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시간이 된 글입니다.
2014년 8월 12일 상선선장님께서 오마이 뉴스에 쓰신 글인데 2019년 3월 30일에 읽기에도 시사점이 너무 많습니다.
목포해양대 모두모임 카페에서 카페가 왜 2개가 되었는지 안타까운 마음에 예전 글을 읽다가 발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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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 경력 상선 선장의 해기상념
오대양의 광활한 바다위에서 수고하는 한국해기사들이 읽어주었으면 하는 글입니다
아래 글은 해운업에 오랜 기간 몸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후배들을 위해 몇 가지 전해주고 싶어서 적은 글이며 예전에 본인의 폐이스북에 썼던 글에서 부분적으로 퍼왔으며 몇 가지 상념을 추가하여 꼬리를 달았음..........
* 한국 해기사들이 현재, 유럽해기사들 뿐 아니라 동남아 해기사들보다 더 못한 대우를 받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요 ----- 한국해기사들은 언제쯤 유럽의 "Nautilus International" 같은 노조를 기대 할 수 있을까. 일 년 365일 무료 상담전화가 대기 중이고, 승선중인 해기사를 대신해 선주사와 임급협상을 하고, 상병 발생시 변호사가 법률 문제를 도와주고 불이익을 앞장서 막아주며, 노조는 연금까지 관리해 주는...... 필리핀 선원들도 정부기관 (POEA)에서 무료 변호사를 지원해 주는데...... 한국 해기사들은 급여, 상병 등에서 대신 협의해 주고, 싸워주고, 내 편이 되어 주는 사람이 있는가.
* '근로기준법'이 있는데도 최저임금도 못 받는 실습생들은 왜 공업계고교 실습생보다 못한 급여를 받을까요 ----- 선원법 제3조, 제1호에 의한 "선원"은 2007년 현재, 선원 최저임금액 : 월 906,000원 이나 제52조의 규정에 따른 어선원의 재해보상 시 적용되는 통상임금(승선평균임금)산정을 위한 최저액 : 월 1,109,110원 (1,774,570원) 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나. 적용의 특례" 에 의해 앞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2) 해기사면허 취득을 위한 지정교육기관 출신으로 근로자 신분이 아닌 순수 기술습득 목적으로 실습 승선시키는 경우 적용하지 아니할 수 있음"이라는 이 한 문장 때문에 현재 월 30여만 원을 받고 있는 것이다....... 실습생들의 업무량이 너무 적은가? 공휴일, 주말은 쉬는가? 선원법엔 실습생에 대한 업무 제한규정 자체가 없으면서 급여는 최저 임금을 적용하지 말라고 하는데 이게 상식적으로 맞을까.....
* 세금으로 키우는 해양계 대학의 입학 정원을 늘리면 투자한 세금대비 승선하는 비율이 과연 현재보다 늘어나게 될까요 ----- 요즘 같은 불경기와 취업난에는 상대적 급여가 좋고 군특례까지 있는 해기사란 직업이 사실 매력적인 직업이긴 하다......그래서 다들 계속 승선을 할까?. 여성해기사들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나서, 10여년 승선 경력을 쌓고 선장 또는 기관장을 할 수 있을까.... 추가로 10년 정도 경력을 더 쌓아서 도선사까지 할 수 있을까? 군 특례를 끝낸 20대 후반 친구들에겐 피끓는 열정으로 하고픈 일들이 많다. 그것들을 '생계'란 이유로 포기하더라도 '결혼', 장래가 보장된 '직업'에 대한 고민이 온 머리를 사로잡고 있다. 간단하다. 이 문제들만 해결해 주면 승선 할 젊은이들은 넘쳐 날 것이다.
