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각산<한번 읽어보세요>

[할배]

머리말



서울의 북쪽에 위치하는 삼각산은 언제나 시민들이 많은 시간을 들이지 않고 부담 없이
가까이 등산할 수 있는 산으로서, 한강과 함께 서울을 상징하는 산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삼각산은 다만 서울만을 상징하는 산이 아니라, 민족사의 한
가운데 우뚝 서서 우리 민족의 정신을 상징하는 산임을 알 수가 있다. 즉 맥맥히 흐르는 민족사에서 새로운 국면을 열어갈 때마다 정신사적으로 그 시대를 상징하는 의미 있는 산으로 등장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삼각산은 각 시대에 따라 많은 이름을 갖고 있다. 삼국시대에는 부아악(負兒岳)·횡악(橫
岳)이라고도 이름하고, 고려 조선시대에는 삼각산(三角山)·화산(華山)·화악(華嶽)이라고
부르다가 지금은 북한산이라고 부르는 등 다양한 이름으로 등장하면서, 그 시대의 사람들과 교감하고 또 시대사와 연관지어왔다.



본 글은 이러한 삼각산이 지닌 역사적인 이름들에 대한 해명과 함께, 이 삼각산이 삼국시대 이후부터 대한민국의 수립에 이르기까지 역대로 이어가면서 새 역사의 고비마다 어떠한
정신사적인 기능을 했는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와 같은 작업은 첫째 지금까지 소홀히 해 왔던 삼각산이 지닌 진정한 민족사적 의미를
찾아내고, 둘째 이를 소재로 오늘에 열어 가야할 민족사의 좌표를 찾아보고, 셋째 이를 바탕으로 삼각산에 소재하고 있는 지역민들, 나아가 삼각산을 사랑하는 모든 분들에게 바른
긍지를 갖게 하는 데에 그 목적을 둔다.



1.삼국시대



삼각산과 우리나라의 건국이 연관되어 처음 나타나는 것은 백제의 건국이다. [삼국사기]
제사지에 의하면, 이때의 이름은 부아악(負兒岳)이다. 특히 이 부아악은 [북한지(北漢誌)]에 의하면 인수봉(仁壽峰)을 가리키는 이름이 된다. 즉 "인수봉은 삼각산의 제1봉이다. 사면이 순 바위로 깎아질러 섰는데 봉우리 등에 한 바위가 덧붙어서 부아악(負兒岳)이라고 부른다"라고 하였으며, '부아(화)가 치밀어 솟아 오른 곳' 또는 '불끈 솟아 오른 곳'이라고도 하였다.



삼각산과 우리나라 건국과 연관된 최초의 기록은 [삼국사기]에 나타난다. [삼국사기], 백제본기 중 시조 온조왕 기사(記事)를 보면, 고구려 시조 동명왕의 아들 비류(沸流)·온조(溫祚) 형제가 졸본부여에서 여러 사람들을 데리고 남쪽으로 내려와 지금의 서울인 한산(漢山)에 이른 후, 그 도읍지를 물색하기 위하여 부아악(負兒岳)에 올라서 살만한 땅을 살펴보았다.



이때 10명의 신하가 간언하기를 "생각컨대 저곳 하남의 땅은 북쪽으로는 한수(漢水)가
띠를 둘렀고 동쪽으로는 높은 산악에 의거하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비옥한 들판이 보이고 서쪽으로는 큰 바다에 막혔습니다. 이러한 천연적인 지리의 이점(利點)을 가진 곳은 얻기 어려우니 여기에 도읍을 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였다.



