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3일은 돌아가신 엄마의 1주년 기일이었다. 작은 애는 일이 있어서 오지 못하고 큰 애가 외할머니 산소에 성묘 가겠다고 서울에서 내려왔다.
모처럼 아이가 내려온다고 하여 집밥을 먹이려고 여러가지 음식을 준비했다. 싱싱한 재료를 사다가 미역국, 갈비찜, 생선, 월남쌈 등 큰 애가 좋아하는 요리를 잔뜩 만들었다. 내 자식 먹일 생각을 하니 밤 늦게까지 피곤한 줄도 몰랐다. 우리 엄마도 나에게 그런 마음이었겠지.
국민학교 때 엄마와 버스를 타면 늘상 창피했다. 어떻게 해서든 자리를 마련해놓고 멀리 서있는 나를 불렀기 때문이다. 빈 자리 하나를 찾아내어 당신은 서서 가고 나를 기어이 앉혀가곤 했는데 나는 그게 참 싫었다. 엄마가 남들에게 극성으로 비치는 게 불편했다. 엄마 눈에 띄지 않으려고 구석에 가있으면 어느샌가 나를 부르는 엄마 목소리가 들렸다. 많이 부끄럽고 싫었던 기억이 난다. 자식을 낳고 보니 엄마 심정이 백분 이해된다. 나는 옛날의 내 엄마와 같은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노력했다싶지만, 내 자식도 엄마인 내가 싫고 창피했던 적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어쩌면 많았을 지도 모른다. 세상은 그렇게 순환하게 되어 있다. 그런 이치가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