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 오지학교 탐사대’ 이끄는 김영식 교사 - “큰 세상 보며 꿈을 키워라”

[유담]

‘히말라야 오지학교 탐사대’ 이끄는 충북 충주예성여중 김영식 교사

“큰 세상 보며 꿈을 키워라”

세계의 지붕 히말라야 등반은 산을 오르는 이들의 로망. 방학 때마다 세계 명산을 찾는 충북 충주예성여자중학교 김영식 교사는 히말라야에서 받은 대자연의 감동을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었다고 말한다. ‘히말라야 오지학교 탐사대’라는 이름으로 네팔 학교를 찾아 봉사하고, 해발 4천 미터가 넘는 베이스캠프까지 트레킹 하는 도전을 이어온 지 올해로 12년째다. 그가 전하는 히말라야의 희망 이야기.

취재 이은아 리포터 identity94@naeil.com 사진 이현준 사진 제공 김영식 교사

편집부가 독자에게 ...

히말라야, 꼭 가보고 싶어요!

고백컨대, 저는 ‘위험한 산을 왜 목숨 걸고 올라갈까?’라고 생각하는 1인이에요. 700만 명이 넘게 든 흥행 영화 <히말라야>도 보지 않았죠. 그런데 ‘PEOPLE’ 기사를 진행하며 충북 충주예성여중 김영식 선생님을 만났습니다. ‘히말라야 오지학교 탐사대’를 이끌고 12년째 히말라야에 다녀오신 분이죠. 빗길을 달려가 인터뷰를 시작했는데, 선생님이 들려주시는 이야기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 감동 스토리가 얼마나 생생하고 풍부한지 2페이지 지면이 야속하긴 처음이네요. 서울로 오는 고속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산이 모두 눈 덮인 히말라야로 보이더라고요. 선생님께서 탐사대를 20회까지 이끌고 싶다고 하셨으니, 이제 여덟 번 남았네요. 그 안에 아들과 함께 히말라야에 꼭 가고 싶습니다.

_이은아 리포터

김영식 교사는 1990년 네팔 히말라야 칸첸중가 등반을 시작으로 1998년 남미 최고봉 아콩카구아 등정, 1999년 칸첸중가 북벽 등반에 성공했다. 2000년 에베레스트와 로체 등반대장, 2002년 히말라야로 가는 꿈나무 원정대 대장을 역임하고, 2004년부터 현재까지 히말라야 오지학교 탐사대 대장을 맡는 등 경력이 화려하다. 현재 대한산악연맹 청소년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고교 산악부에서 시작된 ‘산사랑’

‘산타는 선생님’으로 유명한 김영식(53) 교사의 산사랑은 고교 산악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말마다 전문 산악인 동아리 지도 선생님과 산행하고, 주중엔 등산용품 가게에서 살다시피 했다. 꼴찌로 떨어진 성적을 끌어올린 건 산에 함께 오른 대학생의 조언 덕분. “산을 오래 타려면 대학에 가고 직업도 있어야 한다”는 말에 공부에 매진했고, 목표가 생긴 뒤 성적이 수직 상승했다. 대입 예비고사 점수가 치과대학에 지원할 만큼 높았지만, 그가 택한 것은 사범대학. 교직 생활을 하면서 방학 때마다 가고 싶은 산에 오르기 위해서다.

“성적이 좋은 학생에게 ‘왜 공부하느냐’고 물으면 ‘그냥 점수를 잘 받고 싶어서’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공부는 한계가 있어요. 피부에 와 닿는 목표가 있는 것과 없는 건 하늘과 땅 차이거든요. 하고 싶고, 되고 싶은 목표를 찾는 게 진짜 공부의 지름길입니다.”

산행의 즐거움으로 활력 찾은 아이들

교편을 잡은 뒤에도 세계 명산을 등반하며 산에 애정을 쏟았다. 그러다 부임한 곳이 충북 충주중앙중 가금분교. 외지의 큰 학교로 떠나지 못하고 남은 학생 45명이 순수하고 착했지만 활기를 찾을 수 없었다.

“아이들을 보면서 저를 산으로 이끈 은사님이 떠올랐어요. 그래서 ‘선생님 따라 산에 다닐래?’ 하고 물었는데 반응이 좋더라고요.”

아이들은 김 교사가 알려주는 대로 열심히 배웠고 처음 출전한 적십자 산악문화축제에서 1등을 했다. 전국체전 스포츠클라이밍대회와 각종 산악대회에서 수상을 이어갔다. 전에 없이 활력 넘치는 아이들을 보면서 힘이 난 건 김 교사. 주변 산악인과 지인들에게 십시일반 도움을 구해 산골 학교에 인공 암벽을 세우고, ‘큰 세상을 보여주리라’ 다짐했다.

“히말라야에 올라 아이들에게 큰 꿈을 심어주고 싶었어요. 한번 부딪혀보자는 생각으로 ‘히말라야로 가는 꿈나무 원정대’를 만들고, 협찬해줄 곳을 찾아다녔죠”. 꿈같은 일이 현실로 이루어졌다. 등산복 회사의 협찬과 엄홍길 대장의 합류로 2002년 히말라야 피상피크봉 등정에 나선 것. 당시 KBS2-TV <도전! 지구탐험대>가 그 모습을 소개해 화제가 됐다.

히말라야가 선물한 아름다운 변화

‘히말라야 오지학교 탐사대’를 꾸린 건 2004년. ‘청소년과 선생님의 아름다운 도전’ 이라는 주제로 봉사 활동을 시작했다. 히말라야에 갈 때마다 창문 없는 교실에서 파란 페인트를 칠한 벽을 칠판 삼아 공부하는 오지학교 학생들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교사와 학생들이 힘을 합했어요. 책과 학용품, 옷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1일 수업과 공연, 홈스테이 등으로 자연스럽게 문화 교류가 되도록 했죠.”

해를 거듭하면서 봉사 규모 역시 커졌다.

카트만두 빈민가에 있는 학교에 도서관과 과학관을 짓고, 새 책과 과학 기자재를 제공해 학교다운 학교로 거듭나도록 도운 것.

“처음엔 낯설어하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는데, 이젠 가족 같은 사이가 됐어요. 10년째 되던 해에는 ‘히말라야가 있는 한, 태양이 있는 한, 히말라야 오지학교 탐사대와 바니빌라스세컨드리스쿨의 우정은 영원할것’이라는 환영 인사로 우리 가슴을 뭉클하게 했죠. 작은 도움을 건네고 큰 배움을 얻는 시간입니다.”

히말라야에선 베이스캠프까지 트레킹이 필수. 해발 3~4천 미터가 넘는 등반으로 고산병 증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아이들은 모두 포기 없이 오른다. 사춘기를 심하게 앓는 중학생, 우울증에 시달리는 특목고 학

생, 고아원이나 다문화학교에서 온 아이 등 구성원의 사연이 다양한 것이 탐사대의 특징. 사는 모습이 다르지만 K팝 댄스를 함께 추고 ‘1분 스피치’로 속마음을 털어놓으면서 히말라야에서 추억을 쌓는다.

“길고 험난한 여정에 도전하고 어려움을 이겨내면서 자존감을 찾은 아이들의 아름다운 변화가 제게 초심을 되새기게 하죠. ‘히말라야’는 멀리 있지 않아요. 일상생활에서 자연을 자주 접하도록 기회를 주세요."

                                                                                               미즈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