온조와 비류가 남하하여 도읍을 정하기 위하여 삼각산에 올라갔다는 사실로 보아 삼각산은 백제 건국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마치 아기를 업은 어머니
(負兒岳)같이 삼각산은 새로운 국가를 탄생시키는 산으로 우리의 민족사에 등장하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건국의 역사는 아니지만, 신라 중흥기에 또한 삼각산이 매우 중요한 산으로 기록되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



고구려 장수왕의 남진정책으로 백제는 도읍을 웅진으로 옮기게 되고 백제 26대 성왕이 신라 진흥왕과 손을 잡고 잃어버렸던 한강유역과 부아악을 회복하는데 성공하지만 다시 2년
뒤 신라에게 그 땅을 빼앗기고 만다. 삼국시대에는 전략요충지인 부아악을 서로 차지하려는 국경싸움이 끊이질 않아 서기 555년 신라 진흥왕이 삼각산을 국경으로 삼는다는 순수비(巡狩碑)를 비봉(碑峰)에 세우고, 한강 이북 지역을 행정구역상 북한산주(北漢山州)로 지명하고, 명산대천의 하나로서 소사(小祀)를 지냈다.



즉 신라는 자기 나라의 강역을 알리는 비석을 이곳 삼각산에 세웠고, 또 제사를 지낼 정도로 삼각산이 지닌 명산으로서의 면모와 의미를 중요하게 여겼던 것이다.



이렇듯 삼국시대에 이미 삼각산이 백제의 건국이나 신라 강역을 표시하는 중요한 산으로
인식되게 된 것은 이 산이 지닌 지리적인 면 역시 중요하게 작용했다. 백제의 역사에 여러
번 등장하는 횡악(橫岳)이란 명칭은 바로 삼각산을 지칭한다. 당시 남북으로 대치하여 공격을 함에 있어서나 방어를 할 때나 삼각산이 중간에 가로 놓여있기 때문에 그 지역 형세에 따라 '가로 횡자'를 사용하여 횡악(橫岳)이라 부른 것으로 이해된다.



이처럼 백제 고구려 신라 삼국은 서로 군사적 요충지인 이곳을 확보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였기 때문에 국력을 아끼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즉 삼각산은 지리적인 면, 또 그
형세 등과 아울러 우리 고대사에 매우 중요한 산으로 등장하고 있음을 볼 수가 있다.



2.고려시대



삼각산 주봉 중의 하나인 국망봉(國望峰)은 고려 창건과 깊은 연관을 지닌 봉우리이다.
통일신라 말, 국사(國師)이며 풍수지리에 조예가 깊은 도선(道詵)은 당시의 불안한 정국과
사회적 혼란 등 이미 신라의 국운이 한계에 이르렀다고 판단하였다.



그래서 백성들의 안정 회복을 위해 새 나라와 새 주인을 갈망하게 되었고, 이를 발원하기
위한 기도처를 구하려고 전국의 명산승지를 두루 답사하다가 한반도의 구심점이 되고 그 힘이 중앙으로 솟구친 부아악을 찾게 되었다.



도선국사는 이 산에 기도처를 정하여 도선암이란 초가(草家)암자를 짓고 지극한 정성으로 새로운 역사를 이루어갈 새나라가 일어서기를 간절히 기도하였다. 그러자 마침내 감응이 있어 남쪽 봉우리에 올라서서 살펴보니, 송악(지금의 개성) 일대에 왕기(王氣)가 서려 있어 장차 도읍이 될 대명당(大明堂)임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봉우리를 이름하여 '나라를 바라보았다'는 뜻으로 국망봉(國望峰)이라 하였으며, 도선(道詵)은 왕건의 부친 왕융을 만나 새 왕조 출현을 암시했다. 솔깃한 왕융은 매우 기뻐하면서 "새 왕조가 얼마나 갈 수 있겠는가" 물었다. 도선이 "천년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순간 송악산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는 삼각산의 모습이 들어왔고, 그는 황급히 "아, 아니오. 삼각산에 막혀 500년 가오리다"고 말했다고 한다. 실제로 고려(高麗)는 474년만에 멸망해 한양에 도읍지를 넘겨야 했다.



태조 왕건은 지금의 삼각산 북한리(北漢里)의 노적봉(露積峯) 아래에 중흥사(重興寺)를
창건하여 고려의 중흥(重興)을 기원하였다. 고려 8대 현종(顯宗)이 삼각산에서 승려생활을
할 때, 진관스님의 은공을 기려 그를 국사로 봉하고 1011년 진관사를 창건하였으며, 거란족이 침입하였을 때 중흥성(重興城 -북한산성의 전신)계곡 중흥동(重興洞)에서 피난생활을 하면서 재기를 노렸다.



