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시장의 보편적인 운전자들은 세단을
좋아한다. 거기에 큰 사이즈를 선호한다.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 차를 구입하던 과거 소비자들의 인식이 변했고 합리적인 마인드의 신규
수요층이 시장의 주도권을 잡은 덕분에 보다 다양한 모델들을 시장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수입차 시장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기자가 처음 자동차 업계에 발을 들여 놓을때만 해도 소수의 브랜드가 고급차를 중심으로 차를
팔던 시기였다. 심지어 고급브랜드 BMW의 마켓쉐어가 40% 부근까지 육박했던 것을 본적도 있다. 전세게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풍경이 연출된 것이다.
하지만 세상이 변했고 수입차를 대하는 소비자들의 인식도 달라졌다. 덕분에 소형급 차량들도 많아졌다. 특히나 입문형 SUV들이
늘어나면서 이제 국산SUV들과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와 같은 분위기 때문에 국산차들도 많이 좋아졌다. 가격만 제외한다면.
폭스바겐의 입문형 SUV 티구안은 해치백 골프와 플랫폼을 공유한 컴팩트 SUV다. 브랜드 등의 계급장을 떼고 순수 클래스만 놓고
본다면 아우디의 Q5, 인피니티의 EX, 랜드로버의 프리랜더 등과 경쟁한다. 국산차로는 투싼iX를 비롯해 기아 스포티지와
경쟁하지만 모델체인지를 앞둔 상황서 스포티지의 경쟁력은 높지 않다.
폭스바겐이 먼저 선보인 투아렉은 고급 SUV를 지향하는 모델이다. 발표 당시 대형세단 페이톤과 더불어 브랜드 이미지의 고급화를
꾀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시장서의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고 페이톤은 미국시장서 철수하는 수모를 당하긴 했지만 상품 자체의
구성력은 분명 탄탄하다.
반면 티구안은 출시와 더불어 큰 인기를 누렸고 현재도 인기를 지속시키고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4천만원대라는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는 수입 SUV라는 점과 더불어 편의성에 있어서 아쉬움이 적다는 것을 경쟁력으로 꼽을 수 있다.
티구안의 외관은 도심형 SUV에 걸맞게 날카롭게 다듬어져 있다. 세련된 느낌을 잘 보여주는 전면부는 마치 파사트 및 폭스바겐 CC
를 보는 듯한 착각마저 부른다. 특히 헤드램프의 디자인은 이와 같은 분위기를 리드하는 공신이다.
측면부는 다른 컴팩트 SUV처럼 무난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플랫을 공유한 골프를 조금 높여 놓은듯한 느낌도 준다. 부드럽게
흐르는 캐릭터 라인을 비롯해 사이드 미러, 도어캐취 등 아쉽거나 거부감을 주는 요소가 없다는 점도 좋다. 휠은 17인치 스펙이며
235mm급 타이어와 매칭된다. 타이어가 다소 넓어 보이긴 하지만 휠 자체의 선택은 나쁘지 않다.
후면부는 골프와 유사한 느낌이 드는데 아무래도 테일램프의 영향이 크다. 리어 윈도를 위한 와이퍼를 달았고 하단부분을 블랙 패널로
마무리해 깔끔한 느낌이 든다. 시승차의 경우 화이트 컬러로 바디를 감싸 깔끔하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실내 분위기도 골프의 느낌이 강하다. 사실 페이톤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폭스바겐 모델들은 동일한 디자인 및 구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티구안 역시 맥을 같이하고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원형으로 구성된 송풍구가 많다는 점으로 중앙부 사운드 시스템 주변에만 4개가
몰려있다. 공조장치 콘트롤러는 센터페시아 하단부에 위치하며 다른 모델들처럼 다이얼 타입으로 꾸며졌다.
스티어링 휠은 전세대 골프와 같아 기존 폭스바겐 오너들이 접근할 때 다소 식상한 느낌도 들겠지만 조작성 및 감촉 등에서 아쉬움을
전하지 않는다. 계기판은 심심한 느낌이 들지만 시인성을 중심으로 디자인이 잘 돼 있다. 중앙부 패널은 다양한 트립 컴퓨터의 정보를
보여주고 손쉬운 주차를 위한 파크 어시스트 기능과 연동된다.
