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간 날;2003. 11. 30 (일)
-날씨 ; 흐린 뒤 갬-새벽 쌀쌀, 대낮 따땃
-구간 ; 제 10구간, 제19소구간. 제 18회차
-코스 및 표고, 시간;
05:05 지기재(현지에선 지기재를 잘 모르고, "석산 금은골"이래야 통.- 상주시 모서면 석산리 금은골마을에서 따옴)
06:40 신의터재(280m)
07:40 작은 봉우리
08:20 무지개산 옆-아침 김밥+너구리라면-양반식으로 아침식사 완료
10:50 윤지미산(538m)-남은 음식,.--시낭송- 휴식
11:20 윤지미와 이별
12:30 화령재(320m)도착-하산완료- 버스 연착 30분 휴식
13:30-15:00 상주시외버스옆 궁전식육식당(전희석.김명숙054-535-9709) 돼지+막걸리
-운행거리;도상 13.7Km, 누계 237.6Km
-운행시간; 당일 6시간 반 .
-교통편 및 대간능선 접근= 거창팀; 복잡-앞엣날 밤10시4분 황간역 도착 새벽
2시 35분 합류
서울팀; 청산학원 전세버스(14 명)
-쓴돈; 황간 월류실내마차(742-4364) 과메기+소주3, 택시,버스,기차,버스,택시비5억
-특기사항; 특기없는 구간이 특기사항. 행정구역상 도계, 시.군경계없이 운행
옛사랑을 산속에서 확인-캬. 으째 이런 일이!
-꾼; 거창 백신종 1명
서울 유영래 대장과 14명 총 15명
산행 그림
어디서부터 풀어 얄까. 11월 마지막 토요일- 29일. 11월은 정신 없이 가고, 촌에 동갑 친구들 마누라와 함께 일년에 두 번씩 노는 날-봄엔 거제바다 다녀오고 오늘은 읍내 가까이 노래방 시설되어 있는 음식점에서 먹고 놀기-동네 어머니친구 조문, 후배 양계장 준공식 참여(축사 2동이 6억이라-휴, 잘되길), 오후 늦게 함양 안의 무진 선생 자연행위 예술제 잠깐 들러 장승 도사들 만나고(고성 갈촌 탈 박물관장 이도열선생, 창원 삼포가는길 문경태님등), 가볍게 요기하고,
저녁 7시 50분 거창발 김천행 버스, 막차-김천역에서 황간가는 기차가 없어 영동으로 올라가, 다시 황간으로 내려오는 기차 이용.-그래서 밤 10시 4분 황간역 대합실-이시간 이후 황간엔 서는 기차가 없음. 역무원 당직 아저씨는 무슨 일 하는지 혼자 열심이고, 노숙자 비슷한 품새로 이리저리 말을 걸어 보지만 피곤한 표정이라. 에그 씽그런 대합실에 홀로 앉아 4시간 반을 기다릴려니...
근데 이 조그만 간이역 대합실에 웬 책장? 역장님의 관심 사항인가, 아니면? 아무튼 시집 몇 권과 지나간 문예지들이 먼지와 함께 꽂혀 있었다. 느긋하게 이것저것을 뽑아 뒤적이다 불현듯 눈에 띄는 지역 문예지가 눈에 들어 왔다. 틀림없이 이 책 속에 내가 찾는 사람이 있겠다 싶어 조심스레 열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흑백사진과 함께 반듯이 있는 것 아닌가. 참 고마운 인연이었는데, 소식 끊어진지 10여년- 하하, 훔치듯 책을 덮고, 대합실을 나와 바람이 겨울 연습하는 골목을 돌아 큰길로 나왔다.
