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는 페미니스트-아이를 페미니스트로 키우는 열다섯 가지 방법(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아이의 일,
특히 외모와 관련된 일에 신중해질 것.
아이가 스포츠에 참여하도록 격려해.
활동적이 되라고 가르쳐.
아이와 함께 산책, 수영, 달리기, 테니스, 축구, 탁구, 모든 종류의 운동을 해. 어떤 종류든 상관없어. 이건 건강에 이로울 뿐만 아니라 세상이 여자들에게 강요하는 신체상과 관련된 불안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주요하다고 생각해.
치잘룸에게, 활동적으로 생활하는 데 큰 가치가 있음을 알려줘.
여러 연구에 따르면 여자애들은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대부분 운동을 그만둔다고 해. 놀랍지 않은 일이지. 가슴이 발달하는 것과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것이 운동에 장애물이 될 수 있으니까. 나도 가슴이 나오기 시작했을 때 축구를 그만두었어. 가슴을 숨기고만 싶었기 때문에 뛰어다니거나 태클하는 건 도움이 안 됐거든. 치잘룸에게는 그것이 장애물이 되지 않게 해.
아이가 화장을 좋아하면 화장하게 해. 패션에 관심이 많으면 옷을 차려입게 해.
하지만 둘 중 어느 쪽에도 관심이 없으면 또 그런 대로 내버려 둬.
아이를 페미니스트로 키우기 위해서는 여성성을 거부하도록 강요해야한다고 생각하지 마. 페미니즘과 여성성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아. 상호 배타적이라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여성 혐오적인 생각이야. 유감스럽게도 여자들은 패션이나 화장처럼 전통적으로 여성적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을 추구할 때 수치심을 느끼고 미안해하라고 배워 왔어. 하지만 우리 사회는 남자들이 일반적으로 남성적이라고 여겨지는 것들 – 스포츠카를 몰거나 특정 종목의 운동선수가 되는 것-을 추구할 때 수치심을 느끼라고 강요하지 않아.
마찬가지로 남자의 멋 부리기는 여자의 멋 부리기가 받는 의심스러운 눈길을 절대로 받지 않지.
잘 차려입은 남자는 자신이 잘 차려입었다는 이유로 사람들이 그의 지능, 능력, 진지함에 대해 어떤 단정을 내릴까 봐 걱정하지 않아.
반면 여자는 밝은 색 립스틱이나 신경 써서 골라 입은 옷만으로도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천박한 여자라고 단정할 수 있음을 늘 잘 알고 있지.
절대로 아이의 외모와 도덕성을 연결 짓지 마.
짧은 치마가 부도덕하다는 말은 절대 하지 마.
옷 입기는 도덕성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과 매력의 문제라고 가르쳐. 너랑 치잘룸이 그 애가 입고 싶어 하는 옷에 대해 의견이 충돌했을 때 너희 엄마가 그러셨듯이 “창녀 같아 보인다”는 것 같은 말은 절대 하지 마. 그 대신 “그 옷은 저 옷만큼 너한테 잘 어울리지 않아.” 또는 “저 옷만큼 잘 맞지 않아.” 또는 그냥 “안 예뻐”라고 말해. 하지만 절대 부도덕하다는 말은 하지 마. 왜냐하면 옷은 도덕성과 절대적으로 아무런 관련이 없으니까.
머리를 고통과 연결 짓지 않게 해. 어렸을 때를 돌이켜보면 숱 많고 긴 내 머리를 땋는 동안 얼마나 자주 울었는지가 생각나. 머리를 다 땋을 때까지 얌전히 있으면 상으로 받을 초콜릿 한 봉지가 내 앞에 놓여 있었지.
뭣 때문에 그랬을까?
우리가 어린 시절과 청소년기의 그 수많은 토요일을 머리를 하면서 보내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상상해 봐.
뭘 배웠을까?
어떤 어른으로 자라났을까? 남자애들은 토요일에 뭘 했을까?
그러니까 치잘룸의 머리에 관해서는 ‘단정하다’는 개념을 재정의하도록 해 봐. 그토록 많은 여자애들이 머리 하면 고통을 떠올리는 이유 중 하나는 어른들이 ‘너무 바짝 당긴’, ‘두피를 상하게 하는’, ‘두통을 일으키는’ 종류의 단정함에 순응하기로 결심하기 때문이야.
