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IPO가 상당히 활발합니다. 원인(原因)은 주식시장이 활황이기 때문이죠. 주식시장 활황의 원인(原因)은 주식시장에 돈이 많기 때문이고요. 1985년 투자를 시작한 이후 IPO가 활발했던 시기는 제 경험으로는 이번까지 3차례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1987년쯤으로, 당시 주가가 워낙 오르니까 정부에서 주식시장을 안정시킬 목적으로 공급량을 늘리는 정책을 펼쳤습니다. 그래서 대기업 계열의 소위 말하는 알짜기업 공개를 (강력하게)권했고요. 경제지에는 상장 예정 기업들의 리스트를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쌍용정유(현재, S-OIL)와 삼성항공(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공모주를 청약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대부분 (가치에 비해 많이 싼)액면가로 공개했기 때문에 공모차익으로 3~4배는 쉽게 얻었습니다. 동원할 수 있는 현금이 많지 않아서 안타까워했던 기억도 나네요. PC 제조업체인 ‘삼보컴퓨터’가 인기에 힘입어 꽤 비싼 가격에 상장했던 게 당시 IPO로서 정점을 찍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1999년부터 2000년 초까지 있었던 IT버블 때입니다. 예상 밖으로 IMF 위기를 빨리 벗어난 상태에서 정부는 경제 성장 방향을 벤처 활성화에 두었는데요. 벤처 기업에 투자한 자금에 대해 세액공제를 해줬고 한편으로 자금 조달에 도움을 주기 위해 1986년에 만들어져 있던 코스닥 시장을 이용했습니다. 벤처 기업들의 공개를 적극적으로 지원/장려하는 방식으로 말이죠.
상장(등록이란 용어를 썼음) 조건이 안 되지만 미래 성장 사업을 영위하는 (것으로 판단되는)기업에 대해 ‘기술 특례 기업’ 등 예외를 허용했는데요. 저의 첫 책에서 당시 상황을 짧게 정리했지만 제 관점에서 이들 주식들은 너무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뜨거운 Kosdaq시장에서 거래되는 주식을 매수할 생각은 아예 없었기 때문에 매주 나오는 IPO에만 열심히 참가했습니다. * 23번째 편지에서 소개했던, KT 주가가 199,000원을 찍었던 광기의 시대였죠.
그때까지 상장 시가는 지금처럼 공모가의 + 100% ~ - 10% 범위 내에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공모가부터 시작했습니다. 즉 1만원에 공모했으면 상장 첫날 1만원이 시초가가 되는 것이죠. 상하한가 범위도 10%쯤 되었기 때문에 상장 후 며칠 동안은 거래 없는 상한가 행진이 계속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었고요.
지금은 '카카오'로 상호를 바꾼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상장 후 한 달 이상 상한가를 이어갔고 공모규모도 컸기 때문에 제가 가장 큰 수익을 얻었던 IPO로 기억합니다.
올해 벌어지고 있는 IPO를 저는 세 번째로 봅니다. 마침 9월 8일 아이투자에서 보내온 메일은 신규 상장한 주식에 대해 다루었는데, 올해 IPO를 통해 상장된 주식 수는 53개나 되더군요. 건수로는 과거에 비해 많다고 할 수 없지만 규모 면에서는 비교 대상이 안 될 정도로 큽니다.
저는 IPO 하는 주식 대부분의 발행가가 펀더멘탈에 비해 비싸다는 말이 사치스러울 정도로 너~무 비싸기 때문에, 아예 참가 자체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요. 생각을 좀더 비약하면 2000년 초 버블이 터졌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주식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은 버블이 낀 신참 주식 공급 물량을 소화해주고 있지만 어느 순간 유동성 부족과 인기주들의 버블을 인지하면서 시장이 크게 하락할 수도 있다고 보는 것이죠.
지난 1월 11일 이후 저는 '매도는 적극적으로 매수는 소극적으로'라는 자세로 시장을 대하고 있는데요. 그 이유로 플렛폼 등 미래 성장산업으로 분류된 주식들의 터무니없이 비싸진 주가와 함께 IPO 버블, 2가지를 꼽고 있습니다.
그런 제가, 2000년 이후 IPO에 대해 관심조차 없던 제가 20년도 더 지난 올해, 딱 2차례(3개 회사) IPO에 참가했습니다.
5월에 큰 아이가 SKIT 공모하고 싶은데 돈이 없다면서 저에게 청약자금을 빌려달라고 했을 때가 첫 번째인데요. 아이에게 0.2억인가? 빌려주고서 마침 현금이 꽤 있었던 저도 참가했고, 상장 첫날 가장 낮은 가격에 매도해서, 작은 이익을 챙겼습니다.
다음은 8월, 펀드(친구)의 친구가 계좌에 있는 현금으로 IPO를 하자고 하더군요. 청산을 앞두고 계좌에 5억원이 넘는 현금이 있었기 때문에 '롯데렌탈'과 '아주스틸' 둘 다 청약했습니다. 하는 김에 저와 아내 명의 계좌에 있던 현금으로도 하게 되었고요.
상장 첫날 둘 다 팔았는데, 펀드(친구)는 '롯데렌탈'에서 발생한 손실을 '아주스틸'에서 얻은 수익으로 커버했지만 제 명의 계좌와 펀드(아내) 계좌는 '롯데렌탈'만 청약했기 때문에 작은 손실을 보고 매도했습니다.
'롯데렌탈'은 2020년 재무제표로 확인했을 때, 상당히 비싸다고 생각했으므로 당연한 결과로 받아들이지만 (복이 없는^^)제가 청약에 참여한 것이 나쁜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어 보입니다.
2000년 초 버블이 터지기 직전을 회상하면, 이게 돈이 된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IPO 청약경쟁률이 점점 높아졌습니다. 그러면서 상장 후 주가는 오히려 높게 형성되지 않더군요. 어느 시점부터 공모주 청약에 참가하지 않았는데, 나중에는 상장 시초가가 공모가 아래에서 시작되는 보기 드문 일이 발생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번에 제가 당한 것처럼 말이죠.
자꾸만 버블 붕괴를 걱정하는 저의 근거 없는 예상이 망상으로 끝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면서 이만 줄입니다. 숙향 배상
추신: 1. 월초에 제가 공모주에 참여한 것을 보고, 질문을 주신 분이 있었는데요. 당시 제가 드렸던 답글을 다듬어서 오늘 편지 소재로 삼았습니다. 2. 9월 8일, 저는 ‘현대중공업’ 공모주 청약에 참여했습니다. ‘롯데렌탈’에서 입은 손실만큼은 보상받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상장예정일인 9월 17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3. 과거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수급 논리로 값이 매겨지는 IPO 청약은 펀더멘탈을 보지 않는 것을 정석으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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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곰모주 떨어지면 들어가자..(쌀사비팔)
감사합니다..^^
해솔님
ipo에 대한 정리 감사합니당~~^^
공모주는 치킨값 벌기라는 말따라서 재미삼아 짧은 기간에 SPOT 금액으로 작은 액수를 따상으로 솔솔하게 벌고 있었으나 지금 공모주를 하지 않으려 노력 중입니다.
공모주 하지 말고 떨어질때 사라고 하시는 말씀 잘기억 하겠습니다
공모주 신경쓸 시간에 다른공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