기차가 지나는 길이지만 면단위 촌이라 깜깜한데 실내포장집이 희미하게 문을 열어두고 있었다. 술 마시는 핑계야 술꾼들이면 무수히 갖다 대지만 이 밤 오래 전 잊었던 옛사람을 만났는데 그냥 넘길 수야.... 마침 포항 명물 과메기가 벌써 배에서 삭혀 말린채 추풍령 넘어 예까지 오다니, 야 과멱아 고맙다며 덩치 좋고 맘 고와 왼갖 술주정 다 받아 줄 듯한 쥔마님과 별 영양가 없는 말들 주받으며 참 소주 한잔 한잔 - 맑은 시간, 삼경에 혼자 마시는 싸한 맛이란-그런데, 갑자기 동네 터주대감 인듯한 싸나이 둘이 고성을 질러대며 들어와 떠드는데, 와- 분위기 완전 구겨짐.
몇 순 돌더니 갑시는지 말을 걸어왔다. 혼자 마시는 모양이 허해 보인다며 한잔 받으란다. -그래 오냐 잘됬다. 이왕 버린몸?- 자기 동네 찾아 온 사람에겐 대접을 잘해야 또 오는 법이고, 그렇게 또 오게 만드는 게 이곳 황간에 사는 자기가 할 몫이라며 마구 부어 댔다. 대강 말대꾸를 하며 시간과 소주를 적당히 죽여 나갔다. 왜 산에만 가냐, 바다에도 가 보아라. 바닷속에도 들어가 봐라. 바닷속이 산 속 보다 훨씬 아름답다 라며 열변을 토하는데, 알고 보니 UDT 출신으로 바다에서 18년 험한 군대 생활하고 이제 십여년 사회생활하는데, 지금은 황간에서 경동택배 대리점 사장이란다. 이름은 정명영, 성당에 열심히 나가며, 내일 예배보고 전화 한다고 몇 번이나 되풀이-나라위해 청춘을 바쳤으니 신의 가호와 사업번창은 당연! 다음 산행 땐 꼭 자기 집에 들러 한숨 자고 산에 들라며 야단법석을 떠는데, 2시간이 훌쩍 지났고, 심총으로부터 황간 나들목 빠져 나간다는 연락이 왔다. 비틀거리며 버스까지 따라와 잘있어요 잘가세요 찐한 인사 나누고-
새벽 2시 40분 서울 식구들과 합류, 곧장 상주시 모동면지나 지난번 길 잘못 들뻔한 수봉재 넘어 모서면 삼포리에서 우회전(우회 도로 땜에 우회를 놓쳐 다시 U턴)하여 지기재로. 첫새벽에 움직이니 가는 길 물어볼 사람 없어 지도와 감으로 가야 한다. 산 속 일 역시 마찬가지, 기후 불순이나 어둠 수풀 등으로 대간길을 놓치면 감으로 가야 한다. 물도 그냥 흐르는 듯해도 자기가 좋아하는 길을 만들며, 흐르다 구르다 돌다 소쿠라지다 솟았다 곤두박질치다.....산도 같다. 그래서 그 흐름 잡는 법, 즉 감 잡는 법을 몸에 익혀야 한다. 대간 마칠 때면 잡힐라나. 어둠이 풀리지 않아 1시간쯤 버스 속에서 취침하라는 대장 명령-황간의 UDT친구와 소주와 밤을 잡고 있는 어둠과 함께 힘을 쏟는다고 꼬박 새워 한시간을 달게 잤다.
5시 10분 대오 정비 -무슨 빗돌인지 모르지만 지기재 초입 오른편 길섶에 제법 높이 서있다. 참 지기재란 이름을 이 곳 사람들은 잘 몰라, "석산 금은골" 가는 길을 물어야 한다. 전등들을 켜고 농로 길을 따라 약 500미터쯤 걷다 슬레이트 외딴집이 보이는 지점에서 오른편으로 꺾어 들어 얕은 능선을 타고 휘적휘적 새벽을 가른다. 어둠 속에도 잘들 걷는다. 정말 편하게 사박사박 걸어가는 길이다. 산길 밭길 논길 같은 완만한 길을 1시간 반쯤 오르내리니 신의터재가 나타났다. 상주시 화동면 이소리에서 상주시내로 넘어가는 재(280m) - 단체사진 한판 찍고 -그냥 찍는데 종마는 꼭 박는다 하고, 또 누구애기냐? 초등 4학년 김재원?이 따라 붙었는데, 애 안나오게 박거라 하질 않나....에그.
