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Cambodia)와 앙코르(Ankor) 왕조
5. 대 왕궁 『앙코르 톰(Angkor Thom)』
시엠 립 북쪽 약 6km 지점에 있는 대 왕궁 앙코르 톰은 캄보디아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앙코르와트」와 인접하여 있다. 앙코르와트(Angkor Wat)는 단일 건축물로 수리야바르만 2세(1113~1150) 때 지어졌고, 앙코르 톰은 수많은 건축물이 모여 있는 거대한 왕궁으로 자야바르만 7세(1200년 경) 때에 조성되었다고 한다. AD 890년 경 야소바르만 1세가 수도를 앙코르로 옮긴 이후 13세기(1431년) 태국의 아유타야 왕국에 점령당하기까지 앙코르 왕국은 이곳을 중심으로 인도차이나반도 대부분을 차지한 광대한 영토를 다스리던 강대국이었다.
건축물들은 건축 당시, 시바(Shiva)신, 비슈누(Vishnu)신 등을 모시는 힌두사원으로 건축되었으나 그 이후 불교의 영향으로 복합된 건축양식과 묘한 조각상들을 볼 수 있으며, 인도의 우주관에 따라 한가운데에 수미산(須彌山/메루산)을 배치한 피라미드식의 사원이 되었다. 앙코르 톰은 거대한 도시를 상징하는 5개의 성문이 있고 폭 100m의 깊은 해자로 둘러싸여 있는데 우리는 남쪽 문을 향하여 들어갔다. 멀리서 바라본 성문은 거대한 얼굴 조각상이 문 위에 조각되어 있어 묘한 신비감을 자아낸다. 해자를 건너는 다리의 난간은 왼쪽에 선한 신들, 오른쪽은 악마들이 커다란 몸통의 뱀을 들고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을 돌로 조각하여 세워놓았는데 실물보다도 크다.
힌두신화에 근거한 ‘우유바다 젓기(乳海) 젓기)’를 하는 모습이라고 하는데 줄지어 있는 석상(石像)들이 장관이다.
<1> 불교사원 바이욘(Bayon)
바이욘 사원 입구 / 거대한 두상조각
앙코르톰 한가운데 위치한 바이욘(Bayon) 사원은 200여 개의 거대한 얼굴 조각상들이 있어 경이롭다. 이 조각들은 사원을 조성한 자야바르만 7세의 얼굴과 관세음보살의 합성모습을 띄고 있다고 하며, 피라미드식 계단을 오르면 수미산을 형상화한 50여개의 탑이 있고 수많은 얼굴 조각상들이 모든 방향을 향하여 온화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있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엄숙함과 감동을 준다.
<2> 바푸온(Baphuon) 사원과 타프롬(Ta Prohm) 사원
바푸욘 사원도 앙코르 톰 안에 있는데 시바신에 바쳐진 사원이라고 하며, 훼손이 심하여 한창 공사 중이어서 입장이 금지되어 있었는데 프랑스 팀이 보수를 맡고 있다고 하였다. 이 사원은 자야바르만 7세가 불교를 숭상하던 그 어머니에게 바쳐진 사원이라고 하는데 그 가운데 부분에 사방 벽면이 온통 보석들로 가득 채워진 방이 있었다는데 태국의 아유타야의 침공 때 모두 약탈당하고 지금은 벽면에 보석을 박았던 무수한 구멍들만 남아 있다.
높은 원추형 천정과 사면으로 뚫린 창문을 보면 햇빛이 이 방으로 들어왔을 때의 그 찬란하였을 보석의 광채가 눈에 보이는 듯하다.
나무뿌리로 뒤엉킨 타프롬 사원1,2 / 바푸온 사원
처음 발견 당시 이 사원은 무수한 열대 나무들의 뿌리로 휘감겨 발을 들여 놓을 수가 없었다고 하는데 보수하는 과정에서 나무뿌리를 잘라내다 보니 유적의 붕괴가 두렵고 또 도저히 모두 제거할 수도 없어 나무뿌리들과 함께 그대로 보존하기로 하였다고 한다. 하늘을 찌르는 거목들, 그리고 살아서 꿈틀거리는 듯 휘감긴 엄청난 크기의 나무뿌리들은 자연의 경이로움과 함께 숨 막히는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나무줄기와 뿌리들 사이로 드러난 수많은 문들, 미로와 같은 건축물의 설계는 환상으로 다가왔으며, 여기에서 영화 툼 레이더(Tomb Raider)가 촬영되었다고 한다.