* 왜 우리 후배 해기사들은 세계 일류 선사에 입사 지원을 할 수 있는 길조차 잘 보이지 않는 걸까요 ----- "필리핀 해사대학과 MOU 체결", "원양실습차 필리핀 방문". 이런 기사를 보면서 한숨이 나온다. 왜 일류 선사가 많은 '유럽'으로 가지 않고 아무것도 없는 동남아로 가는가. 중간 순위의 몇 개 선사를 합친 것보다 더 큰 규모의 글로벌 선두 선사인 "AP moller", "MSC", "CMA & CGM" 등과 같은 대형 선주사와 MOU를 체결했다는 소식은 왜 없는건가...... IMO가 세운 스웨덴 '말로'에 있는 'WMU'와 자매결연 소식은 왜 없는가..... 저무는 '미국'까지 갈 필요는 없지만 유럽의 세계 1~3위 대형 선사의 사장들과 왜 악수라도 하려고 하지 않는가..... 그 일류선사들이 원하는 해기사의 조건은 어떤 것이며, 우리 해기사들이 어느 면에서 부족한지, 어떤 점을 더 중점적으로 교육하여 그들의 Need 에 맞출 것인지 왜 고민하지 않는가....... 유럽의 해기사들은 유급으로 승선, 유급으로 휴가를 반반씩 누리면서 급여는 우리의 2배를 받고 있다...... 우리 후배들은 안 될 것 같은가.
* 정규직보다 계약직, 선주사보다 인력공급회사가 득세하는 이 시스템은 과연 '선박안전'과 해기사의 '직업안정'을 우선시해서 생긴 걸까요 ----- 우리나라의 해운선사들은 세계 일류 몇 위의 선사라고 홍보하면서도 정작 글로벌 1위~3위 기업의 혜안과 세계성, 전문성을 못 따라가고 있다..... 여전히 적자를 기록하면서도 국내 신문사에 "매출호전 전망"이란 기사를 내는 것에 더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선박 대형화는 이미 십여 년 전부터 경제성이 증명 되었으나 국적 선사는 끝물을 탔고 미국의 '모기지'로 시작된 세계 경제위기 속에서 여전히 빚만 늘어가고 있다. 그 빚을 줄이기 위해서인지.... 국적 선사에 SM (Ship Management) 이란 이름의 자매회사가 지난 몇년간 안 생긴 곳이 없다..... 바다에서 묵묵히 일하는 이들을 계약직으로 돌려 세우고, 복지지출을 줄여서..... 과연, 해양사고가 줄었는가? 빚은 좀 갚아서 살림이 조금이라도 펴졌는가? 그래서 모두가 행복해 졌는가?...... 그래도 요즘, 해기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일부 선주 사에서 희망을 본다....
* 이 분야에서 일하는 주니어 해기사들에게 우리는 어느 분야의 어떤 직책을 장래의 롤 모델로 그들에게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있을까요----- 골프에는 '박세리', 야구에는 '박찬호, 추신수', 피겨 스케이트에는 '김연아', 그럼 해운 계에는 ???, 내 아들이 유치원생때 아빠 직업이 '선장'이라니까 유치원 선생님 묻기를 "고기잡으시니?" 하더란다. '마도로스'라면 호기어린 바람둥이 정도로 여겨지는 이미지는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어디에 내세워도 꿀리지 않는 연봉을 주고..... 복지혜택을 주며..... 장래의 직업 안정을 보장해 준다면..... 그 이미지와 업무의 질은 간단히 바뀐다...... 그러나 한국 선주 사들에겐 기대하기 어렵기에...... 방법은 두가지다.... 해양 선진국인 유럽으로 가서 그 대접을 받던지...... 아니면 우리가 단결해서 이 환경을 바꾸던지.......
* 해난사고 방지와 기존 해기인력의 직업능력 배양을 위해 재교육, 업무능력 향상 등을 위한 교육 시스탬은 언제나 만들어 질까요----- 5년 마다 해기 연수원에서 교육받던 '상급 생존, 화재, 구명정 훈련'들이 계속 승선 경력이 있을 때는 면제되었다...... 특히 송출사관들을 위한 재교육 시스탬은 비용 부담이 없는 데도 전문 프로그램도 부족하지만 신청자도 드물다..... 상대적으로 전문 교육기관의 이수 기간이 짧은 해기사들이 송출 선으로 가는 경향이 많고 여러명의 해기사에게서 진정으로 필요한 선박 기본 업무능력조차 부족한 경우를 지난 수년간 많이 경험했다..... 그런대도 관련 SM은 재교육보다는 한명의 계약직이라도 더 취업시켜서 Commission 받는 것에만 관심있는듯 하다...... 선주사측에서 계산하는 장기적인 고용의 결과는 어떻게 나올까..... 비용대비 안전운항 달성비율이 우수? 아니면 불량?.... 십 수 년 후 해운시장의 고용시장의 변화를 어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다.
