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따 장어요 -
기력은 여름에만 보충하는 것이 아니다.
지금처럼 늦가을에서 겨울로 들어설 때 기력을 보충해주는 것이 자연의 섭리다.
요즘들어 하루 4시간 정도 잠을 청하는 무리한 일정으로 몸이 쇠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이럴땐 역시 스태미너식인 장어요리로 몸을 보해줘야 한다.
거짓말 좀 조금 보태면 내가 태어난 곳은 장어가 사방에 드글거렸다.
장어는 연어처럼 자신이 살았던 곳으로 돌아오는 회귀성 어류다.
가을밤이면 마을에 있는 방죽 수문에는 모기장으로 만든 뜰채를 들고 장어의 치어인 실뱀장어를 잡기위해 마을주민들이 몰려들어 호롱불을 밝히는 모습이 장관이었다.
바다와 민물이 만나는 기수지역인 우리 마을은 민물장어가 바다로 나가기 전에 서식하는 장소였으니 깊지않은 개천에서도 쉽게 장어를 잡을 수 있었다.
70년당시 실뱅장어 한마리에 오원에서 십원을 받을 수 있었으니 아이들에게는 제법 큰 용돈벌이었던 셈이다.
사회에 나와서는 순천에서 제법 유명한 장어집을 운영하는 누님덕택에 맛있는 장어를 실컷 먹을 수 있었다.
이런저런 덕분으로 장어에 대해서는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수원역 근처에 있는 푹풍장어집으로 향했다.
장어야 어디서 먹든 기본적으로 맛이 없을 수가 없다.
그러나 가까운 곳을 두고 이 집을 찾는 이유가 있다.
바로 장어가 가장 맛있을 때인 2미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2미라 함은 1kg에 장어 두 마리라는 뜻이다.
보통 장어집에서는 1kg에 3~4마리가 나오는 3미를 사용한다.
장어도 그렇지만 생선은 커야 맛있다.
대방어, 대광어를 찾는 이유가 살이 단단하고 쫄깃하고 고소하기 때문이다.
먼저 앉은 자리에서 장어의 고소함을 느낄 수 있는 소금구이를 주문해서 먹었다.
장어의 배 부분부터 구워주다 장어가 익어가면서 안쪽으로 말려들기 시작하면 뒤집어서 좀 더 구워주다
고소한 기름냄새가 올라오면 이때 장어를 잘라서 갈매기 모양으로 세워두고 구워주면 찐 장어맛을 느낄 수 있다.
노릇노릇 잘 구워진 장어가 살이 도톰한게 아주 그만이다.
특제소스와 생강절임을 더해주면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
장어는 굽는 정도에 따라 쫄깃하면서 비리지 않고 담백한 맛을 유지할 수 있다.
여기에 숯불의 비결이 숨어있다.
좋은 숯은 일정한 열량을 낸다.
이집에서 사용하는 숯도 퀄리티가 남다르다.
오늘의 스페셜메뉴 파김치 장어전골이 나왔다.
음식에는 영양이나 맛을 더해주는 찰떡궁합이 있기도 하고 서로에게 해를 주는 상극이 있기도 하다.
찰떡궁합으로 된장과 부추, 녹두와 돼지고기,멸치와 풋고추 그리고 장어와 파가있다.
찬성질을 지닌 장어와 파의 따뜻한 성질은 서로를 보완하고 자칫 느끼할 수 있는 맛을 잡아준다.
자글자글끓던 국물이 자박하게 조려지면 입을 크게 벌리고 먹어줘야 한다.
장어의 담백함과 파의 시원하고 매운맛이 어우러져 칼칼,시원,깔끔하다.
파김치는 얼마나 양념을 하고 잘 묵히는지가 맛의 관건을 좌우한다.
음식명인소리를 듣는 여주인장의 웅숭깊은 손맛이 파김치 전골에서 빛을 발한다.
자박자박한 국물에 양념이 잘 배인 두툼한 장어를 파와함께 곁들여 한입 먹으니 입에서는 광대무변함이 넘친다.
술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국물 한 숟가락에 소주 한병을 부를 맛이다.
맛있게 먹고있는 모습을 지켜보던 주인장이 이번에 폭풍장어에서 출시한 훈제삼겹살이라며 한접시를 서비스로 내놓는다.
부드럽고 살캉한 식감의 장어와는 달리 숯불향이 가득배인 통삼겹살 훈제구이는 기름기가 빠져 탱글탱글하다 .
"스모키한 향은 또 얼마나 맛있게요"
간단하게 된장에 마늘편을 올리고 먹는 것으로 훈제삼겹살을 즐겼다.
이왕 기력보충을 할거면 끝까지 달려보자는 심정이 들었다.
장어를 먹고난 후 영양솥밥을 부탁했다.
와!
갓지은 밥냄새가 진동하는 영양솥밥이 고작 2.000원이다.
반찬없이 밥만 먹어도 될만큼 잘지은 솥밥이 2.000원
이집 언제 돈버냐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도 감동이 넘치는데 여기에다 단골손님이라고 호두볶음 한봉지를 선물해준다.
"진짜 뭐냐 이집"
기력보충뿐만 아니라 마음마져 풍성하게 만드는 푹풍장어 수원 평동점
강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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