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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게시판 스크랩 불친절한 전쟁박물관, 그리스 근현대사의 보고 (16)
권준부 추천 0 조회 49 12.10.03 16:1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오늘의 일정은 전쟁박물관을 들르고 주변의 비잔틴박물관과 아테네대학 등을 찾는 것으로 짰다. 돈을 아끼기 위해 가능한 한 이동은 도보할 작정이다. 한번 아테네 시내를 둘러보니 도보로도 충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의 아테네 여행의 출발지는 신타그마광장이다. 그런 면에서 숙소는 잘 잡았다. 단지 홀로 여행객에게는 조금 비싸다는 것 말고는.

 

신타그마광장에서 전쟁박물관으로 가는 길가에서 만난 건물들.

 

신타그마광장에서 전쟁박물관으로 가는 길가에서 만난 건물들.

 

신타그마광장에서 전쟁박물관으로 가는 길가에서 만난 건물들.

 

  오전 9시 신타그마광장으로 나오니 모두 손에 아테네 지도를 든 관광객들이다. 배낭을 짊어진 청년들도, 단체로 온 유럽의 관광객들도 많이 보인다. 아마도 신타그마광장과 그 주변의 인구비율을 놓고 보면 관광객수가 그리스인수보다 훨씬 많을 것 같다. 신타그마광장과 첫날 갔던 베나키박물관 맞은 편 도로를 따라 한참을 걸으니 비잔티박물관이 보이고, 그 옆에 전쟁박물관이 나왔다. 20여분 걸렸다. 전쟁박물관 야외에 전시된 조잡하고 장난감 모양의 전투기를 보면서 박물관 내부로 들어갔다. 관광안내서에는 분명히 무료라고 나와있는데 2유로를 받는다.

 

전쟁박물관 입장권.

 

전쟁박물관 후문에 있는 전투기 모형들.

 

전쟁박물관 정문에 있는 조형물.

 

  그리스의 박물관을 보면서 든 느낌은 모두가 고대로부터 시작해 화려했던 비잔틴제국과 오스만 투르크의 지배, 독립전쟁에 이르기까지 전시돼 있다는 것이다. 첫 전시관은 역시 고대 유적의 발굴모습과 함께 각종 토기 모습들이 보인다. 마라톤전쟁, 펠로폰네스 전쟁 설명이 나오고 살라미스 해전이 나온다. 전쟁박물관만 해도 세계사 공부를 하는 느낌이다.

 

전쟁박물관의 첫 전시관에 있는 전시물. 기원전 1000년께의 조각품이다.

 

살라미스 해전(기원전 480년) 전투 가상도.

 

  신화도 빠질 수 없다. 파르테논 신전의 부조물들이 촘촘하게 모조품으로 전시돼 있고, 그리스인 병사들의 투구도 시대에 따라 비교전시돼 있다. 고대의 범선과 각종 병장기의 모형도 전시돼 있다. 관심이 갔던 독립전쟁시기부터의 전시물들에 눈길이 갔다.

 

리가스 페라이오스(Rigas Ferraios, 1757-1798). 그의 용기있는 행동은 노예화 된 그리스인들을 일깨웠다. 그는 감옥에 수감돼 벨그레이드에서 동료들과 함께 결국 투르크인들에 의해 교수형에 처해졌다. 말라모스(C. Malamos) 작./전박.

 

  독립전쟁 시기는 그리스인들의 처절했던 독립전쟁운동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배려는 거의 없다. 전시물 가운데는 그리스어와 영어로 돼 있는 것도 있지만 어떤 것은 그리스어로만 설명돼 있다. 각 관별로 설명해주는 내용이나 관람동선도 표시되지 않았다. 훌륭한 전시물에 견줘 빈약한 전시관의 전형을 보는 듯 하다. 펠로폰네스와 섬에서 일어났던 독립전쟁의 처절한 모습들이 각종 그림과 병장기로 보여주고 있다. 오스만 투르크의 400여년에 걸친 지배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쳤던 그리스인들의 투쟁은 오늘을 살아가는 그리스인들에게 자랑스런 조상들로 각인되고 있다.

