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누키우동
사누키(讚岐)는 현재 일본 시코쿠지방 가가와(香川)현의 옛이름입니다. 이 사누키우동이 일본 우동의 원조라는 사실을 아십니까? 일본인들은 우동에 대한 사랑이 각별해 각 지방마다 자기 고장 이름을 붙인 특색있는(일본사람들은 보통 향토요리라 부릅니다) 우동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이 사누키우동은 모든 일본인들이 우동의 4번타자라 인정할 정도이니 궁금하시죠? 우동은 처음부터 일본에서 태어난 게 아니었습니다. 헤이안시대인 서기 806년 당나라에 유학했던 승려 고보(弘法)대사가 원료인 밀과 함께 우동의 제법을 가지고 돌아와 이 지방 고마쓰(小松)마을에 전한 것이 일본우동의 시초가 된 것이죠. 일본인들은 우동의 기원에 대해 여러 설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이 설을 가장 신뢰감 있게 내걸고 있더군요. 이쯤에서 아셨겠지만 우동 역시 중국이 원산이라는 것은 알 수 있겠죠.(중국우동 또한 간단치 않죠. 13세기에 이탈리아의 마르코폴로가 원나라를 방문해 우동 만드는 비법을 습득해 돌아가 만든 것이 마카로니란 설도 있을 정도이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가가와현 사람들은 우동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해 다방(우리식 커피숍보다는 전통찻집 개념쪽이 가까운)의 메뉴에 우동이 들어있을 정도로 하루에 한번이라도 먹지 않으면 금단증세가 생길 정도라고 합니다. 이 사누키 우동이 세월을 거치면서 일본 전역에 퍼졌고 이제 우리나라까지 상륙했을 정도니 할 말 다했죠?
하카다우동
내친 김에 하카다우동에 대해서 조금 이야기할까요? 하카다(博多) 아시죠? 지금 후쿠오카(福岡)의 옛지명이죠. 일본우동은 기본적으로 가쓰오부시라는 가다랭이 말린 것으로 국물을 내는 것이 원칙입니다만 하카다우동은 규슈 앞바다에서 잡히는 해산물로 국물을 내는 것이 특징이죠. 특히 문어(일본사람들 문어 정말 좋아합니다)가 들어간 것이 하카다우동이라 할 수 있고 여기사람들은 면을 다소 굵게 잘라내는데 이 굵은 면이 목구멍을 타고 약간 캑캑거리며 넘어가는 맛을 즐겨야 하카다우동을 먹는 맛이라고 한답니다. 이 정도쯤에서 정리를 하죠. 일본 우동은 앞서 예를 든 것처럼 지역에 따른 종류와 만드는 방법에 따른 종류로 크게 나눌 수 있습니다. 우선 지역에 따른 종류 몇가지를 더 소개하지요.
오사카우동
일본 속담에 ‘교토사람은 옷 사다가 망하고 오사카 사람은 먹어조지다 망한다’는 말이 있는데 그 정도로 음식에 관한 최고라 뽐내고 있는 오사카 우동이 없을 수 없겠죠.
오사카를 대표하는 우동은 우동스키입니다. 잘 알고 있는 스키야키와 비슷하게 우동과 건더기를 끓이면서 먹는 냄비요리의 하나지요. 그런가하면 스(素)우동이라 해서 아무 것도 넣지 않고 우동 면발과 국물 맛만을 즐기는 것도 오사카 음식입니다. 에도막부가 들어선 이후 간사이(關西)에 뒤질 수 없다며 간토(關東)지방 사람들이 만들어낸 우동은 힘과 관련을 지어 재미있습니다. 지카라(力)우동이란 것이 그것인데 간사이에서는 가친(불끈 힘이 솟는다)우동이라고 하죠. 이것은 떡라면과 비슷해 우동에 떡을 넣는 것입니다. 마치 간토사람들은 힘(권력?)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는 것 같아 우습기도 합니다. 야마나시(山梨)현의 ‘우동메시(飯)’는 우동에다 밥을 넣은 것으로 이곳에서 먹는 맛이 각별하다고 합니다. 기억나십니까? 한 때 우리 독서계를 강타했던 일본동화 ‘우동 한그릇’. 사실은 이게 의도적으로 잘못된 번역을 한 것이거든요. 