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아산 휴양림 가는 길
해마다 여름이면 하는 가족여행으로 이참에는 고향 장흥과 화순이었습니다.
둘째 날 숙소로 정한 백아산 자연휴양림을 찾아가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었다. 미8군출신 운전병에 눈치 빠른 네아가씨가 그때그때 안내를 해주지만 현지가이드가 필요했었다. 그 자리로 발탁된 이는 다름아닌 선달이었는데 그는 40대 때 화순관내 3학교를 근무한 경력이 있었다.
길 떠나기 전부터 여행코스를 구상하면서 백아산 오를 일을 생각하니 한껀 한다싶어서 들뜨기도하고 기대되었다. 화순동복관내로 들어와서는 예전에 근무했던 동복중학교를 찾아보려고 안내보다는 차창너머를 보고 또 보았으나 아니 보였고 동복초등학교는 예전 그 자리에 칼라풀하게 있었다. 동복강을 따라서 한참 올라가자 군부대 이정표가 있었는데 1972년 소위로 임관해서 유격훈련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한참을 굽이굽이 올라가서 휴양림에 도착했다.
4시가 지나서 숙소에 도착했는데 숙소에 짐을 푸자마자 안내에 전화하여 등산코스를 물으니 복잡하게 설명했다. 이해하기 어려워서 한참을 걸어내려가 근무초소를 찾았다. 그 사람은 프린트로 된 등산안내도를 주면서 여차저차 설명을 해주었는데 ‘어느 것도 시간이 늦은 것 같으니 내일 아침에 차편으로 북면보건소로 가서 그곳에서 출발하여 가는 것이 상책이라’고 했다. 그래서 지도를 보니 오늘오후 일깜이 아니되었다.
백아산 전망대 도전
그냥 놀면 심심한 놈이라 오후시간을 먀냥 보낼 수 없어서 백방으로 알아보니 산에 오르는 다른 경로가 있었다. 휴양림 숙소13호에서 출발하면 전망대를 거쳐서 백아산 정상에 오르는 코스가 있었다. 그래서 5시가 다되어서 혼자서 산행을 나섰다. 스틱을 챙기거나하면 아내에게 들통날 것 같아서 혼자서 슬쩍 나섰다. 일단 휴양림 뒤쪽으로 올라가니 운좋게도 안내도가 있었는데 백아산전망대 0.9, 정상 2.9킬로로 적혀었다.
'잘 되았다'생각하고 서둘러서 도전하기로 했다. 숙소13호를 거쳐서 휴양림펜스를 왼편으로 끼고 산길을 한참 따라가자 오른편으로 산으로 오르는 수십계단짜리 나무데크가 나타나서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런 수십단짜리 계단이 몇 차레나 계속되었는데 아무래도 깔딱고개라서 그런가 싶었다. 늦은 오후 시간대라서 그런지 도중에 한 사람도 만날 수 없었고 해가 점차 기울어지니 음산한 느낌도 들었다.
그래도 열심히 걷다보니 점차 공제선이 다가와 보이고 성근 나무사이로 파란 하늘이 내려왔다. 마침내 산등성이에 왔으나 전망대는 아직 보이지 않았고 대신 오래된 무덤이 자리를 틀고 있었다. 시계를 보니 아직 6시경이었으나 ‘깊은 산은 해넘이보다도 먼저 어두어지는 법이라’ 해떨어지기 전에 하산하기로 했다. 내려오면서 다음을 위해서 화순의용소방대표지판과 구난보호번호판을 찍어두었디. 이어서 계단을 헤아려보니 888계단이었다.
전망대 재도전
이튿날 아침 5시30분 혼자서 재도전에 나섰다. 이참에는 스틱과 물도 챙기고 복장은 간소화했다. 어제 걸었던 길이라서 복습하는 기분으로 수십계단을 오르고 또 올라서 어제 왔었던 산소까지 왔다. 그곳을 출발점 삼아 한참을 걸었는데 등성이 길이라서 힘들지는 않았다. 드디어 전망대가 나타났다. 그곳으로 올라가보니 사방둘레가 훤히 보이고 멀리로는 동복호, 사평호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셀카로 얼굴만 크게 나오는 인증샷을 찍기도 하고 360도 돌아가며 동영상을 두 차레나 찍어담았다. 이어서 백아산 정상을 향하여 다시 출발했는데 길가로는 전망대 안내와 화장실도 있었다. 한참을 걸어서 봉우리에 오르니 멀리 백아산정상이 보였다. 다시 한 10여분 걸어가니 내리막길이 나왔다. 내 맘 같아서는 차라리 조금씩 오르는 것이 좋으련만 내렸다가 다시 오를 일을 생각하니 선뜻 내키지 않았다.
더군다니 시계를 보니 6시30분이고 아침식사는 8시예정이라 상봉까지 가는 것은 마루래도 무리였다. 그래서 숙소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전망대를 다시 거쳐셔 산소까지 내려왔을 때 한 젊은이가 올라오면서 '전망대까지는 얼마나 걸리느냐?'고 해서 '대략 10분정도 걸린다'고 했더니 자기 시계를 보면서 '포기해야겠네요' 했다. 그래서 내가 전망대에서 찍어온 사진을 보여주었더니 감사하는 말을 연거푸했다.
그는 달리다시피 내려가고 나는 스틱을 짚으며 거친 길을 안전하게 걸었다. 얼마쯤 내려왔을 때 계단이 나타나서 다시 한번 카운트해보기로 했다. 전날 오후에 이어서 다시 같은 계단을 걸으니 왕복2회 걸은 셈이다. 그런데 이참에는 계단수가 줄어든 것 같았고 더 쉽게 느껴졌다. 세상일이란게 반복하면 익숙해지는가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