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힘 | 탁닛한 지음 | 명진출판 | 원제 : power
틱낫한 스님의 2003년 3월 한국 방문에 맞춰 기획 출간된 책으로 미국에서는 2005년 출간 예정작. 이번 책은 현대인에게 에너지 넘치는 삶을 살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안내해주고 있다. 진정한 힘이란 무엇인지, 왜 깨어 있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깨어 있는 마음이 어떻게 힘이 되고, 어떻게 하면 깨어 있는 마음을 수행할 수 있는지... 책을 읽어내려가다보면 내 안에 어떤 힘이 잠들어 있는지 만나게 된다.
탁닛한
베트남의 승려이자 시인, 평화운동가. 중부 베트남에서 태어나 열여섯 살에 수도승이 되었으며, 콜럼비아 대학과 프린스턴 대학으로부터 비교 종교학을 강의해 달라는 초청을 받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곳에서 종교간의 대화와 화해, 그리고 인류에 대한 종교의 헌신을 주장하여 마틴 루터 킹 목사의 추천으로 노벨 평화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베트남 전쟁이 벌어지고 있을 때, 불교평화대표단 의장으로 파리 평화회의를 이끌면서 보여줬던 '평화를 위한 굳은 의지와 솔직한 표현들' 때문에 고국에 돌아가는 것이 금지, 프랑스 파리 근처에 '스위트 포테이토(고구마)'라는 이름의 작은 명상 공동체를 세운다. 하지만 '고구마'에 오기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프랑스 남서부 보르도의 버려진 농장을 개간, 제2의 보금자리 '플럼 빌리지(매화 마을)'을 만들고, 세계 각국에서 몰려드는 방문객들과 구도자들을 맞이하고 있다.
틱낫한은 해마다 미국과 유럽을 정기적으로 여행하면서 깨어 있는 삶의 예술에 대한 강연을 하고, 우리가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의 평화를 경험할 수 있는 '걷기 명상' 워크숍을 이끌고 있다. 여행을 하지 않을 때는 매화 마을의 한 오두막에서 명상을 하고, 글을 쓰고, 가르치고, 밭을 갈며, 생계를 위한 가내 수공업에 종사한다.
그가 쓴 책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틱낫한의 사랑법><거기서 그것과 하나 되시게> 등은 전세계 22개국 언어로 번역되었다.
최고의 힘은 고요한 평화
‘내딛는 걸음마다 평화(Peace is every step)’
세계적인 포도산지 프랑스 보르도의 수행공동체 ‘플럼 빌리지’에 가면 곳곳에서 만나는 글귀다. 이 짤막한 경구 속에 틱낫한 철학의 핵심이 살아 숨쉰다. 스님은 이렇게 말한다.
“그냥 대지 위를 천천히 걸어라. 차가운 아스팔트가 아니라 아름다운 지구별 위를 걷는다고 생각하라. 다음, 생각을 놓아버리고 그냥 존재하라. 숨을 들이쉬면서, 마음에는 평화, 숨을 내쉬면서, 얼굴에는 미소. 그대 발걸음마다 바람이 일고, 그대 발걸음마다 한 송이 꽃이 핀다. 나는 느낀다. 살아있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경이로운 순간임을. 당신은 이미 도착했다.(You have arrived)”
베스트셀러 『화』(원제 Anger)에서 마음의 화(火)를 다스려 내면의 평화를 구하는 방법을 이야기했던 틱낫한. 내일(16일) 방한하는 그가 『힘』(원제 Power)이라는 새 저서를 통해 다시 한번 고통받는 사람들을 향해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던진다. 전세계에서도 한국에서 제일 처음 발간된 그의 신간이다.
‘당신은 이미 도착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뜻인가. 그의 이야기를 더 들어보자. “우리는 늘 미래에만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는 무덤이라는 것을 모두 안다. 왜 서둘러 그 곳으로 가려 하는가? 왜 지금 이 순간의 삶 속으로 발걸음을 옮기지 않는가. 우리는 언제나 달리면서 살아왔다. 몸은 이 곳에 있지만, 마음은 늘 다른 곳에 가 있다. 과거나 미래에 가 있고, 분노와 좌절, 희망과 꿈에 사로잡혀 있다. 진정으로 도착해 현재의 순간 속으로 깊이 들어가야 한다. 그 때 우리는 삶이 수많은 경이로 가득 차 있음을 발견한다. 평화는 우리 모두의 발걸음마다에 있다. 우리는 이미 도착했다.”
틱낫한은 이처럼 ‘지금, 이 순간’을 중시한다. 늘 현재에 최선을 다하라는 말이다. 현재의 삶 속으로 깊이 들어갈 때 우리의 내면에는 좀 더 많은 힘과 자유, 행복이 깃든다는 것이다.
틱낫한은 미 프린스턴대학 유학시절 늘 설거지를 도맡아 했다. 그는 설거지가 즐겁다고 한다. 그래서 ‘깨어있는 마음의 기적’이란 책까지 썼다. 그 비결은 “무슨 일을 하든지 당신의 온 마음과 몸을 다하는 것”이다. 접시와 물, 그리고 손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완전히 자각하면 접시와 보내는 시간이 즐거워진다. 차 한잔을 마실 때도 마찬가지다. 차를 마시며 회사 일을 걱정하고 핸드폰을 귀에 대고 있다면 차의 향과 맛은 어느덧 사라지고 만다. 미래나 과거에 사로잡힌 나머지 지금 이 순간에 살아있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틱낫한은 이처럼 매 순간에 온전히 살아있는 자각의 상태를 ‘깨어있는 마음’(Mindfulness)이라 부른다.
책 곳곳에는 노스님의 말씀이 보석처럼 박혀있다. 우리는 우주의 모든 존재와 연결돼 있기(Inter-being) 때문에 “당신의 한숨은 아내를 우울하게 하고 아이들을 맥빠지게 한다”고 그는 일러준다. 당근 한 조각에는 한 줌 햇빛과 구름, 땅이 들어있으며, 따라서 그것을 먹으면 온 우주와 만나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고통은 내 가족, 직장 동료에게 전염되는 것이므로 자신을 돌보는 것이 곧 가족과 동료를 돌보는 일이 된다고도 한다. 또 아무리 사소한 행동이라도 깊은 정성을 다하면 우주를 감동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테러같은 커다란 폭력은 사실 ‘절망의 외침’이므로 이해와 자비심으로 껴안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새 책의 타이틀을 왜 ‘힘’이라고 붙였을까? 그는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리지 못하고 삶에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힘이란 무엇인지, 왜 ‘깨어있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려 한다고 했다. 사람들은 불안을 해결하기 위해 흔히 명예와 돈, 권력에 쉽게 기대는데 그것은 진정한 힘이 아니라고 그는 말한다.
"진정한 힘은 권력이나 돈 또는 무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평화에서 나온다. 우리의 나날의 삶, 곧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방식을 변화시킨다면 우리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마음의 평화를 통해 세상의 평화를 가져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것이 유일한 길이다. 평화는 무엇보다 먼저 한 개인 속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세상 전체가 평화로운 한 사람에 의해 달라질 수 있다.” --- 조선일보 책마을 승인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