원제는 ‘소바 한 그릇’이죠. 소바(메밀)라 하면 낯서니까 우동으로 바꾸었는데, 하지만 우동에 대한 정서와 소바에 대한 정서는 많이 다르거든요. 이에 대해서는 다음에 기회 있으면 얘기할께요. 이 ‘우동 한 그릇’의 무대는 홋카이도 삿포로시의 홋카이테이(北海亭)라는 조그만 소바집이에요. 세 모자간의 애틋한 이야기는 전후 경제적 번영을 누리고 있던 일본인들에게 과거에 대한 향수를 불러 일으켜 일본 전역을 들썩거리게 할 정도로 난리가 났었죠. 일본 언론은 이게 실화다 해서 대서특필했고 TV에서는 드라마로 제작해 시청자들은 누구나 할 것 없이 눈물을 흘리며 감동했었지만, 2년 뒤 가공의 이야기로 알려지면서 허탈하게 한 너무나 유명한 이야기지요. 이 홋카이도 사람들도 우동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더군요. 추운 지방에서 밀을 재배해 만들었기 때문에 일본 전역 어디에서도 먹어볼 수 없는 우동이라고 자랑을 하면서요. 또 닛코(日向)의 이세(伊勢)우동은 면이 굵은 우동에 타마리간장(보리를 섞지않고 콩만으로 담근 진간장)만을 뿌려 먹는대요. 이밖에 나고야의 기시멘, 군마현 마에바시지방의 기리코미, 기후현의 니고미우동 등도 이름값을 하는 것들이지요. 자, 이제 재료를 중심으로 한 종류를 살펴볼까요. 재료를 보기 전에 우선 우리가 흔하게 먹는 우동, 가케우동에 대해 말씀드릴께요. 예전에 각기우동이라 많이들 불렀던 그 우동 말입니다. 물론 틀린 말이지요. 가케우동은 먹는 방법에서 나온 말입니다. 가케우동은 1693년쯤 보급된 것입니다. 그릇같은 사발에 우동을 담고 위에서 국물을 끼얹어 그릇을 손에 들어올려 먹는 스타일을 붓가케라고 하는데 여기서 나온 말입니다. 그럼 이전까지는 어떻게 먹었냐구요? 여름에 메밀 먹어보신 적 있죠? 대발을 깐 작은 나무그릇에 메밀국수를 담아 양념국물에 찍어 먹는 것 말이에요. 그걸 모리소바라고 한답니다. 그럼 가케소바는? 맞아요. 가케우동, 보통 우리가 먹는 우동처럼 먹는 방식을 말하죠. 또 그 자체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당시에는 도구들이 부족해 여자들은 붓가케로 먹는 것이 법도처럼 되었다고 해요. 여자들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심지어 음식까지도 차별받았나 봅니다.
자 이제 설명에 들어갑니다. 많이 먹는 유부우동, 일본사람들은 기쓰네우동이라고 하죠. 기쓰네란 말은 여우란 뜻인데 여우가 유부를 하도 좋아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해요. 보통 기쓰네라고만 하면 유부우동이나 유부초밥을 가리키기도 하죠. 다누키우동도 있어요. 다누키란 말은 너구리란 뜻이에요. “너구리 한 마리 몰고 가세요”란 광고문구도 있었지만 이건 또 너구리와 관계없어요. 튀김부스러기를 우동 위에 얹은 것을 말하는데 이것은 튀김의 주재료(새우나 생선, 야채 등)를 뺀 튀김옷이란 의미로 ‘주재료를 뺀(다네누키)’이란 말이 줄어 다누키가 된 것이죠. 그럼 뎀푸라(튀김)우동은 자동적으로 알아버렸네요. 네기이리우동은 파가 들어간 우동(오사카에서는 난바우동이라고 하는데 파를 간사이 방언으로 난바라 하기 때문이죠), 니쿠우동은 고기가 들어간 우동, 쇼유우동은 간장을 타서 먹는 우동, 쓰키미(月見)우동은 계란 노른자를 떨어뜨린 우동, 가야쿠우동은 향신료, 산초, 생강, 파 등을 넣은 우동, 카레우동 등등이 있죠. 끓일 때 차이에 따라 솥에 넣어 끓인 가마아게우동이 있는가하면 냄비로 끓인 나베야키우동도 있죠. 참 일본 사람들 여론조사를 해봤더니 역시 전통적 방법인 가케우동, 가마아게우동 순으로 좋아하더군요. 다음으로 기쓰네우동, 뎀푸라우동, 나베야키우동 등이 상위에 꼽혔어요.
