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통영을 처음 찾은 것은 1990년이었다.
당시는 통영이 아니고 충무라고 불렀다.
경부고속도로를 타다가 구마고속도로로 갈아 타고 또 남해고속도로로 해서 마산 통영으로 갔다.
마산에서 통영간은 비포장도로로 산을 구비구비 돌아 넘어 간 기억이 난다.
언문고개에서 내려다 본 통영은 과연 동양의 나폴리라 불러도 손색이 없었다.
연어양식을 위해 한국해양연구소(당시는 과기처산하 기관)와 공동 프로젝트를 수행하기위해서
해양연구소 현장 가두리를 방문한 것이다.
우리는 강원도 치악산 밑에서 은연어 발안란을 수입, 부화시켜 치어를 생산하고
이들 치어를 충무 해양연구소 가두리 양식장에 입식시키기로 한 것이다.
요즘은 통영을 가려면 새로 생긴 무주로 해서 진주 사천 고성 통영으로 가면 훨씬 빠르다.
통영에서 10년간 가두리 양식을 하며 많은 추억을 쌓았다.
저녁이면 객지생활의 허전함을 달래려 다찌집을 전전하고 맛집이라는 맛집은 다 설렵하고 다녔다.
내가 자주가던 데파트에 뚝배기집.
지금은 무전동 매립지역으로 이사를 갔다.
그래도 내가 가면 뚝배기에 해물과 대합,조개를 가득 올려주던 무뚝뚝한 쥔장.
비법좀 알려달래도 무표정한 얼굴로 안된다라고 잘라말하던 그사람.
그래도 뚝배기에 마음속 잔정을 듬뿍 담아주었다.
겨울이면 연어를 가두리에 해수순치시키기 위해 달아연쇄점에 민박을 정해놓고
바로 옆에 수조관에서 24시간 교대로 연어를 지켰다.
밤이면 원양어선을 타다 다쳐서 쉬고 있는 연쇄점 주인아저씨와 소주잔을 기울이고
아침이면 운동삼아 달아공원에 올라갔다.
다리를 저시는 선창상회 아줌니는 잘 계신지 모르겠다.
맛은 없지만 인심이 좋은 서울매운탕집 아줌니.
삼덕에 삼덕다방과 산양다방 언냐들은 지금쯤 뭘할까? ㅋㅋ
6월 한달내내 가두리에 있는 연어를 잡아 올릴때에는 항남동 항남장여관을 잡아 놓고
직원들하고 합숙을 했다.
군대에서 제대한 아들을 취직부탁하던 수원아지매와 오징어 한마리 구워 놓고 맥주마시던
시절이 좋았다.
직원들하고 회식할때 단골로 가던 고성곱창집.
아지매, 아저씨와 기특한 아들, 딸들이 일손을 돕고 있었는데 대창을 양념에 재서
돌판에 구워주는데 그맛이 기가 막히다.
가끔 아이스박스에 투고(To go)해서 서울 집으로 가져가기도 했다.
당시만해도 가두리 양식이 잘되서 통영에서 돈자랑을 하지 말라고 했다.
직원들하고 통영관광호텔 나이트를 갔는데 카드를 안받는 것이다.
90년 초만해도 통영에는 카드받는 집이 없었다. 전부 현찰장사였다.
서호시장가는 중에 됫골목에 허름한 소래미 물회집이 있다.
외부에서 손님이 찾아 오면 빠트리지않고 이집으로 안내했다.
노인부부가 변함없는 손맛으로 전국에 매니아를 확보하고 있다.
술마시고 해장은 시장통에서 장어뼈와 대가리로 밤새 울궈낸 씨레기국도 괜찮고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수정식당에서 쫄복뚝배기에 막걸리 한사발도 괜찮다.
멸치잡이 배가 들어오면 선착장에 나가서 바닥에 튀는 굵직한 곡멸 한바가지를 주워다가
석쇠에 얹어 기름이 자르르 흐르게 연탄불에 구어놓으면 소주안주가 따로 없다.
인심좋은 선장아저씨 만나면 뽈래기나 학꽁치도 얻어먹는 행운이 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56A4048521909BE2C)
저녁노을이 붉게 물들어가는 바다를 바라보며 가두리 끝 삐꾸다이에 걸터앉아
찬란한 은빛 철갑을 자랑하는 감성돔(강생이)을 한점 베어 물고 댓병짜리 소주를
주발에 한가득 넘치게 부어 마시며 육지의 향수를 달랬다.
