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애국 열풍의 발견 New Made in China
1. 소비자 중국 Z세대, 중국산 제품의 고급화를 이끈다!
2. 마케팅 SNS와 마케팅으로 돌진하라!
3. 국제화 ‘New Made in China’는 국제적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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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비자 중국 Z세대, 중국산 제품의 고급화를 이끈다!
중국 Z세대, 중국산 제품의 고급화를 이끈다!177억 위안(3조 829억원)과 310억 9천만 위안. 여기 중국의 새로운 소비를 가늠하게 해주는 두 개의 숫자가 있다. 먼저 177억 위안은 베이징의 핫 플레이스이자 성공적인 럭셔리 백화점인 SKP와 관련된 숫자다.
SKP는 고객이 그야말로 돈을 물쓰듯 쇼핑하는 곳이다. 창립기념일 하루 매출액만 10억 위안을 넘었다. 177억 위안은 이 백화점의 2020년 매출액이다. 310억 9천만 위안. 이 숫자는 백화점이나 그룹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한 사람’에게서 나온 것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중국 라이브커머스(실시간 영상 스트리밍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왕훙(網紅: SNS 인플루언서) ‘웨이야’이다. 2020년 그녀의 라이브커머스 판매액은 310억 9천만 위안을 기록했다. 어떻게 개인이 백화점 한 곳, 심지어 그룹의 매출을 뛰어넘을 수 있었을까?
새로운 마케팅의 등장
소비 산업의 무게중심은 이제 채널에서 콘텐츠로 변하고 있다. 특히 5G 시대의 콘텐츠 채널과 형식의 다양화는 전체 소비 산업의 변화를 계속해서 촉진하고 있다. 웨이야와 같은 사례는 이미 확실한 트렌드로 자리 잡았으며, 제2의 웨이야는 앞으로 점점 더 많아질 것이다. 불과 2~3년 전의 일이지만, 과거 온라인 거래 채널은 기본적으로 알리바바(阿里)와 JD닷컴(京東) 위주의 몇몇 대형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이루어졌다. 사람들은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 직접 물건을 검색해 구매했다. 이제 소비자의 구매방식은 날로 다양해지고 있다. 사람이 제품을 찾는 방식에서 벗어나 제품이 사람을 찾고, 플랫폼이 사람에게 제품을 연결해 주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현재 소비자는 틱톡, 콰이서우(快手), 비리비리, 웨이보 등의 쇼트클립(짧은 동영상) 플랫폼에서 상품에 대한 정보를 접할 기회가 무궁무진하다. 과거에는 소비자가 물건이 필요할 때만 전자상거래에 접속하고, 구매가 끝난 후에는 더 이상 노출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조사에 따르면 이용자가 단일 플랫폼에서 체류하는 시간은 이제 하루 평균 1시간이 넘는다. 덕분에 판매자는 자신의 제품을 폭넓게 홍보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소비 콘텐츠가 풍부해지면서 소비자가 정보를 얻는 채널과 의사 결정에 영향을 끼치는 요소도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동시에 구매 기준이 높아지고 소비자들의 권리의식도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와 상품 홍보가 새롭게 정의되고 있으며 거래 시간과 공간도 점점 더 확장되고 있다. 이제는 언제 어디서든 제품 정보에 접속하고 구매할 수 있다. 밤 12시에 라이브방송에 접속해 BJ의 소개를 들으며 폭주하는 주문자 행렬에 동참하기도 한다. 1분 전까지 그 물건의 존재조차 몰랐던 사람일지라도 말이다. 이와 같은 거래 방식은 앞으로 계속해서 더 보편화 될 것이다.
뷰티 분야는 이런 마케팅 방식이 가장 활발한 곳이다. 그중에서도 신생 뷰티 브랜드 플로라시스(花西子)와 남성 뷰티 왕훙 리자치(李佳琦)의 컬래버레이션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7년에 설립된 플로라시스는 처음엔 리자치를 ‘수석추천관’으로 초청해 라이브방송으로 제품을 홍보했다. 이것이 ‘대박’을 터뜨렸고, 플로라시스는 리자치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비로소 뷰티 업계의 유명 브랜드로 거듭났다. 또한 티몰(Tmall)의 ‘솽스이’(雙11,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에 처음 참가해 억 위안 단위의 매출을 내기도 했다.
