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지 관광객 들 중에 간혹 “통영 하면 동양의 나폴리 라던데 실제로 가 보니 별 것 없더라” 하고 불평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어쩌면 이건 당연한 결과입니다. 위의 곳들은 실제로는 관광객을 받아들이는데 좋기 때문에 내부 보단 외부에 유명한 곳들이죠. 하지만 통영의 “사람사는 바다” 를 보았다는 감흥을 느끼긴 매우 힘든 곳들이라고 하겠습니다. ( 전번에 빈협에서도 통영 별로 볼 거 없다 그런 리플이 있었죠 )
제가 여기 다섯 군데를 골라 보았습니다. 숨은 명소 라기 보단, 은근히 외부에 잘 알려진 곳도 있네요. 선별 포인트는
1. 가기 쉬우면서
2. 사람 사는 맛이 느껴지며
3. 특히 통영에서만 잘 느낄 수 있는 특유의 감흥이 있고
4. 바다를 편안하게 감상 할 수 있는 곳 입니다.
단 절에서는 바다가 안 보이겠군요. 또한 외지인이 가기 쉬워야 하니까 도서 지역도 제외 했습니다.
지도는 통일성을 기하기 위해 다음지도를 이용 했습니다.
통영의 맛 하면 바다를 감상하는 것 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바다 란 곳이 어디서 어떻게 어떤 상황에서 바라보느냐 따라서 곳곳이 다르거든요. 외부 손님 접대하면서 탈 때 마다 항상 느끼는 것 이지만, 케이블카처럼 위에서 보는 건 진짜 바다를 느끼는 데 오히려 별로 랍니다. 전혀 느껴지는 게 없습니다. 바다는 반드시 바로 옆에 ( 혹은 최대한 가까히 가서 ) 봐야 합니다. 또한 한 곳에 30분 정도씩은 붙어 있어야만 해요.
“ 한 장소에 30분 이상, 반드시 앉아서 편안한 자세로! “ 그걸 꼭 기억하시면서, 그럼 시작합니다.
( 현재 통영에 거주하지 않는 관계로, 각 지역의 실경 사진들은 허락받지 못하고 인터넷에서 퍼 왔습니다.
사진을 잘 찍으신 덕에 잠시 이용하는 것이니 최대한 양해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
1. 강구안 차가운 시멘트 바닥에 앉아서 맥주를 마시며 바라보는 바다 ( 별점 5 )
흔히 동피랑 마을이나 중앙수산시장, 꿀빵을 먹거나 거북선을 타기 위해 한 번쯤 방문하는 곳입니다.
시끄러운 시장에 자동차에 부두에 가득한 배에 .... 자연 경관의 미적 요소만을 따지면 다른 더 좋은 곳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바닷물도 더럽죠.
대부분의 관광객은 그저 목적만 달성 하면 강구안은 스쳐 지나가고 맙니다. 하지만 거북선 정박장 옆 시멘트 바닥에 앉아 30분만 있어 보세요. ( 해 진 저녁이면 더 좋습니다 ) 항구 도시 특유의 잊혀지지 않는 냄새와 더불어 섬과 육지와 바다가 이루는 편안한 해안선 속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느낌 같은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통영에서 추천하는 경관 중 1등을 꼽으라면 당연히 강구안입니다. 한 때는 강구안에 집짓고 살고 싶었을 정도로 말이죠. 말로 설명하긴 어렵습니다. 동피랑만 보고, 거북선만 타고, 김밥만 먹고 갈 게 아니라 이런 바다 도시 특유의 내음을 느껴야 진정한 통영 관광이라고 생각합니다.
1-1 . 남망산공원 ( 별점 4 )
강구안의 사촌 격으로 강구안에서 걸어서 10여분 거리에 있습니다.
여기는 되도록 화창한 날씨에 밝은 낮에 가야 합니다. ( 밤도 괜찮긴 하지만 외지인이 지리가 어두워서 조금 힘들 것 같아 패스 ) 비오는 날은 별로. 공원 끝으로 가서 바닷가로 내려가던지, 혹은 공원 위에서 강구안과 바다를 감상하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여기도 30분 이상 느껴봐야 합니다. 강구안 보다 공기가 맑고 바다가 깨끗한 게 포인트 입니다.
2. 해저터널 입구에서 벤치에 앉아서 통통배가 다리 밑으로 지나가는 걸 보는 바다
( 별점 5 ) : 통영말로 “운하 다리 밑”
해저터널은 되도록 가지 마시길. 시간낭비입니다. 해저터널은 2번 장소를 찾아가는 이정표로서 드는 것입니다.
해저터널이 입구가 2군데가 있는데, 섬쪽 입구 말고 육지 쪽 해저터널 입구 근처에 찾아보면 오래된 높은 다리가 하나 있습니다. 그 밑으로 보면 좁은 여울이 있어 자그마한 통통배가 지나다니고 , 그 옆으로 해안도로가 있고 방파제화 된 인도가 있고 벤치가 주욱 늘어져 있습니다.
옛날 방파제 공사를 하기 전엔 그냥 갯펄로 이루어진 길이었겠죠. 지금도 가끔씩 해녀들이 조개 등을 잡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2번 추천지는 바로 그 벤치에 앉아서 배가 오락가락 하고 멀리 건너편 섬의 인가 주택 등을 감상하는 바다입니다. 다리 바로 밑 말고, 해저터널 근처가 제일 좋습니다.