<3> 왕궁(王宮) 터와 코끼리 테라스
코끼리 테라스1,2 / 천상의 무녀(舞女) 압사라
목조건물로 지어진 거대한 건물이었다는 왕궁은 주춧돌만 남아있고 모두 없어져 그 크기만 짐작할 수 있었는데 왕의 신전이었던 피미아나카스(Phimeanakas) 신전은 ‘천상의 궁전’이라는 뜻의 힌두사원으로, 우뚝 솟아 있는 모습이 위엄이 있어 보인다. 높이 10여 미터의 피라미드형 사원인데 거의 7~80도 경사로 조성된 사면의 계단은 관광객이 위로 오를 수 있는데 무척 위험하다. 왕이 출정하는 군인들을 사열하였다는 왕궁 앞의 코끼리 테라스는 총 길이가 약 300m, 높이가 약 5~6m 정도였는데 앞 광장 쪽으로 조성된 계단의 양 옆은 커다란 코끼리가 3마리 씩 조각되어 있고, 벽면은 수많은 코끼리와 사람들이 떠받들고 있는 형상이다. 광장에는 완전무장을 한 코끼리 부대가 도열하여 있고, 이 테라스 위에서 왕이 병사들을 사열하는 장관이 환영처럼 머리에 스치고 지나간다. 앙코르 톰은 거대한 도시를 상징하는 5개의 성문이 있고 폭 100m의 깊은 해자로 둘러싸여 있는데 우리는 남쪽 문을 향하여 들어갔다. 멀리서 바라본 성문은 거대한 얼굴 조각상이 문 위에 조각되어 있어 묘한 신비감을 자아낸다. 해자를 건너는 다리의 난간은 왼쪽에 선한 신들, 오른쪽은 악마들이 커다란 몸통의 뱀을 들고 줄다리기를 하는 모습을 석조상으로 세워놓았는데 실물보다도 크다. 힌두신화에 근거한 ‘우유바다 젓기(乳海젓기)’를 하는 모습인데 줄지어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4> 신비의 문둥왕 테라스
문둥왕 좌상 / 아기자기한 문둥왕 테라스 부조
코끼리 테라스 바로 북쪽에 연이어 문둥왕 테라스가 있는데 기단부의 정교하고 이를 데 없는 아기자기하고 다양한 조각들이 눈길을 끈다. 문둥왕에 대하여서는 여러 가지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전설처럼 전해오는 이야기로는 어떤 왕이 밀림에서 싸우다가 뱀의 피가 튀어 문둥병에 걸렸다는 이야기라고 한다. 그런가 하면, 문둥왕 조각상에는 남성의 심벌(性器)과 손마디를 조각하지 않아 문둥왕 조각상이라고도 했는데 나중 조사한 바로는 오랜 세월에 마모된 것이라고도 하는 등 견해가 분분하단다. 당시 앙코르에는 문둥병이 얼마나 많이 창궐했는지 자야바르만 7세가 세운 문둥병 병원만 100개가 넘었다고 하고 자야바르만 7세 자신도 문둥병 환자였다고 한다. 그러나 문둥왕 조각상 보다는 기단부의 정교하고 화려한 조각이 볼만하다.
<5> 승리의 문
코끼리 테라스 건너편, 즉 광장 끝에는 웅장한 승리의 문이 우뚝 솟아 있다. 앙코르톰은 다섯 개의 문이 있는데 동, 서, 남, 북문과 승리의 문이 그것이다. 승리의 문은 동문 방향으로 나 있는데 군대의 출정이나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올 때 맞이하던 문이라고 한다. 문의 좌우로 여러 개의 첨탑이 솟아 있는데 축하 연회 때에는 첨탑 위쪽에 줄을 건너매고 줄타기도 하였다고 한다.