새로운 소비자의 탄생
중국 국산 브랜드 소비를 지탱하는 주력 세대는 다름아닌 ‘주링허우’(90後, 90년대생)와 링링허우(00後, 00년대생)이다. 각 세대는 시대적 특징을 띠는데 인터넷 물결 속에서 태어나 모바일 인터넷과 함께 성장한 Z세대는 ‘모바일 인터넷 원주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보와 콘텐츠의 획득, 상품과 서비스의 구매가 모두 모바일 화면에서 이루어지는 진정한 디지털 세대다.
구세대에게는 ‘수입산=좋은 제품’이라는 뿌리 깊은 인식이 있었다. 구세대에 비해 중국 젊은이는 인터넷을 통해 더 빠르고 포괄적으로 세상을 이해하며 동등한 시각으로 여러 문화를 접한다. 이들 세대에게 ‘수입산=좋은 제품’이라는 인식이 미미하다.덕분에 중국 젊은 세대는 더욱 강력한 문화적 자신감과 태생적인 민족 정체성을 갖게 되었다.
주링허우와 주우허우(95後, 95년 이후 출생)는 중국산 브랜드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고, 심지어 국산 브랜드에 대한 높은 자긍심과 의존도를 갖고 있다. 젊은 세대는 개성적인 표현을 좋아하고, 국산에 대한 자부심으로 애국주의 소비 성향이 강하다. 이런 젊은이들의 정체성은 역으로 고급화된 중국산 브랜드의 탄생을 촉진하고 있다.
Z세대는 콘텐츠 제작과 정보 공유가 기본으로 탑재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물건이나 정보를 거리낌 없이 수용하고, 생각을 표현하고 공유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자신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인터넷 충성도가 강하고 쇼트클립, 움짤(움직이는 이미지) 등 새로운 콘텐츠와 플랫폼을 이용하는 데도 열중한다.
또한 소비 결정 단계가 짧은 동시에 구매력은 더 강하다. 덕분에 강력한 아군을 얻은 신생 중국산 브랜드는 뉴 미디어에서 영향력을 더욱 쉽게 미칠 수 있게 되었으며, 동시에 Z세대를 정확히 타깃으로 하는 마케팅 방식을 사용한다. 중국 Z세대는 대부분 외동으로 비교적 외롭게 성장해서 특정 그룹에 속하길 갈망한다. 그래서 소셜 네트워크의 친구 추천, 미디어 추천 등을 통해 브랜드를 인식하고, 제품을 구매하며, 동호인을 끌어들이고, 공통 관심사를 공유한다.
주링허우, 링링허우는 신생 중국산 브랜드의 소비 주력군이자, 브랜드와 업체가 주목해야 하는 핵심 소비층이다. 젊은 층의 소비 트렌드와 관심사를 파악하고 로컬 브랜드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할지, 또 어떻게 젊은 층의 높은 소비 기준에부합하는 제품을 만들어 낼지가 바로 브랜드와 기업이 고민해야 할 문제다. Miraeasset Securities Magazine, INVESTMENT / The Sage Investor, 2021. 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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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마케팅 SNS와 마케팅으로 돌진하라!
중국 신생 브랜드가 펼치는 마케팅 방식은 기존 전통 브랜드와 완전히 다르다. Z세대를 사로잡은 브랜드의 접근법을 살펴본다.
시대가 변했다. 중국 시장에 참신하고 새로운 포지셔닝과 신박한 마케팅으로 무장한 신예 브랜드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아이스 음료 브랜드로는 중쉐가오(鍾薛高, Chicecream),아오쉐쌍황단(奧雪雙黃蛋)이 있고, 차 음료로는 시차(喜茶), 나이쉐더차(奈雪的茶)가 있다. 커피 분야에는 싼둔반(三頓半), 스추이(時萃)가, 뷰티 업계에는 퍼펙트 다이어리(完美日記), 플로라시스(花西子), 룬바이옌(潤百顔) 등이 있다. 이 기업들의 성공 사례는 이 시대의 새로운 소비 방식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로서 연구 분석할 가치가 있다.
