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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영 (FC 서울) |
2005 풍년 찬가
금년 신인 농사는 전반적으로 양호하다. 지난해에 비하면 가히 ‘풍작’ 수준이다. 실제 2004년에는 원체 특출한 인물이 없었다. 오죽했으면 신인과 관련, ‘흉작’ ‘가뭄’ ‘기근’이라는 혹평이 줄 이어 터졌겠는가. 작년 K리그 신인왕 선정 때 수원은 아예 프로축구연맹에 후보조차 추천하지 않았다. 딱히 적임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각 언론사 축구기자들은 황선필(대구) 장현규(대전) 배효성(부산) 마철준(부천) 이정열(서울) 김철호(성남) 김진용(울산) 방승환(인천) 김태수(전남) 정종관(전북) 문민귀(포항) 등 연맹에 접수된 최종 신인왕 후보 11명 가운데 1명을 선택해야했는데, 득표 결과 문민귀가 전체 유효표의 과반 가량을 얻어 2004K리그 공식 ‘으뜸 루키’가 됐다. 그렇지만 문민귀는 시즌 베스트11 MF부문 투표에서 고작 3표를 얻는데 그쳤다. 당시 미드필더 부문 최다득표자는 서울의 김동진으로 36표를 얻었다. 고로 문민귀와 김동진은 무려 12배 차이를 보였다.
여타 신인들의 득표율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베스트11에 선정된 신인은 전무했을 뿐더러 5표 이상 득표한 새내기도 없었다. 이는 다시 말해서 걸출한 뉴 페이스로 평가받은 선수가 없었다는 뜻. 그러나 올해는 다를 전망이다.
아마추어 티를 벗고 프로페셔널로 두각을 나타내는 준척급 신인이 예년에 비해 풍족한 까닭이다. 예를 들어 박병규(울산) 양상민(전남) 박주영(서울) 최효진(인천) 김재성 박진옥 조용형(이상 부천) 등 7명은 이미 주전 자리를 굳혔을 뿐 아니라 각 소속팀에서 점차 핵심 요원으로 입지를 확장하고 있다.
이제 갓 아마 딱지를 떼어 낸 프로 1년차 풋내기가 데뷔 시즌 베스트 멤버로 뽑히는 일이 흔치 않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박주영은 국가대표 공격수로도 영역을 넓히고 있고, 양상민 조용형은 한 두 차례씩 A팀에 차출돼 자질과 능력을 다각도로 테스트 받았다. 물론 일각에선 박병규 최효진 등도 국가대표감으로 손색없다고 호평한다.
이만하면 이번 시즌 신인 농사가 풍요로웠다는 점에 딴죽을 걸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올해 프로에 입문한 새내기는 광주를 제외한 12구단을 통틀어 도합 87명. 클럽별로는 부천이 12명으로 가장 많고 부산이 3명으로 가장 적다. 87명 중 컵대회를 포함해 실전을 경험한(이하 10월21일 기준) 플레이어는 모두 34명이다.
이 가운데 정규리그에 10경기 이상 나선 선수만도 12명이다. 새 얼굴을 가장 고르게 중용한 구단은 대구이며, 신인으로 가장 큰 재미를 본 구단은 부천이다. 박종환 대구 감독은 8명의 신인 중 6명을 실전에 투입했고, 정해성 부천 감독은 12명의 새내기 중 3명을 주전으로 키웠다. 박진옥 김재성 조용형이 바로 그 주인공. 한편 당초 주목받은 양동현(울산) 차기석(전남) 최재영(부천)은 시즌 막판에 이르도록 데뷔전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다.
신인왕 선정, 칼자루는 누구 손에?
알고 보면 K리그 신인왕 선정 과정은 단순한 편이다. 우선 소속팀에서 후보 1명씩을 연맹에 추천하는데, 이는 통상 감독의 몫이다. 이후 연맹은 전체 후보자 명단을 기자들에게 알리고 언론사에 투표용지를 배부, 취합해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선수를 신인왕으로 발표한다.
