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수경》을 독경한 뒤에는 좌선을 한다. 이때는 주로 호흡 속에서 오온을 관찰하는데, 《위빠싸나 열두 선사》 중 모곡 사야도 편을 참조하기도 하고 김열권 선생님이 설명한 파욱 선사 수행을 해보기도 한다.
오전 7시~8시
식사 후 설거지를 하면서도 손과 그릇, 손과 물이 서로 만나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관한다. 그릇이 손에 와 닿는 단단한 감촉 속에서 지@수@화@풍의 입자들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계속 관찰한다. 수많은 입자들이 작은 선의 다발 형태로 엉켜 있는 가운데서 어떻게 변하는지를 자세히 살피면 초미립자에까지도 오온이 작용하다가 사라짐을 보게 된다.
오전 10시 30분~12시
집 가까이에 있는 절에 가서 사시(10시) 불공을 드린다. 걸어갈 때 걸어가는 놈을 의심한다. 또는 [옴 마니 반메 훔]이나 [관세음보살] 염불을 하는데 그러면서 어떻게 기가 모이고 사라지는지를 관한다. 나중엔 걷는 것도 듣는 것도 보는 것도 다 사라져 관만 남는다.
오후 2시~3시 30분
태극권을 하면서, 움직일 때마다 오온(五蘊)의 작용을 관(觀)한다. 이것을 하다보면 하단전에 뜨거운 기운이 모이고 전신에 달콤한 맛과 향이 밴다. 관이 예리해지면 공력(功力)이 강해지고 텅 빈 공간 속에서 오온이 끊임없이 생멸함을 본다. 처음에 위빠싸나를 접했을 땐 어떻게 오온과 12연기가 일어나고 사라지는지 잘 볼 수가 없었는데 지금은 어느 정도 볼 수 있다. 《위빠싸나 II》의 [대념처경]과 《위빠싸나 열두 선사》 중에서 [모곡 사야도]와 [몬힌 사야도] 편을 마하시 사야도 방법과 응용해서 수련하라는 가르침에 따라 그렇게 하니 관찰이 더욱 예리하게 진보되었다.
오후 3시30분~8시
집안 정리, 장 보기, 아들 정호 공부 봐주기 등으로 생활 선을 실천한다.
정호 공부를 봐 줄 때는 마음을 계속 관한다. 탐심(貪心)과 진심(嗔心)이 서로 작용하면서 정호라는 대상을 만나 [이 아이는 이렇다]는 고정관념을 만들어 화를 내게 된다. 이 마음 작용을 [나]라고 착각하여서 화를 내는 것이다. 이젠 화를 내려고 하면
[아이쿠, 또 오온(五蘊)의 문턱 바로 앞에 와 있구나]
하고 얼른 알아차리면서 멈추게 된다.
시장에서 반찬거리를 살 때도 호박이라는 대상이 눈, 귀, 코, 혀, 접촉, 의식과 어떻게 만나 작용하는지를 관한다. 이것은 푸르고 단단하고 향기와 모양이 어떠하니 좋다 나쁘다는 식별과 집착이 생긴다. 이러한 인식이 생기는 과정을 관찰한다.
오후 8시~10시
자유 시간이다. 책도 보고 산책도 하면서 모든 의도를 관찰한다.
탐@진@치가 여섯 감각기관에서 작용하는 것을 관한다.
오후 10시~12시 30분
《천수경》을 읽으면서 읽는 자체와 진언이 내 몸과 마음에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관한다.
보통 12시~12시 30분경에 취침을 하는데 수행하기 전에 잠잘 때는 음식의 기운에 눌려 자게 된다. 졸리면 졸린 줄 알고 피곤하면 피곤한 줄 알아차리는 것을 [나]로 보는 집착 때문에 결국은 육체인 [나]가 피곤하여 자는 것으로 착각해 잠잘 때 깨어 있지 못하고 시체 덩이가 되고 만다.
잠자는 것을 제대로 관찰하려면 저녁을 적게 먹은 뒤 완전히 소화가 된 뒤에 자야 된다. 잠들기 전, 일심으로 관을 유지하려고 의도하면 관하는 자체와 잠자는 상태가 분리되면서 잠자는 모습을 관하게 된다. 깨어날 때도 역시 깨어나는 순간을 알려고 자기 전에 마음을 단단하게 다진다.
꿈이라는 것은 지@수@화@풍과 잠재의식, 낮에 행한 업이 만나 작용하는 망상이다. 전에는 꿈속에서 참선을 하거나 진언을 읽기도 하고 관음보살이나 지장보살을 만나기도 했는데, 이젠 꿈도 없고 잠자는 모습도 사라져 관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