신생 중국산 브랜드의 ‘콘텐츠 전환’
중국 브랜드의 발전사를 살펴보면, 최근의 신생 브랜드와 기존 브랜드의 성공 공식이 전혀 다르다는 느낌을 받는다. 중국산 브랜드의 ‘교과서’가 바뀌고 있다는 의미이다. 과거에는 하나의 콘셉트 아래 여러 품목을 기획해 대대적인 브랜드 진영을 구축하고, 이 품목들로 전통적인 마케팅을 진행해 나갔다. 특히 TV, 인쇄 매체, 옥외 광고 등 전문화된 홍보 플랫폼을 통해 홍보를 진행하는 방식이었다.
차별화 된 포지셔닝을 기반으로 상품 특색을 강조한 후 다시 집중포화식 광고 투입으로 사용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최대한 많은 진열대를 차지해 소비자를 확보했다. 물론 이 방식은 코카콜라, 펩시, 멍뉴(蒙牛), 이리(伊利), 캉스푸(康師傅), 퉁이(統一)로 대표되는 식품 브랜드 마케팅에서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신생 중국산 브랜드는 더 이상 이렇게 마케팅하지 않는다.img현재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은 중국 인기 브랜드는 대부분 제품 생명주기가 짧고, 마케팅을 통한 판매에 크게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의 브랜드 구축 방법은 ‘대박 아이템 + 콘텐츠 추천 마케팅 + 브랜드 개별 영역 관리’의 조합으로 바뀌었다. 신생 중국산 브랜드의 소비자 포지셔닝은 훨씬 더 섬세하고 세분화되어 있다.
우선 브랜드 기획부터 타깃층의 선호에 초점을 맞춰 제품 전략을 세운다. 동시에 대박 상품을 만들기 위해 상품, 시나리오, 인물, 스토리텔링 등 여러 각도에서 소소한 아이디어를 통해 소비자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강렬한 첫인상을 선점한다. 무엇보다 소셜 플랫폼, 즉 위챗, 웨이보(微博), 샤오훙슈(小紅書), 타오바오(淘寶), 비리비리(B站), 틱톡의 6대 대형 플랫폼에서 체계적인 KOC(Key Opinion Customer: 블로그 체험단과 같이 소비자중에서 영향력이 있는 고객) 추천 마케팅을 활용해 입소문을 내고 직접적으로 사용자 구매를 유도한다.
마지막으로 각종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자를 브랜드의 개별 영역(SNS 공식계정 등)으로 유입시켜 충성도를 유지하고 재구매율을 높인다. SNS 플랫폼은 다양한 성격의 사용자 그룹을 자연스럽게 모을 수 있다. 맛집, 화장품 리뷰 등 정보 공유 성격이 강한 샤오훙슈(小紅書)는 여성 그룹, 유튜브 성격의 영상 플랫폼 비리비리는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며, 쇼트클립 플랫폼 콰이서우(快手)는 대량의 고객 수를 자랑한다.
중국판 카카오 위챗, 트위터 성격의 웨이보, 쇼트클립 플랫폼 틱톡에서 자연스럽게 소비되는 네이티브 광고(기사나 정보와 유사한 형태로 노출되는 콘텐츠 스타일의 광고)는 신생 브랜드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한다. 이제 새로운 마케팅 루트를 개척하는 브랜드가 발언권을 확보하고 제품 론칭을 대규모 매출로 연결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되었다.
기존 브랜드는 대형 브랜드, 대형 기획, 대형 규모, 대형 채널을 특징으로 하지만, 신생 브랜드는 콘텐츠 운영에 중점을 두고 콘텐츠를 통한 접근을 강조하며 소비자와 인기 제품이 밀접하게 연결되도록 한다. 이런 방식으로 신생 브랜드는 전통 브랜드의 채널 ‘독점’을 깨고 단기간에 매우 높은 트래픽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대기업에 못 미치는 자원의 한계를 돌파하고 그들과 나란히 경쟁할 기회를 얻었다.
