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닐라 가서 씻죠 뭐 호텔은 거기가 더 깨끗 하니까요 차타면 호텔 문앞에 내리잖아요"
"좋은 생각이네요 얼굴만 예쁜가 했더니 머리도 좋군요.!" 그녀가 내 가슴을 툭쳤다. "놀리지 마세요"
우리는 마닐라 노부호텔로 돌아와 그냥 붙어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처음봤을때 깜짝 놀랬어요 어릴때 만났던 첫사랑이 있었는데 이미지가 무척 비슷하고
대화를 하다가 더 놀랜건 말투까지 비슷했던거 있죠.! 공부는 않고 연애한다고 아버지 한테 무척 혼나고 못 만났는데 나중에 소식 들으니 결혼해서 애낳고
잘산다 그러드라고요" 사연은 그랬다. "알맹이는 그친구 이미 다주고 껍데기만 내옆에 누워있는거 아니에요.? 하하" 애교 스럽게 그녀가 눈 흘켰다.
"나보다 오빠인거 같은데 왜 계속 존대말 해요.?" 우리는 서로 나이도 몰랐다. "사실상 회장님 이라면서요 회장님께 반말하면 쓰나요.!"
"치.! 내가 여자로 안보인다는 이야기 인가요.?" 그녀가 까운을 치키며 벌떡 일어났다. 그런 말에 삐지는 외골수인가 생각했지만 그녀가 돌아보고 웃으며 말했다.
"블랙커피 타 드릴까요.? 좋아 한댓 잖아요", "콜" 그녀는 뭐든 괜찮은 일이 있으면 해외에 나와서 살고 싶다고 했다. 회사 내부에서도 중책들이 자기를 대하는
모양새가 조금 살벌한 느낌도 있고 그나마 양상무가 의리있게 조목조목 길잡이 해주지만 실무에 대해 아는것도 없고 생각에 양상무를 사장에 임명하고 자기는
얼마가 되든 지분이나 챙겨 받으면 좋고 아님 말고하는 심경으로 발을 빼고 싶다고 했다. 엄마는 평생 아버지 내조만 하며 현모양처로 살아서 그런일엔 더욱
송방이라 했고 아버지가 수연의 명의로 사놓은 땅들이 많아서 회사가 어떻게 되든 먹고 사는데는 지장은 없을거고 그 이상의 욕심을 가진적도 없고 그러기도
싫다고 했다. 그녀의 설명은 거짓일 필요도 없었고 어찌 보면 '나 조건 좋으니까 선택해도 되' 하는식의 프로프즈 같았다. 그런 이야기를 듣고있다 보니
'그냥 인생을 이여자에게 맡기고 묻어가야 되나.! 이 나이 먹도록 빌빌 거리니까 조상님이 측은히 여겨 차라리 여자를 통해서 인생을 역전하라고 보내준것
같게도 느껴질 지경이었다. 그 충분한 이유는 무남독녀 외동딸 인데다 아버지도 이미 돌아가셨고 엄마는 뭐든 자기 말이면 다 오케이라고 했으니 내 마음 먹기에
달린 기회였다. 착한 여자 만나기도 쉽지 않은데 준 재벌이고 그 여자의 첫사랑과 내가 닮았기에 호감을 진작부터 따내었고 또한 서로의 허물을 벗어낸
그 상황은 일부러도 만들 수도 없는 매우 자연스럽고 쉽지도 않은 경우였다. 그녀가 한층 가깝게 다가와 날 부르는 호칭까지 바꾸어 말했다.
"자기만 괜찮다면 조그마한 샾을 꾸며 마닐라에 정착해서 놀러 다니며 살면 어떼요.?"
단도직입 적으로 말해왔다.
나에게 두가지 걸림돌이 상기 되었다. 지킬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썬전의 링롱과 다시 만나고자 하는 미련, 포커에 대해 이루고자 하는 꿈, 둘다 내려 놓는다면
아무것도 아닐수 있었지만 당시에는 그것에 대한 비중이 무척 컸고 내 단점이자 장점은 어릴적 부터 여러번의 이직 경험을 통해 누군가에게 묻어가는것을
매우 싫어했다. 수연의 재력은 뒤로 하더라도 그녀가 싫은것은 아니었기에 딱잡아 거절 할일은 아니었다. 한번더 안아주고는 '갑자기 그런 이야기를 들으니
고맙기도 하지만 나도 나름대로 계획했던것 들이 있었고 긍정적으로 생각 할 시간이 조금 필요도 하니 자주 보자' 하고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
"급할것 없어요 천천히 마음 정해봐요.!" 속깊게 배려해 주었다. 그렇게 우리는 연인과 같은 사이가 되어 마닐라에서 여러번 만나 머신도 돌리고 맛있는것도
많이 먹었다. 나는 돈이 별로 없다고 이미 고백 했기에 거의 대부분의 비용은 그녀가 썼다. 그렇게 나는 일대기적 와일드 카드를 가지고 고민하던 어느날
마카파갈 송도원 앞에서 택시를 타고 솔레어 호텔로 가던중 택시기사가 요금 메터를 켜지 않기에 켜라고 지시했고 비가 많이 오기에 요금을 조금 더내면 된다고
수작을 하기에 일단 메터기를 켜라 추가는 내가 알아서 더 줄것이다 했지만 그가 끝까지 고집을 피우며 켜지 않았다. "스탑.!" 소리를 지르고 화를냈다.
'비가 내리는데 지깟게 어쩔거냐' 는 표정으로 그도 배짱이었던지 차를 세웠고 몇마디 화풀이를 한 후 택시에서 내렸다. '부우웅, 비 잘맞고 알아서 잘 가봐라'
하는 듯 택시가 떠났다. '이런 제기랄.!' 휴대폰이 주머니에 없다. 흥분하던 중에 분명 택시에 흘린것 같았다. "야 임마 차세워" 하고 멀어진 택시에 손을 흔들어
댔지만 아마 그놈은 '낄낄낄' 대고 웃으며 무척 즐거워 했을것이다. 짜증이 빗방울 만큼이나 셈없이 차올랐지만 돌이킬 수는 없었다. 그로 인해 수연과의 연락처도
사라졌다. 환전업자에게 찾아가 수연의 유일한 인적사항인 일전 거래에 쓰인 계좌번호를 건네 받았으며 내가 마음 먹고 한국에가서 찾으려 하면 충분히 찾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 또한 운명인가 보다 생각하고 잊혀져 갔다. 아마도 그녀에 대한 나의 절실하고 애뜻한 사랑의 감정이 없었던게 가장큰 이유일것이다.
다 집어 치우고 포커나 치기로 했다. 내 유일한 목표는 그것이었으니까 그리고 포커는 돈이 많고 적음과 상관도 없었으니까 나는 또 달렸다. 씨오디 호텔을
지날때면 문득 수연이 생각나 두리번 거리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난 이미 수연의 생각에 갑자기 연락 끊고 도망친 비겁한 남자가 되었을 것이다. 무척 힘들때
마다 생각은 했다. '복을 굴려다 주어도 못받는 병신' 후회는 없다. 그만큼 나는 포커를 좋아했고 좋아하는것 이상 열정 또한 그 이상이었기에....
'미안해 나는 가고 싶은데가 있어.! 그곳에 널 데려가기에는 그 길이 너무 지루하고 답답해, 나중에는 어떨지 알수 없지만 현재 나는 형편없는 인간이야 잘살아.!'
첫댓글 인생 역전의 기회가...ㅠ 또다른 기회를 기대해봅니다
엄청난 수박이 통째로 굴러 들어온거 같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