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피란살이 3년이 낳은 비련의 노래/ 이별의 부산 정거장

[26가족안선희]

부산 피란살이 3년이 낳은 비련의 노래

 연인과 이별 순간을 서정적으로 묘사해 ‘눈물의 경부선’이 효시…영화화되기도

  ‘보슬비가 소리도 없이 이별 슬픈 부산 정거장/ 잘 가세요 잘 있어요 눈물의 기적이 운다/ 한 많은 피란살이 설움도 많아 그래도 잊지 못할 판잣집이여/ 경상도 사투리에 아가씨가 슬피 우네 이별의 부산정거장…. 서울 가는 십이 열차에 기대앉은 젊은 나그네…’(하략)

　이 노래는 1953년 7월 27일, 정정협정이 체결된 후 8월 15일 임시수도 부산에서 서울로 수도를 옮겨갈 때(국회는 9월 16일 서울로 옮김) 부산을 떠나면서 ‘부산정거장에서 연인과 이별하는 순간’을 서정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전쟁 이전 부산 인구는 40만, 피란살이 시절에는 200만이 훨씬 넘었다.

　가사 중에는 ‘피란살이, 판잣집, 경상도 사투리, 끊지 못할 순정, 목 메인 기적 소리’ 등이 등장한다. 당시는 하루에도 수천수만 명이 부산을 떠났다. 고향을 찾아, 가족을 찾아, 연인을 찾아, 자식을 찾아, 부모를 찾아…. 하지만 ‘몸부림치며 이별을 하고, 기적마저 슬피 우는’ 가사 내용과는 달리 멜로디는 경쾌하다.　

　1961년 엄심호 감독이 ‘이별의 부산 정거장’을 영화로 만들어 최무룡·김지미·조미령·문정숙·이예춘이 열연했다. 줄거리는 ‘6·25전쟁 중 항구도시 부산, 법학도인 김진오(최무룡)는 처자식을 서울에 남겨 두고 단신으로 부산으로 와 어려운 여건 속에서 기생 정채옥(김지미)의 도움을 받는다. 그러던 중 둘은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그는 처자식을 두고 온 몸으로, 채옥을 사랑하지만 결혼할 처지가 못 된다. 그러던 중에 전쟁 상황은 호전돼 서울이 수복되고 진오는 부산을 떠나야 할 상황을 맞는다. 부산역에서 마주 선 두 사람은 서로의 행복을 빌어 주며 뜨거운 눈물로 작별한다. 이 아쉬운 작별의 순간에 ‘이별의 부산정거장’ 노래가 흘러나온다.’

　부산역은 ‘이별과 만남의 역’이다. 이 역은 1905년 1월 1일 서울~초량 간 경부선이 개통됐고, 1908년 4월 1일부로 지금의 부산역에서 업무를 시작했다. 이후 1953년 11월 27일 부산역 대화재로 중앙동 임시건물을 운영하다 1968년 역사를 신축했다.

　부산역 노래는 1937년 박영호 작사 ‘눈물의 경부선’이 효시고, 1954년 남인수의 ‘이별의 부산정거장’, 1958년 정향의 ‘원한의 북행열차’가 있으며, 1959년 방운아의 ‘부산역 이별’, 1969년 방고의 ‘부산역 이별’, 1971년 안세건의 ‘밤 깊은 부산역’, 1973년 김창욱의 ‘비 오는 부산역’ 등이 있다.

　작사자 호동아는 유호의 다른 예명이다. 유호는 1921년 황해도 해주 출생인데, 군수와 부지사를 지낸 부친이 서울로 올라와 계동에서 양조장과 금광을 운영했다. 그는 일본 제국미술학교를 수료하고 동양극장 미술부와 문예부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대표작은 ‘신라의 달밤’ ‘비 내리는 고모령’ ‘이별의 부산 정거장’ ‘아메리카 차이나타운’ ‘삼다도 소식’ ‘고향만리’ ‘떠날 때는 말없이’ ‘맨발의 청춘’ ‘길 잃은 철새’ 등이 있으며, ‘전우야 잘 자라’ ‘전선야곡’ ‘진짜 사나이’ 등 병영가요도 있다.

<유차영 육군대령·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장·시인·수필가>

[송장출16]

가사 중에는 ‘피란살이, 판잣집, 경상도 사투리, 끊지 못할 순정,
이별의 부산 정거장, 목 메인 기적 소리’ 등이 등장합니다.
당시는 하루에도 수천수만 명이 부산을 떠났다. 고향을 찾아,
가족을 찾아, 연인을 찾아, 자식을 찾아, 부모를 찾아….
하지만 ‘몸부림치며 이별을 하고, 기적마저 슬피 우는’
가사 내용과는 달리 멜로디는 경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