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때문에 아이들은 마당에도 나가지 않고 있었다.
마당에는 포도나무가 있고 포도나무 아래 벤치가 있어서 식구들이 모여 앉아 저녁을 먹기도 했다.
“엄마, 우리 백화점에서 옷 좀 사주라.”
중학생인 영미가 이미숙에게 매달려서 졸랐다.
“엄마 지금 시간이 없는데… 일요일에 같이 가자.”
일요일에는 가게에 손님이 많지 않았다.
“그럼 피자 시켜 줘.”
“그래. 너희들이 주문해. 엄마 정리 좀 해야 돼.”
“무슨 정리?”
“맛집에 대해서 정리할 거야. 식당에 대해서도 회계를 해야 되고….”
“그럼 우리가 주문한다?”
“그래.”
이미숙은 침대에 앉아서 온면의 특징에 대해서 스마트폰에 꼼꼼하게 기록했다. 이제는 스마트폰이 컴퓨터를 대신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저녁상을 차린 뒤에야 돌아왔다. 식사를 하면서 홍천에 갔다 온 이야기를 했다. 온면의 맛과 양꼬치 이야기를 해주었다.
“엄마도 이제 사업가가 되었네.”
영미의 말에 한바탕 웃음꽃이 피었다.
“매일같이 매출과 지출을 기록해야 하는데 걱정이네. 이게 일이 좀 많은 거 아니야.”
“엄마. 그거 프로그램이 있어. 자동으로 카드 매출, 현금 매출이 기록되고 매달 합계도 낼 수 있어. 지출도 기록만 하면 합계가 나오고….”
영미가 말했다.
“정말?”
“우리 컴퓨터 프로그래밍 시간에 배운다. 회계 정도는 아무 것도 아니야.”
“그럼 카운터 있는 컴퓨터에 깔게 잘 만들어 봐.”
“우리 친구들 점심 줄 거야?”
“그럼 잘 만들면 돈도 주지.”
중학생인 영미가 그런 컴퓨터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엄마, 우리 꿈이 뭔지 알아?”
“뭔데?”
“마크 저거버그가 되는 거야.”
“마크 저거버그가 누군데?”
“페이스북 만든 사람….”
“그래? 아이고 내 새끼 장하네.”
이미숙은 영미를 가슴에 안아주었다. 아이들의 꿈은 키워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녁 8시가 넘자 집을 나와 장안동으로 갔다. 비가 내리고 있는데도 2호점에는 손님들이 많았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김경주는 노란색의 유니폼이 잘 어울렸다.
“언니, 손님이 많아서 다행이에요.”
카운터 앞에서 손님들의 시중을 들고 있는 김경주에게 말했다.
“홍천은 잘 다녀왔어요?”
“네. 언제 언니도 한 번 다녀와요.”
“지금은 장사나 열심히 할래요.”
“애들 때문에 어려우면 우리와 합쳐요. 어머니가 계시니까 좋잖아요? 언니한테 절대 간섭하지 않을게요.”
“그래도 돼요?”
“언니와 내가 방을 같이 쓰고 수찬이와 수민이가 방을 같이 쓰게 하면 돼요.”
“시누이와 올케가 방을 같이 써도 탈이 없을라나?”
김경주가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친구처럼 지내요. 과부들끼리….”
이미숙도 유쾌하게 웃었다.
“과부들끼리… 애들한테 얘기할게요.”
이미숙은 2호점을 대충 둘러본 뒤에 나왔다. 시계를 보자 9시가 지나 있었다. 이미숙은 2호점 앞에서 조금 망설였다. 비가 내리고 있어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망설여졌다. 우산을 들고 최동준의 오피스텔 앞으로 걸어갔다. 그의 오피스텔은 2호점에서 한 블록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최동준은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돌아와 있을 것이다. 오피스텔 앞으로 가서 최동준에게 문자를 보냈다. 최동준은 5분도 되지 않아 달려 내려왔다.
“홍천은 잘 다녀왔어?”
최동준이 그녀의 우산 속으로 들어왔다.
“응.”
이미숙은 비를 맞지 않기 위해 그의 팔짱을 끼었다. 최동준은 가까운 호프집으로 이미숙을 데리고 갔다.
“목욕하고 왔나봐.”
치킨과 맥주를 주문하고 최동준이 눈부신 표정으로 이미숙의 얼굴을 살폈다.
“응. 양평에 온천이 있더라고….”
최동준을 만나기 위해 온 몸을 깨끗하게 씻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최동준과 마주 앉자 서서히 몸이 더워지는 것 같았다.
장대한과 충분히 사랑을 나누었는데도 기이하게 욕망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내가 왜 이러지?’
이미숙은 두 남자와 사랑을 나누는 것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내 주문한 맥주와 치킨이 나왔다.
“비가 와서 오늘 고생했겠네?”
최동준과 잔을 부딪치고 맥주를 한 모금 마셨다.
“괜찮아.”
최동준은 맥주를 벌컥벌컥 마셨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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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즐감 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합니다
즐감요~~~ !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