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구글이 올해 하반기 휴대폰 시장을 뒤흔들 전망이다. 애플은 히트작 '아이폰' 3G 버전 출시를 눈앞에 두고 있고 안드로이드를 앞세운 구글도 휴대폰 시장의 대형 변수로 급부상중이다.
휴대폰 시장에선 아직 신인으로 분류되는 애플과 구글이지만 야심만큼은 대단하다. 시장에서 주도권을 틀어쥐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그만큼 많은 준비를 했다는 것이다.
■ '손 안의 PC' 구현
애플과 구글이 지향하는 휴대폰은 거의 PC에 가까운 ‘물건’으로써 문서작성·이메일·인터넷 등이 자유롭다. 물론, 요즘 나오는 휴대폰 상당수가 컴퓨팅 기능을 지녔지만 아이폰과 구글폰은 좀 더 특별한 점이 있다. 바로 PC에서 쓰던 애플과 구글의 서비스를 옮겨 놓았다는 것.
지난해 6월 미국서 첫 출시된 아이폰은 맥 운영체제(OS)를 기반으로 한다. 이메일은 원격파일 서버에 가까운 프로토콜 ‘IMAP’으로 주고받고, 애플 ‘사파리’ 브라우저로 웹 서핑을 즐긴다. 여기에 MP3 플레이어 아이팟 기능은 서비스. 많은 전문가들이 이 아이폰을 보고 ‘모바일이 PC를 대체할 것’이라던 스티브 잡스 애플 CEO의 말에 수긍했다.
◇사진설명 : 작년 6월 등장한 애플 아이폰. 맥 OS를 기반으로 PC에 가까운 기능을 구현한다.
아이폰은 또 ‘멀티터치’ 기능을 보여 세계를 경악시켰다. 휴대폰을 버튼 대신 액정을 두드리며 사용하는데, 여러 손가락으로 사진 크기까지 조절할 수 있다. 이 멀티터치는 애플 특유 디자인과 맞물려 소비자 지갑을 여는데 한몫했고, 터치폰 열풍의 기폭제가 됐다.
애플은 아이폰을 출시한지 6개월만인 지난해 12월까지 약 370만대 정도를 팔았고, 올해는 곧 등장할 3G 버전과 합쳐 연 1천1백만대 판매량 달성을 자신한다. 아이폰이 최근 북미시장서 캐나다 림(RIM)의 블랙베리에 밀리고 있지만 3G버전 출시로 전화위복 모색 중이다.
애플이 아이폰을 화려히 데뷔시키고 차기작까지 만든 가운데 구글도 휴대폰 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이른바 구글폰 프로젝트를 착실히 준비하고 있다. 아직 출시 전인 구글폰은 구글이 개발한 모바일 OS ‘안드로이드’가 탑재된다. 구글이 SW플랫폼인 '안드로이드'를 맡고, HW 제조는 휴대폰 업체들이 담당하는 역할 분담 모델이다.
구글은 지난해 11월 발표한 안드로이드를 발표했는데, 기능을 보면 마치 'Google.com'을 그대로 휴대폰에 옮겨 온 것처럼 보인다. 메신저, 동영상, 길거리를 비춰주는 ‘스트리트 뷰’ 등 구글 기능 상당수를 흡수했다. 아이폰에 뒤지기 싫었는지 터치스크린 기능까지 제공, 팬들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사진설명 : 구글은 삼성전자, LG전자 등 34개 기업과 구글폰을 개발, 올 하반기 선보일 예정이다.
파격적인 통화료 정책도 구글폰의 관전 포인트다. 에릭 슈미츠 구글 CEO는 최근 모바일 광고에 기반한 무료 통화 전략의지를 강력히 내비쳤다. 사용자는 광고를 보는 대신 통화는 무료로 하고, 구글은 광고수익을 얻겠다는 것이다. 슈미츠 구글 CEO는 "온라인 사업에서 성공한 사업 모델을 휴대폰에도 적용할 것이다"면서 "구글폰으로 세계 통신시장을 재편하겠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슈미트 CEO의 이같은 구상이 현실화 될지는 아직 미지수. 그러나 업계 관심은 벌써 뜨겁게 달아올라 있다. 현재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등 34개 기업이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제품 출시를 서두르고 있다.
