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국화향기에 취해서~
봄날처럼 따뜻한 늦가을 오후 공원길을 걸었다.
공원 한 켠에는 수십개의
국화 화분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었다.
어른 손톱만한 크기부터 시작해서 손바닥만한 크기까지 국화는 참으로 모양과 크기도
다양했다.
꽃가까이에 가서 습관처럼 국화향기를 맡았다 .
그윽하고 찐한 국화 내음이 코끝에서 느껴졌다.
머리가 억새꽃같이 흰 할머니가 허리를 구부리고 ,,꽃색깔이 우째이래 고불꼬,,라고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국화꽃 냄새를 맡고 있었다.
연식이 들수록 꽃이 더 고와 보이는 것일까~
그렇다. 나역시 꽃을 보면 나도
모르게 아!하는 탄성을 지르게 되니 말이다.
전에 없이 꽃이 예쁘게 느껴지는건
어쩌면 나이들었다는 방증일 것이다.
자태가 화려하고 큰 국화보단 작고 수수한 색상의 국화가 훤씬 향기가 짙었다.
사람도 이와 유사하지 않을까 싶다.
외양이 수려한 이보다 수수한 사람에게
오히려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되니 말이다.
몇 년전 친구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국화꽃을 보니 불현듯 노란 국화꽃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던 친구의 모습이 떠오른다.
항상 상대의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마음 따뜻한 친구였는데,
이 가을 문득 친구를 떠올리니 마음이 아릿하고 친구가 그리워진다.
온세상을 꽃물결로 황홀하게
물들이고 이내지고 마는 봄 벗꽃과는
달리 은은한 향기로 오상고절까지 오래 피어 있는 꽃이 가을 국화이다.
국화는 매화 , 난초, 대나무등, 사군자 중의
하나로 절개와 지조 고매한 인품을 갖춘 여인을 연상케 한다.
서정주님의 국화옆에서란 싯귀절이
떠오른다.
,,한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네노란 꽃잎이 피려고 간밤에 무서리는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시인은 꽃한송이 피우는 것에도 무서리 내리고 잠도 오지 않는다고 했다.
작은 꽃잎 하나의 탄생에도 고통과 시련은 따르는 법일거늘,
우리네 삺처럼 ,
가을이면 작은 국화 화분 몇 개 사서
베란다에 두곤 했는데
올해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인지 그냥 무심하게 가을을 보내고 말았다.
가을내내 공원 연못가에 피어 있던 코스모스 백일홍은 어느새 자취를 감추었고 오직 국화만이 유일하게 남아 있다.
국화꽃 위로 호랑나비들이
날았다 앉았다를 반복하고 있다.
나비처럼 국화꽂 주위를 이리저리 배회했다.
하양, 노랑 ,주황, 연보라
국화꽃 옆에 있으면,
꽃색감이 주는 매혹적인 아름다움과 국화 특유의 꽃향기로 금방 국화꽃의
매력에 푹 빠져 들게 된다.
가을과 겨울 사이,국화 꽃송이 위로 은바늘처럼 하얗게 늦가을 햇살이 쏟아져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