2차선 길을 가로질러 분수령 표지판(分水嶺- 금강과 낙동강이 갈라 지는 곳;상주 대간길 재마다 분수령 표지판 설치-백두대간 마루금이라 하면 훨씬 나을 텐데...天地山水 )을 뒤로하고 솔밭 사잇길로 행진 행진. 아랫녘 백두대간 길이 대강은 경상 전라 충청을 가르며 나아가는데, 지지난 구간 큰재 내리기전 국수봉에서 부터 도계(道界)를 버리고 상주시 안에서만 소구간 3코스를 걸은 다음, 갈령삼거리 위 형제봉에서 충청 경상이 만나 다시 경계를 지운다.
나아가는 왼편 아래 길 건너엔 자연 마을이 다섯 인데 200여 호는 충분히 됨직한 넓은 터다. 지금쯤 굴뚝엔 새벽 연기가 오르고, 부지런한 아지매의 밥 익는 냄새도 흐르련만 방안에서 전기로 모든 걸 해결하니 죽은 듯 조용하고 개들만 가끔씩 왕왕 단체로 따라 짖어댄다. 오늘 새벽의 개소리는 별로 싫지를 않다. 왜 일까.
짐승도 주인을 닮는다 했나? 이곳 산세가 워낙 푸근하고 온화하여 경상에서는 젤 가는 양반들이, 넉넉한 품새로 살아가는 터 임이 분명하다. 그래 상주는 양반 동네여. 아마 충청 큰 양반과 대간 길 걸어가며 양반학 공부하는 대사들 지난다고 그리 짖는 진 몰라도, 녀석들이 양반으로 짖더라니.
1시간쯤 7시 40분께 무지개산 비켜 그 아래서 거룩하게 아침밥을 먹고-육식은 사람을 공격적으로 만들고, 지구 자원과 환경도 엄청나게 파괴 한다며 가능한 생식을, 그리고 소식을 하라는 대장의 아침 훈령-그런데, 와- 정말 음식이 너무 많다. 조별 편성은 오데로 갔노 오데로...조장들도 아직은 제위칠 못찾고... 묵언산행으로 마음을 다 잡았으면 단식산행으로 몸을 좀 추스려 보면 어떨까. 정치하는 인간들의 속보이는 단식말고. 차라리 불식산행이 낫겠다. 그래 불식산행--오래전 좋은 친구 녀석이 잠적하여 두달만에 찾았는데 왜? 하니 그냥 불언, 부접, 불출하고 화두 물고 늘어 졌대나, 뭐라 하더만 글쎄-. 배불리 먹은 몸으로 2시간 반 가까이 걸어 윤지미산(538m)에 오름.
산상시회-가져온 술병 모두 엎질러 놓고-
대장이 직접 낭송, 감태준시인의
‘ 흔들릴 때마다 한 잔’
“포장술집에는 두 꾼이, 멀리 뒷산에는 단풍 쓴 나무들이 가을비에 흔들린다 흔들려, 흔들릴 때마다 한잔씩, 도무지 취하지 않는 막걸리에서 막걸리로, 소주에서 소주로 한 얼굴을 더 쓰고 다시 소주로, 꾼 옆에는 반쯤 죽은 주모가 살아 있는 참새를 굽고 있다 한 놈은 너고 한 놈은 나다, 접시 위에 차례로 놓이는 날개를 씹으며, 꾼 옆에도 꾼이 판 없이 떠도는 마음에 또 한 잔, 젖은 담배에 몇 번이나 성냥불을 댕긴다 이제부터 시작이야, 포장 사이로 나간 길은 빗속에 흐늘흐늘 이리저리 풀리고, 풀린 꾼들은 빈 술병에도 얽히며 술집 밖으로 사라진다 가뭇한 연기처럼, 사라져야 별 수 없이, 다만 다같이 풀리는 기쁨, 멀리 뒷산에는 문득 나무들이 손 쳐들고 일어서서 단풍을 털고 있다”
-대장 낭송은 너무 격하게 흐른다. 술처럼 적셔야지...ㅎㅎ-
또 한편, 이현주 낭송- ‘달마산책’.