바다만 보는 게 목적이라면 남해 사천 등지가 훨씬 아름답고 좋은 곳도 많습니다. 순수 바다가 아닌 , 도시의 경치와 어울려진 바다를 보는 게 목적이라면 사천에 가면 단연코 추천 하고 싶은 곳도 있습니다. 해운대도 좋죠. 하지만 여기 해저터널 앞 바다는 순수한 바다나 도시의 바다 만 있는 곳에서는 느끼기 힘든 맛이 있습니다. 역시 30분 이상 감상을 적극 추천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곳은 통영이 수 많은 예술가들을 배출 하는 데 있어 중요한 영감이 되었으리라 추측합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묘한 무언가가 있습니다. 자연 같으면서도 자연이 아니고, 인공 같으면서도 인공이 아닌 자연과 인공이 어우려진 통영에서만 볼 수 있는 특유의 경치죠. 직접 가서 경험 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정말 잘 찍으신 사진.... 사진으론 쉽게 담을 수가 없네요. ^^
3. ES 리조트에서 바라보는 바다 ( 별점 4 )
1번과 2번이 너무 사람사는 풍경과 어울려진 바다를 추천 한 것 같아서 , 이번엔 바다 자체를 감상하기 좋은 곳을 소개합니다.
여기는 뛰어난 경치로 요즘 나름 유명해진 곳이죠. 찾아가는 방법은 통영수산과학관을 찾아가면 됩니다. 거기 주차장에 차를 대고 약간만 걸어 올라갑니다. 회원권이 없으면 숙박은 할 수 없지만, 방문객은 제한을 두지 않습니다. 식당 매점 등도 이용 할 수 있죠.
가 보시면 성룡이 왜 여기서 자고 가는지 이해 할 수 있을 것 입니다.
제주도나 해운대 같은 탁 트인( 이라 쓰고 "밋밋하다" 라고 읽는다 ) 해안선에서는 맛 볼 수 없는 , 해송들 사이로 보이는 점점이 흩어진 섬들과 오밀조밀 곡선으로 이루어진 해안선이 어우려져 이루는 한려수도 특유의 자연경관. 케이블카 타고 올라가는 정상에서는 고도가 너무 높고 바다가 너무 멀어서 잘 느끼기 힘든 진짜 한려수도의 해안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 입니다.
뭐 꼭 ES 리조트가 아니라도 근처 경관이 비슷하게 아름다운 면이 있지만, 외지인이 찾아가기 쉬우면서 경관이 뛰어난 곳으로 골랐습니다.
설정샷이 아니고 진짜 경치가 이렇습니다. 맑은 날 강추입니다.
4. 미래사 ( 별점 4 )
케이블 카를 타고 정상에 내렸습니다. 감상 잘 하셨습니까? 만약 시간 여유가 있으시다면 정상만 보고 그대로 내려오지 마세요.
케이블카 쪽 말고 반대쪽으로 약 500m 정도 내려오면 미래사 라는 절이 하나 있습니다. 아름드리 해송으로 둘러 쌓인 짠 냄새 섞인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숲 속 양지바른 명당에 호방하고 탁 트인 기세로 자리잡은 절입니다. 규모는 작지만 가슴은 트이고 넓어지는 , 섬 같은데 가면 만나볼 수 있는 형식의 대표적인 절집 이죠.
통영에는 원래 연화사 라고 유명한 섬 절집이 있는데 그곳은 여객선 타지 않으면 가기 힘듭니다. 그러므로 미래사로 대체 해서 그 분위기를 느껴 보시라는 의미로 적어 봅니다.
다만 여기는 위치적으로 케이블카 승강장에서 멀고 약간 외진 곳이기 때문에, 만약에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다면 미래사 쪽으로 내려갔다면 다시 산을 타서 정상으로 돌아가던지 아니면 빙 돌아서 걸어 내려가야 합니다. 호젓한 미륵산 정경을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만 시간이 소중한 관광객 입장에선 약간 아쉬운 면도 되겠죠.
미래사에서 다시 케이블 카 타는 곳으로 돌아가는 데에는 약 20-30분 정도 걸립니다. 이것은 숨이 약간 찰 정도의 산길이죠. 만약 평지를 걸어서 케이블카 승강장(출발점) 까지 가는 데에는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 될 것 입니다.
미래사 의 상징 아름드리 해송 숲 입니다. 절 바로 바깥에 조성되어 있습니다.
5. 수국작가촌 ( 별점 4 )
1 2 3 4 다 돌아봤는데 그래도 “아직 나는 허전하다. 또 바다가 보고 싶다.” 하시는 분들에게 살짝 추천하는 곳입니다.
되도록 자동차는 바깥에 멀리 대고 걸어가세요. 다리 건너고 하는 걷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곳은 문인들이 내려와서 창작 활동을 하는 곳 이므로 반드시 정숙 해야 합니다.
해안쪽 바위로 내려가서 앉아서 보는 경치가 괜찮은 곳입니다. 추천 합니다.
수국작가촌 들어가는 다리. 은근히 걷는 재미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