이제 시장은 구매자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 중국의 강력한 제조 능력과 오랜 경험은 이미 상품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과거에는 제품 하나를 만드는 데 어려움이 많았고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투자가 필요했다면 이젠 제조 생산이 제품 수립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간단한 부분이 되었다. 이로써 사용자의 시선을 사로잡는 것이 더 중요한 핵심 과제가 되었다.
마케팅 주도 비즈니스 모델, 문제점은?
신생 중국산 브랜드의 ‘새로움’은 풍성한 브랜드 톤과 강력한 마케팅 기획 감각에서 드러난다. 대중의 눈에 신생 브랜드는 전통 브랜드가 가진 오랜 역사와 풍부한 경험이 부족한 ‘가벼운’ 모델로 보인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분석해 보면, 신생 브랜드는 상당히 전략적인 제품 마케팅을 통해 강력한 인지도가 높은 기존 브랜드와 경쟁하고 있다.
우선, 브랜드 기획에서 반드시 ‘한눈’에 주목을 받아야 한다. 상징성을 지닌 제품을 통해 브랜드 화제성과 희소성을 만들어야 한다. 예를 들어 위안치선린(元氣森林)의 탄산수는 이미 견고한 장벽이 형성된 음료 시장에서 ‘제로 설탕, 제로지방, 제로 칼로리’라는 키워드로 장벽을 허물고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브랜드들은 아예 웹크롤러(Web crawler: 웹상에 산발적으로 흩어져 있는 정보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모아주는 프로그램)를 이용해 소셜 미디어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을 수집·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품을 만든다. 이후 다시 소셜 미디어의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대중에 제품 정보를 배포한다.
다만 마케팅에 크게 의존하는 브랜드의 사업 방식은 최근 일정 한계에 봉착한 듯 보인다. 얼마 전 발표된 색조화장품 브랜드 퍼펙트 다이어리의 재무보고서는 처음으로 이런 ‘대박 아이템 공식’에 대한 강력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2021년 3월 11일, 퍼펙트 다이어리의 모회사인 이셴(逸仙, YATSEN)이 뉴욕증시 상장을 발표했다. 이때 발표된 첫 재무보고서에서 2020년 매출은 전년 대비 73% 증가한 52억 3천만 위안(약 9,124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마케팅, 판매, 관리 비용 상승으로 연간 순손실이 26억 8,800만 위안에 달했다. 시장은 큰 충격에 빠졌다. 퍼펙트 다이어리는 줄곧 신생 중국산 브랜드의 대표격 기업이자 투자자가 극찬하는 성장형 사업 모델이었는데 적자 규모가 예상 밖으로 컸기 때문이다. 이는 퍼펙트 다이어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마케팅 주도형 신생 브랜드들은 비슷한 행로를 밟고 있다.
퍼펙트 다이어리의 마케팅 비용은 2018년, 2019년, 2020년 각각 3억 900만 위안, 12억 5,100만 위안, 34억 6천만 위안으로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48.69%, 41.28%, 66%를 차지하며 계단식으로 상승했다. 이에 비해 글로벌 최대 화장품 그룹 로레알은 마케팅 비용 비율이 아무리 높아져도 20.3%에 그쳤고, 보통 15%를 넘지 않았다. 계산해 보면 2019년 이셴은 1위안을 지출할 때마다 1.7위안의 수입을 얻었지만, 2020년에는 수입이 0.86위안으로 떨어져 ‘밑지고 파는’ 상황이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런 모델의 추종자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데 있다. 트래픽 비용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고객 확보 비용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는 마케팅 주도형 브랜드에겐 치명적이다. 돈을 쏟아 부어 성장하는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탄탄한 제품력을 응집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중국 대표 국산품 브랜드>
2017년 중국 국무원이 5월 10일을 국산 브랜드의 날로 정한 이래, 유래없이 드거운 국산 애호 열풍이 불고 있다.
