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시 대왕암공원과 십리대숲 탐방
2017. 06. 18. 워킹진주연합회 남강동호회 박내희
“신석기인들이 빗살무늬토기를 식기로 사용하였다.” 하면 요즘 아이들은 거짓말일거라고 생각한다. ‘밑면이 뾰족한 그릇을 식탁위에 올려놓고 먹는 것이 불가능하다.’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 고고미술사학학자들이 위 토기의 무늬가 신석기인들이 강변에 주거한 것을 근거로 생선의 뼈라고 하였고, 그렇게 교과서에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이공계 출신 학자가 “빗살무늬토기 무늬는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주장하여 고고미술사학자들이 대경실색(大驚失色)한 일이 있었다. 미적 가치만 연구하다 보니 실용의 가치를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이렇듯 사람들은 자기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기가 어렵다. 울산에 가면 공해 때문에 not healing but killing이 되는 것이 아닌지 걱정하였다. 울산을 공해도시로 예단한 것은, 1990년대 초에 울산에 사무가 있어 방문하였던 경험 때문이다. 당시 울산에 진입하면 공기의 질이 나빠 호흡하기 힘들었는데, 화학공단에서 배출하는 매연가스 때문이라는 전언에 부정적인 사고(思考)를 강하게 하였다. 그런데 이 도보를 하면서 목격한 울산은 멋진 경관과 상전벽해(桑田碧海)에 어울리는 맑고 푸른 바다와 시원한 바람과 신선한 공기에 감동하게 하였다.
10:30에 울산광역시 동구 일산동에 소재한 일산해수욕장에서 하차를 하였다. 그곳은 해파랑길(부산광역시 오륙도해맞이공원에서 강원도 고성군 통일전망대에 이르는 도보길이며, 동해의 해와 푸른 바다를 길동무로 함께 걷는다는 뜻) 9코스와 8코스의 갈림길이기도 하다. 해파랑길 안내문에 의하면, 8코스(염포삼거리-일산해변) 총 거리가 12.5Km이며, 우리는 일산해변 - 대왕암공원(2.1Km) - 방어진항(2.9Km) 구간을 도보하였으므로 오전에 도보한 거리가 5Km이다. 일산해수욕장은 모래사장에 소수가 낚시를 할 뿐 한가하였고, 전면에 방파제와 대왕암공원이 있는 언덕이 위치하고 있는 사이로 동해와 연결되어 있는 바다가 육지로 들어간 일산만(灣)의 끝자락에 위치하고 있었다. 보통의 해수욕장이 배후에 송림이 위치한 반면 도심(都心)의 해수욕장이어서 인지 빌딩들이 즐비하여 있다. 햇볕 뜨거운 여름날 내내 해수욕할 장사(壯士)가 있을까? 대부분 잠시 물에서 놀다가 나무 그늘에서 시원한 바람을 즐기며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뉘는 것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이 일반적인 형태이고, 늑대들은 사나이로 태어나서 할 일도 많지만 소나무 그늘에 숨어 비키니들을 관찰하며 비교·분석·평가·검토하는 중요한 일을 하여야 하는데, 은밀한 공간인 숲이 없어 한숨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런데 이곳이 해수욕장으로 전망이 좋으면 영리(營利)에 밝은 소관청이 송림을 조성하였겠지만, 냉수대 때문에 여름철 장사에 경쟁력이 없기 때문인 것 같다. 과거 여름에 이곳을 방문하였을 때 해수욕하는 사람이 없어 물어보니, 물이 차가워 할 수 없다는 것이었고, 실제로 발을 담그니 소름이 끼칠 정도이었다.