마지막으로 우동 먹는 방법 한가지만 더 얘기하죠. 재료가 어떠니 어떤 지방의 것이니 따질 필요없이 제대로 먹기만 하면 만사가 오케이지요. 우동은 시끄럽게 먹으면 일본사람들이 제일 좋아해요. 뜨거운 국물과 면가락을 후후 소리내어 불어가며 후루룩 쩝쩝, 면발을 쭉 빨아올리며 옆사람이 듣거나 말거나 수선스럽게 먹으면 성공이에요. 혹시 일본에 가서 일본사람에게 우동을 대접받을 기회가 있으면 이렇게 먹어보세요. 대접에 대한 최고의 답례가 될 거예요. 일본인들은 다른 음식은 군소리 없이 조신하게 먹지만 우동만은 시끄럽게 먹어야 음식예법에 맞다고 하니 그 참 알 수 없는 일본인이더라구요. 하지만 알아서 어디 남 주나요? 우동 맛있게 드세요.
△ 山越うどん은 쇼와(昭和) 16년(1941)에 개업했다
사누키우동의 특징
△ 손님들이 정원에서 우동을 먹고있다
사누키 지역의 우동店은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일본의 가게 하면 흔히 떠오르는 게 있다. 정원처럼 잘 꾸며진 외관과 공력들인 인테리어, 하지만 사누키에서는 그런 가게보다 허름한 가게가 더 많다. 랭킹에 드는 업소 중에는 비닐하우스도 있다고 한다. 아무래도 그들이 가장 중요시 여기는 건 치장보다 맛이 아닌가 싶다. 야마고에우동(山越うどん)店만 하더라도 제대로 된 홀은 커녕 테이블도 없다. 제면소 복도의 간이의자에서 또는, 정원의 벤치에서 우동그릇을 든 체 먹는 게 고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제면소 지붕아래에서 먹는 것을 최고의 우동풍미로 친다고 한다.
△ 우동을 받아든 후 개당 100엔하는 텐푸라(テンプラ)를 추가할 수 있다. 물론, 우동만 먹어도 된다
사누키의 우동점들은 몇가지의 유형으로 나뉜다. 일반점은 우동이 완성되어 나온다. 자신의 기호에 맞게 직접 내용물을 첨가하는 셀프점, 그리고 주문형과 셀프형이 섞인 혼합점이 있다. 야마고에우동(山越うどん)店은 주문, 완성된 우동, 옵션으로 텐푸라선택(셀프), 계산, 시식 순으로 이어지는 혼합점 스타일이다.
우동 또한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따끈하고 시원한 국물과는 거리가 멀다. 내가 먹은 츠기미야마우동만 하더라도 면에 날달걀과 갈은 참마, 얇게 썬 파가 전부다. 그래도 이건 양반이다.
이집에서 개발해 인기 품목으로 자리매김한 카마다마우동은 삶은 면을 바로 대접에 담아 순식간에 날달걀과 비벼서 파만 얹어 내 놓는다. 이것 역시 양반이다. 진짜 우동 본연의 풍미를 즐기는 사람들은 면에 간장만 넣어 비벼먹거나, 갈은 무나 썬 파를 살짝 첨가하는 정도이다.
때문에 사누키 우동을 한마디로 뭐다 정의내리긴 힘들다. 업소에 따라 텐뿌라, 어묵, 참마, 달걀 등 들어가는 재료가 다르니 말이다. 그래도 업소불문, 종류불문하고 한 가지 공통점은 있다. 면의 탄력성. 탄력성만 있어서도 안된다. 표면은 매끌 하면서 부드러움의 극치를 달리고 속은 탱탱한 탄력, 이게 사누키우동의 참 매력이다.
난감했다. 비도 오는데 실내도 아닌 정원의 벤치에서 국물 없는 우동이라니. 더군다나 찬물에 풍덩 들어갔다 나온 싸늘한 면과 찬 달걀, 찬 마, 찬 맛국물의 조화라니. 그래도 면의 탱글탱글한 면의 기운은 이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매끌한 면은 마와 달걀로 코팅을 해서 더욱 더 매끄러워졌다. 그렇다 쳐도 한 그릇을 다 비우고 나니 허무했다. 평양냉면보다 더 무심한 이 맛. 국물 없는 우동과의 조우는 그렇게 끝나고 말았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녔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맛이 새록새록 샘솟기 시작한다. 우동에 대한 여운이 시작된 것이다. 시코쿠에 머물면서 즐겼던 다양한 미식들. 우동을 먹던 당시에는 낯설음으로 인해 그 진가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었다. 시간이 지난 지금 첫손에 꼽는 건 사누키우동이다. 별것도 아닌 이 우동이 이토록 미각을 잡아 끌줄이야. 벌써부터 그 맛이 그립다. 사무치게 그립다.
