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표정
김루
우리는 셋이 되어 공원을 걷지
셋이라는 건 모두 혼자인 거야
저녁 산책이 밝아졌다 어두워진다
팔짱을 낀 연인을 지나 장미정원을 지나 풍차 앞에서 구름다리에 오른다
우리는 걷다 웃고 웃다 반성한다
날씨를 공원을 혼자를
우린 왜 셋이면서 혼자인 걸까
자전거를 타며 웃는 연인으로 출발해도 좋았을 걸
강아지가 온다 하앻게 온다 혀를 내밀며 정겨운 꼬리로 온다
가까이 더 가까이
충혼비 앞에서 우리는 선다
여기엔 거미뿐이구나
거미가 한 발 한 발 발등을 딛고 올라와 묵념한다
허공에서 노을 지는 아버지
우리는 다시 셋이되어 바람의 몸속에 들어앉는다
너무 깊게 들어온 걸까
죽은 아버지가 따라오다
붉게 일어난다
밟고 있는 그림자가 무덤이었구나
검은 옷을 입고 저머다의 숲으로 우리는 흩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