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노년의 명상록
우리들이 지나온 세월은
모진 가난과 무지로 여러 형제가 헐벗었던 유년기,
6‧25전쟁 참화의 와류 속에 헤맨 소년기,
새마을 운동에 돌을 저 나르던 청년기,
직장을 찾아 도시로, 중동으로 나갔고,
내 집 하나 마련할 때까지 셋방살이를 전전했고,
자식들 공부시키려고 허리띠를 졸라맸던 장년기,
그 풍진 세월을 다 겪다가 마침내 맞이한
우리들의 노년기.
그러나 괜찮다.
그 모든 세월에 감사하며, 순종하며 고락을 함께한
나이 든 짝궁 여자 친구가 내 옆에 있지 않은가?
우리 시대는 기구하고 암울하며, 파란만장한 격동의 시대에
산전수전, 공중전, 육박전, 게릴라전, 화생방전, 상륙전을
겪다 보니 가는 줄 모르게 세월이 갔고, 오는 줄도 모르게
노년이 온 것이 아닌가,
나이가 들어 노년이 되니 정말 배워도 헷갈리고 갈수록
기억력도 쇠잔해 가는데 자식들 사는 아파트의 이름부터
영어로 길게 되어 생각나지 않네.
호반 리젠시빌, 스위트 웰빙타운 등…
영어를 배웠어도 간판, 앱 이름, 약 이름, 회사 이름,
품명이 생각나지 않는 상품명 등.
초고속으로 변해 가는 세상사에 영혼마저 어지럽구나.
하루에도 수십 통 오는 문자와 카톡을 보며, 지우고
지워도 가짜뉴스, 가짜 건강정보들이 진짜와 섞여
머리를 헛갈리게 만드는구나.
늙어서 아무것도 안 하고 운동이나 하든지, 경비 일을
하며 살면 되지만, 돈벌려고 욕심내다 보면 자연스레
유혹에 빠지게 되어 한 방에 훅 가서 노후 자금을 몽땅
탕진하는 노인이 수두룩 하다고 하네.
수법이 날로 다양한 보이스피싱 전화와 문자들,
부자 된다던 다단계 판매,
은행 창구의 펀드 유혹,
친절하고 집요하게 매달리는 기획부동산,
싼 이자 대출 문자, 귀신도 잃고 간다는 주식투자의 유혹,
24시간 거래되는 정체불명의 비트코인 등
수백 가지 유형의 투자유혹이 노년을 홀려 돈 잃고 땅을
치게 만드는 세상에 살고 있구나.
우리 세대는 주판 문명 세대에서는 꽤 알아주는 지식인에
속했는데, 컴퓨터 문명이 급속히 확산하면서 배워도 끝이
없고, 늘 왕초보 영역에서 벗어나지를 못하니,
나이가 들면 반드시 다섯 곳을 가까이하라고 전문가는 말한다.
첫째, 병원이 가까이 있어야 혈압, 당뇨, 고지혈은 내
스스로 다니며 치료해야 하고,
둘째, 식당이 가까워야 더러더러 음식을 사 먹을 수 있고,
셋째, 은행이 가까워야 알량한 돈이라도 인터넷 뱅킹은
못하니 내가 다니며 관리할 수 있고,
넷째, 지하철이 가까워야 공짜 차 타고 근교라도 나들이
할 수 있고,
다섯째, 이왕이면 자식도 가까이 있어야 위급할 때
단 한 번이라도 도움받을 수 있다.
전원주택과 별장이 좋다지만,
그것도 50~60대 초 이야기.
70세 넘어가면 모두 헛소리이니 도시로 나와야 한다.
별장, 전원주택이 있다고 하면, 남들이 부러워하지만,
사실은 손이 많이 가고 오가기도 관리도 어렵단다.
노년이 되면 누구나 네 가지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네.
고독고(孤獨苦) - 고독의 고통은 혼자 노는 연습이지만,
가까운 친구 몇 명은 두어라. 아니 단 한 명이라도…
무위고(無爲苦) - 아무것도 안 하는 것도 고통이니 정히
할 것 없으면 구경해 가며 걷기라도 열심히 해라.
빈고(貧苦) -갈수록 가난해짐도 고통이니 살날들 만큼
돈을 묶어두어라.
병고(病苦) -끝내 병고로 세상을 마감하지만, 열심히
병 고쳐가며 살자. 명은 하늘에, 몸은 의사에 맡기며 살자.
우리 시대는 부부 중 먼저 가는 사람은 한쪽 배우자가
보살펴주고, 자기 차례가 오면 자식이 보내기 전에 스스로
요양원으로 가야 한다. 좋든 싫든 이제 통과의례가 되었다.
옷은 대충 입더라도 잘 걷고 넘어지지 않으려면 운동화는
비싼 거로 사서 신자. 늙어서 넘어져 대퇴골절로 최후에는
저 세상으로 가는 사람이 너무 많다.
차 운전도 80세가 넘으면 하지 마라.
내 몸 운전도 잘 못하며 자동차 핸들을 미리 꺾고 늦게
꺾다 보면 남의 가게로 들어가고, 인도로 돌진해서 큰
사고를 낸다. 1년에 수십 건씩 발생한단다.
특히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를 보면 대개 지인이나
친구들한테 사기 당하여 돈 잃고, 몸 망가져 입산한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절대로 욕심내지 말고, 이제 돈 벌 욕심일랑
아예 접어라!
알량한 돈일지 모르지만 잘 지켜라.
자식도 친척도 예외가 아니니 정신 차려라.
이마에 사기꾼이라 써 붙이고 다니지 않는다.
오직 여섯 가지 덕목을 지키자.
건(健) : 첫째 건강
배(配) : 둘째 배우자 건강
재(財) : 셋째 재산 지키기
사(事) : 넷째 소일거리, 그리고 걷기.
우(友) : 다섯째 친구 만나 수다, 고민, 식사와
농담(아주 중요)
취(趣) : 여섯째 취미로 노래, 악기, 당구, 요리,
서예, 그림 등 뭐든 배워라.
오늘날 세계 10위권의 경제 선진국 대열로 이끈
우리 세대의 전사들이여! 고생 많았고,
참으로 수고하셨다.
전사 노년들이여 움츠러들지 말고 힘내자.!
아자 홧팅!
-옮겨 整理한 글 2024년1월 24일(水요일) 金福鉉 -