고려 말 1388년 최영 장군은 중흥성(重興城)을 축조하여 기울어 가는 고려를 중흥시키려고 이 곳에 군대를 주둔시킨 바 있으며, 원증국사(圓證國師) 보우가 중흥사를 중건하고 그
옆에 태고암을 지어 나라의 중흥을 빌었다.




이러한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삼각산은 고려시대에서부터 이미 삼각산이라는 이름으로 불러진 것으로 보인다. [고려사] 서희전(徐熙傳)에 의하면, 서희가 성종에게 아뢴 말 중에
'삼각산 이북도 고구려의 옛 땅입니다'라고 한 말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보아서 삼국시대 이래 부아악이라고 불리어 오던 산명이 고려시대부터 삼각산으로 불리어지기 시작하였으며, 조선시대에 들어와서는 확고히 자리를 차지한 듯하다.



조선시대에 편찬된 [세종실록 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동국여지지] [여지도서] [증보문헌비고] [북한지] [대동지지] 등의 역대 지리서와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모두 한결같이 삼각산(三角山)으로 기록하였고, 인수·백운·만경 세 봉우리가 우뚝 솟아 세(三)개의 뿔(角)과 같이 생겨 붙여진 이름이라고 하였다. 이처럼 삼각산은 당시 개성(송악) 맞은 편 하늘에 높이 솟구쳐 보여서 그 상징성이 돋보이게 되었고 주변의 지명이나 풍속 등 우리 민속에 여러 가지로 영향을 주고 있다.



또한 삼각산의 세 봉우리가 이루고 있는 그 모양이 세 개의 뿔과 같이 생겼다고 해서 '세
뿔'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그 후 세월이 흐르면서 이 '세 뿔'이 지금 우리가 부르고 있는 '삼각산'이나 '서울'의 어원이 되었다. '세 뿔'을 한자(漢字)로 쓰면, 세(서) → 삼(三)과 뿔 → 각(角)이 되어서 '삼각산'(三角山)으로 되어지고, '세(석 서)뿔'이 '셔불(세불)' = 불 = 울 곧 '서불→서울'로 되어졌다는 설이 있다.



또 하나는 '서라벌'에서 유래하였다는 설로서 '수도'의 의미를 가졌다고도 한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세뿔'이라는 보통명사가 '삼각산'이라는 고유명사로 변형되었다고 추정할 수 있고, 거리를 보아도 신라의 '서라벌'보다 '세뿔'에서 유래하였을 가능성이 더 높다. 즉 오늘 우리가 부르는 '서울'의 어원이 바로 삼각산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과 함께 우리 민족이 즐겨 쓰는 삼(三)은 여러 가지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겠지만 대개 천(天)지(地)인(人)으로 구성되는 삼재(三才)와 연관되고 있다. 또 여기에서
살펴 볼 수 있는 것으로 우리의 풍속에서 '아기를 점지해 준다'는 '삼신(三神)할머니'라는
말 역시 이 삼각산의 천지인(天地人) 세 봉우리와 더불어 아기를 업은 엄마 산(負兒岳)과
출산(出産), 산신(産神) 등의 의미와 부합되어서 나타난 것으로 생각된다.



3.조선시대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자 많은 고려 유신들이 두문동(杜門洞)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가
하면, 먼 시골로 낙향하여 불사이군(不事二君)의 지조를 굽히지 않았기 때문에 고려의 수도 개성을 포기하고 도읍지를 옮기기로 결심하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당초 새 도읍지로 생각했던 곳은 계룡산(鷄龍山) 일대로서 계룡산은 무학대사가 '금계포란형(金鷄抱卵形)이요 비룡천형(飛龍天形)이라'고 한 데서 비롯된 이름이다. 신도안(新都內)은 바로 새 도읍이란 뜻이다. 그러나 수도는 중앙에 있어야 한다는 신하들의 건의와 왕의 꿈에 산신이 나타나 '흙 한줌도 건드리지 말라'고 했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1년여만에 신도안 공사가 중단됐다. 지금도 이 일대에는 왕궁 공사를 벌였음을 말해주는 도량과 주춧돌이 100여개나 남아 있다.



