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위한 기도
2023년 12월 2주
다날
이곳저곳에서 각자의 삶터를 가지고 있는 아들들과 화상통화를 했습니다. 사는 곳과 하는 일이 달라 마음이 이전 같지 않을까 하는 걱정으로 “마음을 같이하여 같은 사랑을 가지고 뜻을 합하며 한마음을 품어 오직 겸손한 마음으로 각각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각각 자기 일을 돌볼뿐더러 또한 각각 다른 사람들의 일을 돌보아 나의 기쁨을 충만하게 하라”(빌 2:2~4)라는 말씀을 떠올렸습니다. 교회를 떠난 지 오래됐지만, 하나님께서는 여전히 아들들을 붙잡고 계시는 줄 믿습니다. 우리 가족 모두가 하나님의 마음에 합하여 같은 사랑을 가지고 살아가게 도와주시옵소서.
부날
“내 속엔 내가 너무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쉴 곳을 찾아 지쳐 날아온 어린 새들도 가시에 찔려 날아가고”(시인과 촌장, ‘가시나무’). 주님, 기도한답시고 제 말 만 속사포처럼 쏟아 놓느라 미처 주님의 말씀을 듣지 못했습니다. 저의 욕심으로 저의 속을 가득 채워 주님을 마음에 모실 공간이 없습니다. 주님뿐만 아니라 저의 관심과 저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사람마저도 깃들지 못하고 찔러 날아가게 해버렸습니다. 얻어내고 이뤄내기 위한 노력보다 더 어려운 것이, 내려놓고 비워놓고 소유하지 않겠다는 마음인 것 같습니다. 최소한 지쳐 날아온 어린 새가 깃들 수 있을 만큼만이라도 비워놓고 살아가게 해주십시오.
무날
했던 말, 했던 모든 행동이 여리고 가냘프던 아이들에겐 상처가 됐고 아직 짙은 흉터로 남아 있습니다. “무슨 말을 했고 무슨 행동을 했든 단 한 번도 너희들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라고 말한다고 해서 위로가 되지 않고 핑계로만 여길 것 같습니다. 끝없이 용서를 구하며 사는 것밖에 길이 없을 듯합니다. 그리고 이제부터라도 ‘오직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갈 5:22~23)로 조금이라도 상처를 주지 않는 기독교인으로서 기독교인답게 그리고 부모로서 부모답게 살아가게 해주십시오.
남날
‘세상에 지쳐가던 내게 그대는 다가와 가물어 갈라진 가슴에 단비를 주었죠. 오월의 햇살 같은 꿈이여’(그대 고운 내 사랑 가사 중). 겨울에 ‘오월의 햇살’ 같은 사람을 만납니다. 가슴에 아름다운 꿈을 품고, 최고 중의 최고를 지향하는 가족들입니다. 주님, 이들이 자기 일에 최고의 실력을 갖췄다는 자부심으로, 최고의 실력을 갖추겠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해 그리고 철저하게 일하고 채우며 잘 익어가게 해주십시오. ‘무릇 있는 자로서 더 받아 더 풍족하게’(마 25:29)하는 삶을 살아가게 해주옵소서.
쇠날
길바닥에 나 뒹굴며 짓밟히는 낙엽을 보며 “네 꼴이나 내 꼴이나”라고 독백할 때가 있습니다. 지나버린 세월에 헛되게 먹어버린 나이를 생각하며 망연자실해질 때입니다.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르치며 살아왔는데도, 후회와 허망과 자조에 빠져 다시 후회 허망 자조를 만들어내는,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반복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곤 합니다. “이제 내가 사람들에게 좋게 하랴 하나님께 좋게 하랴 사람들에게 기쁨을 구하랴”(갈 1:10)라는 말씀을 마음에 새겨 ‘오직 주를 두려워하여 성실한 마음으로,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 다하여 주께 하듯’(골 3:22-23) ‘세월을 아끼며’(골 4:5) 살아가게 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