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진감래 (苦盡甘來)
단곡 / 윤무중
그 때 객지에서 혼자 외롭게 시간을 보내고 막막한 하루를 보내는 젊은 시절 마땅한 일자리를 찾기도 어렵고 취직하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철민은 객지에서 막일 (지금 아르바이트)을 하면서 늦게나마 고등학교라도 다녔고 이제 막 군에서 제대하고 나왔는데 무슨일이라도 해야만 하는 절박한 처지였다. 그리고 방한칸이라도 있어야만 기거할 수있고 밥먹고 살기 위해선 일을 해야된다. 몇달간 여기저기 이력서를 써 지원을 해봤지만 소용이 없다. 다급하고 힘든 가운데 반년이 지난후 지인을 통해서 직장이라고 잡은 것이 고작 논 바닥에서 일해야 하는 잡부였다. 매일 현장에 나가 장화를 신고 삽질을 하는 일이었다, 추운 날이나 더운날이나 가릴 수 없다. 냇가에서 자갈을 채취하여 운반하는 일, 착정기로 땅을 팔 때는 이것 저것 도와주는 일이다. 철민은 하루종일 흑탕물을 뒤집어 쓰면서 일을 하다보면 저녁엔 녹초가 된다.
1968년도는 가믐이 유난히 극심하였던 해였다. 전국적으로 농사가 흉년이 들어 정부에서 급하게 농업용수를 개발하는 조직을 만들었다. 농림부 산하 지하수개발단으로 불리는 조직을 각 도에 두어 농업용수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여기에서 철민은 현장 잡부로 취직을 한 것이다. 철민이로서는 그나마 어떤 직업이 문제가 아니라, 일할 수 있다는 자체가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그 시절은 지금보다도 취직하기가 어려웠으니 말이다. 그가 객지에서 혼자 있으려니 무슨 일이든 해야하는 처지이고 앞길이 막막하다 보니 돈벌이를 해야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철민은 수원(水原)에 있는 경기도지사에 출근하게 되었는데, 경기도는 그래도 한해가 덜한 편이라 전라남도 지역으로 파견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처음 출근하면서 곧장 전라남도 순천지역으로 직원 전체가 파견 근무를 하게 되었다 . 사무실을 차리고 각 지역 면 단위로 팀별 업무계획을 세워 공사를 진행했다. 지하수 한개의 공(孔)을 파기위해서는 최소한 3-4일정도 소요된다. 착정기(鑿井機)라는 땅을 굴착하는 기계로 다이아몬드 비트(Bit)라는 회전 칼날을 통하여 암반까지 뚫을 수 있어 무난히 작업을 할 수있다. 육지에서는 평균 20m~30m정도 파면 물이 나온다,
물론 사전에 지질, 수량등 탐사와 조사를 통하여 물이 나올수 있는 지역을 골라 시추 해본후 본 수공(水孔)을 파고, 편리하게 농업용수를 공급할 수 있도록 마무리하여 공사를 끝낸다, 그후 그곳에 이력과 수량등을 기록하여 보관하면 공사는 끝난다. 이 일에서 물론 여러명의 인부가 협력하여 자갈 모래 채취, 공사진행준비, 자재운반,등 제반 인력으로 해야될 일을 하루종일 하는 것이나, 막일을 해보지 않은 철민은 힘이 들수밖에 없다. 그러나 철민이는 열심히 하는 성격이었다. 또 앞으로 기계조작을 배우기 위해 밤에는 그곳 기술직 직원에게서 기계에 대한 제반 운영방법 동 이론적으로 많은 것을 배우려 했다. 철민은 무슨 일이든 배우려 노력하는 성격이었다. 이런 일을 지역마다 순차적으로 돌며 매일 쉬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일을 시작한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그해 11월 첫주 토요일경 공사 현장에는 지사장님이 순찰차 나오셨다. 이것저것 현장일과 애로사항등을 물어 보시고 난후 철민에게 오셔서 “자네 고생이 많지? 어디에 살지?”
“어느학교 나왔지? 열심히 한다면서?” 이런,저런 그에 대한 신상을 상세히 묻는 등 관심을 가지셨다. 지사장님이 현장에 나오신 후 한달정도 지났을 때 쯤 철민에게는 아주 기쁜소식이 들렸다. 사무실에서 정식 직원으로 채용되는 행운을 얻은 것이다.
마침 행정직 한명을 충원해야하는 시기였는데, 철민이가 그동안 아주 성실히 일을 하고 착실하고 실력이 있다는 좋은 평판으로 지사장님의 관심을 갖게되어 선발된 결과였다. 그는 이런 통보가 믿기지 않았다. 이렇게 임시직으로 막일을 하는자가 정식 직원으로 발령받는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하였다.
다른 직원들은 부러워하면서도 이상한 눈초리로 보는 듯 했다, 철민은 꿈을 꾸고 있는 듯했다. 이렇게 기쁠 수가 없다. 얼마나 힘든 시간이었는지, 그동안 참고 견딘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앞으로 잘 해야겠다고 다짐 다짐했다, 다음날, 철민은 몸치장을 하고 양복을 차려입고 사무실에 나가 지사장님을 만나 면담을 했다. ,'
"이곳에 직원이 필요한데, 자네가 아주 성실하고 모든 일에 솔선수범하여 정식직원으로 채용하여 경리업무를 맏기기로 하였으니 열심히 하게나," 하면서 경리과장을 불러 같이 일하도록 소개시켜 주었다. “지사장님, 감사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철민은 머리가 땅에 닿도록 인사를 하고 경리과 사무실로 가서 일을 배우기 시작했다, 철민은 이런 고마움을 느낀적이 없었다, 자기 자신도 자랑스러웠다. 물론 살면서 때를 잘 만나고 운이 있어야 한다지만 그동안의 힘든 과정을 하느님이 알아 주시고 견디게 했나 보다하는 마음이 들었다. 자신이 행운아라 생각도 했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오는 것이 바로 이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할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겠냐만 내가 맡고 있는 일들은 열심히 느력한다면 머지않아 또다른 일을 할 수 있는 계기가 올 수있지 않을까. 모든 일에 만족하고 긍적적인 사고로 귀천을 가리지 않고 일해가기를 지금 세대에 사는 젊은이들에게 조언하고져 한다. 고진 감래(苦盡甘來)라는 옛말이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