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여름의 끝 - 이성복 그 여름 나무 백일홍은 무사하였습니다 한차례 폭풍에도 그 다음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아 쏟아지는 우박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습니다
그 여름 나는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습니다 그 여름 나의 절망은 장난처럼 붉은 꽃들을 매달았지만 여러 차례 폭풍에도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넘어지면 매달리고 타올라 불을 뿜는 나무 백일홍 억센 꽃들이 두어 평 좁은 마당을 피로 덮을 때
장난처럼 나의 절망은 끝났습니다 *
* 배롱나무 - 홍성운 길을 가다 시선이 멎네 길 모퉁이 목백일홍
* 배롱나무 부처 - 허형만
* 나의 연못, 나의 요양원 - 황지우
* 배롱나무 아래서 - 임영조
* 배롱나무꽃 - 정성수 오백 살 배롱나무가 선국사 앞마당에
* 배롱나무 꽃 그늘 - 윤은경 불현듯 열릴 것이네 석 달 열흘 기다려 아주 잠깐 열렸던, 다시는 열고 들어갈 길 없는 문, 그늘은 아무런 말이 없지만, 어쩌나 염천의 푸른 하늘 열꽃 툭툭 터지듯 내 피돌기는 더욱 빨라지는데, 여기 섰던 당신, 이글이글 타오르는 물길, 불길 지나쳐버렸네 이 나무 아래서 오래 벌서듯 다시 수 없는 석 달 열흘을 기다린다면 수 없는 허공이 생겨나고, 수없는 문들이 피어나고, 거기 눈 맞춘 내 어느 하루, 선연히 꽃빛 물든 당신, 붉디붉은 향기의 오라에 묶인다면 새끼손톱만한, 내 일생일대의 두근거림은, 다시
* 동학사 배롱나무 - 강가람 눈오는 날, 동학사 계곡에서 배롱나무의 껍질을 보았다 발치에 수북이 벗어놓은, 아이의 살 냄새가 배인 이 세상에서 가장 순한 껍질을 보았다 연하디 연한 신생아의 살 냄새가 배인 배냇저고리 같았다 눈 속의 껍질 하나를 주어 손바닥에 올려놓고 자세히 들여다보니 양수가 아직 채 마르지도 않아 촉촉한 무늬결 따라 힘줄을 감싸고 있던 붉은 실금들이 선명하다 눈을 맞아 반짝이는 내 손바닥의 손금들처럼 저들의 생애도 저 실금 속에 다 들어 있을까 배롱나무에 등을 기댄 채 웅크린 가슴팍을 포개어 눈발을 맞고 있는 껍질들을 내려다보았다 눈송이가 등에 닿을 때마다 껍질 사이로 무언가 반짝이고 있었다 가슴팍에 가득 품은 좁쌀 같은 것들이 수정알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상처의 껍질도 벗어버리면 아이처럼 순한 눈빛의 사리가 된다는 것을 그날, 나는 동학사 배롱나무에게서 처음으로 배웠다
* 나무 백일홍 - 용혜원
* 목백일홍 - 도종환 피어서 열흘 아름다운 꽃이 없고
* 木百日紅 -千房山을 오르다가·20 - 구재기 저승에서 태어나 이승으로 자라난 목숨으로
* 배롱꽃 - 오세영 아름다움이 애인의 것이라면 안식은 아내의 것, 무더운 여름날 아내의 무릎에 누워 그녀의 시원한 부채질 바람으로 낮잠을 자 본 자는 알리라. 여자는 향그러운 꽃그늘이라는 것을, 꽃의 아름다움보다는 그늘의 안식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형체가 흐려 꽃보다 그늘이 더 넉넉한 꽃, 신(神)은 이 지상의 간난(艱難)을 위해서 누구에게나 한 여자를 예비해 두셨다. *
* 목백일홍 - 김종길 나무로 치면 고목이 되어버린 나도 이 8월의 폭염 아래 그처럼 열렬히 꽃을 피우고 불붙을 수는 없을까
* 20세기가 간다 - 안도현 자기 살을 자기 손으로 떼어내며 백일홍이 지고 있다// 백일홍은 왜 자기 연민도 자기에 대한 증오도 없이 자신한테 버럭 소리 한번 지르지도 않고 뚝뚝, 지고 마는가// 여름 한낮, 몸속에 흐르던 강물을 울컥울컥 토해내면서 한 마리 혼절한 짐승같이 웅크리고 있는 나무여// 나 아직도 너에게 기대어 내 몸을 마구 비벼보고 싶은데 혼자서 피가 뜨거워지는 일은 얼마나 두렵고 쓸쓸한 일이냐// 女中生들이 몰래 칠한 립스틱처럼 꽃잎을 받아먹은 지구의 입술이 붉다// 그 어떤 고백도 맹세도 없이 또 한 여자를 사랑해야 하는 날이 오느냐 *
* 목백일홍 피는 자리 - 박라연 명옥헌, 배롱나무 군락지에는 / 그의 속내를 환하게 비춰내 생(生)의 악취를 경계하게 해주는 / 타인을 품을수록 꽉 찬 육체가 되는 / 이슬호수가 있어 장수할수록 서로 눈부실까 / 몇 섬의 이슬이 고이면 나무들은 꽃이 필까 이슬의 집을 꿈꾸다 고개를 들었을 때 / 두 개 이상의 쇠기둥을 의족 삼은 오장육부의 반 이상이 시멘트로 봉합된 배롱나무 오누이들 / 십자가에 못 박힌 형상인데도 / 호수 가득 제 심장을 / 분홍으로 펄떡이게 하고 있다
저렇게 아픈 자리가 피워낸 호수였구나! 성자가 아니면서 / 성자처럼 아프면서 꽃 피워내는 자리 / 그 자리에만 새겨야 할 밀서가 있다는 듯 한없이 부리를 찧고 있는 / 호반 새 한 마리 * 박라연 시집[우주 돌아가셨다]-랜덤하우스중앙
* 뜰 앞의 배롱나무 - 법인 비 내린 산사의 아침 /안개숲이 정적에 젖어 있고
* 백일홍(百日紅) - 成三問
* 어제 저녁 꽃 한 송이 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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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숲속의 작은 옹달샘 원문보기 글쓴이: 효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