또 승리의 문 아래쪽에는 작은 방이 있어 대신(大臣)들 중에서 이견(異見)이 있을 경우, 양쪽 독방에다 가두고 사흘간 물과 음식을 주지 않고 신의 계시를 기다려 사흘 후 더 건강한 사람이 옳다고 판단하였다고도 한다. 앙코르 톰은 엄청나게 많은 건축물들이 모두 성벽 안에 있는데 정사각형의 담장과 그 밖으로는 악어가 우글거리는 폭 100m의 해자(垓子)가 둘러싸여 있으니 하나의 대 왕궁이자 난공불락(難攻不落)의 요새였던 셈이다.
6. 아! 아! 『앙코르 와트(Angkor Wat)』 →신화 세계로의 초대
앙코르와트 호수 / 장경각(藏經閣) / 수미산 형상의 첨탑
수리야바르만 2세 때 비슈누 신에게 바치기 위하여 건축이 시작된 앙코르와트는 이후 30여 년이 넘게 건축이 계속되었다고 한다. 이 유적은 비교적 훼손이 덜 되었으며 어마어마한 규모와 눈부신 회랑의 부조들로 앙코르 유적군 가운데서 단연 돋보인다. 이 장엄한 석조의 건축물은 왕궁으로, 사원으로, 혹은 왕이 죽은 후 묘지로 건축되었다는 등 다양한 견해들이 있을 만큼 기록으로 남은 것이 없다고 한다.
거대한 대 유적 앙코르 와트(Angkor Wat)
특히 천상세계와 지상세계를 표현한 전체적인 구조와 건물의 배치 및 각 부분의 거리와 치수까지 너무도 완벽에 가까워 ‘신의 지문(指紋)’이라 불리기도 한다. 이 건축물은 전체 외곽이 1.3km와 1.5km로 거대한 장방형을 이루고 있으며 바깥쪽으로 넓은 해자(垓子/環湖)가 조성되어 있다. 해자를 건너면 높은 담장이 둘러있고 그 안에 넓은 정원과 인공호수, 길게 조성된 진입로가 이어져 있다. 또 건물의 구성은 가장 바깥쪽부터 제3 회랑, 제2 회랑이 있고, 가장 가운데 높은 곳에 설치된 제1 회랑과 다섯 개의 첨탑으로 구성되었다.
차에서 내려 바라본 앙코르와트의 전경은 푸른 물이 넘실거리는 넓은 해자 건너편으로 석조의 출입문이 보이고, 그 안쪽으로 다섯 개의 첨탑이 우뚝 솟아있는 모습은 그저 경이로움 그 자체라고 밖에 표한할 길이 없다. 장방형의 돌로 잘 다듬어진 석조 다리는 그 길이가 200m 정도나 되며, 양쪽 난간은 뱀의 몸통이 조각되어 있다. 출입문을 들어서면 비로소 앙코르와트 건축물의 전경이 눈앞에 펼쳐지는데 밀림을 배경으로 하여 황금빛으로 빛나는 그 장엄한 광경은 숨이 막힐 정도이다. 정문에서 본 건물까지는 넓은 정원을 가로질러 진입로가 조성되어 있는데 진입로 양편으로는 수련이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폭 40m 정도의 직사각형 연못 두 개와 도서관(藏經閣)으로 쓰였다는 똑같은 모양의 석조 건축물 두 개가 정확히 대칭을 이루고 들어서 있다. 건물 입구에 다다르면 십자형의 테라스가 조성되어 있는데 여기까지 진입로의 거리는 750여 m나 된다. 십자형 테라스를 오르면 맨 아래 1층의 제3 회랑이 시작되는데 연못을 건너면서부터 속세를 떠나 천상세계의 입구로 들어서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1> 제3 회랑(1층) - 눈부신 부조의 힌두신화 세계
쿠루평원의 전투 / 벽면을 가득 메운 부조(浮彫)
제3회랑은 가장 바깥쪽으로 사원 전체를 한 바퀴 도는데 높이 3m 정도의 벽면에 너무나 섬세하고 정교한 부조(浮彫)들이 한 치의 틈도 없이 빼곡히 메워져 있어 경탄을 금할 수 없다. 부조의 주제는 힌두신화의 내용들로 『왕의 행렬』, 『우유바다 젓기』, 『쿠루평원의 전투』, 『라마 왕자와 악마의 왕 라바나의 전투』『천국과 지옥』 등으로 완벽한 스토리 전개식으로 펼쳐져 있다. 그 중 천지창조의 신화인 『우유바다(乳海) 젓기』의 부조는 그 길이만 50m에 달한다.