사운드 시스템은 해외 시판 모델과 달리 국내서 장착한 것이 이용된다. 이 시스템의 채용은 내비게이션을 위함이다. 아무래도 국내
전용의 내비게이션을 개발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선택이 었을 것이다. 결국 타사처럼 애프터 마켓 제품을 장착하긴
했지만 셋업에 대한 마무리는 비교적 잘되어 있다. 반면 라디오 수신율이 매우 떨어진다는 점은 아쉽다.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그런
현상이 적었지만 고속도로를 비롯한 기타 지역서의 수신감도는 수준 이하였다. 시승차만의 문제일 수 있지만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편의장비로 마련된 전자식 파크 브레이크는 분명 편하다. 고급 차량들에서는 일반화 된 사양이지만 입문형에 장착되었다는 점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다. 오토 홀드 기능도 잦은 제동이 필요한 정체구간서 이점을 발휘한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지 않아도 차가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가속페달을 밟으면 기능이 해제된다.
최근 폭스바겐 모델에 장착되는 기능 중 눈여겨 볼 것이 파크 어시스트다. 일반적인 후면 및 전면 주차에 부담을 갖는 운전자는
드물겠지만 타이트한 공간서 측면 주차를 하려 할때는 부담이 생기기 마련이다. 차량 스스로 공간을 확인하고 스티어링 휠을 자동으로
돌려 깔끔하게 주차를 해주는 이 기능은 많은 운전자들이 선호할 내용이다.
티구안의 시트는 조금 단단한 편이지만 착석감이 좋다. 입문형 모델임에도 가죽 질감도 나쁘지 않아 운전자 및 승객에 대한 배려를
충실히 해내고 있다는 느낌을 전해줬다.
컴팩트 SUV인 만큼 뒷좌석 공간이 그리 넉넉하지는 않았다. 시트 자체의 문제가 아닌 레그룸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급
모델과의 형편성을 생각하면 문제 삼을 부분이 아니다. 반면 트렁크 공간은 다소 협소했다. 해치백인 골프와 비교해도 큰 차이가 나지
않는 수준이어서 아쉬움이 더 컸다.
티구안 2.0 TDi와 함께 달려보자. 티구안에는 2가지 엔진이 탑재된다. 2.0리터 직분사 터보엔진과 2.0리터 디젤. 시승차는
디젤 사양으로 140마력의 출력과 32Kg.m의 최대토크를 가진다. 스펙상으로는 봤을 때 최근 동급의 디젤 엔진 대비 수치가
높지 않다.
계측기 상에서 휠에 구동되는 출력을 측정했을 때 113마력과 28Kg.m를 보여 4륜구동 모델로써 구동 손실율이 적다는 강점을
보였지만 최근 성능을 대폭 올린 국산 엔진들과 비교할 경우 아쉬움이 비춰졌다. 170마력 사양의 고성능 버전이 추가되었으면 한다.
폭스바겐의 디젤엔진은 저공해 엔진이라는 메리트를 가지고 있지만 일반적인 운전자들은 몸으로 쉽게 느낄 수 있는 출력에서 더 큰
만족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가속력은 무난한 수준이다. 실용 구간서 무난한 토크가 나오는 만큼 답답한 느낌은 없다. 초반 터보랙이 느껴지지만 이는 다른 차량도
다르지 않다. 실측 결과 0-100km/h 가속력은 11.5초.
고속주행 능력도 무난했다. 꾸준한 가속력이 160km/h 부근까지 이어져 보편적인 운전자들이 이용하는 모든 구간서 아쉬움을 느끼게
하지 않았다. 바람이 많이 부는 환경에서도 주행안정감도 매우 뛰어나 차량에 대한 믿음을 심어줬다.
와인딩 로드에 들어서 본격적인 티구안 TDi의 성능을 체험한다.
6단 팁트로닉은 수동 모드. ESP도 잠시 해제시킨다.