그러나 천문지리에 능통한 정도전은 이미 삼각산에 올라 남쪽 양지 바른 곳을 바라보며 마음 속에 이곳을 새 도읍지로 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도읍지를 바라보았다 하여 망경대(望京臺)라는 봉우리 이름이 붙여지게 되었다. 그의 주장대로 조선왕조의 정궁(正宮)인 경복궁을 짓게 됨으로서 또 한번 건국의 구심점을 삼각산에 두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얘기다.



이태조는 조선 왕조를 이룩한 후 노래하기를,



우뚝 솟은 높은 뫼는 하늘까지 솟았네.

한양의 지세는 하늘을 열어 이룩한 땅

굳건한 큰 대륙은 삼각산을 떠받쳤고

넓은 바다 긴긴 강물은 오대산에서 흐르네



라고 하면서, '새 왕실의 기상을 하늘까지 솟은 삼각산에 비유하고, 하늘이 내려주신 한양과 커다란 대륙이 떠받쳐 주는 삼각산처럼 바다같이 넓고 한강 물같이 긴긴 역사를 이어 가겠다'는 자신의 의지를 삼각산에 비유하여 노래하였다. 그래서 이태조는 1392년 개경에서
조선왕조를 창건한 후 원대한 포부를 안고 1394년 한양으로 도읍지를 옮겼으나, 518년 만인 1910년 경술국치로 멸망했다.



삼각산은 『신증동국여지승람』등 대부분의 조선시대 지리서에서 또 다른 이름으로 화산(華山) 화악(華岳) 또는 중악(中岳)으로 소개되어 있다. 이는 삼각산의 별명으로서 삼각산이라는 본명과는 구별된다.



북한지(北漢誌)에서는 "삼각산은 인수봉(仁壽峰), 백운봉(白雲峰), 만경봉(萬景峰)의
세 봉우리가 우뚝 서서 깎아 세운 듯한 세 뿔과 같다하여 이러한 이름이 붙은 것이데, 일명 화산(華山) 또는 화악(華岳)이라고도 한다"라고 하였다. 지금도 중국 사람들은 중화(中華) 라고 나라 이름을 자칭하는데 이것은 자기네 나라가 세계적으로 중심이 되고 기운이 결집되어 꽃 같이 피어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동서남북(東西南北) 사방(四方)의 중심(中心) 또는 기(氣)가 최종으로 결집(結集)되어 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상징하여 화산 화악또는 중악(中岳)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워지고 있는 것이다.



조선 초기의 학자 양성지(梁誠之)가 금강산을 동악, 구월산을 서악, 지리산을 남악, 장백산을 북악, 그리고 삼각산을 중악으로 삼자는 진언을 하였는데, 이것은 화악(華岳)의 다른
이름으로서 동서남북의 구심점이 되는 즉, 전체의 구심점과 중앙이 된다는 뜻으로서 지기(地氣)가 결집되고 중심이 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화산은 대개 도읍지의 진산(鎭山)을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화산(火山)이라는 이름은 화산(華山)이 잘못 전해진 것으로서, 조선에서도 삼각산을 대한반도의 구심점(求心點)으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삼국사기]에서 '진흥왕 16년 10월에 북한산에 순행하여 강역(彊域)을 획정(劃定)하였다'고 한 기록이나, 비봉(碑峰)의 진흥왕 순수비에 새겨진 '북한산주(北漢山州)'라고 새겨진 것 등은 백제의 시조 온조왕 14년(BC.5)에 한강 이남으로 천도한 뒤 한강 이북의 한산마을을 '북쪽 한산'이란 의미로 북한산(北漢山)이라는 이름이 비롯되어 마을이름으로 사용하였다.