* 해운기업을 살리려는 노력은 보이는데 해기사에 대한 영어, 직업교육과 국제적인 해운선사로의 취업에는 왜 관심도 없는 걸까요 ----- 왜 6개월만 그것도 국적 선사에만 실습을 시키는지..... 덴마크 선사로, 프랑스 또는 스위스 선사로, 일본 또는 Cosco 같은 중국 대형 선사로 보내서 6개월을 하던 1년을 하던 실습하게 하면 안 될까? 국적선사보다 많은 급여를 받으면서..... 전문지식을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체험하면서 배우도록.... 그래서 취업의 교두보를 마련하고 일류 선사에 취업이 가능하도록...... 왜 병역특례부터 국적선사에만 목을 메고..... 이 좁은 우물 안에서만 소꼽장난하듯이 우리끼리 시끄러운지...... 이 시스탬을 만든 원인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 해양계 대학은 과연 장래 해기사들을 위해서 '토익'말고 어떤 사안에 초점을 맞추고 교육을 하고 있는 걸까요 ----- 학교에 건물 하나 더 세우는 것, 실습장비 하나 더 들여 놓는 것, 발전 기금 더 쌓아 놓는 것, 교수연구비 더 지원받는 것, 학교 취업률 높여서 정부지원금 더 받는 것, 언론에 학교홍보하여 지원률 및 정원 늘리는 것 등은 아무리 봐도 부가적인 일이다...... 정작 중요한 일은 세계해운계를 호령하는 일류선사에선 '어떤 인재'를 필요로 하는지를 파악해서 해양 대에서 '그런 인재'들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 '인재'들이 그 '일류선사'를 호령하는 때가 오면 앞에 언급된 소소한 것들은 자연히 따라오게 된다...... 양 해양대는 지금 무엇에 촛점을 맞추고 있는지 도대체 보이지가 않는다......
* 십 수 년 전의 내 자신에게서 느꼈던 그 소외감을, 지금 승선하는 신입사관들에게서 왜 아직도 그대로 느껴질까요 ----- 이 해기사들의 외로움을 아는가..... 만들어지길 외로운 존재, 인간으로 운명처럼 정해 졌기 때문에...... 한때는 어두운 선실이 외로워 보여서 선실의 불을 항상 켜놓을 때가 있었다...... 아주 단순한 위로의 단어 몇 개와 작은 관심.... 소소한 우정과 애정에 그 지독한 외로움이 기쁨과 행복감으로 바뀌는 것 또한 사람이다..... 정기적인 선, 후배들만의 모임이 왜 없을까..... 승선 중인 선배와 취업 예정인 후배 학생들과의 만남, 대 선배 선장, 기관장과 까마득한 후배 학생들과의 만남, 모교 선후배간의 가족단위 친선 모임과 체육대회, 현장 해기사들과 교수 및 해기단체와의 만남, 몸담고 있는 회사 내 정기 야유회나 동반 여행등..... 정보와 우정을 나눌 자리가 그리 많지 않게 느껴진다....... 이런 문화가 우정을 만들고, 젊은 해기사들의 만남을 만들고, 해운업계의 발전을 만들고, 마음속에 가득한 충만감을 만들 것이라 생각한다.
* 입학 정원을 늘리는 것에 입법 청원한 사람들은 해기사의 가장 큰 승선 장애물이 무엇인지 과연 알고 있는 걸까요 -----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바라는 이런 행위를 어떻게 장래성이 있다고 볼 수 있겠는가..... 수요를 만들지 않고 공급만 계속하겠다는 것은..... 이 정책 입안자들이 누군지 궁금해진다....... 시장을 적극 개척해야 하고.... 더 좋은 자질의 학생들을 시장의 요구에 맞게 생산해 내야 한다........ 국비 장학생으로 지원 할 국민의 피땀어린 세금은 단순히 식비와 의복비가 아니라 확실히 장래가 보이는 사업, 그 인재를 육성하는 비용으로 사용해야 한다.....
