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마우지는 참 독특한 새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옛 방언으로 '더펄새'라 불리며 세 종이 서식하기에 친숙한 새이기도 하지요. 갈고리 모양의 부리는 물고기를 낚아채면 절대 놓치지 않게 해주기에 새 중에서도 물고기 잡는 데는 둘째 가라면 서러울 사냥꾼입니다. 또한 먹이를 통째로 삼키는 습성 때문에 혀가 퇴화해 거의 없다고 해도 마찬가지고, 콧구멍이 없고 윗턱 깊숙히 구멍 하나만 있다고 하지요. 그러한 특징 때문에 물 속에서 오랫동안 잠수하며 물고기를 마음껏 잡을 수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가마우지의 물고기 낚기에 최적화된 신체구조와 습성을 활용해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는 예로부터 가마우지 낚시라는 독특한 어로 양식이 생겼습니다. 중국은 다양한 곳에서 가마우지 낚시가 성행을 했고, 바다 건너 일본으로도 전수되어 간사이와 규슈 지방에서 '우카이'라는 가마우지 낚시가 형성이 되었지요. 우리나라에는 가마우지 낚시에 대한 공식적인 문헌 기록은 없고 멀리 남미의 페루 지방에서도 가마우지 낚시를 한 기록이 있다고 하니 인류의 역사 속에서 가마우지는 어민들을 먹여살리는데 공헌을 톡톡히 한 셈입니다. 이제 실제 어업에서 가마우지를 활용한 채렵은 거의 없어졌고 몇몇 지방에서 관광 용도로 가마우지 낚시의 시범이 이뤄지고 있는데요. 중국 서남부 광시좡족 자치구의 계림에서 발원해 양삭까지 이어지는 약 100km 길이의 리강(漓江)은 관광 용도일지언정 현재 세계에서 가장 쉽게 가마우지 낚시를 만날 수 있는 곳입니다. 계림 지역의 수천개의 석회암 산봉우리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리강 위에 가마우지 쪽배가 서있는 모습도 그림이거니와, 소정의 촬영료를 지불하면 흥평 황포탄이나 양삭 일대에서 가마우지 낚시 시범을 만날 수 있는데, 날씨만 받춰준다면 사진가들의 마음을 흔드는 멋진 장면을 촬영할 수도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중국 계림 촬영여행(2013.2.24~3.1)에서 흥평 황포탄이란 지역에서 저녁에 한번, 아침에 한번 가마우지 낚시를 촬영할 수 있었는데요. 흐린 날씨 때문에 좋은 일몰과 일출은 만나지 못했지만 은은한 여명 속에서 운치있는 가마우지 낚시 장면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비록 시범이라고 하지만 가마우지가 실제로 물고기를 잡는 장면도 만날 수 있었고, 계림의 산수절경을 더욱 더 돋보이게 하는 멋진 장면을 만날 수 있었지요. 어쩌면 속된 말로 '얍삽'하다고 할 수 있지만 쌍끌이 그물을 쓰고 동력선을 띄우는 것보다 훨씬 친환경적인 가마우지 낚시. 이제 과거의 유물로 기억될 이 낚시 장면을 앞에서 보는 마음 한켠은 살짝 아려 왔지만, 계림에 가신다면 꼭 한번 가마우지 낚시 견학해보시고 촬영해 보시기 바랍니다. ▲리강 전통 방식의 가마우지 낚시를 정확히는, '재현'해주는 가마우지 어부 아저씨. ▲낚시도 낚시지만 전세계 사진가들이 꼭 한번은 찍고 싶어하는 풍경이라 일부러 일몰 시간에 맞춰 갔건만... ▲야속한 하늘은 해 지기 전 잠깐 열리는 듯 하더니 이내 닫히고 해가 지고 나서는 비까지 내렸다. ▲그러나 날씨가 흐려도 외려 뒷편에 솟은 기묘한 모양의 산봉우리들과 함께 여기 계림에서만 얻을 수 있는 묘한 분위기가 있었다. ▲가마우지를 가까이서 볼 기회가 없어서 그렇지 자세히 보면 꽤 독특한 외모의 소유자다. 얼굴 생김새도 기괴하지만 녀석의 발과 물갈퀴는 마치 고무로 된 장화를 신은 듯 한 느낌. ▲진짜 그 옛날에 그랬던 것처럼 실제로 물고기를 낚지는 않지만 가마우지가 어떻게 물고기를 잡는지 시범을 보여주기는 시간도 있다. 