그곳을 횡단하여 계단을 거쳐, 언덕을 오르면 소나무 숲이 조성되어 있는 길이 있는데, 그 일대가 대왕암공원이다. 대왕암공원은 울산광역시 동구 등대로 140(일산동)에 면적이 942,000㎡이며, 원래 명칭이 울기공원이라 하였는데 일제의 잔재를 청산하기 위하여 대왕암공원으로 변경하였다. 그 길에서 대왕암계단-용굴-넙디기-할미바위(남근암)-탕건암-사근방-대왕암-과개안(너븐개)-몽돌해변-고동섬-중점·노애개안-소리체험관-슬도를 관람하였다.
언덕에 오르면 평탄한 흙길이 있고, 안내문에 의하면 1만5천여 그루의 해송이 있으며 슬도로 가는 방향의 좌측에 바다가 있는데, 첫 전망대에서 본 경관은 일산해수욕장과 현대중공업의 크레인이 있고 그 뒤에는 아파트로 추정되는 건물이 있고 그 뒤에는 산이 있었으며, 해상에는 민섬이 조망되었다. 민섬은 안내문에 “일산만의 동쪽 바다에 있는 불모(不毛)의 섬을 이르며, 미인섬이라고 도 한다.” 되어 있는데, 두 개의 소규모 대머리 바위섬이지만, 일산만과 바다의 경계를 표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였으며, 현대중공업의 크레인이 없다면 바다와 어울려 아름다운 경관을 보여줄 것으로 보이지만 거대한 크레인에 눈길을 빼앗길 것 같았다. 그곳에서부터 해안선이 복잡하여 볼만한 것이 있으면 바다로 접근하여야 하는데, 멀리 푸른 하늘과 짙푸른 바다가 만나는 수평선의 멋진 모습은 감탄하게 하였다. 용굴은 위에서 내려보면 해식애(바닷물의 작용에 의하여 해안에 생긴 낭떠러지)가 보이는데, 길에서는 안 보이지만 배가 들어갈 만큼 큰 동굴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 부근에서 ‘넙디기’(일부 안내문에는 넙대기라고 기록)라는 명칭이 안내문에 자주 등장하는데, 그 의미를 공원관리사무소(052-209-3738)에 전화하여 물어보니, “그런 것이 있습니까?” 되물어 당황하게 하였다. 넙디기가 면적이 넓다는 의미인 것 같은데(기록이 있는 곳마다 면적이 넓기 때문) 명사가 아니므로 명칭으로는 적당하지 않다. 할미바위(남근암)는 안내문에 “망망대해를 바라보면 누군가를 기다리는 형상이며 넙디기 가운데 우뚝 솟은 바위.”로 기록되어 있는데, 길에서 본 바로는 할미바위라는 상상의 비약(飛躍)이고, 부기(附記)한 남근암이 형상에 어울리지만 개선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그 바위는 넙디기 위에 큰 바위가 있고 그 위에 작은 바위가 기립(起立)하여 있는 3단 형식을 하고 있어, 야동공원도 아닌데 발기석이라 할 수도 없고, 머리 좋은 사람이 이름을 정하고 스토리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탕건암은 “넙대기 앞 바다에 있는 바위돌로 마치 갓 속에 쓰는 ‘탕건(宕巾)’ 같이 생긴 바위라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현지 안내문) 하지만 그곳 경관이 멋진 것은 탕건암이 아니고 굽은 소나무 때문이다. 바위에 뿌리를 둔 척박한 생육환경이지만, 시련을 이기고 허리가 굽은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눈물겨웠고 게다가 나무와 더불어 보이는 바다의 경관이 아름다웠다. 그곳에서 좀 떨어진 곳에 아나콘다바위가 있었다. 길고 통통한 근육질의 몸체와 치켜든 대가리, 무엇보다 대가리의 눈과 입의 형태가 분명하고, 체색마저 흙탕물이 흐르는 서식지 아마존에 어울리는 위장색인 황토색이었다.