사누키우동....
가와바타 우동. 지금까지 일본을 여행하면서 먹었던 음식 중에 가장 입맛에 잘 맞는 음식이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가장 가까우면서 유명한 곳으로 이곳을 지목했다. 가격은 600엔. 새우우동을 시키고 싶은데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를 몰랐다. '쉬림프 우동'이라고 몇 번 이야기하다가 주방 근처에 새우튀김이 보였다. 새우튀김을 가리키며 '우동~ 우동~'이라고 외쳤다. 무슨 뜻인지 파악한 주방장이 씩 웃는다. 우동을 먹고 나오면서 나는 주방장에게 한마디 했다. '스고이 오이시 데스~' 문법에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맛있는 음식에 대한 예의는 되었으리라 생각한다. |
하까다 ‘쇠고기냄비우동’ | “쇠고기냄비우동은 특유의 구수하고 진한 국물이 일품입니다. 샤브샤브의 맛과 비슷하여 뜨끈한 국물이 그리운 겨울철 별미로 안성맞춤이죠. 냄비우동 속의 날달걀은 풀지 말고 식사하는 동안 서서히 익힌 뒤 나중에 먹어야 식사가 끝날 때까지 특유의 우동 국물 맛을 유지할 수 있답니다.” 정흥태 조리장
준비할 재료 우동면, 표고버섯 1개, 팽이버섯, 멸치 10g, 다시마 10g, 가쓰오부시 2큰술, 혼다시 2작은술, 국간장, 쇠고기 100g, 마늘·설탕·당근 약간씩, 양파 1/2개, 당근, 어묵, 파, 달걀 1개, 물 2ℓ
만드는 법
1 물에 표고버섯, 멸치, 다시마, 가쓰오부시를 넣고 20분 정도 끓인 다음 고운 체에 걸러낸다.
2 ①의 육수에 혼다시와 국간장으로 간을 해 한소끔 끓인다.
3 쇠고기에 ②의 육수 한 국자와 설탕, 마늘, 양파, 당근을 넣고 끓인다.
4 우동을 뜨거운 물에 데쳐 물기를 빼고 냄비에 담은 후 어묵, 파, 표고버섯, 팽이버섯, 쇠고기를 올리고 육수를 충분히 부어 한소끔 끓인 다음 날달걀을 올린다.
준비할 재료 우동면, 생굴 200g, 피망 1개, 빨강·노랑 파프리카 1개씩, 양파 1개, 고추기름, 대파 흰 부분, 다진 마늘, 생강, 치킨스톡 500ml
만드는 법
1 우동은 삶아 놓고 양파, 피망, 파프리카는 0.4cm로 자른다.
2 다진 마늘과 생강, 대파를 고추기름에 먼저 볶는다.
3 ②에 생굴, 양파, 피망, 파프리카를 넣어 좀더 볶다가 치킨스톡을 넣고 끓인다.
4 마무리로 한번 더 고추기름을 두르고 소금, 후춧가루로 간을 한다. 기호에 따라 청양고춧가루로 얼큰한 맛을 내도 좋다.
5 삶아놓은 우동과 ④를 함께 담아낸다.
준비할 재료 우동면, 양배추 60g ,양파 20g, 피망 10g, 당근 5g, 후춧가루 약간, 쇠고기 30g, 굴소스 15g, 카레분말 30g, 식용유 30ml, 물 200ml
만드는 법
1 쇠고기, 양배추, 양파, 피망, 당근은 적당한 크기로 썬다.
2 우동은 미리 삶아 찬물에 헹궈 건져둔다.
3 프라이팬에 식용류를 넣어 달군 후 ①을 넣어 1분간 볶다가 우동, 후춧가루, 굴 소스를 넣고 살짝 볶아준다.
4 물에 카레분말을 잘 풀어 ③에 부어 그릇에 담아낸다.
첫댓글 우동의 유래를 아는것도 꼭 필요하죠~고객에게 스토리텔링을 위해서도...종류도 많고 만드는 방법도 틀리고...쯔키미우동은 특별식으로 한번 고객에게 여름에 색다르게 내드렸더니 좋아하시더군요...잘 보고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