낮에 굶겨놓기에 가마우지의 사냥 본능은 최고조! 풀어놓으면 순식간에 물고기를 낚아챈다. 낚아챈 물고기는 삼키지 못하도록 목을 묶어놓았기 때문에 이렇게 어부가 다시 빼내는 방식. ▲좀 가혹해 보이고, 또 얍삽해 보이는 방식이지만 세계적으로 널리 퍼져있었던 새를 이용한 어로 방식은 사실 현재 대규모 산업적으로 이뤄지는 어업에 비하면 자연의 피해가 훨씬 덜하다. 자연을 존중하는 최소한의 얻음일 것이다. 현대에 들어 왜 이런 친환경적이며 소박한 어업 방식이 다 없어졌는지는 누구나 다 알 것이다. ▲아무튼 리강이 흐르는 이 계림 지역도 이제 생업으로 가마우지를 이용해 낚시를 하는 어부는 거의 없는 상태. 수없이 견학팀과 촬영팀을 맞아봤기에 언제 자기 사진을 찍는지 눈치백단에 타이밍까지 척척 맞추는 어부 아저씨의 노련함(?)이 살짝 서글프기도. ▲이윽고 해가 지자 비가 내리고... 실제 어업하는 장면은 아니지만 그래도 꽤나 자연스럽고 운치있는 장면을 찍을 수 있었다. ▲아무튼 그렇게 사진을 찍던 중 난데없이 "띠리리리링~" 울리는 어부 아저씨의 휴대전화. 아저씨도 웃고, 촬영하는 사람들도 웃고... 재미있으면서도, 또 시대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던 순간. ▶ 여기서 잠깐 서두에서도 언급한 바 있듯이 이곳 중국 계림 지방을 제외하고도 다른 중국 지방과 일본에서도 가마우지 낚시를 보고 촬영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역시 실제로 생계를 위해 어업을 하지만 않지만 보다 더 '오리지널'하게 가마우지 낚시하는 장면을 만나고 싶다면 일본 교토부의 '우지'란 곳에 가자. 봄에서 가을철, 전통방식으로 그것도 대대로 가업을 이어온 처녀 어부가 열마리 가까운 가마우지를 혼자 부리며 물고기를 잡는 장면을 만날 수 있다. ▲작년(2012년) 7월에 교토부 우지에서 촬영한 일본 간사이 지방의 가마우지 낚시 장면. 실제로 가마우지가 자연의 은어들을 잡는 상황이라 사진 찍기는 훨씬 어렵지만 보다 더 옛날 방식에 가까운 가마우지 낚시를 체험할 수 있다. 이윽고 다음 날 해가 뜨기도 훨씬 전에 일어나 깜깜할 때 다시 찾은 황포탄의 일출 포인트 ▲아무 것도 보이지 않은 어둠 속에서 가스등 하나에만 의존해 노를 저어오는 반가운 얼굴이 보인다. ▲이날 아침 하늘도 멋진 일출을 기대하기는 힘든 상황. 그래도 동쪽 하늘이 서서히 밝아오는 시민박명. ▲삼각대를 썼음에도 워낙 빛이 없는 상황이라 살짝 흔들렸지만 운치 있다. ▲가마우지는 집단 생활을 하는 가족애가 강한 새라고. 사진을 찍다보니 이렇게 부리를 마주대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주인과의 유대관계도 돈독한데 개별적으로 인공부화는 힘들기에 자연상태의 새끼를 사서 어릴 적부터 훈련을 시킨다고. 새끼 가마우지 한마리의 가격은 우리 돈으로 약 60만원 정도로 중국에서 소 한마리 값에 필적한단다. ▲제법 훤해진 여명. 해는 안 떴지만 여행 오기 전 머리 속으로 그렸던 그림을 담을 수 있었다. 이 장면은 오히려 해가 없어서 더 차분하고 좋았던 듯. ▲능숙한 솜씨로 투망 시범을 보여주시는 어부 아저씨. 표정과 투망 솜씨는 일품이었지만 해가 없는 게 정말 아쉽다. ▲아무튼 흐린 날씨 속에서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또 너무나 인상적인 감흥을 받고 왔던 흥평에서의 이틀. 나중에 날씨 좋을 때 꼭 다시 한번 가마우지 어부 아저씨를 뵙고 싶다. 글·사진 제공 : 지루박멸연구센타 (http://woosra.com/) (※ 외부필자의 원고는 chosun.com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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