사근방은, “크고 작은 5개의 섬이며, 이곳에서 사금을 채취하였다 하여 사금바위라고 한다.”(현지 안내문) 그런데, 바다에서 사금을 채취한다는 것은 황당한 것이다. 파도치는 광활한 바다에서 채취가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년 발행한 주말취미생활 사금채취(저자 태양중심, 출판사 상상과열정)에 사금의 채취가 가능한 곳으로, 내륙의 산에서 흘러내려오는 개천이라고 하고, 바다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고 있다.
대왕암은 대왕암공원을 대표하는 상품이다. 발 디딜 틈이 없을 만큼 사람이 많았는데, 심지어 개까지도 많아 주인의 품에 안긴 개끼리 싸움을 하는 진풍경까지 있었다. 인파에 밀려 살펴 볼 여유조차 없어 수평선이 끝없이 펼쳐진 바다 풍경을 보고 떠났는데, 대왕암은 지금까지 보았던 바위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풍채(風采)가 좋았다. 멀리서 보니 근육질의 용의 모습이었는데, 바위섬이 대왕암수로를 사이에 두고 육지와 다리로 연결되어 있고 봉우리가 세 개 있었는데 가장 큰 봉우리의 정상에는 소나무가 있었다. 그런데, 처음 대왕암이라 하여 울산과 경주가 인접하여 문무대왕암으로 착각하였다. 문무대왕은은 삼국통일을 이룩한 신라의 30대 왕이며, 그 능이 대왕암으로 알고 있어 울산 대왕
암을 생각하지 못하였다. 그렇다면 가리지날이고 울산 대왕암의 상표권을 위반한 것이다. 둘은 바다에 있는 바위라는 외관, 대왕암이라는 호칭, 바위에 의미를 가하여 브랜드가치를 높인다는 면에서 합동이다. 다만, 울산에서 차별화를 할 목적인지 사건본인인 문무대왕의 능이라고 하지 않고, “문무대왕비의 넋이 호국룡이 되어 울산의 대암으로 날라 와 잠겨 용신이 되었고, 그 대암을 대왕암이라고 한다.”(현지 안내문) 하였다. 그렇다면 대왕비암이 되어야 하고, 그것을 별도로 하더라도 명칭이 같은 관광 상품이 있다는 것에 문제가 있다. 역사를 두고 다투어도 경주의 대왕암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기록이 있는 반면, 울산의 대왕암은 전설이 있다는 궁박한 주장을 할 것 같다. 사실관계가 그렇다면 청룡암으로 하면 어떠한지? 앞에 청자를 붙이는 것은 우리나라의 민속에 동쪽의 방위를 맡은 용을 청룡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과개안(너븐개)은 “순 우리말로 “너븐개”라 하며 1960년대까지 동해의 포경선들이 고래를 이곳으로 몰아 포획하였다.”(현지 안내문) 그곳은 해변에 자갈이 많이 있었고, 반원형태의 아름다운 해안선이 있었다. 그런 곳에서 고래를 몰아 포획하였다니, 풍경이 멋진 곳에서는 포경하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추적하는 포수의 섬뜩한 눈빛과 이곳에서 육지에 막혀 더 도망가지 못하고 죽음을 직감하였을 고래의 공포의 눈빛이 상상되어 연민의 정을 느꼈다. 몽돌해변은 어른 주먹보다 훨씬 큰 자갈들이 밀집하여 있었고, 그것들이 파도의 움직임에 따라 밀려 오가며 내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자연의 소리이어서 인지 가만히 듣고 있으니 마음이 평화롭고 기분이 좋아졌다. 그곳에서 대왕암을 보니 용의 모습이 뚜렷하게 보였다.