가속페달을 밟으면 디젤 엔진 특유의 초반 토크가 꾸준한 가속력을 만들어 낸다. 속도 상승폭이 높지는 않지만 부드러운 속도 상승은
일반 운전에 있어 더 편하다. 변속기의 반응도 무난하다. 물론 DSG와 같은 직접적인 느낌은 없지만 자동변속기로써는 수긍할 만한
수준이다.
코너를 맞이하며 제동력을 끌어낸다. 초반 응답성이 강조된 타입인 만큼 다른 차량과 비교한다면 시스템이 뛰어난 것처럼 느껴지지만
이는 특성이다. 단, 후반까지도 힘이 일정하게 연장된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오랜 시간 테스트를 했어도 지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도 좋았다.
코너에 진입한다. 다른 AWD 모델처럼 언더스티어 라인이 나올 것이라 예상을 했는데 뉴트럴한 기분으로 돌아나가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 미세한 오버스티어 기미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분명 뉴트럴한 셋업이다.
계측기를 통해 차량의 무게 배분을 측정했을 때 58:42 정도의 비율을 보여 언더스티어가 당연스레 나타날 것이라 예상했었는데
티구안의 AWD 시스템은 이와 같은 기자의 예상을 크게 엇나가게 했다.
티구안에 장착되는 AWD는 4Motion으로 불린다. 다른 차량들에서도 많이 이용되는 할덱스(Haldex) 방식이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 초반에 90%의 동력을 전륜에 배치시킨다는 점은 동일하지만 필요에 따라 리어휠로 구동력을 100%까지 이동시킨다.
다른 모델들의 경우 50%의 동력만을 리어휠로 배분시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분명히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덕분에 주행 상황에 따라 후륜기반의 AWD가 장착된 SUV를 운전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눈길서 테스트 해봤을 때 항시 50:50 비율로 휠을 구동시키는 AWD에 비해서는 아쉬움을 보여줬지만 원하는 길을 헤치고 나가는데
문제는 없었다.
한가지 인상적인 부분은 승차감이다. 핸들링이 좋고 주행안정감이 높아지면 승차감이 떨어지긴 마련인데 티구안은 각각의 속도에 따른
다양한 환경서 적정한 승차감을 구현해냈다. 물론 댐퍼의 움직임에 대한 불만도 없다.
정숙성도 티구안의 경쟁력이다. 아이들링서의 소음정도는 45dBA로 다른 디젤 모델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80km/h로 주행하는
동안의 정숙성은 중형 승용차와 유사한 정도의 수준이었다. 프리미엄 브랜드 아우디의 Q5와 비교해도 분명히 좋은 수준을 잘
보여줬다.
고성능의 타이어가 채용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수준이었다. 티구안에는 브리지스톤의 듀얼러 H/P라는 모델이 장착되는데 이
타이어는 프리미엄급 스포츠 타이어와 유사한 성능을 낸다. 그립이 좋고 235mm급의 넓은 사이즈 임을 감안하면 제법 소음이 나올
법한데 정숙성 부분에 있어서 정말 잘 처리해내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줬다.
처음 티구안이 출시된 시점서 엔진의 경쟁력은 무난했다. 하지만 각사들이 성능 좋은 엔진을 내놓으면서 이제 경쟁력이 조금 약화된
느낌이 든다. 하지만 디젤에 강한 폭스바겐의 엔진 라인업에는 이미 다양한 유닛들이 준비돼 있다. 폭스바겐 특유의 적은 구동손실율과
170마력의 엔진이 만나면? 아마도 동급 최강의 2.0리터급 컴팩트 SUV가 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수입차로써 4천만원대라는 가격으로 기본에 충실한 SUV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 있어서도 분명히
의미 있는 일이다. 이와 같은 차량들이 자극제가 되어 국산차량들의 값을 낮춰 주었으면 하는 바램이 남는다.
첫댓글 이번에 스포티지 알 보셨나요?? 티구안이랑 판박이입닏. 전 반값에 스포티비 알 타는것도 괜찮다 싶데요. 성능 차이는 뭐 있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