'북한산'이 고려시대부터 천여 년 간 사용해온 '삼각산'이란 본래의 산 이름을 제치고 일반화 된 것은 1915년에 조선총독부의 고적조사위원을 지낸 금서룡(今西龍)에 의한 것으로 본다. 그는 삼각산의 유적을 조사하고 그 보고서의 명칭을
"경기도 고양군 북한산 유적 조사보고서"라고 하였다. 그리고 '북한산은 경성의 북방에 솟아 있는 조선의 명산으로, 이 산은 일명 삼각산으로도 일컫고 달리 화산 또는 화악이란 이름도 있다'고 기록한데서부터 비롯되었다고 본다.



4.일제시대



조선 말기 고종의 재임시 대한제국(大韓帝國)으로 국호를 바꾸었으나 일본의 1905년 을사보호조약에 이어 1910년에 합방조약을 강제로 체결함으로써 나라의 주권을 빼앗기게 되었다. 이때 천도교의 3세 교조인 의암 손병희 선생은 얼굴에 노기를 감추지 못한 채 천도교
중앙총부 직원들을 모아놓고 말하기를 "사대아부(事大阿附)는 비자주성(非自主性)이요, 파벌독재(派閥獨裁)는 비민주성(非民主性)이요, 훼예모욕(毁譽謀辱)은 비민족성(非民族性)이니 이상은 3대 망국근성이니라. 앞으로 국권회복(國權回復)은 내가 하지 않으면 안될 터이니
내 반드시 10년 안에 국권회복을 이루어 놓으리라"고 선언하고 조국광복을 위한 구상을
하나씩 실천해 나갔다.



그 첫 착수가 삼각산 자락에 터를 잡는 일이었다. 이듬해인 1911년 8월 심산유곡이던 소귀골(우이동) 계곡에 부지 2만8천평을 사들이고 이듬해인 1912년 6월에 봉황각의 완공을 보았다. 그 외에 여섯 동의 건물을 지어 '소봉황각'이라 이름하였으나 기미만세운동 이후 일본 경찰에 의하여 모두 헐리어졌다. 손병희 선생은 봉황각 건축공사가 한창 진행되던 4월 15일부터 천도교 지도자들의 수련을 이곳에서 실시하기 시작했다.



이때의 수련 내용은 조국광복을 위한 기도와 이신환성(以身換性)의 수련이었다. 수련에
참가한 지도자들은 아침 4시 30분에 일어나서 뒤편에 삼각산에서 흐르는 소귀골 계곡 물에
목욕하고 머리 감아서 몸을 정결히 하여 아침 5시에 모여 청수를 모시고 국권회복을 기원하
고 연성수련을 하였다.



이신환성이란 육신은 일시 객체요 성령은 영원한 주체임을 깨달아 인간의 근본을 찾고 주체성과 자주성을 확립하는 정신개벽을 뜻한다. 이러한 수련을 통해서 독립운동에 임하는 정신적 자세를 확고히 하는데 역점을 두었다.



이로부터 3년간 7차례에 걸쳐 매회 49일간씩 차례로 연성수련을 실시하여 전국에서 모두
483명의 중견 교역자가 이 수련에 참가하였다. 이들은 수련을 마친 후 전국 방방곡곡의 임지로 돌아가서 자신들이 수련한 내용을 관내의 교인들에게 철저하게 전달 교육을 실시하여
백절불굴의 의지와 신앙심으로 독립운동에 임할 수 있도록 정신무장을 갖추게 하였고, 그후 300만 천도교도들은 3 1운동 때까지 3차례에 걸쳐서 49일간씩 조국광복을 위한 특별기도를 행하였다.



이렇게 준비를 철저히 하였기 때문에 3 1운동 때 전국 방방곡곡에서 일제히 만세시위 운동이 가능하였다. 또한 3 1운동 후 중국 상해에 임시정부를 수립할 수 있었던 것도 이곳 봉황각에서 483명의 천도교 지도자들을 수련시키는 등 철저한 준비가 있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한 반도를 점령한 일본도 삼각산이 지닌 면모와 의미를 예사롭지 않게 여겼던 것인지, 아니면 봉황각의 수련을 수상히 여겼음인지 일반 민간인도 거주하지 않고 군인도 없는 곳에 일본 헌병대를 주둔하게 하여 삼각산을 점령하였다. 우리의 의병이나 독립군이 삼각산을 거점으로 삼아 활동하는 것을 우려한 일본 총독부는 북한산성 안에 있는 대부분의
시설과 사찰을 불태웠다고 한다.