벽면의 반대쪽인 정원 쪽은 창살이 하나하나 모두 꽃무늬가 아름답게 장식된 돌조각인데 그 창살 사이로 들어온 희미한 광선으로 벽면의 부조들은 한층 신비롭게 보였고, 너무나 생소한 힌두의 신화 내용이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속으로 온통 빠져들게 하는 마력이 있다.
<2> 제2 회랑(2층) - 천상의 무녀 압사라(Apsara)
제3 회랑의 관광을 마치고 제2 회랑으로 가려면 수십 개의 기둥이 늘어서 있는 십자회랑을 지나야 한다. 이곳은 꽤 넓고 어두컴컴한데 목욕탕이었다고 짐작되는 네 개의 공간(聖池)이 보인다.
천상의 무녀 압사라 / 여신 부조 / 가파른 계단
이곳을 지나 제2 회랑으로 들어서면 수많은 천상의 무녀 압사라와 여신들의 부조로 벽면이 채워져 있다. 이 제2 회랑에만 1.500여 개의 압사라와 여신의 부조(浮彫)가 새겨져 있다고 한다.
<3> 제1 회랑(3층) - 천상의 세계
제2 회랑을 한 바퀴 돌고 나면 마지막 가장 높은 곳의 제1 회랑을 오르는 가파른 돌계단이 나타난다.
약 70도 정도의 가파르고 좁은 30여 개의 계단을 기다시피 오르면 천상의 세계인 제1 회랑과 수미산 형상의 첨탑이 나타난다. 이곳은 왕과 대사제들만 오를 수 있었던 곳인데 인간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가파르고 좁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곳은 앙코르와트의 정상부분으로 빙 둘러 비교적 좁고 천정이 낮은 제1 회랑이 조성되어 있는데 부조는 없고 창문과 통로만 있다. 그 안쪽으로 가운데는 높이 60m의 신들이 거주하는 우주의 중심 수미(메루)산이 우뚝 솟아있고, 네 귀퉁이에는 그보다 조금 낮은 같은 형태의 첨탑 네 개가 배치되어 있다. 가운데의 수미산 첨탑과 네 귀퉁이의 첨탑이 연결 형태로 되어 있어 정상부근은 네 개의 공간으로 나누어지는데 첨탑의 연결 부위는 비가 오면 물이 고이도록 설계된 듯하였다.
앙코르와트의 정상에서 내려다보면 정말 천상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은 듯 착각에 빠지게 되는데 눈 아래로 제2 회랑, 제3 회랑이 내려다보이고 넓은 정원과 똑같은 크기의 두 개의 연못, 일직선으로 뻗은 참배로와 그 바깥의 해자까지 모든 것이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설계도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또 울창한 밀림 사이로 프놈바켕과 앙코르톰의 건물들이 언뜻 언뜻 보이는데 과연 나는 지금 힌두 신화세계의 한가운데 서 있구나 하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7. 시엠 레아프(Siem Reap) 인근의 이모저모
<1> 캄보디아 민속촌
씨엠 레아프 시내에 위치한 민속촌은 캄보디아의 다양한 민족 구성과 건축양식, 각 소수민족의 고유 민속을 엿볼 수 있는 장소인데, 인공호수를 중심으로 아기자기하게 배치되어 있었다. 밀랍(蜜蠟) 모형관에서는 앙코르시대 크메르인들의 생활상과 역사를 읽을 수 있었고, 호수 주변에는 다양한 민족들의 생활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참(Cham)족, 화교(華僑), 꼴라(Kola)족, 크롱(Knong)족, 프농(Phnong)족, 수린족과 크메르(Khmer)족 마을과 수상마을도 있다. 놀랍게도 캄보디아에는 600개가 넘는 원주민 마을이 있다고 한다.