샹제미디어와 샹제기업연구소 리서치의 투표 결과를 취합해 분야별 중국 대표 국산 브랜드를 선정했다.
Miraeasset Securities Magazine, INVESTMENT / The Sage Investor, 2021.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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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국제화 ‘뉴 메이드 인 차이나’는 국제적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궈훠’(國貨), 즉 국산품은 과거 중국에서 제조한 공산품을 가리켰다. ‘China made goods’로 번역된 이 개념은 제품 산지를 알리는 데 그치지 않고 낮은 공업 발전 수준을 나타내는 대명사처럼 여겨졌다. 지난 1980년대부터 시작된 중국 개혁 개방의 거대한 흐름에 따라 일본산 전자 시계, 스피커, TV가 잇따라 중국 가정으로 들어왔다. 히트 상품으로 떠오른 ‘산요’(Sanyo)는 한때 라디오 카세트의 대명사처럼 불리기도 했다. 그 당시 홍콩 제조업은 저비용 우위를 점차 상실하고 있었다. 홍콩의 중소형 제조업체는 노동집약적 생산 위주의 공장을 중국 주강삼각주(珠三角)로 대거 이전하기 시작했고, 홍콩과 주강삼각주는 독특한 ‘전점후창’(前店後廠: 앞에는 점포 뒤에는 공장) 방식, 즉 광둥에서 생산한 물건을 홍콩에서 판매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형성했다.
'뉴 메이드 인 차이나'는 국제적 브랜드가 될 수 있을까?
대규모로 유입된 홍콩의 자본과 기술, 비즈니스는 침체되어 있던 주강삼각주의 경제와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이로 인해 주강삼각주는 기적과 같은 경제성장을 이루었다. 개혁개방 20년에 진입하면서 가장 큰 변화는 민간 경제가 부상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일찍이 ‘모조품’으로 천하를 주름잡던 기업들이 이제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했다. 민간 경제의 급성장, 외자 제조업의 유입, 국내 시장과 해외 시장의 협력은 중국 연안지역의 제조업에 전례 없는 발전을 가져왔다. 세계 시장에서 전자 부품이든 의류, 완구든 모두 ‘MADE IN CHINA’라는 마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중국은 가격 우위를 기반으로 단숨에 ‘세계의 공장’이 되었고, ‘중국산 제품’은 높은 가성비로 세계를 사로잡으며 유명한 상징이 되었다.하지만 세계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은 대체로 기술력이 낮고 지적재산권이 없는 OEM 생산을 의미했고, 이후 해외 브랜드의 ‘짝퉁’으로 변질되면서 ‘저가’, ‘저품질’의 부정적인 꼬리표가 따라다녔다.해외 매장 중에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우리 매장은 중국산 제품을 팔지 않습니다’라는 문구를 내거는 곳도 있을 정도였다.
‘새로운 중국산’의 성공 마인드
최근 몇 년간 ‘중국 국산품 급성장’, ‘국산 르네상스’라는 목소리가 높아짐에 따라, 시장에 실적 좋은 브랜드가 다수 등장했다. 이들의 핵심 동력은 다음 4가지 측면에서 나타난다.
① 주류 소비자의 변화: 중국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시대에 접어들었으며, Z세대(1990~95년 이후 출생) 소비자가 시장의 주류를 형성하고 새로운 소비패턴을 보이고 있다. 미우라 아쓰시(三浦展)의 저서 “제4의 소비”에 따르면, 중국소비자는 제3의 소비 단계인 동시에 제4의 소비 특징이 싹을 틔우는 단계에 있다. 이 단계의 새로운 소비 주류층은 개성과 가성비를 중시하며, 유럽과 미국의 전통적인 고급 브랜드 이미지가 자신들과 잘 맞지 않고 가성비가 떨어진다고 느낀다. 정확히 중국 Z세대 소비자의 특성이다.