우리가 멈춰야 해. 나는 나이지리아 학교에서 여자애들이 머리가 ‘단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엄청나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많이 봤어. 단지 그 애들의 생머리가 관자놀이 근처에서 작게 돌돌 말려 있을 뿐이었는데 말이야.
치잘룸의 머리를 느슨하게 땋아줘. 굵게 땋아서 굵직한 콘로로 만들고 흑인의 머릿결을 고려하지 않고 만든 촘촘한 빗은 쓰지 마.
그리고 그게 네 ‘단정함’의 기준이 되게 해. 필요하다면 학교에 찾아가서 얘기하고. 변화를 만드는 데는 한 사람만으로도 충분해 .
치잘룸은 아주 일찍부터 – 아이들은 직관적이잖니. - 세상의 주류가 어떤 종류의 미를 높게 평가하는지 알아차릴 거야. 잡지와 영화와 텔레비전에서 볼 테니까. 백인스러운 것이 높게 평가받는다는 걸 알게 되겠지. 사람들이 선호하는 머리는 뽀글뽀글한 머리보다는 일자로 떨어지거나 끝이 안으로 살짝 말리는 머리, 뻤뻣하게 서는 머리보다는 찰랑찰랑하게 아래로 떨어지는 머리임을 알게 될 거야.
네가 원하든 원치 않든
치잘룸은 어차피 보게 돼 있어.
그러니까 아이한테 가르쳐 줄 대안을 꼭 만들도록 해.
날씬한 백인 여자들도 아름답지만 날씬하지 않고 백인이 아닌 여자들도 아름답다는 걸 알게 해 줘. 대단히 좁은 주류적 미의 기준을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개인이나 문화도 많다는 걸 알게 해 줘. 네가 네 아이를 제일 잘 알 테니 그 애만의 아름다움을 어떻게 옹호해야 하는지, 아이가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불만스럽게 보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네가 제일 잘 알 거야.
아이가 존경했으면 하는 자질을 가진 여자들,
즉 이모들에게 치잘룸이 둘러싸여 자라게 해.
네가 그들을 얼마나 존경하는지 얘기해 줘.
아이들은 본보기를 따라 하면서 배우니까.
네가 그들의 어떤 점을 존경하는지 얘기해 줘. 예를 들어 나는 특히 아프리카계 미국인 페미니스트 플로린스 케네디를 존경해. 그리고 치잘룸에게 얘기해주고 싶은 아프리카 여성들로는 아마 아타 아이두, 도라 아쿠닐리, 무토니 리키마니,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타이워 아자이 라이셋이 있어.
정말 많은 아프리카 여성들이,
그들이 지금껏 이룬 것 또는 거부한 것을 통해 페미니즘적인 영감의 원천이 되고 있지. 참 대단하고 강인하고 말투가 신랄하셨던 너희 할머니처럼 말이야.
치잘룸이 이모들뿐 아니라 삼촌들에게도 둘러싸이게 해. 추디의 친구들을 봤을 때 이쪽이 더 어렵긴 하겠지만 나는 아직도 추디의 지난번 생일 잔치 때 유난스럽게 다듬은 수염을 하고 고함을 치면서 이 말을 반복하던 사내를 잊을 수 없어. “내가 누구랑 결혼하건 내 마누라가 감히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면 안 되지!”
그러니 고함치지 않는 괜찮은 남자 몇 명을 찾아 줘. 네 오빠 우곰바나 우리 친구 치나쿠에제 같은 남자 말이야. 어차피 치잘룸은 앞으로 살면서 수많은 남자들의 호통을 듣게 될 거야. 그러니까 아주 일찍부터 대안이 있는 게 좋아.
대안의 위력은 과장하려야 할 수가 없어. 치잘룸이 어렸을 때부터 대안에 익숙해져 있다면 성역할이라는 고정관념에 반박할 수 있을 거야. 그 애가 요리를 잘 하는 – 잘 하면서도 유난 떨지도 않는 – 삼촌을 안다면 요리는 여자가 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의 아둔함을 웃으면서 무시할 수 있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