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견미용학원 찬바람 `쌩쌩` 분다

헤럴드경제 2003/11/04 전국 대부분 한달에 신규 학생 고작 10여명 그쳐 한번에 수십명 재등록 포기도…문닫는 업소 속출 애견미용사 고소득 전문직 환상깨진지 이미 오래 애견미용학원업계에 찬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동시에 ‘향후 5년 간 매우 유망한 직종’이라며 매스컴이 관심을 유도해 온 애견미용사 직종 자체가 위기에 처했다. 작년 이맘 때만 해도 수능을 마친 젊은 손길들이 애견미용으로 몰리면 서 애견미용학원의 겨울은 따뜻했다. 수강생이 매주 10~30여명씩 늘었고 일부 유명 학원에 등록하려면 몇 달씩 기다려야 할 정도였다. 이 같은 바람은 올봄까지도 잦아들지 않았다. 그러자 몇몇 학원은 규모를 확장했 고 분원을 낸 곳도 있었다. 신규 학원들도 속속 문을 열었다. 그러다 결국 ‘대만 짝’이 나고 말았다. 수년 전 똑같은 과정을 거치 면서 급팽창하던 대만의 애견미용학원계도 어느 날 갑자기 주저앉았다. 대만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수강료 할인 등 제 살 깎아 먹기 경쟁을 벌이다 공멸의 길로 접어들었다. 전국의 애견미용학원은 110여개에 달한다. 그러나 학원생 수는 지난 9 월 이후 줄곧 감소, 서울 지역 일부 학원을 빼면 1주일에 신규 학생이 5명 이하로 곤두박질치기에 이르렀다. 지방 학원들은 10월 한 달 동안 10명도 채 못 받은 곳이 대다수다. 수강생이 100~200명이나 되던 어느 대형 학원은 수십명이 한꺼번에 재 등록을 포기하자 일순간 ‘소수정예반’으로 전락, 휘청거리고 있다. 또 불경기로 돈에 쪼들리는 학원생 가운데 절반 이상이 수강료를 연체, 자 금 회전에 전전긍긍하면서도 ‘교육자’라는 위상 때문에 냉가슴을 앓아 야 하는 학원도 수두룩하다. 승승장구하던 애견미용학원계에 이처럼 적신호가 켜진 이유는 우선 학 원 수 급증에서 찾을 수 있다. 올 초부터 애견숍 운영이 어려워지자 애 견미용학원으로 업종을 전환한 케이스가 많았다. 서울 퇴계로에 5개, 강 동 지역(잠실·천호) 4개, 경기 수원 9개, 안양 6개, 경인(인천·경인) 지역에 13개 애견미용학원이 들어선 상황이다. 애견미용사의 환상도 너 무 일찍 깨졌다. 학원에 등록하려는 이들이 주로 찾는 곳은 다음카페 ‘ 애견미용사들의 모임’이다. 그런데 이 카페에 ‘애견미용사가 되려는데 요’라는 글이 올라오기 무섭게 회원들은 손사래부터 친다. ‘하지 마세 요’ ‘3D업종이에요’ ‘학원 다니느니 숍에서 견습하세요’…. 학원 등록은 물론 애견미용사라는 직업 자체를 포기하라는 조언이 빗발친다. ‘고소득 전문직’의 기대는 이렇게 여지없이 무너지고 있다. 이러한 애견미용학원계의 위기가 가까운 미래에 개선될 여지는 없다. 한국동물보호연구회장 윤신근 박사(동물학·수의학)는 “지난해 급증한 수강생들이 이달부터 순차적으로 졸업하지만 취업은 쉽지 않다”며 “애 견산업계도 불황에서 예외가 아닌 만큼 폐업을 고려하는 애견숍과 동물 병원이 한둘이 아닌 데다 쏟아져 나오는 미용사 수에 비해 취업처는 턱 없이 모자란 현실에서 급여 등 근무조건이 급락할 것은 뻔하다”고 진단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