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인류 역사에 뚜렷한 자취를 남긴 문명은 어떤 것들이었을까? 혹시 가장 세련된 문명이 아니라 가장 흉포한 문명이 역사의 주류를 이뤄 온 것은 아닐까?
곰곰 따져 보면, 망각의 늪으로 사라진 문명이라고 해서 반드시 낙후된 문명이었던 것은 아니다. 때로는 그저 지도자가 순진하게 적들의 불침 약속에 속아 넘어간 탓에, 혹은 기상 이변으로 전투의 형 세가 갑자기 바뀌는 바람에 한 민족 전체의 운명이 기울기도 하는 것이다. 그러고 나면 승리자들 편에 선 역사가들은 패배자들의 멸망을 당연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자기네 마음대로 패배자들의 과거를 다시 기록한다. 그들은 뒤에 올 세대들이 과거를 반성하거나 양심의 가책을 느끼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패자에게는 불행이 있울진저>라는 말로 토론을 봉쇄한다. 다윈은<자연선택>과 <적자생존>의 이론으로 그런 학살에 과학적인 정당성을 부여하기까지 했다.
이렇듯 지구의 인류사는 학살과 배신을 바탕으로 전개되었고, 그 학살과 배신은 잊혔다.
누가 보았을까?
누가 진정으로 알고 있을까?
내가 찾아낸 답은 단 하나. 신 또는 신들이다. 이건 물론 신 또는 신들이 존재할 때의 이야기다.
나는 숨겨진 증인을 상상해보았다. 곤충학자가 개미를 관찰하듯이. 바글거리는 인류를 지켜보고 있는 신들을 말이다.
만일 신들이 존재한다면, 그들이 인류에게 가르친 것은 무엇일까? 세상 만물이 변화하듯 신들에게도 변화가 있다면, 그들은 어떻게 초보 단계에서 성년기로 넘어가는 것일까? 그들은 어떻게 인류의 삶에 개입할까? 그들은 왜 우리에게 관심을 가질까?
이런 물음들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나는 티베트 불교의 경전. 「바르도 퇴돌」 에서 이집트 「사자의서」에 이르는 종교적인 문헌들과 5대륙 제 민족의 샤머니즘이나 천지창조 설화들을 두루 참조했다. 이것 들이 제공하는 정보들은 서로 일치하는 바가 많다. 마치 우리를 초월하는 고차원의 시공간과 우주운행의 원리에 대한 집단적인 깨달음이 있었던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철학과 과학은 서로 대립 하기가 일쑤였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이 두 가지는 〈비종교적 구도(求道)〉라고 부를 수 있을 법한 어떤 것 속에서 하나로 결합 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대답이라기보다 질문이다.
옛문헌과 구비설화에서 영감을 얻은 경우를 제외하면, 나는 내 상상력의 자유로운 흐름을 따라가며 「신」을 썼다. 이 소설은「타나토노트」와 「천사들의 제국」의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타나토노트」에서 저승을 탐사하고「천사들의 제국」에서 천사의 세계를 발견 했으니 더 높은 단계인 신들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리하여 미카엘 팽송과 그의 기이한 친구 라울 라조르박, 유대교 랍비 프레디 메예르 등 살아서는 타나토노트였고 죽어서 천사가 되었던 인물들이 모두 여기에 다시 등장한다. 나는 마치 깨어 있는 채로 꿈을 꿀 때처럼 그 상상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밤이면 몇몇 장면을 꿈에서 다시 보곤 했다.
이 책을 쓰면서 영화음악을 많이 들었다. 특히「반지의 제왕」, 「듄」,「조너선 리빙스턴 시걸」의 음악을 자주 들었다. 그 밖에도 내 작업을 거들어 준 음악들이 많다. 클래식 쪽으로는 베토벤의 아홉 교향곡, 모차르트, 그리그, 드뷔시, 바흐, 새뮤얼 바버, 구스타브 홀스트의 관현악 모음곡 「행성」 등이 있고, 락 음악 쪽으로는 마이크 올드필드와 피터 가브리엘과 예스와 핑크 플로이드가 있다.
이 소설의 구상을 출판사 사람들에게 이야기했을 때 그들은 하나의 세계가 창조되는 것을 반기며 열광했다. 그 구상의 결과물은 1천 페이지가 넘는 원고가 되었고, 우리는 이것을 세 권으로 나누어 출판하기로 했다.
진정한 깨달음을 향한 우리 주인공 미카엘 팽송의 탐구가 마침내 우주의 창조주를 대면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그의 모험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의 머릿속에도 이런 질문이 떠오를 것이다. 〈 만약 내가 신이라면 나는 무엇을 할까?〉
베르나르 베르베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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