칼자루는 결국 1차적으로는 각 구단 사령탑, 최종적으로는 기자들이 쥐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팀당 1명씩만 후보로 내세울 수 있기 때문에 선의의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다. 가령 A팀 갑, 을 선수의 기량과 팀 공헌도가 엇비슷한데 감독은 둘 중 한 명만 후보로 택할 수 있다는 원칙에 근거, 갑을 연맹에 추천했다고 치자.
하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B, C팀의 신인왕 후보가 A팀의 을보다 못할 경우 을은 공정한 경쟁의 기회마저 박탈당하는 셈이 된다. 이같은 불상사는 금년에도 현실화할 것이다. 실례로 부천 소속 신인 중 조용형 김재성 박진옥은 개인 성적이나 팀 공헌도에서 누가 낫고 누가 못하다 선뜻 말하기 힘들 정도로 공히 우수하다. 하지만 종국에 정해성 감독은 셋 가운데 하나만 추려야 한다. 지도자로서 불편한 일이라는 것은 자명한 이치. 그러나 원칙이 그러니 도리가 없다.
최근 지나는 말로 누구를 염두에 두고 있냐고 떠봤더니 정 감독은 아무 말 못하고 난처한 표정만 지었다. 참고로 프로야구계는 신인상 후보선정 때 팀별 숫자 및 전체 숫자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이와 관련, KBO(한국야구위원회) 홍보팀의 장한주 대리는 “프로야구 신인상은 후보선정위원회에서 객관 데이터에 기준해 적절한 후보를 고른 후 기자단 투표를 통해 최종 수상자를 결정한다”며 “또 인원 제한이 없기 때문에 같은 팀에서 여러 명의 후보가 나올 수도 있고, 단 한 명도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KBO후보선정위원회는 야구 기자와 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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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시즌 신인왕 이천수 | 역사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역대 프로축구 신인왕 명단을 훑다보면 유사한 선상을 타고 반복돼 흐르는 패턴을 읽을 수 있다. 한국프로축구계에 신인왕 시상제도가 처음 도입된 것은 1985년. 초대 신인왕은 포철 미드필더로 활동한 이흥실. 당시 이흥실은 21경기에 출장해 10골 2도움을 기록하는 괄목할 활약을 펼쳤다.
이후 2004년까지 총 20명의 신인왕이 탄생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MVP와 상반되게 신인왕은 철저히 非우승팀에서 나왔다는 점이다. MVP는 보통 우승팀에서 나오는 게 통례인데, 희한하게 신인왕은 이같은 관례와 전혀 연관이 없다. 여태껏 非우승팀이 K리그 MVP를 배출하기는 1999년 부산의 안정환이 유일하다. 하지만 반대로 입때껏 우승팀이 신인왕을 배출하기는 1987년 부산의 김주성이 유일하다.
따라서 우승팀에서 신인왕이 태어날 확률은 단 5%에 지나지 않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역대 신인왕을 포지션별로 구분해보면 각각 수비수 2, 미드필더 9, 공격수 9명이다. GK 출신 신인왕은 아직 전무하다. 또 1994년 이후 11년 동안 수비수 출신 신인왕은 나오지 않았다. 요컨대 통계에 따르면 K리그 신인왕의 정형적 조건은 ①非우승팀 소속 ②미드필더 또는 공격수로 요약된다. 그렇다면 대체 왜 우승팀에서 신인왕이 배출되지 않는 것일까.
이에 대해 국내 최초의 축구대기자로 일한 경력이 있는 김덕기 축구연구소 사무총장은 “K리그를 제패할 정도의 전력을 보유한 팀에서는 보통 신인들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다”며 “반대로 전력이 약한 팀들은 신인들의 잠재력을 캐내고 성장시키는데 다소 힘을 분산하는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수비수가 신인왕이 되기 어려운 이유는 첫째, 포지션의 특성상 어지간한 실력으로는 언론에 노출되기조차 쉽지 않고 둘째, 활약 정도를 측정할 만한 기준이 모호하다는데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자 1명이 한 시즌 열리는 K리그 전경기를 취재할 수는 없다.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기자들은 담당 구단 위주로 취재 활동을 한다.
