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와 도마뱀 / 황도제
비와 이슬에 젖어 가득해지는 숲의 신선함
악어가 온몸으로 물살을 가르면 강에는 생기가 돈다
물과 물의 부드러운 단맛은 이렇게 태어난다
울퉁불퉁 바위 같은 몸의 악어
은밀히 물속을 뻗어 가면 발랄한 빛의 식단
그러나 세상은 호의를 베풀지 않는다
둔중한 몸을 바닥에 미끄러뜨리고 길들이기 시작한다
가끔 술이 취해 저항하고 소리치지만
눈물을 만나면 죽음처럼 순해지고
발걸음에 춤이 끌리면 초록빛 치마속으로
숨어들기도 했던 악어의 한창 때
이제 행복은 불가능
아무도 악어라 하지 않는다
태양을 밀어내는 균열의 들판
온통 말라버리고
바퀴자국이 찍힌 납작한 물 바닥
작은 말소리에도 잔해의 부스러기들이 날린다
등껍질이 늙더니 꿈까지 늙어
사람들은 도마뱀이라 부른다
세상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는데
어디서나 앉으면
꾸벅꾸벅 조는 정물靜物
물 없는 곳에 사는 슬픈 악어
『우리시』 2007.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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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어와 도마뱀 / 황도제
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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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5.02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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