고동섬은 “과개안 남서쪽에 있는 돌섬이다. 어원은 ‘수리바우’ 인데 ‘소라바우’로 음전된 것이 방언화되어 ‘고동섬’으로 변한 것이다.” (현지 안내문) 두 개의 바위가 고동의 형상을 하고 있어 고동섬이로 한 것 같다. 중점·노애개안은 “고동섬 남쪽 해안 언덕에 있는 것으로, ‘가운데 고개’ 또는 ‘경계점’의 한자 지명으로 보이며, 이 중점 남쪽의 늘어진 개안을 ‘노애개안’이라 한다.” (현지 안내문) 중점은 숲이 조성되어 있는 비탈진 곳이며, 개안은 넙디기라 불리던 바다로 돌출한 넓은 암반지대를 갑자기 개안이라고 하는 이유는 알 수가 없다.
소리체험관은 외벽에 “파도 -- 바람 -- 산사종소리 -- 귀를 열면 풍경이 열린다” 기록되어 있고, 규모는 2층 654㎡이며, 이곳에서 동축사 새벽 종소리, 마골산 숲 바람소리, 옹류천 계곡 물소리, 현대중공업 엔진소리, 신조선 출항 뱃고동소리, 울기등대 무산소리, 대왕암공원 몽돌 물 흐르는 소리, 주전해변 몽돌 파도소리, 슬도 명파 소리를 체험할 수 있다.(현지 안내문) 사전에 고지된 시간에 맞추기 위하여 그곳에 입장하지 않았지만 그곳을 둘러보니 전망대크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곳에서 조망한 바다와 슬도의 경치가 아름다웠다.
슬도는 현지 안내문에 따르면 “슬도명파(瑟島鳴波)” “이 바위 기슭에 사납게 파도가 들이 닥치면 그 파도의 울림이 흡사 거문고를 켤 때 나는 소리와 같이 들린다고 하여 이름 붙여 졌습니다. 슬도는 방어진 외항에 거센 파도를 막아주는 바위섬으로 20년 전만해도 배를 타아 오갈 수 있었지만 1989년 방파제를 놓아 지금은 걸어서 들어올 수 있습니다.”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고 슬도 섬은 섬전체가 송송 구멍이 뚫린 바위로 이루어져 있으며, 전체 구멍의 개수는 120만개이며 석공조개의 일종인 돌말조개 서식하며 만들었다고 한다. 멀리서 본 슬도의 모습은 육지와 약간 떨어져 있는 한일자(一) 형태의 작은 섬이며, 육지와 방파제로 연결되어 있는데, 그 날에 방파제에서 많은 사람들이 낚시를 하고 있었는데 아이들이 낚시대 없이 줄만으로 잡고 있어 살펴보니, 손톱만한 게를 잡고 있는데 바닥에 엄청난 수량의 게가 서식하고 있어 환경이 잘 보전되어 있음을 직감하였다. 또 슬도는 그 끝에 등대와 등대모형의 조형물 그리고 어류모형의 큰 탑이 있었는데, 특히 탑이 어디서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집에서 찾아보니,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에 그려져 있는 포유류인 귀신고래이었다. 그 고래의 위 부분에 구멍이 있는 것은 그 고래는 암 고래이고 세끼고래를 양육하고 있는 것으로 그 빈 공간이 세끼고래이다. 어미 고래가 세끼고래들의 호흡을 돕기 위하여 머리를 이용하여 물위로 들어 올리는 모습이라고 하니 원시 조상의 관찰과 세밀함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반구대 암각화는 국보 285호로 지정되어 있고, 신석기 시대부터 청동기 시대까지에 만들어 진 것이라고 하니 오랜 세월동안 지속적으로 그려지고 잘 보전되어 진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소중한 유적이다,
사전에 고지 받은 점심시간이 이미 상당히 지나있어 서둘러 그곳을 떠나 방어진으로 향하였고, 주차장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일행을 만나 서서 씨락국에 밥을 말아 서둘러 먹는 것으로 오전 일과가 종결하였다.
첫댓글 잘 읽고 갑니다...
대왕암을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분들이 있답니다...
대왕암은 경주동해바다에 있는데...
좋은 지적 하여 주셧네요.../
자세하게 상세하게 알려줘서 대왕암을 한번더 다녀온 느낌입니다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