그러나 연말 신인왕을 뽑을 때는 전체적인 틀 안에서 판단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K리거 모두의 장단과 특성을 파악하고 있는 기자는 없다. 때문에 데이터를 놓고 주관적 결정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격 포인트를 따기 용이한 MF-FW들은 그래서 유리하다.
결국 박주영인가
올 시즌 가장 유력한 신인왕 후보가 박주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기자들 대다수도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박주영에게 표를 던질 것 같은 분위기가 여기저기서 감지된다. 부담 없이 “올해 누가 신인왕이 될 것 같은가” 혹은 “누구 ‘찍을’ 것인가”라고 물으면 돌아오는 대답은 대개 “박주영”이다.
현실이 그러하다. 전문가들의 예측도 매한가지. 서울 외 구단 프런트 직원들조차 한 목소리로 “이미 끝난 게임 아니냐”고 말할 정도니 실상 더 이상의 부연도 의미 없을 법하다. 박주영은 향후 골을 추가하지 못하더라도 지금까지의 누적 활약상만으로 볼 때 충분히 신인왕에 등극할 자격이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컵대회와 정규리그 기록을 더해 15골 이상을 넣었다면 신인으로서는 기대 이상의 성취인 게 분명하다.
더군다나 정규리그에서 2차례씩이나 해트트릭을 작성했고,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한 플레이에 도움왕 뺨치는 어시스트 능력 등 공격 다방면에 걸쳐 강렬한 인상을 던졌다. 구름관중을 몰고 다니며 K리그 흥행을 주도한 점에서 추가 점수 획득도 기대할 만하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지금 단정할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앞서 언급한 특별한 변수가 언제 발생할지 모르는 까닭이다.
또 다소간 조짐은 나타나고 있다. 박주영은 후반기 들어 급격한 페이스 저하 현상을 드러낸 데다 골 난조까지 겹쳐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다. 정작 문제는 시기상 부진의 타이밍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다. 무릇 수려한 시작보다 깔끔한 마무리가 기억에 한층 강렬한 자극을 주는 법. 때문에 자칫 K리그 폐막 때까지 부진이 이어질 경우에 손해는 가중된다. 더욱이 소속클럽 서울이 PO진출에 실패, 박주영은 11월9일 이후에는 최소한 K리그와 관련해서는 관심 밖 존재로 밀릴 개연성이 농후하다.
만약 포스트시즌에 박주영의 가장 강력한 대항마로 꼽히는 조용형이 절정 활약을 펼치기라도 한다면 신인왕 경쟁은 또 다른 국면으로 접어들 수도 있다. 특히 ‘제2의 홍명보’로 불리는 조용형은 요사이 인지도가 대거 높아진데다 미디어 노출도 꾸준해 박주영을 위협할 소지가 다분하다.
비록 정해성 감독은 침묵하고 있으나 박진옥 김재성 조용형 중 부천을 대표할 최종 신인왕 후보는 조용형이 될 가능성이 높다. 우열을 떠나 셋 중 가장 지명도 높은 조용형이 결국에는 가장 승산 높은 카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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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의 센터백 조용형 | 올해도 수비수는 가망 없나
한차례 살폈듯 역사는 수비수가 신인왕 타이틀을 거머쥘 가망성이 극히 낮다 말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어볼 점은 일반적으로 새내기 디펜더를 주전으로 기용하는 감독은 드물다는 것. 사실 멤버 간 호흡과 밸런스가 최우선시 되는 디펜스라인에 경험 일천한 수비수를 세우는 일은 극단적인 모험으로 받아들여진다. 또 실제로 1년차 신예 DF가 주전을 꿰찬 사례는 찾기 힘들다. 반면 미드필더-공격수는 초반 조커로 뛰다 가능성이 보이면 언제든 스타팅멤버로 변신 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수비수 출신 신인왕이 역대 2명에 그치는 이유 역시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그래서 조용형 박병규는 주목할 가치가 있다.