1927년에는 민족 정기를 훼손하려 백운대에 쇠 난간을 설치하고 철심(鐵心)을 박았다. 그러나 광복이 된 35년이 지나서 1980년대에 그 때 박았던 철심을 모두 찾아 철거되었다.




5.대한민국



봉황각을 통하여 전국으로 퍼져간 독립에 대한 의지는 9년 만인 1919년 드디어 3·1만세
운동으로 터져 나왔다. 그 동안 여러 방면으로 협력을 하고, 특히 여러 종교를 하나로 힘을 모아 전개된 운동은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었으며 그 규모 또한 다음과 같은 놀라운 기록을 보였다.




① 집회수 15,432회 ② 동원수 5,023,982명 ③사상자 23,470명

④ 피검자와 투옥자 46,948명 ⑤ 건물파괴 367건 ⑥ 곡물소실 3,900여석 등이다.



그러나 국내에서만 국한된 것은 아니었다. 300년 영국 통치하의 인도가, 태극기 하나로
일제의 총칼 앞에 마주선 한국의 3 1운동은 캄캄했던 식민지 국가에서는 그야말로 국가와
민족의 앞길을 밝혀주는 '동방의 횃불'이 되었고, 뒤따라 일어서서 당시 3억 5천이 해방이 되었으며, 중국의 5.4운동 역시 바로 우리를 따라 1919년 5월 4일에 감행하였고, 동남아를 비롯한 그 밖의 군소 국가들이 2차대전의 종결과 더불어 독립이 되었다. 드디어 지구상에서 식민지국가가 없어지게 된 것이니, 실로 인류의 평화적 시발이 바로 봉황각에서 비롯되었으니, 삼각산은 인류사의 성지임에 틀림없다.



정상에 태극기가 펄럭이는 백운대 암반 측면에는 '독립선언서는 기미년 2월10일에 육당
최남선이 썼고, 3월1일 탑골공원의 독립선언만세는 정재용이 선도했다'는 내용이 새겨져 있으며, 네 귀퉁이에는 경천애인(敬天愛人), 즉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한다는 네 글자를 좀더 큰 글씨로 새겨져 있다.



이상에서처럼 삼각산 자락의 봉황각은 일제암흑기에 3 1운동의 정신적 요람지로서, 또한
민족정기의 산실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였다. 우리 나라의 헌법 전문에도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삼일운동으로 설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받는다"라고 명시한 것처럼, 대한민국의 임시정부를 설립하게 되고, 세계의 여러 나라들을 자주 독립의 길을 열 수 있도록 방법을 보여준 3 1운동의 정신적 연원이 봉황각에서 비롯되었다면 삼각산의 봉황각은 대한민국 건국의 뿌리임에 틀림이 없다.



상해의 대한민국 임시정부 주석이었던 백범 김구 선생은 귀국 당시 서울에 도착하자 곧바로 봉황각을 찾아 손병희 선생 묘소에 참배했다. 당시 비포장 고갯길을 쉬지도 않고 달려
왔던 것이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나 박정희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나라의 지도자들이 종교나 사상이 같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손병희 선생 묘소를 참배한 것도 이곳이 민족과 나라의
정신적 뿌리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이곳에는 북쪽에 의암성사의 묘를 기점으로 상해 임정요인 8명을 비롯한 독립 애국지사의 묘소 26기가 인접해 있다. 임정요원 중 한 분은 자녀들에게 의암성사의 묘소 자락
아래 묻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분들은 사상이 같은 것도 아니었고 종교가 같지도 않았으며, 고향의 선산(先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천이타향 먼 곳에다 한 지도자를 중심으로
누우시게 된 의미를 살펴보면, 살아서 충분하게 이루지 못한 한(恨)을 죽은 혼과 뼈일지라도 한데 뜻을 모아 조국의 초석이 되고자 한 것이다. 어찌 이분들의 성력(誠力)이 아니고서오늘의 우리가 있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게 한다. 애국지사들의 이러한 사실을 보더라도 삼각산은 우리의 민족정기가 서려있는 명산임에 틀림없다.



