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 동시작가’라는 명칭을 함께 붙이는 이에 대해
내가 쓰는 동시는 ‘시’가 아니다? 그냥 ‘작품’이다? 그냥 작품이기에 내가 쓴(쓰는) '동'과 관련된 작품은 그냥 동시작품일 뿐이다? 그리고 나는 동시 작품을 쓰는 사람이기에 동시작가이다?
그래서 나는 동시작가이지만 성인시도 쓰는 사람이다?
“그렇게 주장하는 그대에게 하나 물어보자. 동시에서 '동'자는 알겠는데 '시'자는 무슨 '시'자요?”
“이런 무식한 인간아, 그게 '작품 詩'자가 아니고 무엇이냐?”
“아, 그래요? 그러면 성인시를 쓰는 시인이 동시를 쓰면 '시'자가 '시 詩' 가 되는 건가요?”
수즉다욕이라, 오래 살면 안볼 욕, 볼 욕 다 보게 된다더니 내가 바로 그 짝이네.
나는 어린이에게 읽힐 '시'를 쓰고자 했거늘 내가 어리석었네.
어린이게 읽힐 '시'를 성인시를 쓰는 시인이 쓰면 비로소 동시의 '시'자가 '시 詩'가 되고, 그냥 동시로 등단해서 동시만 쓰면 '작품 詩'를 쓰는 동시작가?(가) 된다는 건가? 그걸 미처 몰랐네.
진작 알았더라면 이렇게 험한 얼굴로 아이구 병신! 하지는 않았을 게 아닌가. 이제 내가 누군지 분명히 알았으니 분수를 지켜 '동'이라는 '작품'만 쓰겠다. 아니면 신춘문예 '시부문'에 응모를 해서 자격증을 새로 따든지 아니면 그대처럼 시시한 종합지의 신인상이나 받아둘 걸 그랬나. 3류 종합지에 돈 백 만원 주고 신인상이라도 받았어야했나?
에라, 이 못난 인간아. 그깟 시가 뭐기에 그 짓을 내가 해야 하나.그대처럼 그러려면 차라리 시라는 물건 지금부터 일체 안 읽고 안 쓰고 말지.
오오, 랭보여!
20세까지만 시를 쓰고 다시는 시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던 그대가 부럽구나.
오로지 상인 랭보로 절개 지키며 살다 간 그대가 오늘 따라 더 훌륭하고 위대해 보이는구나.
그리고 그대가 쓴 그 시라는 물건이 눈에 띄면 무조건 개한테나 줘야겠다.
시인이 동시를 쓰면 시인이고, 아동문학인이 동시를 쓰면 동시작가라 하는 이 엿 같은 인간이 주접떠는 동시문학판!
아, 내가 너무 옹졸했구먼.
이래서 너는 시인 / 동시작가고 나는 단순히 동시인이 아니냐. 그러니 명함에 박듯 칭 두 개 가진 그대가 이해하게.
동시로 나와서 동시를 쓰다가 시인 대접을 못 받으니 시시한 종합지에 신인상을 받고 스스로 나 시인입네, 그리고 동시도 쓰는 동시작가입네, 하는 자존심도 없는 비루한 인간이 있는 동시문학판이 안쓰럽구나!
이제부터 동시는 ‘시’가 아니고 ‘작품’이니 그대는 시가 아닌 시시한 작품이나 많이 쓰게. 나는 이래도 성인시로 나온 시인입네 하면서.
후기;
시인들이 쓴 동시와 동시작가(?)가 쓴 동시를 확실히 구분하자는 건가? 맘대로 하라. 동시를 쓰면 작가이고 시를 쓰면 시인이다? 그러면서 동시도 시라고 하니 이런 모순이 어디 있나? 일본에서는 가네꼬 미수주를 <동요시인>이라고 하는 걸 봤다. 김용택, 안도현 등 은 ‘시인/동시작가’라고 해야 하나? 아니지. 그냥 시인이라 하겠지. 그런데 어떤 <아동문학잡지>에서 시인 / 동시작가 박아무개라고 하니 이런 넋 빠진 아동문학잡지가 어디 있나. 주로 시시한 종합지에서 성인시로 신인상을 받은, 동시 쓰는 인간들이 동시를 제대로 못 쓰니 위신 세운다고 궁여지책으로 자기 이름 옆에다가 ‘시인 / 동시작가’라고 하는 걸로 안다. 이런 인간들은 ‘성인시’도 ‘동시’도 제대로 못 쓰는 인간들이다. 참 꼴같잖다. 참 쓸개 빠진 인간들이다. 그러면서 왜 동시문학판에 머물러 있는지 모르겠다. 성인시문학판으로 안 가고.
성인시를 쓰든 동시를 쓰든 본질적 문제는 시를 잘 쓰느냐 그렇잖느냐 이다. 명칭으로 자신의 무능력을 호도하려는 잔머리 굴리기는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누구나 간파한다. 정신 차려라! 어느 쪽에도 끼지 못하는 이 삼류 시인(?)아! 시인 대접 받고 싶으면 작품이나 제대로 써라. 명칭으로 한 몫 보려하지 말고.
(2008. 6.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