■ OS 활짝 열고 경쟁
아이폰과 구글폰이 특별한 이유 또 한 가지는 OS 개방에 있다. OS를 개방했다는 것은 누구나 OS에서 돌아가는 응용프로그램을 쉽게 개발할 수 있음을 뜻한다. 실력만 있다면 자신이 아이폰이나 구글폰에서 사용할 프로그램을 제작, 배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아이폰과 구글폰이 OS 대문을 활짝 열면서 휴대폰 뿐 아니라 세계 IT 업계 전반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혹은 개인들이 아이폰과 구글폰용 프로그램을 제작, 수익모델로 삼으려고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를 장려하기 위해 구글은 총 상금 1천만달러를 걸고 지난해 12월 안드로이드용 프로그램 개발 경진 대회까지 열었다. 이 대회에서 한국인 박성서 씨를 포함한 50명 개발자가 1차예선을 통과, 각각 2만5천달러씩을 받았다. 구글은 올 하반기 본선을 열어 최종 상위 10개팀에게 각각 27만5천달러씩 상금을 줄 예정이다.
개방 전략으로 아이폰 생태계를 확산시키려는 애플의 행보에도 가속도가 붙었다. 애플은 아이폰에 탑재한 맥OS에서 실행 할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툴(SDK)을 3월 공개했다. 사실 애플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OS 개방에 뜻이 없었지만, 사용자들이 아이폰을 해킹해 여러 애플리케이션을 쏟아내면서 결국 SDK를 제공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하지만 미국 씨넷을 비롯한 외신들은 애플이 울며 겨자먹기로 한 SDK 공개가 결국 애플에게 득이 될 것으로 분석한다. 씨넷은 "아이폰 SDK 공개를 계기로 애플은 우수한 개발자들을 영입, 인기 애플리케이션 제작에 힘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 출시일 성큼 다가와
3G 아이폰과 구글폰은 곧 그 실체가 드러난다. 특히 3G 아이폰은 출시 초읽기에 들어갔다. 씨넷이나 PC월드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애플은 이달 9일 3G 아이폰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은 애플이 매년 전략 제품을 발표한 세계개발자회의(WWDC)가 열리는 날이다. 지난해의 경우 맥 운영체제 '레오파드'가 WWDC에서 공개됐다.
◇사진설명 : 스티브 잡스 애플 CEO가 이달 9일 세계개발자회의서 3G 아이폰을 소개할 가능성이 높다. 사진은 작년 아이폰 발표 모습.
애플은 또 지난달 뉴욕항에 콘테이너선을 정박시켰는데 여기 적하된 정체불명 화물이 3G 아이폰이라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아이폰 보다는 늦지만 구글폰도 올해 하반기에는 선보일 것이란게 중론이다. 구글의 앤디 루빈 이사는 지난달 28일 "늦어도 올 연말까지 구글폰을 출시할 것이다"고 말했다. 구글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구글폰 출시시기를 오는 7~8월로 예상하고 있다.
■ 한국 출시 가능성은?
한국 소비자들도 3G 아이폰과 구글폰을 만날 가능성이 높다.
아이폰은 GSM 방식을 채용, CDMA를 사용하는 우리나라에 들어올 수 없었지만 3G 버전은 상황이 다르다.
현재 국내 업계에서는 KTF가 3G 아이폰 출시를 확정했음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동통신 업계 한 관계자는 "KTF는 3G아이폰에 대한 WCDMA망 연동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끝내고, 애플과 계약을 눈앞에 두고 있다"고 귀띔했다.
구글폰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개발에 참여하면서 국내 출시가 조심스레 점쳐지고 있다. 단, SKT나 LGT 등 국내 이통사들이 구글폰을 받아들일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슈미트 CEO가 언급한 구글폰의 '무료통화' 정책이 한국에 안착할 수 있을지 어느 누구도 확답을 못하고 있다.
◇사진설명 : SKT나 LGT 등 국내 이통사들이 구글폰을 받아들일지 여부는 아직 전망이 힘들다.
미국에서는 '스프린트-넥스텔'과 'T-모바일' 등 이통사가 일찌감치 구글과 협력체계를 구성했다. 또 최근 미국 1위 이통사 AT&T도 안드로이드에 관심을 나타내 구글의 휴대폰 사업 전망을 더 밝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