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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신동 도시텃밭지 일대/사진=문창석 기자ⓒ News1 |
종로구청 "선도사업 지정 이후 주민협의체 공식 구성"
국토부 "주민의견 최대한 수렴해야, 일부 지자체 사업 취지 잘못 해석"
(서울=뉴스1) 임해중 기자 = 서울시와 종로구청이 지난해 뉴타운 구역에서 해제된 창신·숭인지역을 도시재생 선도사업 시범지구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주민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구성한 '주민 협의체'를 파행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기존 재개발·재건축과 차별화된 '주민참여형' 재생사업을 지향하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 목소리가 묵살되고 있어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3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도시재생 선도사업 공모를 위한 1차 서면평가를 통과한 창신·숭인지역은 현재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사업의 적정성을 파악하기 위한 2차 현장평가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뉴타운 사업이 취소된 이 지역은 창신1동 남측을 제외한 창신1동 북측과 창신2·3동, 숭인1동 일대를 포함하고 있다. 2007년 뉴타운 지구지정이 이뤄졌지만 사업이 수년 간 답보상태에 빠지며 개발 사업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반감이 강한 곳으로 손꼽히고 있다.
서울시가 창신·숭인지역을 도시재생 선도사업 시범지구로 전환한 배경에도 이같은 지역 주민들의 반감이 자리 잡고 있다. 주민이 제안하고 참여하는 방식을 통해 정비사업에 대한 반발을 최소화하고 낙후된 주택과 편의, 복지시설 등을 효율적으로 정비하겠다는 취지인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지정되더라도 신규 건축 등 주민들의 재산권 행사에는 제약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면서 "도로 정비나 골목 전등 교체 등 소규모 사업을 벌일 수 있고 주민들이 원할 경우에는 구역지정 방식의 재건축 사업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창신·숭인지구의 일부 주민들은 뉴타운 사업이 취소된지 반년 만에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창신동 일대를 도시재생 선도지구로 전환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시범사업 공모에 앞서 진행된 공청회와 주민협의체 운영이 졸속으로 이뤄져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실제 최근 열린 창신·숭인 도시재생 선도구역 지정을 위한 주민 공청회에는 참석인원의 30% 이상이 서울시와 종로구청 직원인 것으로 알려지며 빈축을 사고 있다. 창신·숭인지구의 한 주민은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주민들 의견을 물어보기 위해 마련된 공청회부터 파행적으로 운영됐다"며 "주민들 의견에 따라 진행하는 '주민참여형' 사업이라는 본 취지에도 어긋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2차 현장평가를 진행하기에 앞서 구성된 주민협의체가 운영되는 과정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주민협의체 논의를 바탕으로 사업의 적정성과 주민들의 사업추진 의지를 평가하게 되는데 주민협의체가 사업에 찬성하는 교수나 구청직원 등 관변인사 위주로 구성돼 협의체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종로구청 측은 이와 관련 "도시재생 사업의 취지와 주민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관련 전문가를 포함시켰다"면서 "시범사업 지구로 선정된 이후 정부기금이 지원되면 기금 사용방안을 협의할 수 있는 협의체를 공식적으로 구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창신·숭인지역의 도시재생 선도사업 지정을 놓고 혼란이 거듭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주민의 찬·반 의견을 묻는 절차 없이 공모절차가 급하게 진행되며 생긴 부작용으로 해석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민참여형 도시재생사업이라는 본 취지에 부합하기 위해서는 선도사업 공모를 준비하기 전에 주민들을 대상으로 찬·반 의견을 먼저 물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국토부 관계자 역시 "종로구청이 주민 협의체를 선도사업 지정 이후 공식적으로 구성한다고 밝힌 점은 도시재생사업의 목적을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인천 개항창조도시 등 도시재생사업을 오래전부터 준비해온 지역과 다르게 뉴타운 사업 해제 이후 대안사업을 급하게 도입하면서 생겨난 결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도시재생사업 공모 평가를 위탁받은 건축도시공간연구소는 창신·숭인지역에서 이같은 논란이 거듭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주민의 찬·반 의견도 평가에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제해성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소장은 "창신·숭인지구의 경우 도시재생선도 사업 지정을 요청하는 주민 2000여명의 성명서가 제출됐지만 반대 의견도 만만찮은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사업구상의 적정성과 지역의 쇠퇴도 등은 물론 사업에 반대하는 주민들의 의견도 파악해 평가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