뿍 넣어 송편을 만들면 50대 이후 노년의 고혈압 심장병 뇌졸중 뇌일혈 간울기 등을 막는 데 좋고 송진을 법제하여 다른 먹이와 함께 먹인 흑염소는 성인병 예방에 최고의 식품 으로 알려진다.
오늘날 북한에서는 송화가루를 모아 만든 송화다식을 고급 간식거리로 여기고 있다. 송화다식은 조선시대 궁중연회에 70회 이상 진설 됐다는 기록도 있다. 송화다식은 꿀, 송화가루, 찹쌀가루를 재료로 하며 계피가루, 오미자, 홍화 등을 첨가제로 쓴다.
솔잎이 가장 왕성해진 여름이다. 손이 많이 가는 전문처방으로 이용하기는 어렵지만 솔잎을 구하기 어렵지 않은 조건이라면 일반 가정에서도 간단한 여름음료를 만들어 이 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생솔잎과 검정콩을 2:1의 비율로 하고 여기에 5배양의 물을 부어 은근한 불에 달인 다. 물이 절반쯤으로 졸면 불을 끄고 흑설탕이나 꿀을 넣어 마신다. 식사 중간에 마시 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며 여름에는 냉장고 등에 보관해 시원하게 마시는 것도 좋을 것 이다. 수험생은 물론 정신노동이 많은 이들에게 매우 유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