說 話 |
『전등록(傳燈錄)』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도오(道吾)가 나중에 경구(京口)에 이르니, 때마침 협산(夾山)이 상당하였는
데, 어떤 스님이 묻되 '어떤 것이 법신(法身)입니까?' 하니, 협산이 '법신은 형
상이 없다'고 대답하였다.
다시 '어떤 것이 법안(法眼)입니까?' 하고 묻자, 협산이 '법안은 티가 없느니
라' 하니, 도오가 모르는 결에 실소(失笑)하였다.
협산이 법상에서 내려와 도오에게 '내가 아까 그 스님의 물음에 대답한 말에
반드시 옳지 못한 것이 있기에 상좌 (上座 : 도오) 로 하여금 실소케 했을 터인
즉, 상좌께서는 자비를 아끼지 마시고 일러 주십시오' 하였다. 이에 도오가 말
하기를 '화상은 훌륭한 선지식〔出世〕인데 스승이 없으시군요' 하니, 협산이
다시 '나의 어느 점이 옳지 못한지 말씀해 주소서' 하였다.
도오가 '나는 결코 말하지 않겠으니 화상은 화정 선자에게 가보시오' 하니, 협
산이 다시 '그 사람은 어떤 분이옵니까?' 하고 물었다. 이에 도오가 '이 사람은
위에는 한 조각의 기와도 없고 아래는 송곳 하나 꽂을 땅이 없소. 화상께서 만
일 가시려면 반드시 옷을 갈아입고 가셔야 할 것이오' 하였다.
협산이 이에 대중을 흩고 보따리를 꾸려 화정 선자에게 가서 보자마자 '대덕
(大德)께서는 어느 절에 머무십니까?' 하니, 선사(화정)가 '절이라면 머무는 것
이 아니요, 머물지 않으면 절이다' 라고 하였다."
이 설화에서 말한 "석두 밑의 한 갈래〔石頭下一波〕……"는 법을 전하기 직전
에 한 말이니, "저에게 본래 청산이 있습니다〔他家自有靑山在〕" 라고 한 것은
'원래 근원이 있는 것인데 어찌 멸망함이 있으리요' 한 뜻이다.
"몸 숨기는 곳에 자취가 없다〔藏身處沒踨跡〕" 고 한 것은 편위(偏位)에서 정
위(正位)로 이르는 것이요, "자취 없는 곳에〔沒踨跡處〕……" 라고 한 것은 정
위에서 편위로 오는 뜻이다.
"내가 약산에 머물기〔吾在藥山〕……이 일만을〔此事〕……"은 이것이 30년을
보낸 뜻이니, 다만 이 일만 밝혔을 뿐 그 밖에 다른 일은 없었다는 뜻이다.
"뒷날……말고〔於後莫着〕……" 라 함은 모름지기 깊은 산에 들어가 다그쳐 지
녀야 된다는 뜻이요, "배를 엎어 버리다〔便覆却船〕" 라고 한 것은 은밀히 전하는
일이 끝나면 전 주인이 사라지는 것이니, 가히 통곡할〔蒼天蒼天〕일이다. 이 밖
에 딴 뜻이 있는가, 딴 뜻이 있지 않은가?
단하(丹霞)의 송에 처음부터 "옛 추억같이 솟는다〔悠哉〕" 까지는 오늘의 아들
이 아버지 곁에 갔으나 가까이하지 못했다는 뜻이요, 그 다음부터 "안 쪼개진다
〔剪下開〕" 까지는 청산인 아버지는 원래 도도히 드높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는 30년 뒤의 일이요, 뒤의 두 구절은 30년 전의 일이다.
천동(天童)의 상당에 "몸을 숨기려면 모름지기……해야 한다〔藏身須要〕……"
함은 정위(正位)를 밝힌 것이며, "자취 없는〔沒踨跡〕……" 은 편위(偏位)를 밝힌
것이요, "혼자 왔기에〔獨來將謂〕……" 는 선자가 그 사람을 만나기 전의 일이요,
"분주한 장터에서〔閙裏〕……" 는 협산을 만나 30년 동안 얻은 바를 전해 주는 소
식이다. "버들가지〔柳線〕……"는 편위가 곧 정위라는 뜻이요, "매화(梅花)……"
는 정위가 곧 편위라는 뜻이다. "익주의 부자〔益州附子〕……" 는 편위 속에 편위
와 정위 두 뜻이 있다는 뜻이다.
또 상당하여 "싸늘한 바위〔寒巖〕……" 라 함은 정의요, "밝은 달〔明月〕……" 이
라 함은 편위이며, "깊은 골짜기는……에 관계치 않는다〔幽洞不拘〕……" 라 함은
편위나 정위는 30년 뒤의 일에 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앞의 상당은 30년 전의 일을 밝혔고 또 끝까지 편위를 밝혔는데, 뒤의 상당은 30년
뒤의 일을 밝힌 것이다.
76) 구름이 산꼴짜기를 잠그고 있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