올 시즌 프로 9년차 베테랑 중앙수비수 김정수를 벤치로 밀어낸 조용형은 순간 판단이 비교적 정확하고 상황대처능력이 빼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표면적 스피드는 평범하나 지능적 스피드, 즉 상대 공격수의 이동 경로를 미리 예측해 대비하는 동작이 민첩하다. 아울러 역습의 단초를 제공하는 장·단의 전진 패스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이는 볼 컨트롤 및 킥 능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근래 국가대표 발탁을 계기로 자신감까지 상승, 매서운 기세로 성장하고 있다. 조용형이 11월 스웨덴, 세르비아 몬테네그로와의 2차례 A매치 중 1경기에라도 출장해 후한 점수를 받는다면 조원희 이호처럼 한순간 주가 폭등을 체험하는 것은 시간문제. 물론 기자들의 시선도 한결 우호적이 될 것이다.
A팀에서의 활약 여부는 신인왕 레이스에도 자연스레 영향을 미친다. 또다른 신인왕 후보 박병규도 범상치 않은 수비수.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호화군단 울산 입단과 동시에 주전이 됐다는 것은 곧 실력파라는 의미이다. 박병규는 우선 스피디하다. 좁은 공간에서도 날래고 기민하게 움직인다. 군더더기 없는 플레이도 장점이다. 1960년대 아시아 전역에 이름을 날린 국가대표 명수비수 출신의 김정남 울산 감독은 “솔직히 단점을 찾기 어려운 선수”라며 “박병규가 존재하기 때문에 올 시즌 유상철을 마음 놓고 전천후 멀티플레이어로 기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박병규는 1대1 맨투맨 능력이 출중하고 지역방어에 관한 이해력도 수준급이다. 볼을 처리하는 요령이나 공간을 활용하는 감각도 평범치 않다는 평을 곧잘 듣는다. 그러나 박병규는 다소 운이 없다. 수도권 클럽 소속이 아니라 언론의 레이다망에 포착될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다. 때문에 일선 기자들에게도 실력만큼 대접받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언론 노출 빈도가 높지 않은 탓에 대중 인지도에서도 경쟁자들에게 한참 밀린다. 조용형이 울산, 박병규가 부천 소속이라면 둘의 입장이 뒤바뀌어 있을지도 모를 일. 신예 미드필더 중에서는 양상민과 최효진이 돋보인다.
K리그에서의 활약을 기반 삼아 본프레레 감독 시절 동아시아선수권 북한전을 통해 A매치에 데뷔한 양상민은 그러나 후기 들어 주춤한다. 그래도 2005시즌 신인 랭킹 7위 안에는 거뜬히 들 정도의 플레이를 펼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인천의 붙박이 라이트MF 최효진은 클럽에서 ‘보배’로 통한다. 빠른 스피드와 강한 체력을 가졌고 승부욕도 여간 아니다. 윙백의 가치 척도인 드리블, 크로스, 측면 장악력에서도 자못 고평가된다. 최효진은 몇 달 전 러시아 프로 클럽으로부터 이적료 100만달러에 스카우트 제안을 받기도 했다.
인천 관계자는 “우리 직원들 사이에서는 경기 당일 최효진의 몸 상태에 따라 팀 공격력이 사느냐 죽느냐가 달려 있다고까지 말하기도 한다”며 “최효진의 컨디션이 좋은 날에는 어김없이 승리를 예감한다”고 귀띔했다. 과연 전반적 예상 그대로 박주영이 무리 없이 신인왕을 차지할지, 아니면 색다른 역전 사태가 일어날지는 알 수 없지만 예정된 그날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다만 하나 확실한 것은 박주영에게 가려 있는 신인왕 후보 다수는 이름값과 인지도를 떠나 객관적인 잣대로 냉정히 평가받기를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