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배드민턴의 세력 판도와 한국 배드민턴 |
스포츠 세계 최대 시장 미국을 파고들기 위한 장기적 포석 |
<전설을 넘어선 미국 배드민턴> 흔히 우리는 미국을 배드민턴의 불모지라고 알고 있다. 미국은 세계 최고의 스포츠 강국이고 세계 최고의 스포츠 시장이 발달되어 있는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성조기를 달고 출전한 미국 배드민턴 선수를 보는 일이 익숙하지 않다. 한동안 어리버리하게만 보였던 축구도 이제는 상당한 수준에 올라 있고 양궁이나 태권도도 꽤 잘 하는 미국, 하지만 배드민턴만은 미국과 어울리지 않는 종목처럼 보였다. 국제대회에서 8강 이상의 성적을 한번도 올리지 못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2005년 8월 22일 오늘, 세계 배드민턴 역사에 길이 남을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캘리포니아 애너하임에서 벌어진 제14회 세계배드민턴선수권대회(올림픽 다음으로 큰 대회)에서 남자 복식 우승컵을 미국이 차지해버린 것이다. 토니 구나완(Tonny Gunawan)과 하워드 바흐(Haward Bach) 조가 그 주인공들이다. 그들은 인터뷰에서 “믿을 수 없는 일을 해냈다. 우리는 우리 앞에 장벽처럼 놓여 있던 배드민턴의 전설들을 차례차례 넘어섰다. 우리는 꿈에도 못 이룰 것 같은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그들은 16강전에서 말레이시아가 북경 올림픽을 대비하여 키우고 있는 신예 복식조인 츄충엥, 충탄훅 조(8번 시드)를 깨면서 파란의 시작을 알렸다. 8강전에서는 세계 랭킹 1위 덴마크의 에릭 젠스, 룬드가드 한센 마틴조를 물리쳐 세계 배드민턴계를 경악시켰다. 이들의 전진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준결승에서는 ‘더 이상은 못가겠지...’라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세계 대회와 올림픽 석권 경력이 있는 세계 랭킹 4위 하디얀토 루룩, 알벤 율리안토(인도네시아)조를 꺾었다. 그리고 오늘 환상의 결승전. 세계 랭킹 2위이자 올해 전영오픈 우승자인 찬드라 위자야, 시지트 브디아르토(인도네시아)조마저 꺾고 믿을 수 없는 행진의 마침표를 찍었다(15-11 / 10-15 / 15-11). IBF는 하워드 바흐의 점프 스매싱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고, 토니 구나완의 네트 플레이는 박주봉과 김동문을 연상시킬 정도의 훌륭한 플레이였다고 평가하고 있다. <배드민턴의 새로운 장을 연 사건> 이는 배드민턴계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건이다. 척박한 땅에 피어난 한줌의 꽃과 같이 귀한 일이다. 배드민턴은 현재 중국, 한국, 일본,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홍콩, 대만, 싱가포르, 태국 등 아시아와 덴마크, 영국, 독일 등 유럽이 주도하고 있으며, 아프리카와 라틴 아메리카, 아랍권은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종목이 되기 위해서는 그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였다. 그 중에서도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을 끌어들이는 것이 중차대한 과제였던 것이다. 국제배드민턴연맹이 이번 세계 대회 개최지를 미국으로 정한 것도 바로 미국 시장을 파고들기 위한 장기적 포석으로 보인다. 언론에서 배드민턴보다 테니스를 비중있게 다루는 것은 왜일까? 테니스가 배드민턴보다 재미있기 때문일까? 그렇게 보지 않는다. 미국이 테니스를 잘 하고, 스포츠 마케팅에 있어서 테니스가 소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배드민턴이 스폰서로부터 관심을 끌고 광고주가 마케킹의 대상으로 삼는다면 언론에 자주 노출되는 것은 시간 문제일 것이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미국의 유입이 꼭 필요하다. 아마도 수천, 수만 명의 미국인이 배드민턴이라는 경기를 실제로 처음 접했을 것이고, 그 미묘한 매력을 처음 느꼈을 것이다. 미국 배드민턴 시장은 이제 시작이다. 그러나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보도에 따르면 1주일 동안 진행된 세계대회에 매일 수천 명씩의 관중이 운집하여 열광적인 응원을 펼쳤다고 한다. 오늘 자국 선수가 우승까지 해내자 체육관은 ‘U.S.A'를 외치는 함성으로 가득 찼다고 한다. 국내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국제대회가 관중들의 무관심속에 썰렁하게 진행되는 것보다는 분명 한 수 위에 있다. 이는 곧 잠재력이자 발전 가능성이다. 거기에다가 미국인 특유의 유연한 체질이 접목된다면 머지않은 장래에 엄청난 세력을 형성할 것이다. 우리의 여자 단식 스타 방수현이 올 해부터 미국의 주니어대표 코치로 초빙되어 활동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인 일이다. 미국 배드민턴계에서 방수현을 거액을 주고 초빙한 것 자체가 주목받을 일이다. |
<배드민턴의 세력 판도와 한국 배드민턴> 우리의 현실은 어떠한가? 현재 세계 배드민턴의 세력 판도는 중국이 최고수로 군림하고 있고, 그 뒤를 인도네시아, 덴마크가 뒤따르고 있는 형국이다. 그 뒤를 말레이시아, 영국, 한국이 각축을 벌이고 있고, 그 뒤에는 태국, 대만, 일본 등이 뒤따르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이효정, 이경원 조가 여복에서 동메달을 딴 것이 유일한 메달이고, 이현일은 8강전에서 린단(세계1위)에게 석패했고, 이재진, 정재성조는 뉴질랜드 선수(시드15)에게 져서 8강의 문을 통과하지 못했다. 세계 3강안에 들어있던 한국 배드민턴이 이렇게 초라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하태권, 김동문, 이동수, 유용성, 라경민의 은퇴이다. 지금은 대대적인 세대교체중이다. 이현일, 손승모(25세)가 최고령이고, 이용대가 17세, 평균 22세로 세계에서 가장 젊은 국가대표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이 아직은 세계 수준과 거리가 있지만, 훈련하기에 따라서는 2~3년 안에 세계 최고 수준에 오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이재진과 정재성, 이재진과 이효정 조는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성장하였고, 단식의 박성환, 장영수, 안현석, 이철호 등이 이현일, 손승모의 뒤를 이을 것이다. 특히 이용대(화순실고2)가 3~4년 후 10년을 제패할 ‘무서운 전설’로 성장해주기를 기대해 본다. 물론, 한국 배드민턴의 재도약을 위해서는 우리 배드민턴 동호인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한국 배드민턴이 중국이나 인도네시아 등에 밀리는 또다른 이유는, 초등학교 유망주들이 야구나 축구 등 소위 인기 종목으로 전향해버리기 때문이다. 재능있는 인재들이 인기종목으로 몰리고 있는 현상 자체를 나무날 수는 없다. 이 역시 배드민턴의 발전을 바라는 배드민턴맨들이라면, 배드민턴을 인기 있는 종목으로 만들어나가는 수밖에 없다. 이 역시 우리 동호인들의 몫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