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천의 맛을 통째로 옮겨놓은 음식점-
예술의전당쪽에 새벽 일이 있어서 눈꼽도 떼지 못하고 길을 나섰다.
오전 8시쯤 일이 마무리 될때쯤 소낙비가 내린다.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마음속에서 비가와야만이 볼 수 있는 폭포를 구경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조한 가슴에 말랑말랑한 기운이 들어서는 걸 보니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
비가 억수로 내려야 볼 수 있는 폭포로는 제주도 한라산의 엉또폭포가 가장유명하다.
엉또폭포를 만나는 일은 삼대가 복을 받아야 만날 수 있다고 할 만큼 어려운 일인데 크기는 엉또폭포와 비할 바는 아니지만 서울에서도 엉또폭포를 만날 수 있는 곳이 있다.
사당에서 봉천동으로 가는 관악터널 입구다.
한때 채석장이었던 곳이라 병풍그림같은 수직절벽으로 떨어지는 폭포수가 제법 볼만하다.
차가 다니는 도로라 폭포수는 찰라의 순간 만큼만 구경할 수 있지만 그 광경이 예사롭지 않다.
폭포를 구경하고싶은 마음에 터널로 들어섰으니 이왕에 봉천동으로 간김에
신림동에 있는 '웃장 국밥' 한 그릇을 먹고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웃장국밥. 서울시 관악구 봉천로 258.
T 02 875 0808)
웃장국밥은 순천시장에 있는 국밥거리 음식을 모티브로 삼았지만 원조를 능가하는 음식점이다.
국밥 외에도 꼬막,서대회 비빔밥처럼 여수나 순천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도 많다 여기에다 유자막걸리를 한 잔 한다면 순천인지 서울인지 분별하기 어렵다.
순천 웃장국밥은 전국 유명세를 타고 있지만 아쉬움점들이 있었다.
국밥 2인분을 주문해야 곁들이로 수육이 제공되는데다 김치와 깍두기를 너무 오래 묵은 것을 내놓아 입맛에 따라 호불호가 심한데
이곳은 혼자가서 국밥 1인분만 주문해도 수육이 서비스로 나온다.
실내는 정갈하고 깨끗하다.
이집의 기본인 웃장국밥 하나를 부탁했다.
이른 아침인데도 제법 많은 손님들로 홀이 분주하다.
국밥이 나오기 전에 수육과 함께 겉절이,깍두기,고추에 편마늘과 조개젓이 제공되었다.
"요거 못참지"
촉촉하게 삶아진 수육위에 편마늘을 얹고 된장을 올려 한입,
수육위에 조개젓을 올리고 한입,
수육위에 겉절이 김치를 올리고 한입,
수육과 조개젓의 만남은 신의 한수다.
조개의 짭쪼름하면서 탱글탱글한 식감과 수육의 촉촉하고 부드러운 맛의 조화속에 감칠맛이 폭발한다.
술꾼들이라면 이 지점에서 술 한병을 들이켜야 한다.
유명 칼국수집에서나 나올듯한 겉절이를 밥 위에 올려서 한입,
조개젓을 밥 위에 올려서 한입,
뱃살걱정은 잊었다.
채소값이 올랐다고 야박하게 굴지않는다.
겉절이 건 조개젓이건 셀프코너가 마련되어있으니 맘껏 더 갖다 먹으면 된다.
수육맛에 빠져 헤메고있을 때쯤 모락모락 김이나는 국밥이 나온다.
어떤 양념도 넣지 않고 수저를 들어 국물을 들이켜본다.
잡내하나없이 담백한 맛에 콩나물의 시원함이 더해진 국물은 정말 일품이다.
순천 웃장에서 먹었던 국밥을 잊어버리게 만드는 맛이다.
그로 그럴것이 웃장국밥을 운영하는 박상호 대표는 이미 외식업계에서 소문난 마이다스 손으로 통하는 재주꾼이다.
메뉴 하나를 개발하는데도 전국을 돌아다니고 수년간을 몰두해 손님상에 내놓으니 비록 서민음식이라 하는 국밥 한그릇이지만 결코 가볍지가 않다.
창밖 빗소리와 함께 국밥에서 고기 몇점을 따로 꺼내 수육을 먹을 때와 같이 조개젓과 겉절이를 올려서 먹는다.
유리창에 구슬처럼 매달린 빗방울은
한점에 몇 억씩이나 되는 김창렬 화백의 물방울 그림에 못지 않고, 따끈한 국밥 한 그릇은 여느 호텔의 정찬보다 맛있으니 참으로 호사로운 한끼 식사다.
식당을 나오면서 달달한 된장커피 한잔을 뽑아들고 빗소리를 감상한다.
오감이 만족한 식사로 빗소리마져 랩소디로 들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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