참족마을에서 전통혼례를, 화교마을에서 써커스를, 꼴라족 마을에서 공작 춤을, 크롱족 마을에서 코믹한 약혼자 선택을 관람하였는데 신기하면서도 재미있었다. 민속촌을 나오면 부근에 왕궁의 미니어처가 있어 지나가며 볼 수 있다.
<2> 지뢰 박물관
지뢰박물관(엄청난 양의 지뢰와 포탄)
이곳 지뢰박물관은 캄보디아의 슬픈 역사가 아직도 끝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장소이다.
공산정권 크메르루주(Khmer Rouge)와의 내전 중에 설치된 수많은 지뢰들이 아직까지도 전국에 산재되어 있어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도 죽거나 불구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곳은 군에서 지뢰 제거반원이었던「아끼라」라는 사람이 개인적으로 세운 박물관이라는데 숲 속 허름한 가건물에는 그가 캐어낸 엄청난 양의 지뢰들이 너저분하게 널려(?) 있었는데 박물관이라기보다는 전시장 쯤이 맞겠다. 이 지뢰박물관은 세계의 이목을 끌어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직접 와서 돕고 헌금도 많이 모인다는데 한글로 쓴 안내판도 보인다. 널려있는 수천 개의 지뢰들을 보며 불현듯 6.25 전쟁 후 엿 바꾸어 먹는 재미에 포탄껍질 주우러 다니다가 흙더미에 삐죽이 내 보이던 군인들의 시체가 떠올랐다.
또, 내 어린 시절 6.25 후, 미군 찦차만 보면 쫓아가며 ‘Chocolate give me, Gum give me’하던... 망할 놈의 전쟁.....
<3> 왓트마이(Wat thmei) 해골사원
왓트마이 해골사원 / 이름 없는 해골들
인간의 잔인성은 어디까지인가? 크메르루주를 이끌었던 공산주의자 폴 포트(Pol Pot)는 앙코르 왕국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며 수많은 동족을 살해하는 잔인성을 보였다. 시엠 레아프에 있는 왓트마이(Wat thmei) 사원에는 그 킬링필드의 희생자들을 위한 위령탑 서 있는데 유리로 들여다 볼 수 있도록 설계된 그 위령탑 안에는 수많은 해골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폴 포트가 집권하였던 1995년부터 1997년까지 250만 이상(전 국민의 1/3)이 희생되었는데 이곳에 이름을 확인할 수 없는 해골들 1.500구가 있다고 한다. 위령탑 옆에는 조잡하게 붙어 있는 흐릿한 당시의 사진들이 게시판 속에 전시되고 있었는데 그 잔인성은 차마 입으로 옮기기가 부끄러울 정도이다. 그 전범들이 아직도 옥(獄) 속에 살아 있다고 하니.....
<4> 톤레삽(Tonle Sap) 호수
톤레삽 호수 / 수상가옥(水上家屋)
시엠 레아프 남쪽에 있는 톤레삽 호수는 건기에는 바다로 흐르다가 우기가 되면 메콩강이 역류하여 호수로 흘러든다는 이상한 호수다. 호수면적은 건기에는 3.000㎢, 우기에는 12.000㎢로 4배나 커지며 전국토의 15%나 차지한다고 한다.
동남아시아 최대의 호수로 서울시 면적이 600㎢ 정도이니 우기에는 서울시 면적의 20배가 되는 셈이다. 우리가 갔을 때는 1월이라 건기여서 수상촌까지 울퉁불퉁 흙길을 한 시간이나 달려 도착했다.