한잔 두잔 술에 바닷속 불빛이 흔들리는 건지 내가 흔들리는 건지...
그렇게 밤바다는 저물어 간다.
저멀리 수평선 끝에 커다란 원양선이 고동을 울리며 지나간다.
잠시후면 그 배의 여파로 우리 가두리는 또 한번 요동을 친다.
갈매기 소리와 바람소리.삐꾸다이끼리 부딪히는 마찰음소리...
그리고 가두리속 고기떼들의 물텀벙소리만 들린다.
바니걸스의 파도
첫댓글 새벽부터 한사발 생각 납니다 ㅋㅋ
죄송합니다. 늘 시도때도 없이 술생각 나게해서..ㅋ
이거 영~~시차적응이 안되니...ㅎ
에구 어인 말씀을요~
언제나 구수한 글 고맙습니다 ~~~
충무 자동차 정비공장 주인은 자기가 멍게를 양식에 성공시킨 전국 유일의
![크리](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0725/texticon110.gif)
너스님 구수한 옛이야기 ![즐](https://t1.daumcdn.net/cafe_image/pie2/texticon/ttc/texticon12.gif)
감합니다,
장본인으로서 자랑이 대단하던데요, 멍게 양식장도 엄청넓엇고요,
벌써 30 년전 이야깁니다 만,
멍게를 보통 우렁쉥이라고 하지요.
요즘은 멍게를 까서 급냉해서 호텔에 납품도 하고 일본으로 수출도 하지요.
뉴스를 보니 적조가 1년에 몇차례씩 와서 양식업도 위험도가 높네요.
내가 할때는 2년에 한번정도 왔는데..
그만큼 바다가 오염이 많이 됬다는거지요.
청정지역은 우리 스스로가 만드는 것인데..
하와이에는 공장이 한곳도 없답니다.
오폐수가 바다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위해서 허가를 안해준다고 하네요.
인과응보.
자연을 자연그대로 보존해야 되는데...
내두 곳잘 그곳에 갑니다
통영을 알고 벌써 서너번갔다왔네요 금년에만요...
익산입니다 술한잔 생각나시면 연락하이소...
지금도 통영에 가면 아는 사람 몇몇은 있을겁니다.
가두리에서 회한사라에쏘주한잔 하고 싶네요.
대통주님..기회가 되면 제가 대접해야죠..^^
삭제된 댓글 입니다.
아직 우리들의 혀는 그때를 기억하고 있나봅니다.
어쩌면 머리보다 혀가 더 영리할지 모르겠네요.ㅋㅋ
통영이 그런 곳 였군요
한15년전 쯤해서 남해를 돌아보는 마음의 병이 발동 걸려서
부산의 태종대.용두산 에서 목포 유달산 까지 중간에 여기저기를 구경 했는데 그 당시엔 충무라고 불리웠어요
충무 할매 김밥이 유명 했지요 뭐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방랑을 하며 똑딱이로 기념 사진만을 찍었답니다
지금은 세월의 흐름으로 제 자신이 변화가 있었듯이 그 곳들도 많이 변 했겠지요
충무할매김밥..유명하지요.
지금은 너나 나나 모두 원조라고 우기지만..
낙시배타고 나가는 사람들의 도시락이 충무김밥이었지요.
김밥에 속을 넣으면 장시간 배타고 나가다보면 쉬어버려서
속을 안넣고 김과 밥만 말고 반찬을 따로 먹어서 유래됬다고 하네요.
일종의 따로김밥이죠..ㅋㅋ
통영엔 먹을거 천지군요.
아직 가보진 않았지만 거기서 공수해온 회도 먹어봤고 석화도 먹어보긴 했습니다.
바닷가의 저녁노을이 아름답네요
저희동네 엊그제의 저녁노을도 저녁빛이 발그레이 물든 휘날래에 눈이 황홀했습니다.
저녁노을을 좋아하는 까닭입니다용~
구름에 달가듯이 가는 나그네..
닉이 참 한가로워요..ㅋ
다찌집에 가변 술값만 받고 안주는 무제한으로 계속 리필되지요.
참 푸짐했는데...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