“길에서 길을 찾고 집에서 집을 구하기 그 얼마였던가 / 나아가려 하면 할수록 길은 멀어지고 / 나와 함께 사람들의 심정은 쪼들어만 가니/ 그러한 까닭에 오늘 스스로 자화를 그려내 / 마음 등불을 밝힐까 하노라”
11시 20분, 훌훌 털고
모두 비우고 시평 서평 양반론 강의 거두고, 신소리- 나훈아가 김지미한테서 쫒겨나는 장면인데 윤지미산에서 풀면 ...둘이서 침대에 들어 서로 발을 애무하며 이거 누구발? 하는데, 김지미가 먼저 훈아발.. 하니까, 나훈아- 연상의 여인이니 그냥 지미발 몬하고 겡상도 말로 지미씨 발 켔는데- 아구야 그대로 쫒겨 났데유-알수 없는 일, 배를 잡고 웃고-뉘기여? 이 음담패설- 하산 시작- 양반은 정오에 마음속 점하나 찍는겨-점심 챙기는 얘길하며 작은 구릉 세 개를 지나 상주-대천?간 고속도로 공사장이 또 백두대간을 절개하는 측량 푯대를 무심히 눈감고 지나쳐(이래선 안된다. 새만금, 부안의 대표 주자 허정균을 두고 가야 한다. 투쟁 투쟁! 화룡재 관통도로 결사 반대!!!) 아래로 아래로. 터널 공사가 나을 듯도 한데, 그래도 아프고 저래도 아프니...
화령재(320m)에 12:30 하산 완료.
소구간 한번만 더하면 새해 산행은 속리산 문장대에서 하겠구만-시산제 준비 -맨날 먹을 궁리-종마가 궁리 할 일...
버스가 약간 늦어져 상주시내 터미널 한참 옆 궁전식육식당(캬바레,나이트,모텔,빌라,아파트등엔 궁전이 많은데.... 식육식당에?)에서 도가 막걸리 받아다 적당하게 굽고 마시고- 얼굴에 화색 돌 즈음 이별- 상주 시외버스 15:15 김천행- 16:20거창행 직행버스
목욕재계하고 나오다 친구만나 맥주 쎤케 일배, 또 궁전63소+주, 불교연합합창단 노래연습. 내일 새벽 창원으로 가야하니 좀 쉴 일.
<아버지에 대한 기억 중에서>
- 이 령-
나 어릴적 저문 냇가에는 은사시나무
온몸으로 부르는 나지막한 노래가 있었습니다
그 날의 주홍빛 냇물은 깔깔대며 먼 곳으로 흘러가고
-이제는 아버지도 냇물처럼 흘러가고-
어둑어둑 밤이 뿌려 지면서 피라미떼는
무지개를 업고 연신 하늘에 오르는 시늉을 했습니다
몇 개의 별이 내려와 냇물에 멱을 감았습니다
빈 고기통을 안은 부푼 가슴의 아버지와 나는
저녁 무렵의 아름다운 풍경속을 풍성히 걸어 왔습니다.
한번 흘러가면 되살아 올수 없는 냇물따라
아버지의 빛고운 이승의 노래는
영영 흘러가 버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