지난 18 여년의 승선시간동안 체감했던 안타까움과 비례해서 우리 해운계 선배님들에게도 안타까움을 금 할 수 없다. 인생을 먼저 살아왔고 이 업계에서 많은 것을 보아온 선배들로서 이제 앞길이 창창한 후배들을 위해 어느 정도 임무를 다 해야 했었다는 것이다. 더 많은 항로(航路)를 개척해서 성공의 길을 만들어 주어야 했고..... 보란듯이 성공한 롤 모델이 되어서 도등(導燈)처럼 보고 따라올 수 있는 희망을 주어야 했지만...... 젊은 후배들에게는 부족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또 이해하기는.... 선배님들도 그저 한 분의 생계에 묶인 가장이었고 세상을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말..... 내가 지금 그 상태에 와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떤 방식으로든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기 위해서.... 몇 글자 이야기를 풀어내 깨우치자며..... 미안함을 씻고 싶었다는 것.....
항상.... 안전항해와 건승을 기원합니다.
덧붙이는 글 | 페이스북에 더 많습니다.
1. 개인 페이북 (IOK259) https://www.facebook.com/IOK259
2. 한국 해기사 연대 https://www.facebook.com/groups/1440557609555957/
태그:구홍 (IOK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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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기사 연대에서 2018년에 선원법 개정을 위한 연대 청원을 했는데 청원 신청자가 100명이 안되는 안타까운 현실을 확인 했습니다. 해양업 현실의 한 단면을 보는것 같아 안타깝네요. 근원부터 살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첫댓글 많은 생각이 오가는 글 입니다. 해운업계의 변하지 않은 현실 직접 글로 읽으니 무거운 맘이지만 이런글이 메인언론에 자주 올라와 관심받고 조금씩 발전하면 좋겠습니다.
그러게요. 정말 안타깝죠.
우리라도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문성혁 해수부장관님이 가교 역할하실 기회가 왔음^^
총장님과 함께요...
능력있는 총장님과 장관님과 김인현교수님 및 우리모두의 힘을 모아 꼭 풀어나가야 할 숙제 인것 같습니다!!
예 모두가 함께 나서야죠~♡
해대 학부모라면 정말 필독해야 할 내용이네요.
조금 더 눈을 돌리면 훨씬 나아질 수 있는 직업군인데, 그 오랜 세월동안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었네요. ㅡ..ㅡ
저 대선배님의 안타까운 마음이 공감이 갑니다.
우리라도 무슨 모색을 한번 해 봐요!
2018년이면 제가 해기사를 전혀
모르는 일상이어서 아무 관심도
없었네요
지금은 지인들에게 다 부탁을 해서라도 청원하고 싶네요~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글 입니다
저두요.
올해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해양대를 다 지원하게 되었네요.
집안에 이쪽에서 일하시는 분이 한명도 없거든요.
해양대 교수친구의 권유? <- 마지막에는 빠지더라구요.
제복을 입는 곳이니 철저히 자신에게 맡겨야 한다면서요. ㅎ
대학 합격하고 합격한 대학들을 돌아 봤는데 해양대가 가장 좋다고 침을 바르며 이야기 하던 친구들인데 ㅎㅎ
아무튼 이 글은 정말 모두가 읽고 생태계를 바꾸는데 노력을 함께 해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모르고 있었던 작금의 현실... 어디서부터 개선되어야할지 난감합니다
실습생은 열정페이
윗분들은 자신의 안위에만 급급...
희생은 젊은 내아들 ㅠ
해대생 아들을 둔 에미는
어떤 희망을 품어야 할지 ㅠ
모두가 관심을 갖는다면 조금씩 나아지겠죠.~^^
청풍님의 자료 정보~ 항상 도움 받고 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아닙니다.
읽고 댓글 달아주셔서 제가 감사하죠.
해알못이라 좌충우돌하며 저도 적응중입니다~^^
유럽의 해기사노조. 부럽군요.
인류의 역사에서 그 어떤 것도 투쟁없이 얻어지는 것은 없었죠. 그들 또한 그랬으리라는. . .
앞서가는 사람들, 뭔가 개선하려는 사람에게는 기득권세력으로부터 항상 희생을,
그것도 큰 희생을 강요받는 우리사회, 뭐 다른 나라라고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같지만,
그래도 뭐가 보수요, 뭐가 진보인지도 헷갈리게 하는 우리나라는 더더욱 심한 것같다.
세상은 변해가고, 항상 인간중심의 사회로 변해가는 게 인류역사라보면, 언젠가 또 누군가의
희생하에 변해가겠지만, 행동하는 사람이 많은 사회로 가는 게 문명을 좀 더 빠르게 진화시키는
사회로 간다고볼때 먼저 이런 일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또한 행동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변화가 좀 더 빨라지겠지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