② 신속한 수요 파악과 공급: 중국 제조 및 공급망은 이미 체계적이고 효율적이다. 특히 전체 산업사슬과 비즈니스 환경의 디지털화, C2M(Customer toManufacturer: 소비자의 요구를 제조업체에게 전달해 상품을 개발, 생산, 유통, 판매하는 것) 등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았다. 브랜드는 신속한 제조 능력과 공급을 통해 소비자의 변화하는 독특한 수요를 충족시키고,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다. 이러한 소비자 수요와 우수한 공급의 원활한 연결은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내고 있다.
③ 미디어와 유통의 변화: 새로이 부상하는 브랜드는 보편적으로 전통적인 홍보 채널보다 소셜미디어를 중시하고 콘텐츠를 더 강조한다. 소셜커머스에서 수익모델을 장악하는 동시에, *DTC(Direct ToConsumer) 방식을 통해 판매와 고객 확보비용을 한층 낮췄다.(*직접 제작한 제품을 소매상이나 유통사, 중간 거래상을 끼지 않고 마케팅하고 유통하는 것. 제조부터 판매까지 강력한 통제력을 지님)
④ 국산품 급성장의 또 다른 중요 요소: 중국 전통 문화가 가진 힘과 새로운 심미관의 부흥. 최근 급성장한 중국 현지 브랜드의 성공 요인이 제품의 힘인지, 아니면 소셜 트래픽의 힘인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소비재 브랜드는 여전히 제품력에 근거해 단기 성장을 돌파하고 좋은 평판과 높은 재구매율을 형성해야 한다. 결국 제품력이야말로 핵심요소이다.
중국산의 새로운 얼굴, 화웨이와 샤오미
샤오미와 화웨이는 Made in China를 넘어선 글로벌 혁신 기업으로 거듭났다.‘새로운 국산품’에 대응되는 것은 ‘오래된 국산품’이다. 수년간 침체되어 있던 기존브랜드 역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오랜 기간 경쟁이 치열했던 모바일 업계를 예로 들면, 노키아와 모토로라 같은 기존 휴대폰 선두 기업이 몰락한 후 몇 년 만에 중국 휴대폰 브랜드가 급성장하면서 이른바 ‘반격’에 성공했다. 그러나 점유율 완승이라는 성적표 앞에서도 ‘중저가’와 ‘저렴’이라는 꼬리표를 뗄 수는 없었다. 하지만 화웨이(華爲), 거리(格力, Gree)등 ‘새로운 국산품’ 브랜드들이 시장에서 승승장구하면서 기존의 저가 이미지를 깰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화웨이가 단기간에 스마트폰 분야에서 급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20여 년 동안 통신 분야에서 기술을 축적했기 때문이다. 특히 자체 핵심기술을 다수 보유했기에 가능했다.
화웨이, 샤오미가 중국산 제품의 이미지를 바꾸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든 전통적으로 강세인 가전 분야에서든 중국 국산품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거리의 제품은 세계 200여 개 국가와 지역에서 판매되고 있다. 더 나아가 세계 에어컨시장 점유율 30%를 차지하면서 글로벌 100년의 에어컨 산업 구도를 재편하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첨예한 경쟁 가도를 달리고 있는 샤오미의 일거수일투족은 늘 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킨다. 샤오미의 비즈니스 모델에 반대하는 측의 논리는 주로 ‘저렴하고 높은 가성비가 소비자에게 꼭 좋은 것은 아니며, 산업사슬의 발전에 해를 끼치고 심지어 혁신의 후속력이 부족해질 수도 있다’는 데 집중되어있다. 샤오미의 생태계에 계속해서 늘고 있는 스마트TV, 휴대용 충전기, 공기청정기, 정수기, 스마트 밴드 등은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게 사실이지만, 진짜 소비자들이 샤오미를 찾는 이유는 품질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즉 고품질이야말로 소비자의 진짜 니즈이다.