어지럽고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마을에 도착했는데 가난에 찌든 주민들의 모습에서부터 과일 나부랭이나 기념품 따위를 사달라고 조르는가하면 디지털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진을 찍는 바람에 도망치듯 배에 올랐다. 이곳을 생활터전으로 살아가는 비참하기 이를 데 없는 수상촌은 베트남의 보트 피플이 대부분이고 나머지 크메르인, 중국 화교들로 어업과 관광업을 위주로 살아간다고 한다. 여기에서 생산되는 수산물의 양이 엄청나게 많아서 캄보디아 국민 단백질 섭취량의 60%를 제공한다고 한다. 예전에는 물고기가 많아서 물 반, 고기 반, 혹은 물고기가 너무 많아 배를 젓기가 힘들다고도 했다는데 지금은 어획량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배를 타고 수로를 이리저리 구불거리며 달리는데 물에 반쯤 잠긴 밀림사이로 무성한 물옥잠이 하얀 꽃을 활짝 피우고 끝없이 펼쳐져 둥실거리고 있었다. 쾌속정으로 30분여, 수로를 빠져나와 넓은 호수로 나왔는데 호수인지 바다인지 수평선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근처의 물 위와 물가에 있는 수상촌에는 경찰서, 소방서, 방송국 등 관공서나 병원 등이 보였고, 성당은 물론 한국인이 세운 교회도 보인다.
이곳 수상촌은 물의 양에 따라 마을이 옮겨 다니는데, 이곳 있는 수상학교는 일 년에 마을을 따라 일곱 번이나 학교가 옮겨 다닌다고 한다. 배 위의 선상가옥, 또는 기다란 막대기를 수없이 많이 세운 후 그 위에 집을 꾸민 수상촌을 둘러보았는데 너절한 살림살이와 널어놓은 빨래며 초라한 가전제품까지 생활에 필요한 것들이 눈에 보인다. 연기가 피어오르며 냄비에서 무언가 끓고 있는데 옆에 넋을 잃고 우리 관광객을 쳐다보는 아낙네의 눈빛이 애처롭게 느껴진다.
호수 한가운데 있는 휴게소 전망대에는 레스토랑도 있고 카페도 있었는데 배가 가까이 다가가자 소년들이 둥그런 고무다라이를 타고 뒤뚱거리며 다가와 바나나 송이를 들이밀며 ‘원 달러, 원 달러...’를 외쳐댄다.
또 좁고 긴, 작은 보트를 탄 찌든 얼굴의 아낙네는 5~6세나 되었으려나, 꼬맹이들까지 데리고 뱃전으로 몰려와 애처로운 눈빛으로 원 달러를 외쳐대는데 측은하기도 하고, 또 물살에 뒤뚱거리는 것이 무척이나 위험해 보여서 서둘러 외면해야 했다.
<5> 재래시장
시엠 레아프 도심에 있는 재래시장은 우리나라의 재래시장과 다를 바 없었다. 살만한 것은 별로 없었는데 작은 아로마 향 접시와 실크 스카프를 샀는데 가격은 매우 싸다. 시장 뒷골목의 과일, 채소, 어물 등을 파는 곳으로 갔는데 너무 악취가 진동하여 들어가지 않으려는 집사람 팔을 끌고 들어갔는데 이름 모를 과일 몇 가지를 산 다음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보니 물방개와 땅강아지 튀김이 있었다.
살 용기는 나지 않고 손짓 발짓으로 한 마리 맛을 보고 싶다고 했더니 땅강아지 한 마리를 집어 주기에 입에 넣었는데 생각보다는 고소한 것이 꼭 우리나라 벼메뚜기 튀김 맛이다. 물방개는 너무 새까맣고 날개 껍질이 두껍다는 생각이 들어 맛보는 것을 포기하였다.
생선가게(어시장) / 벌레 튀김 / 과일가게
그 밖에 보석 전시장을 갔는데 이 나라에서 생산되는 루비와 사파이어가 눈에 띄었는데 가격은 싼 편이다.
또 상황버섯 판매소에 들렀는데 운영하는 사람이 한국사람 이어서 비쌌지만 한 봉다리 샀고 또 천연고무 판매장에 들러 하도 건강에 좋다고 하기에 베개 두 개를 샀는데 너무 비싸고 조금 바가지를 썼다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