 

안토니오스 이코노무(Antonios Oikonomou)가 이드라섬에서 혁명을 시작한다. 무명씨 작 유화./전박.

 

1821년 투르크군에 대항한 혁명을 위해 메시니아인들을 선동하는 페트로베이스 마브로미칼리스(Petrobeis Mavromichalis). 헤스(P. von Hess) 작./전박.

 

 데메트리우스 마브로미칼리스(Demetrius Mavromichalis, 1809-1879), 루프레(L. Dupre) 작./전박.

 

  독립전쟁에는 영국의 시인 바이런도 참전했고, 이 기념관에는 바이런의 초상화와 친필들이 보인다. 1940년 이태리의 침략을 물리친 그리스의 전투에 관한 자랑스러운 기록도 있다. 하지만 당시 총리였던 독재자 메타삭스에 관한 자료는 없다. 전쟁박물관의 전시는 점령 시기 그리스인들의 레지스탕스 운동에 관한 설명과 자료는 기존에 나와 있는 것 보다 짧다.

 

팔레온(Paleon)의 후원자 게르마노스(Germanos)가 1821년 아기아 라브라(Agia Lavra)사원에서 그리스 독립전쟁 깃발을 들고 있다. 리파리니(Liparini) 작./전박.

 

바이런(Byron)경 - 1788년 1월 22일 에코셀(Ecossel)에서 출생. 1824년 4월 17일 메솔롱기(Mesologgi)에서 사망./전박.

 

 저항운동 자체가 좌익 민족해방전선과 민족인민해방군이 주도했기 때문인지 이들에 관한 설명자료는 몇가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끝난다. 그렇지만 그동안 보지 못했던 전시자료 사진들을 볼 수 있었다. 이 전쟁박물관의 전시물은 내전 시기를 건드리지 않았다. 결정적인 사진 자료는 그리스어 설명도 대충 지나간다. 영어 설명문은 아예 없는 경우도 흔하다. 해방 이후 한국전쟁에 파견된 그리스군과 그들의 참전상을 설명하고 있다. 20% 부족한 박물관이다. 그래도 내게는 볼만한 가치가 있는 '그리스 이해하기의 보물창고'였다. 어이구, 박물관 관계자들아. 그래도 영어 설명 친절하게 달면 어떻게 되나요!

 

전쟁박물관의 설명문은 대부분 그리스어로 적혀 있다. 민족해방전선의 서류도 그리스어를 영어로 번역한 자료는 없다.

 

   전쟁박물관을 나중에 다시 들리기로 하고 나오자 1시30분 가까이 됐다. 폐관시간이 오후 2시여서 거의 온종일 산 셈이다. 옆의 비잔틴박물관도 오후 2시가 폐관이어서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지나쳤다.

 

 신타그마광장 건너편 에르무거리에서는 방송카메라와 기자가 취재하기 위해 서성거리고 있었다. <에르트>(EPT)라는 방송사의 기자들이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에르트>는 3개의 텔레비전 채널을 가지고 있다. “취재중이세요?” “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서로 명함을 교환하자고 한다. 명함을 보니 <에르트> 방송의 니코스 카포글리스다. “요즘 그리스의 취재 이슈는 뭐예요?” “흠, 보시다시피 날씨와 경제위기예요. 38~40도를 오르내리고 있어, 오늘은 날씨와 관련된 취재하려고 나왔어요. 경제도 너무 안좋죠. 모든 사람들이 경제위기를 얘기하고 있지만 해법은 없는 것 같아요.” “혹시 내전과 관련한 기념물이나 박물관 얘기는 들어보셨어요?” 이 기자, 잠시 멍 때린다. “아, 내전? 시청 관광국에 들어보는게 어때요? 난 잘모르겠는데.” 내전에는 크게 관심이 없는 듯 하다. 다른 곳으로 취재장소를 옮겨야겠다며 가는 그에게 좋은 취재하라며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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