맺음말



우리 역사의 고비에서 그 당시의 사람들은 삼각산을 어떻게 보았는지를 살펴보았다. 이를
간추려보면,



*삼국시대에는 아기를 업은 어머니와 같이 백성들을 포용할 수 있는 새 나라(백제)를 점지해주었다(부아악). 삼각산과 더불어 살아온 사람들은 성공하였고(온조,진흥왕) 지켜 주었다(횡악).




*고려시대에는 한반도의 정기로 신라 말의 불안한 정국을 극복하여 새로운 나라(고려)를
열어 주었고(국망봉), 그것이 나라의 중흥을 믿고 의지할 대상이었으며(중흥사,중흥성). 나라의 어머니였으며(세뿔,삼재,삼신) 표상이었다(서울).




*조선시대에는 삼각산이 새 희망의 양지(한양)로서(천도,노래), 한반도의 정기가 모여 꽃필 수 있는 상징이요, 중심(화악)이었다.



*일제시대에는 국권회복과 독립정신의 진원지(봉황각)였고, 침략자가 민족정기를 말살하는 대상이 되었으며(사찰방화,철심),



*대한민국에서는 건국의 산실(봉황각)이요, 표상(정상 암각문)이며, 민족혼의 결집처(애국지사 묘소)였고, 세계 인류사를 바꾸어 놓은 자주 역사의 산실이었다.



이상에서처럼 우리의 민족사는 역대로 삼각산과 교감하면서 이어져 왔다. 배달민족 수천
년의 역사에서 난국을 만날 때마다 삼각산은 그 시대사의 국면을 열어서 새 나라를 건국하는데 기여했다. 백제와 고려를 건국하였고, 조선을 세웠으며, 대한민국을 잉태하면서 민족사를 이끌어 가는 주축이 되어 왔고, 세계 인류에게 자주독립의 길을 제시하였다. 역사는
삼각산에 의지하고, 삼각산은 새 나라를 마련해 주면서 '새 역사 창조의 산'으로, '나라의
뿌리'로, '민족 문제의 해결사'로서 민족사의 중심이 되어 왔으며 '배달민족의 성지'로서 언제나 우리의 곁에 존재해 왔던 것이다.



이렇게 삼각산은 역사의 고비마다 새 나라를 건설해 왔으나 잘못된 지도자의 리더십으로
인한 망국의 뼈아픈 역사도 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할 것이다.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국권을 회복한지 60년도 채 되지 않은 나라이다. 국가의 지도자들이 건국의 정신을 망각하고 극단적인 사욕이나 집단적 이기주의에 치우친다면, 진실은 가리워지고 국가의 밝은 미래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반드시 삼각산과 봉황각을 민족정신의 체험장으로 삼아 건국의 정신을 일깨우고 민족의 혼을 가다듬어서 나라의 뿌리를 굳건히 하고 민족사의 미래를 설계하는 데에 조금도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내용출처 : [기타] 인터넷 : cafe.naver.com/wooee

[자유로운일탈]

감사합니다.

[백학제자99]

길~~~~~~~~~~~~~~~~~~~~다.

[소머즈안면근육]

헥헥;;;;다 읽었다 ㅡ.ㅡ;;

[kbjcan]

감사합니다.

[초원에서]

감사합니다.^^*

[푼다리카]

덕분에 공부 많이 하네요~~~^^~

[진인사대천명]

할배님 너무 공부열심히 하시는거 아닌가요??^^ 삼각산.. 서울 강북구 우이동에 있지요..."도선사"라는 조계종 사찰..

[향풀]

자세한 자료 감사합니다.

[천운빠샤]

헐~~~~~~~~~~~~~~허기져~ㅠㅠ;;

[바람 개비]

gj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