중국 브랜드는 ‘새로움’을 위해 우선적으로 혁신을 강조해야 한다. 혁신은 모델의 혁신, 기술의 혁신 등 여러 측면을 포함한다. 그 다음으로 고품질 상품을 생산하려는 태도를 갖춰야 한다. 소위 말하는 고품질 추구는 자신의 제품에 대한 정밀하고 세심한 노력, 끊임없이 최고를 추구하는 혁신 정신을 의미한다.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은 사용자에게 보이지 않는 사소한 부분에서도 정성스러워야 한다고 말한다. 작은 부분까지 세심히 신경 쓰고, 제품으로 돈만 벌려고 하지 말고,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고, 그런 다음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려야 한다고 말이다. 이는 어떤 영리한 마케팅 방식보다 정확하고 중요하다.경영을 지속적으로 하겠다는 결심도있어야 한다. 잠깐의 반짝이는 창의력이나 마케팅에 의존해 하룻밤에 스타가 되는 브랜드도 있지만, ‘새로운 중국산’ 브랜드가 제대로 자리잡기 위해선 모든 세부 사항을 신중하게 다듬어야 한다. 수십 년, 더 나아가 몇 세대에 걸친 노력이 있어야 비로소 진정한 성취를 얻을 기회가 생긴다.
최근 몇 년간 센세이션을 일으킬 만한 수많은 제품이 쏟아져 나오며 일확천금을 노리는 투자금들이 몰려들었다. 이들 제품은 일부에서 높은 인기를 얻으며 빠르게 브랜드를 확장했다. 그러나 투자자와 투자금이 빠져나가면 브랜드나 제품이 일순간 사라지는 경우도 생겨났다. 단기간의 고속성장이나 하룻밤 사이에 탄생한 일약 스타는 허상에 그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상당수의 브랜드가 자국 시장에서 뿌리 내리고 경쟁력을 키우기보다는 기업의 생존을 위해 해외 시장 진출에 열중하거나 특정 시장에 들어가 막대한 돈을 벌려는 시도를 한다. 이러한 근시안적 행위는 기업에 작은 보상만을 돌려줄 뿐이다. 한 예로 리판모터(力帆, LIFAN)는 베트남 오토바이 시장에 처음 진출했을 때 가격 우위를 내세워 높은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다. 그러나 품질과 AS 체계 미비로 결국 베트남 시장에서 실패했다. 이는 브랜드가 근시안적으로 움직일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보여주는 사례이다.
세계에 새로운 얼굴을 선보이다
중국은 30년간 역량을 쌓아온 제조대국이지만 앞에서는 가로 막고, 뒤에서는 맹추격이 계속된다. 일부 개도국은 저렴한 노동력, 원자재, 토지 등 생산요소의 낮은 가격과 투자우대정책을 통해 중국에 있는 외국기업의 생산시설 이전을 촉진하고 있다. 심지어 중국 본토 기업도 동남아시아에 공장을 짓는 것이 현실이다. 산업이 또다시 비용이 더 낮은 곳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상당히 많은 ‘중국산 제품’이 ‘베트남 제품’, ‘캄보디아 제품’, 더 나아가 ‘아프리카 제품’으로 생산지를 바꿔 달고 있다. 이에 중국 기업도 이전과 달리 결연하게 전환의 돌파구를 찾기 시작했다. 화웨이, 레노버, 거리, 하이얼 등으로 대표되는 ‘중국 제조’ 기업들은 연구개발에 사활을 걸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자체 브랜드와 서비스 및 마케팅 시스템을 갖춰 해외에 더욱 선진적인 기술, 더욱 높은 품질, 더욱 정밀한 설계, 더욱 정교한 공법의 ‘새로운 중국산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2009년 해외 시장에 진출한 오포(OPPO)는 오늘날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인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멕시코, 필리핀, 호주 등 20개가 넘는 국가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며 중국 휴대폰 업계의 해외 시장 진출 표본이 되었다. 전 세계 15만 개 판매 네트워크를 구축했으며 해외 직원만 1만 명이 넘는다. 중국 제조업이 드디어 저비용 우위를 넘어서 고급 제품과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제적 기업으로 전환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혁신성과 품질력을 갖춘 제품이야말로 새로운 중국산 제품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정도(正道)일 것이다. 중국 국내에서 불고 있는 국산 열풍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만큼 체력을 갖출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Miraeasset Securities Magazine, INVESTMENT / The Sage Investor, 2021. 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